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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음 | 김영준 옮김
마음산책

2015년 09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8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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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0.06MB)
ISBN 9788960902374
쪽수 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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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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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우연과 인연으로 가득한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작품!
제임스 설터의 34년 만의 장편이자 유작 『올 댓 이즈』. 1957년에 데뷔해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장편 6권, 단편집 2권, 시집 1권, 너덧 권의 에세이만을 남긴 제임스 설터의 이 소설은 그동안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에게 그동안 바라왔던 대중적 인지도를 거머쥐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저자가 88세의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국 남성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정확한 문체와 젊고 감각적인 대화를 통해 전후 경제적 부흥 속에서 목적 없이 지나온 미국 중산층 남성 삶의 전형을 그려 보인다. 수없이 스쳐 가는 사람과 장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들로 가득 찬 주인공 필립 보먼의 사소해 보이는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삶의 의미를 탐색해나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서 태평양전쟁을 겪고 돌아와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길 희망하던 필립 보먼은 현실을 깨닫고 뉴욕에서 출판 에디터의 길에 들어선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작가, 그리고 여러 출판업자들을 만나며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지만 마음 한쪽엔 어쩐지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뉴욕의 한 펍에서 남부 여성 비비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혈기에 앞서 결혼까지 이어가지만 장모의 간병을 위해 잠시 곁을 떠나 있던 비비언이 편지로 일방적인 이혼을 통보한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혼란스러운 그는 그 뒤 알 듯 모를 듯, 인과관계에 묶이지 않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는데…….
제임스 설터는 『올 댓 이즈』를 출간한 후 수많은 찬사 속에서 뒤늦은 전성기를 누리다가 2년 뒤인 2015년, 아흔의 나이로 뉴욕의 작가답게 뉴욕 주 새그하버에서 숨을 거뒀다. 픽션을 온전히 꾸민 것으로는 보지 않았던 저자가 삶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쓴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걸 저자 스스로도 예감한 것처럼 저자는 작품 곳곳에 자신의 취향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만남도 헤어짐도 결국엔 ‘다 그런 거야’ 하고 말하는 저자의 말년의 통찰이 담긴 이 작품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제임스 설터의 모습을 그려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이상하게 오전 내내 조용했다. 파도가 밀려와 스치고 지나갔다. 때로 뱃전에 부딪친 파도는 하얀 물결로 휘돌아와 다시 부서졌다. 길게 뻗은 구름 아래로 말간 하늘이 보였다.
적기敵機 출현을 최초로 알린 곳은 함교였다. 공습경보가 울릴 때 보먼은 구명조끼를 가지러 선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모두 다급했다. 그는 도중에 키멀을 봤다. 머리에 비해 너무 커 보이는 헬멧을 쓴 키멀은 철제 계단을 급히 뛰어오르며 외쳤다. “올 것이 왔어!”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배 위의 모든 포가 불을 뿜었다. 주위의 배들도 마찬가지였다. 귀가 먹먹했다. 대공포 포탄이 검은 연기 사이로 날아갔다. 함장은 함교에서 조타수의 팔뚝을 치며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병사들도 있었다.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갔다. 소란하고 황급했다. 그때 하늘에서 새까만 점들이 포화를 뚫고, 운명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멀어 포탄이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검은 비행기 한 대가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눈먼 벌레처럼 내려오더니 영락없이 이쪽으로 향했다. 날개에 붉은 기장이 보였고 까만 엔진 덮개가 반짝였다. 일제히 함포 사격을 가했다. 대기하던 부사수들이 바삐 움직이며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큰 폭음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았다. 배가 옆으로 기우뚱했다. 비행기가 충돌했다. 혹은 빗맞은 듯했다. 자욱한 연기와 혼란 속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19~20쪽

