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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 김남주 옮김
마음산책

2015년 09월 08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6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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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69MB)
ISBN 9788960902329
쪽수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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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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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를 솔직하게 표현한 에로티시즘
『스포츠와 여가』는 제임스 설터의 통산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마음산책이 출간하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1967년 발표되어 ‘제임스 설터’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60년대 초반에 제임스 설터가 프랑스에서 겪었던 일이 모티프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도 60년대의 어지러운 세파가 미치지 않던 작은 마을 오툉에서의 애정사를 현실과 상상과 기억을 정교하게 뒤섞어 오묘하고 은밀한 꿈처럼 그렸다. 사실적인 성 묘사로 한동안 출판사를 찾지 못하다가 '파리 리뷰'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지 플림턴을 만나 가까스로 출간된 일화가 있다.

서른네 살에 규범화된 삶을 살아온 ‘나’는 기차를 타고 프랑스의 작은 마을 오툉에 있는 친구의 저택을 찾는다. 친구의 권유로 머물게 된 빈집에서 그는, 몇 장의 사진으로 남은 이곳에서의 과거를 바탕으로 기억을 혹은 상상을 재구성해나간다. ‘나’는 잘생기고 수재인 미국 청년 필립 딘을 친구의 파티에서 만났다. ‘나’의 기억 속에서 필립 딘은 일찌감치 예일대를 그만두고 유럽과 남미를 여행한 자유분방한 청년이다. 52년형 들라주를 몰며 어디서나 고유한 매력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필립 딘에게 ‘나’는 호감을 갖게 되고, 그의 사생활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나’와 필립 딘은 열여덟 살에 불과한 아름다운 카페 종업원 안마리 코스탈라를 만난다. 필립 딘은 그런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끌리고, 그녀를 꾀어 육체를 나누고, 언제고 끝나지 않을 듯 현재에 충실한 깊고 관능적인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둘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사랑은 현실이 되어간다. 가족을 소개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안마리의 적극적인 태도에 필립 딘은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그는 사랑 뒤에 부과될 책임이 버거워 결국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필립 딘과 안마리의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건 어디까지나 제3자인 ‘나’다. 소설이 끝나도록 자신을 밝히지 않는 화자 ‘나’는, 필립 딘과 안마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현재형의 화법으로, 연인의 한없이 내밀한 일들까지 머릿속에서 그려나간다.
저자는 평범한 애정사로 보일 수 있을 필립 딘과 안마리 코스탈라의 관계를 제3자의 상상으로써 전달하며, 몸은 그 자체로 고유한 언어이자 교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몸을 단지 관능의 매개물로만 다루지 않는 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살을 부딪는 일은 때로 천 마디 말보다 깊은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일이며,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이러한 교감마저 저버릴 만큼 알 수 없이 스러져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여자애는 뒷좌석에, 사내 둘 사이에 앉는다. 그 의미는…… 나는 정말이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어둠 속에서 나직하고 정중하게 어떤 제안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릴케가 말했듯이 인생 초년생을 위한 학교는 없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받는 질문이 대답하기 가장 어렵다. 그래도 이 흑인 사내들은 그렇게까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이제까지 내가 들은 바로는 아주 상냥하고 아주 부드럽다. 그들은 그 여자애한테 현재 지닌 모든 돈을, 문자 그대로 털어줄 것이
다. 그들은 멍청할 정도로 관대하다. 나는 그런 그들이 부럽다.
-64쪽

몇 가지 것들을 나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 기억한다. 양복 주머니에 넣고 잊어버린 동전처럼 시간이 흘러 조금 퇴색한 것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부들은 오래전에 변형되었거나 재편되어 다른 세부들이 전면에 드러났다. (…) 무수한 과거가 우리에게 들어왔다가 사라져간다. 다만 그 안 어딘가에 다이아몬드처럼 소비되기를 거부하는 파편들이 존재할 뿐이다. 용기를 내어 그것들을 수집한다면 우리는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70쪽

내가 본 것들, 발견한 것들, 꿈꾼 것들이 있는데 이제 그것들을 더는 구별할 수가 없다. 다만 내 꿈은 은밀히 얻은 그 모든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니,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꿈이란 가장 순수한 상태의 직관이므로. 꿈이 없다면 사실들은 실에 꿰지 않은 구슬처럼 한낱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꿈은 빗속에서 검게 빛나는 프랑스식 철제 울타리만큼이나 진실하고 명료하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진실할 것이다. 꿈이란 모든 실재의 골격이므로.
-76쪽

