오래된 슬픔 하나
2017년 07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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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665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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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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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바쁘게 흐릅니다.
그간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이렇게 탈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나를 덜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버거워지기 전에, 추위가 닥치기 전에, 자꾸만 잊히기 전에, 덜어서 조락하는 시간들을 채우기로 하였습니다. 벌써 열 세 번째네요.
무심히 창밖을 내다봅니다. 창밖으로 들판이 보입니다. 들의 끝에는 낮은 산을 베고 누운 하늘이 닿아 있을 텐데, 겹친 산의 능선 위로 안개가 뿌옇게 서리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불투명한 안개 속을 헤치노라면 만사가 참 하찮게 생각됩니다.
내가 바장이고 있는 일들, 오로지 송곳눈을 뜨고 몰두해 온 일들, 마음을 구기고 상처를 입으면서 후회하던 일체의 일들이 얼마나 시시하고 자질구레하고 우스운 것들이었는지.
길을 가다가 문득 마주친 사람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만났을까? 지나간 시간과 건너온 길을 떠올리면서 여러 장소에 그 얼굴을 놓아 봐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체면불구하고 묻곤 합니다. 과민성 기우일까? 절망감일까? 정체불명의 열등감일까? 소외감일까? 시라는 것에 대한 원초적 회의일까? 이런 것들이 비록 분별이 있는 현대인의 공통 징후라고 누가 나를 애써 위로할지라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두에는 무성한 소문들과 펄펄 날리는 환호성과 오색 깃발들이 화려한데 나는 어디를 향하여 정신없이 걷고 있는지 ‘오로지 시를 위하여’라고 말한다면 내가 꽤 뻔뻔한 사람이겠지요. ‘한눈팔지 않고 전력투구로 살고 있노라’라고 말한다면 누구에겐가 미안하겠지요.
이래저래 나는 지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겨울은 진실로 장황한 적막이었습니다. 내게 일찍이 그토록 가라앉은 계절은 없었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는 이 말을 나는 왜 지금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서문 중에서
제 1 부 _군불을 때며
군불을 때며 | 철이 들지 않았나봐요 | 지는 꽃빛깔 | 나는 슬프다 | 그리움에 기대어 | 꽃말 | 오래된 슬픔하나 | 새들 | 능소화 편지 | 가을에 죽고 싶다 | 화려한 외출을 용서하소서 | 이제 집으로 가자 | 유정한 나무 | 크눌프가 울고 있네 | 삼월 서시 | 푸른 고요와 고요 | 바람만 불어도 | 말이라도 하지
제 2 부_날계란
날계란 | 우등고속버스를 탈 때 | 결박 | 벼랑의 나무 | 개떡 | 확인사살 | 지우개 | 전천후 | 여자가 부엌에 있을 때 | 암호로 여는 가슴 | 솔방울 같은 애들 | 자정을 기다리며 | 내일 먹을 떡 | 거리 귀신 씌어서 | 매화니까 | 개에 대하여 | 아홉 시 뉴스 | 미칠 것 같은 날
제 3 부_그날 일기
그날 일기 | 하얀 그림자 | 탱자나무 추억 | 겨울 선인장 | 봄 바다 파도처럼 | 영원을 향해 걸었다 | 꽃피러 가자 | 지난겨울 좁은 길 | 당신의 세월 | 장날에 | 빈집 | 젊은 손이 이마를 짚으면 | 꽃 뒤에 잎이 | 아름다운 결별 | 새벽 꿈 | 사방으로 부서졌다 | 풍금소리
제 4 부_땅 끝에서 부르는 노래
땅 끝에서 부르는 노래 | 나무를 위하여 | 삼월 중순께 | 정신과 육체 | 타관에서 며칠 | 봄 때문이다 | 나 지금 어지러움 | 돌아온 물 | 무사한 나날 | 언제나 부재중 | 문병 | 내 이름을 쓸 때 | 다리 흔들며 쉴 마루 | 허망한 기쁨 | 그녀의 첫 시집 | 여러분의 은총에 | 자운영 쌀
작가정보
시인 이향아(李鄕莪)는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전북 군산에서 성장.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음 현대문학지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이래『온유에게』등 20권의 시집과 시선집 4권. 『표현은 침묵보다 아름답다』등 15권의 수필집과 수필선집 4권을 펴냄. 문학이론서로는 『시의 이론과 실제』,『문학과의 만남』,『현대시와 삶의 인식』,『창작의 아름다움』,『삶의 깊이와 표현의 깊이』등 7권이 그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경희문학상, 시문학상, 전남문화상, 광주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미당시맥상, 창조문예상, 진을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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