옷장에 그의 군복이 걸려 있었다. 위쪽 선반에 군모도 있었다. 그가 하급 장교로서 칭찬받고 존경받던 시절에 착용한 것이었다. 군복은 오래전에 쓸모와 매력을 잃었지만 신기하게 모자에선 아직도 강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랫동안 자주 꿈을 꿨다. 다시 전장에 있는 꿈. 바다에서 공격을 받았다. 피격된 배가 무릎을 꿇고 죽어가는 말처럼 기울고 있었다. 그는 물이 차오르는 통로를 지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갑판 위로 올라가려 발버둥 쳤다. 배가 거의 90도로 기울었는데 그는 보일러실 옆에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몰랐다. 더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 그는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지나가는 배 갑판 뒤편에 뛰어내려야 했다. 꿈결에 뛰어내렸다. 그런데 배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물에 빠졌다. 그는 헤엄쳤지만 떠나가는 배의 후미가 우르릉거리며 남긴 항적에 밀려 점점 뒤처졌다.
-27쪽

재정을 관리하는 동업자와 회사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로버트 바움 사장은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서른 살 정도에 중키의 남자. 호감 주는 얼굴이었다. 예민한 인상이면서도 눈 밑에 처진 살이 있어 푸근해 보였다. 바움은 보먼과 몇 분간 친근하게 얘기했다. 고새 보먼을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하고 즉석에서 고용했다.
“봉급은 많지 않아요.” 바움이 말했다. “아직 미혼이죠?”
“네, 봉급이 어떻게 되나요?”
“160.” 바움이 말했다. “한 달에 160달러요. 어때요?”
“좀 더 주시면 좋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단 많네요.” 보먼이 답했다.
“기대한 것보다 많다고요? 어, 내가 실수했네.”
-37쪽

두 남자는 퇴근 후 클라크스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술집과 술꾼의 거리 3번 애버뉴. 늘 고가철도가 그늘을 드리우고, 저 위에서 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허름하게 늘어선 공동주택 옆으로 지나가는 곳. 지나간 후엔 선로 사이로 햇빛이 내리비쳤다.
에딘스는 책과 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대학을 1년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읽은 책이 많았다. 조이스를 특히 좋아해서 제임스조이스학회 회원이었다.
“근데 인물의 생각이나 느낌을 너무 많이 알려주는 작가는 싫더라고.” 그가 말했다. “그냥 내가 보고 듣고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 일단 있는 그대로. 그래서 난 대화가 좋아. 인물이 하는 말을 들으면 다 알게 되니까.”
-45~46쪽

보먼은 두 여자를 향해 술잔을 들어 올렸다.
“해피 세인트패트릭.” 그가 용기 내서 말했다.
“뭐라고요?” 한 여자가 외쳤다.
보먼은 자신을 소개하려 노력했다. 주위가 너무 시끄러웠다. 광란의 파티처럼.
“이름이 뭐예요?” 그가 물었다.
“비비언이요.” 금발 아가씨가 말했다.
보먼이 다가섰다. 까만 머리는 루이스. 이미 들러리 신세였지만 보먼은 너무 속 보이는 게 싫어 루이스를 배제하지 않았다.
“이 근처에 살아요?” 그가 물었다.
루이스가 먼저 대답했다. 53번가. 비비언은 버지니아에서 왔다.
“버지니아요?” 보먼이 말했다. 그곳이 중국이라도 되는 양 반응한 것 같아서 내심 아차 했다.
“네, 워싱턴에 살아요.” 비비언이 말했다.
그는 비비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왠지 미완성으로 보이는, 뭔가 맺힌 듯한 표정, 웃음기 적은 입술. 신이 생명이란 문제에 간결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빚은 듯 황홀감을 자아내는 얼굴이었다.
-52쪽

전미 베스트셀러
아마존 ‘올해의 소설’ ‘이달의 책’ ‘에디터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 100선’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연휴에 고른 책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가디언》 ‘올해의 책’
미국공영방송(NPR) ‘올해의 책’
《선데이 텔레그라프》 ‘올해의 책’
《이브닝 스탠더드》 ‘올해의 책’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GQ》 ‘올해의 책’