나는 이 시점부터 그들이 일찌감치 모든 것을 다 알아채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잃고 사이가 냉랭해지기 시작하리라고 어느 정도는 차분히 예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행위가 서론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성적으로 잘 맞는 커플의 경우 종종 그렇다─나는 정확한 암호를 찾는다, 마치 금고의 비밀번호처럼 그것으로 모든 것을 열기 위해서.
-85쪽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서로 몸을 붙인 채 오랫동안 누워 있다. 그들을 결합시켜 주는 게 그런 몸의 대화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그 잔인함이 그들을 사랑으로 이끈다.
나는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앙리 4세가 루아얄 광장과 퐁뇌프 다리를 세우며 파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나는 그 줄을 읽고 또 읽는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만,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아무 말도. 내가 가진 것은 다만 통나무처럼 무거운 문장들뿐.
-87쪽

“결혼하지 않고 사는 건 어때” 그녀가 묻는다.
딘은 변화무쌍하다. 그는 자신의 근육과 치아를 의식하고 있다. 생기에 흠뻑 젖어 있는 듯하면서도 상당히 차분하다.
“천천히 해.” 그녀가 말한다.
“위.(그래.)”
그의 헌신은 완전하다. 그는 그녀가 없는 삶에 대해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혼돈스러워하기 시작한다. 그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음을 알지만,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답처럼 그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다.
-162쪽

우리는 영웅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영웅을 창조해야 한다. 우리의 선망, 우리의 헌신을 통해 그들은 실제가 된다. 우리 자신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그 힘을, 그 장엄함을 영웅들에게 주는 것은 바로 우리다. 그러면 그들은 보답으로 우리에게 그 힘을 얼마간 돌려준다. 그들, 이 영웅들은 꼭 우리처럼 필멸의 존재다. 영원하지 않다. 바랜다. 사라진다. 추월당하고 잊힌다─더 이상 그들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없다.
-262쪽

“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를 알린 대표작
프랑스를 배경으로 정교하게 세공한, 쓸쓸한 포르노그래피

〈가디언〉지는 2013년에 (다작이 아닌) 제임스 설터를 두고 “필립 로스와 존 업다이크가 유명한 방식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단하다고 일컬어지는 부류의 미국 작가”라며 “작가들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다시 언급했다. 어쩌면 제임스 설터는 아직 그들만큼의 유명세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매우 유명하고 단단한 지원군을 둔 작가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수전 손택은 제임스 설터를 “독서의 강렬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에게 특히 어울리는 작가”라 칭송하며 “전작을 탐독하고 싶고,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이 초조하게 기다려지는 작가”라고 말했고, 줌파 라히리는 “작가로서 그의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 말했다. 필립 로스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리처드 포드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제임스 설터가 오늘날 미국 최고의 문장가라는 사실은 일종의 신념과 같다”라고 이야기했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명비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제임스 설터는 한 문장으로 개인사의 모든 면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가 여느 수식어나 찬사보다 확실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임스 설터의 위상을 치켜세운다.
『스포츠와 여가』는 제임스 설터의 통산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마음산책이 출간하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1967년 발표되어 ‘제임스 설터’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60년대 초반에 제임스 설터가 프랑스에서 겪었던 일이 모티프가 되었다.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도 60년대의 어지러운 세파가 미치지 않던 작은 마을 오툉에서의 애정사를 다룬다. 이야기를 이끄는 건 서른넷의 남성으로 친구의 집을 빌려 얼마간 오툉에 머물게 된 ‘나’다. 그는 오툉에서 예일대를 중퇴한 스물넷의 미국 청년 필립 딘과,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는 열여덟 살의 가난한 프랑스 처녀 안마리 코스탈라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고, 이들의 만남과 사랑, 이별을 모두 마주한다. 육체에 이끌려 사랑과 결혼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일이 권태와 이별로 엇나가기까지의 모든 행로를, 화자인 ‘나’는 직접 목격한 일인지 상상인지 모를 이야기로 그려나간다. 끝까지 익명으로 남아 있는 화자의 관찰 (혹은 상상) 속에서 필립 딘과 안마리 코스탈라는, 여느 애정보다 진하고 육체적이지만 끝이 예감되는 쓸쓸한 사랑을 나눈다. 이것을 제임스 설터는 현실과 상상과 기억을 정교하게 뒤섞어 “오묘하고 은밀한” 꿈처럼 그렸다.
『스포츠와 여가』는 사실적인 성 묘사로 한동안 출판사를 찾지 못하다가 <파리 리뷰>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지 플림턴을 만나 가까스로 출간된 일화가 있다. 하지만 성 묘사가 이 소설의 장치일 뿐이라는 건 “에로틱 리얼리즘의 걸작”이라는 <뉴욕타임스>의 리뷰만으로도 알 수 있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를 통해 이 소설을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롤리타』가 나보코프에게 차용된, 매력적으로 천박한 미국에 바친 발렌타인 카드 같은 것이라면, 『스포츠와 여가』는 설터가 그의 프랑스에 보내는 발렌타인 카드다.
-조이스 캐롤 오츠