제임스 설터의 34년 만의 장편이자 유작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으뜸인 “찬란한” 소설

제임스 설터가 2013년 『올 댓 이즈』를 발표했을 땐 이미 두 해 뒤면 아흔이었다. 그가 등에 업어온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는 사실 더없는 찬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중성과의 거리를 짐작케 하는 것이었다. 이런 미사와 수십 년을 같이한 작가라면 대중적 성공에 대한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지쳤을 법하지만, 제임스 설터는 자신의 성향대로 우직하게, 글이 “원액”에 가까워지도록 쓰고 기다리고 퇴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88세의 나이에, 한국전쟁에서 전투기를 몰던 한때의 호기로운 모습답게, 『솔로 페이스 Solo Faces』(1979) 이후 34년 만에 장편소설 『올 댓 이즈』를 발표하여 그동안 바라왔던 대중적 인지도까지 끝내 거머쥐었다. 유명 작가들이 모두 거쳐 가지만 그에게는 지면을 내주지 않았던 《뉴요커》부터 《뉴욕타임스》 《가디언》 《뉴욕리뷰오브북스》 등 숱한 유력 매체들이 『올 댓 이즈』에 찬사를 던졌고, 이는 리처드 포드, 줄리언 반스, 퓰리처상을 받은 존 반빌과 에드먼드 화이트 같은 명소설가들도 마찬가지였다.
1957년 『헌터스 The Hunters』로 데뷔해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제임스 설터가 남긴 작품은 장편 6권, 단편집 2권, 시집 1권, 너덧 권의 에세이가 전부다. 그만큼 그는 넘치는 정력에 가쁜 숨을 쉬기보단 한 문장 한 문장 길고 고르고 정확한 호흡을 담았다. 그러한 문학 생활의 정점이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마지막 소설 『올 댓 이즈』다. 《뉴욕리뷰오브북스》는 이 소설을 두고 “찬란하다. 지금껏 설터가 남긴 산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설터는 『올 댓 이즈』를 출간하고 수많은 찬사 속에서 뒤늦은 전성기를 누리다가 2년 뒤인 2015년, 아흔의 나이로 뉴욕의 작가답게 뉴욕 주 새그하버에서 숨을 거뒀다.

임시적 만남들을 통해 공허를 메워가는 한 남자의 일대기
완전한 허구로 볼 수 없는 진솔한 소설

『올 댓 이즈』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국 남성의 일대기다. 주인공 필립 보먼은 전쟁이 끝나고 대학을 나와 기자로, 출판사 에디터로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동안 숱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며 마음속 공허함을 메워간다. 맞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과 이혼,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임시적인 연애들, 뉴욕의 단골 카페와 레스토랑, 에디터로 일하면서 맞닥뜨리는 작가와 동료 그리고 출판계의 다채로운 모습과 일화들. 제임스 설터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필립 보먼의 삶을 구축한다. 수없이 스쳐 가는 사람과 장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들로 가득 찬 필립 보먼의 인생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해나간다. 전후 경제적 부흥 속에서 목적 없이 지나온 미국 중산층 남성 삶의 전형이 제임스 설터의 잔여물 없는 정확한 문체와 젊고 감각적인 대화들에 담겼다.

전적으로 꾸며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개념, 그리고 이처럼 꾸며 만든 글을 픽션으로 분류하고 꾸며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다른 글들은 논픽션으로 부른다는 개념이 너무 독단적인 구분이라고 생각돼요. 우리는 대부분의 위대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전적으로 꾸며낸 게 아니라 완벽하게 알고 자세히 관찰한 것에서 비롯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작품들을 꾸며낸 거라고 말하는 건 부당한 표현이에요.
-《파리 리뷰》 인터뷰, 《제임스 설터》 신문에서