제3자가 되뇌는 어떤 연애사
사실과 상상을 오가며 그리는 덧없는 사랑

이 글은 오툉에서 찍은 사진들에 부친 메모다. 그저 메모로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뭔가 다른 것,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을 서술하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이 사건은 오직 내게만 의미 있는 것이지만 더는 감추지 않으련다. 그 시간은 과거가 되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내가 오툉이라고 했지만 사실 오세르가 될 수도 있었다. 여러분도 분명히 이런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저 내 마음속에 들어왔던 세부를, 내 살을 찢어버릴 수 있었던 파편을 기록할 뿐이다.
-21~22쪽

서른네 살에 규범화된 삶을 살아온 ‘나’는 기차를 타고 프랑스의 작은 마을 오툉에 있는 친구의 저택을 찾는다. 친구의 권유로 머물게 된 빈집에서 그는, 몇 장의 사진으로 남은 이곳에서의 과거를 바탕으로 기억을 혹은 상상을 재구성해나간다. 화자인 ‘나’의 기억은 잘생기고 수재인 미국 청년 필립 딘과, 젊고 아름다운 프랑스 처녀 안마리 코스탈라의 사랑에 가닿는다.
‘나’는 필립 딘을 친구의 파티에서 만났다. ‘나’의 기억 속에서 필립 딘은 일찌감치 예일대를 그만두고 유럽과 남미를 여행한 자유분방한 청년이다. 52년형 들라주를 몰며 어디서나 고유한 매력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필립 딘에게 ‘나’는 호감을 갖게 되고, 그의 사생활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야생마 같은 그의 자유로움과 젊음, 성적 매력에 대한 부러움을 품고서.
어느 날 ‘나’와 필립 딘은 열여덟 살에 불과한 카페 종업원 안마리 코스탈라를 만난다.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로 보이지만 십 대의 나이에 흑인 미군을 애인으로 두었을 만큼 세상을 텄고, 굴을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가난한 여자다. 필립 딘은 그런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끌리고, 그녀를 꾀어 육체를 나누고, 언제고 끝나지 않을 듯 현재에 충실한 깊고 관능적인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둘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사랑은 현실이 되어간다. 가족을 소개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안마리의 적극적인 태도에 필립 딘은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그는 사랑 뒤에 부과될 책임이 버거워 결국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필립 딘과 안마리의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건 어디까지나 제3자인 ‘나’다. 소설이 끝나도록 자신을 밝히지 않는 화자 ‘나’는, 필립 딘과 안마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현재형의 화법으로, 연인의 한없이 내밀한 일들까지 머릿속에서 그려나간다. 사진처럼 기억처럼, 이따금은 맥락 없이 이야기되는 한 연인의 은밀한 개인사. 무엇이 들은 이야기이고 목격한 이야기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화자인 ‘나’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가끔씩 불쑥 끼어드는 과거형의 문장들에서 상상의 균열을, 화자의 욕망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인의 일상을 좇는 동안, 독자는 사랑의 흥망성쇠를 함께한다. 세상을 태울 듯 일순간 달아올랐다가 끝을 모르고 식어가는 권태까지도.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서로 몸을 붙인 채 오랫동안 누워 있다. 그들을 결합시켜 주는 게 그런 몸의 대화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그 잔인함이 그들을 사랑으로 이끈다.
나는 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앙리 4세가 루아얄 광장과 퐁뇌프 다리를 세우며 파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나는 그 줄을 읽고 또 읽는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만,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아무 말도. 내가 가진 것은 다만 통나무처럼 무거운 문장들뿐.
-87쪽