『올 댓 이즈』는 많은 언론과 독자가 예상했듯이,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걸 작가 스스로도 예감했는지 작품 곳곳엔 제임스 설터의 취향과 기억이 짙게 배어 있다. 픽션을 온전히 꾸민 것으로는 보지 않았던 그가 삶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쓴 작품. 어느 때보다 진솔하고 여유롭지만 치밀한 문장으로 전하는 한 미국 남성의 일생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제임스 설터의 모습을 그려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뉴욕 중산층 남자 필립 보먼이 사는 법
사랑, 연애, 만남들에 깃든 우연성과 그 뒤의 삶

혼자인 어머니 그리고 이모부 내외와 사는 필립 보먼.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서 태평양전쟁을 겪고 돌아와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길 희망하지만, 이내 현실을 깨닫고 뉴욕에서 출판 에디터의 길에 들어선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작가, 그리고 여러 출판업자들을 만나며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지만 마음 한쪽엔 어쩐지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뉴욕의 한 펍에서 남부 여성 비비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혈기에 앞서 결혼까지 이어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관심사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다. 그들의 대화엔 알 수 없는 끊김이 있고, 결혼 생활 곳곳엔 미세한 틈이 있다. 그런 날들을 보내던 중 장모의 간병을 위해 잠시 곁을 떠나 있던 비비언이 편지로 일방적인 이혼을 통보한다. 까닭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혼란스러운 필립 보먼. 그 뒤 깊고 얕은 수차례의 연애를 해나가지만, 연애 이후의 일은 기약할 수 없다. 다만 출판 일과 사랑 그리고 우연들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소원해지고 재회하며, 도시의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알 듯 모를 듯, 인과관계에 묶이지 않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삶. 필립 보먼의 공허함은 어디에 가닿을까? 진정한 동반자는 언제 나타나고, 삶의 기쁨은 어디에서 찾아질까?

“실은 나 내일 떠나.”
“내일 가면,” 그녀가 말했다. “언제 다시 와?”
“나도 모르겠어. 회사 사정에 달렸겠지.”
그가 말을 보탰다. “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잊겠어?”
보먼은 그녀의 마지막 말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수시로 떠올렸다. 사진만큼 또렷한 그녀 이미지와 함께. 그는 사진을 한 장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한 장 얻어 사무실에 둘 작정이었다. 책갈피에 끼워서, 이름도 날짜도 아무것도 쓰지 않고. 혹시 누군가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누구냐고 물으면, 일언반구 없이 그 손에서 낚아채리라 마음먹었다.
-160쪽

이 소설은 플롯으로 끌어가는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시간 속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가 삶의 종잡을 수 없는 측면에 얼마나 무지한지 애잔한 인상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워싱턴포스트》

카페와 모임에서 문학을 이야기하고, 좋은 음식점을 찾아 드라이브를 하고, 회사 경비로 출장 겸 여행을 하고, 그러면서 만난 사람과 사랑을 하다가 ‘그냥 그렇게 됐어’ 하는 식으로 헤어지는 삶. 잊지 못하게 좋아해도 헤어질 수 있고, 수십 년을 잊고 지내다 어제 만난 사람처럼 조우할 수도 있는 날것의 삶을 제임스 설터는 필립 보먼과 그 주변인들의 소소하고 달콤쌉쌀한 일화들로 그려낸다. 삶은 우연과 기대로 시작해 체념과 후회로 이어질 수 있지만,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우연과 인연이 빼곡한 『올 댓 이즈』 인물들의 삶은 특별한 사건이나 개연성 없이도 생생하고 위태로우며, 기대를 자아낸다.