그녀가 임신을 하면 어떡하나, 그는 생각한다. 무거운 구름 아래쪽이 납처럼 짙다. 그 생각은 가만히 다가왔지만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는 감히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문득 그는 자신이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그런데 그녀가 아기를 낳는다면 그는 어떡해야 하는가? 간단히 떨치고 떠나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두 발이 차가워진다. 두 뺨이 건조한 걸 느낀다. 오후의 한기가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와버린 것 같다. 그녀는 저 아래 물가를 따라 걷고 있다. 딘은 이 일이 어떻게 끝날까를 생각하며 둑 위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130쪽

작가 자신이 꼽은 ‘기억에 남을’ 작품
몸의 언어를 솔직하게 표현한 에로티시즘

제임스 설터는 평범한 애정사로 보일 수 있을 필립 딘과 안마리 코스탈라의 관계를 제3자의 상상으로써 전달한다. 사랑은 환락과 같은 속성이 있다. 사랑은 현실에 마모되게 마련이고, 결국 남는 건 빛처럼 환하지만 실체가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순간들로 파편화된 판타지뿐이다. 이처럼 과거의 일이 되고 타자화되어야만 발견되는 뒤늦은 가치. 그래서 사랑은 덧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제임스 설터는 『쿠란』의 구절을 빌려와 이야기한다.

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
-『쿠란』 57장 「무쇠의 장」

제임스 설터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을 두 작품을 꼽아달라는 요구에 『가벼운 나날』과 『스포츠와 여가』를 들었다. 『스포츠와 여가』는 그만큼 제임스 설터의 애착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출간하고 사실적인 성 묘사 때문에 평단과 독자의 호불호가 갈린 것을 두고 제임스 설터는 이렇게 말했다.

“에로티시즘은 이 소설의 중심이고 본질입니다. 그건 분명해요. 로르카의 말을 빌리자면 난 이 소설이 음란하되 순수하고, 어떤 면에선 말로 나타낼 수 없으면서도 억누르기 힘든 것들을 묘사했으면 싶었어요.”
-제임스 설터,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스포츠와 여가』는 몸을 단지 관능의 매개물로만 다루지 않는다. 정신과 육체 중 어느 한쪽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몸은 그 자체로 고유한 언어이자 교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살을 부딪는 일은 때로 천 마디 말보다 깊은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일이며,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이러한 교감마저 저버릴 만큼 알 수 없이 스러져갈 수 있음을 『스포츠와 여가』는 보여준다

작가정보

저자 제임스 설터(James Salter)는 미국의 소설가.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전, 비행 중대장까지 지냈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헌터스(The Hunters)』(1957)를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 작가로 데뷔했다. 1967년 『스포츠와 여가』가 “사실주의적 에로티즘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한동안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영화 <다운힐 레이서(Downhill Racer)>(1969)와 <어포인트먼트(The Appointment)>(1969)의 시나리오를 썼다. 1975년 『가벼운 나날』을 발표, 또 한 번 큰 호평을 받았다. 작가 브렌던 길은 “생존 작가 중 『가벼운 나날』보다 아름다운 소설을 쓴 작가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밝혔고, 줌파 라히리는 “이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88년 펴낸 단편집 『황혼(Dusk and Other Stories)』으로 이듬해 펜/포크너상을 받았으며, 시집 『스틸 서치(Still Such)』(1988), 자서전 『버닝 더 데이즈(Burning the Days)』(1997)를 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단편집 『어젯밤』(2005)을 발표해 “삶이라는 터질 듯한 혼돈을 누구도 설터처럼 그려내지 못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외 작품으로 소설 『암 오브 플레시(The Arm of Flesh)』(1961, 개정판 2000년 『캐사다[Cassada]』), 『솔로 페이스(Solo Faces)』(1979), 여행기 『그때 그곳에서(There and Then)』(2005), 부부가 함께 쓴 에세이『위대한 한 스푼(Life is Meals)』(2006) 등이 있다. 2013년 소설 『올 댓 이즈(All That Is)』를 발표해 언론으로부터 “더없을 위업” “설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등 많은 극찬과 주목을 받았다. 2012년 펜/포크너 재단이 뛰어난 단편 작가에게 수여하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캠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역자 김남주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해왔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로맹 가리의 『여자의 빛』 『솔로몬 왕의 고뇌』 『가면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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