언제나 실리를 추구했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것은 마다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그가 말했듯, 적게 지출하고 왕창 파는 게 목표였다. 그의 집무실 벽엔 편지 한 통이 든 액자가 걸려 있었다. 친한 동료이자 나이 많은 편집장이 어떤 원고를 읽고 써 보낸 것이었다. 두 번 접힌 자국이 있는 편지지의 내용은 명쾌했다. [이 책은 싹수가 없어요. 깊이 없는 인물들이 독자를 짜증 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사랑 이야기가 너무 천박하고 시시하네요. 아무도 사 보지 않을 거예요. 음란한 상상만 자극할 뿐 일고의 가치도 없어요.]
“그게 20만 부 팔렸어요.” 바움이 말했다. “지금 영화로 제작되고 있고요. 우리가 낸 책 중에 제일 히트 친 거예요. 잊지 않으려고 벽에 걸어놨어요.”
-37~38쪽

“넘치기보단 부족한 것이 낫다”
생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설터의 문장

설터를 읽는 큰 기쁨 중 하나는 그가 소소한 인물들의 삶에 뛰어드는 방식에 있다. 누군가 어떤 순간 행동을 하기까지 그리는 데 고작 몇 개의 문장을 사용해서는 그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그러고선 그들이 존재하도록 내버려둔다. (…) 그 문장들은 시간 자체를 팽창 그리고 수축시키는 것 같다.
-《에스콰이어》

제임스 설터의 또 다른 대표작 『가벼운 나날』을 읽고 작가 줌파 라히리는 “넘치기보단 부족한 게 낫고, 글이 원액이 되도록 졸여야 한다고 제임스 설터에게 배웠다”라고 《파리 리뷰》 기고에서 말했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인물 간의 갈등과 그 해결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 것은 제임스 설터 글쓰기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고, 내뱉으려다 삼킨 말이 더 진솔하고 풍성할 수 있음을 제임스 설터는 마지막 소설 『올 댓 이즈』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만남은 우연히 촉발될 수 있으며, 인연이 끝나는 이유는 다양하고 또 미묘하다. 제임스 설터는 쉽게 재단할 수 없는, 그러한 인연으로 가득 찬 삶을 말을 아껴 그려낸다. 그의 인물들은 말해지지 않은 여백 안에서, 그리고 독자의 머릿속에서, 나름의 이유와 방식으로 생생하게 살아가다가, 책장을 덮으면 어디선가 잘들 살고 있을 것처럼 아련

작가정보

저자 제임스 설터는 미국 소설가이다.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전, 비행 중대장까지 지냈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헌터스 The Hunters』(1957)를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 작가로 데뷔했다. 1967년 『스포츠와 여가』가 “사실적 에로티즘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한동안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영화 《다운힐 레이서 Downhill Racer》(1969)와 《어포인트먼트 The Appointment》(1969)의 시나리오를 썼고, 《세 타인들 Three》(1969)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1975년 『가벼운 나날』을 발표, 또 한 번 큰 호평을 받았다. 작가 브렌던 길은 “생존 작가 중 『가벼운 나날』보다 아름다운 소설을 쓴 작가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밝혔고, 줌파 라히리는 “이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 말했다. 1988년 펴낸 단편집 『황혼 Dusk and Other Stories』으로 이듬해 펜/포크너상을 받았으며, 시집 『스틸 서치 Still Such』(1988), 자서전 『버닝 더 데이즈 Burning the Days』(1997)를 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단편집 『어젯밤』(2005)을 발표해 “삶이라는 터질 듯한 혼돈을 누구도 설터처럼 그려내지 못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외 작품으로 소설 『암 오브 플레시 The Arm of Flesh』(1961, 개정판 2000년 『캐사다 Cassada』), 『솔로 페이스 Solo Faces』(1979), 여행기 『그때 그곳에서 There and Then』(2005), 부부가 함께 쓴 에세이『위대한 한 스푼 Life is Meals』(2006) 등이 있다. 2013년 소설 『올 댓 이즈』를 발표해 언론으로부터 “더없을 위업” “설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등 많은 극찬과 주목을 받았다. 2012년 펜/포크너 재단이 뛰어난 단편 작가에게 수여하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캠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5년 6월, 뉴욕 주 새그하버에서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역사 및 이론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영국 셰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올 댓 이즈』 『쿠엔틴 타란티노』 『맞서는 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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