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따라 흘러온) 내 나이 칠십

홍기정 지음

스토리클래스 2015년 08월 2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어릴적 간난이라 불리던 한 계집애가 이제 반백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꼭 너같은 딸을 낳으라'는 엄니의 말씀처럼 딱 자신을 닮은 딸을 낳았고 시간이 흘러 그 딸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그 옛날 천방지축 간난이를 할머니라 부르는 작은 아이는 엄니 대신 아픈 간난이 옆에 누워 입안에 사탕을 넣어주며 아프지 말라고 속삭일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순간만다 문득 떠오르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이 되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식구들 끼니 잇느라 손발이 검도록 일하신 어머니, 아득한 기억 저멀리 뒤져보아도 흐릿한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아버지, 감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만큼 어려워했던 오라버니, 하루종일 귀찮을정도로 졸졸 쫓아다니던 남동생, 그리고 사고뭉치 친구들.
먹을 것, 입을 것 어느 것 하나 풍족하지 않았지만 실컷보고 즐겨도 마르지 않는 넉넉한 하늘이 있는 그리운 고향, 우리집의 추억 보따리를 이 책에 풀어볼까 합니다.

목차

엄니, 엄니, 그리운 우리 엄니
#1. 우리 엄니
#2. 내 이름은 간난이
#3. 세상에서 제일 값진 설빔
#4. 쪽 머리
#5. 우리 엄니의 빨간 내복
#6. 가여운 우리엄니
#7. 풋대추가 붉게 익을 무렵이면
#8. 명약
#9. 솜이불
#10. 오라버니
#11. 아침밥과 엄니

옛날, 옛날, 어린 시절에는
#1. 산나물
#2. 소끙개
#3. 새봄
#4. 박꽃
#5. 할머니와 수박
#6 . 메주
#7. 길쌈
#8. 골말집
#9. 동생
#10. 꽈리
#11. 물고싸움
#12. 보리 베기
#13. 수수밭
#14. 숨바꼭질
#15. 잠자리구이a
#16. 콩깍지 방석
#17. 산골 외딴집
#18. 화롯불
#19. 우는 연습
#20. 아주까리
#21. 고무신
#22. 사랑방
#23. 여물썰기
#24. 콩나물 시루
#25. 섣달그믐
#26. 겨울 꿩약콩
#27. 겨울밤
#28. 학벌

하루, 하루, 귀촌보금자리
#1. 내리사랑
#2. 첫겨울
#3. 봄나물
#4. 벌레 우는 밤
#5. 늦가을
#6. 겨울눈
#7. 우리 집 가꾸는 꿈
#8. 우리 집
#9. 우리 마당
#10. 여름밤
#11. 도마소리
#12. 우리 동네
#13. 후회
#14. 엉망 마당
#15. 오이냉국
#16. 울타리 콩
#17. 개똥수박
#18. 소란스런 새벽
#19. 칠석
#20. 배웅
#21. 결혼기념일

알록달록, 사계절
#1. 먼저 가는 목련
#2. 목련꽃
#3. 목련과 시숙님
#4. 제비집
#5. 사랑의 그늘
#6. 오야
#7. 맞선
#8. 실패
#9. 가을 풍경
#10. 깊어가는 가을

쉬엄쉬엄, 우리 밭에서
#1. 강아지구름
#2. 가뭄
#3. 신선놀음
#4. 버찌
#5. 야속한 비
#6. 샘물
#7. 마늘 수확

애지중지, 나의 애물단지들
#1. 강낭콩
#2. 철쭉 지유
#3. 6살 손녀 지유
#4. 허리수술
#5. 봉숭아꽃물들이기
#6. 친손녀 민지
#7. 생일 선물 바구니
#8. 나의 영원한 애물 단지
#9. 이 망할 너？ 세상아

책 속으로

살점 하나 없는 가여운 어머니는
정작 삼베옷을 입혀 차가운 땅속에 모시고
나는 춥다고 얼어 죽을까봐 어머니의 빨간 내복을 입었으니
자식 된 도리로 어찌나 마음 아프고 부끄럽던지

-'#빨간 내복'에서


찬 바닥에 금잔디 이불 덮고 계시는 데
철딱서니 없는 칠순 앞둔 딸은
목화솜이불 덮고 따뜻해서 좋아라고
행복했던 시절에 어머니 체온이라 여기며
겨울을 지내려고 합니다.

-'#솜이불'에서


제가 32살 때 지유엄마를 낳았는데
지유엄마가 32살에 지유를 낳았습니다.
32년 차이 3대가
등잔불 아닌 전등불빛 아래 아주까리 잎 대신 비닐 랩에
무명실로 곱게 봉숭아물을 들이며
유난히 무덥던 여름을 보냅니다.

-'#봉숭아 꽃물 들이기'에서


저녁에 침대에 누우면
제가 지유 재우느라고 불러주었던 섬집 아기 노래를
어젯밤에는 저를 토닥토닥 하면서 불러주더군요.
잠들기 전에 비밀이라면서
할머니가 수술하고 깨어나면서
지유만 계속 불러서 슬펐다고 다시는 아프면 안 된다고 합니다.

-'#허리수술'에서

출판사 서평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 담긴 추억의 보따리를 마음에 안고 삽니다. 사람마다 다른 색깔과 모습을 가진 보따리 속에서 누구나 빼놓지 않고 들어 있는 건 바로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처음 접하는 세상에서 때타지 않은 가장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기에 가족, 친구들과 얽힌 나의 이야기는 추억의 가장 중요한 한 귀퉁이를 차지합니다.
이 책에서도 '추억'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여러 에피소드와 생각을 정리하고 있지만 가장 큰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재는 어머니, 오라버니, 동생에 대한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입니다. 이른 아침이면 '아이구, 구찮어.'를 외치며 선잠을 떨치고 일어나 집안 일, 농사일에 다른 집 품앗이까지 마치고서야 어둑한 밤중에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갈 때면 함께 마음이 먹먹해짐이 느껴지고, 고개들어 눈 한 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오라버니의 털코트를 뜯어 용감하게도 자신의 설빔을 만드는 모습이나 동생들 데려가면 함께 노는 동무들이 껴주지 않을까 돌팔매를 휘두르며 동생을 떼어나는 모습에서는 지금은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갓난이의 말괄량이 모습이 그려져 입가에 미소가 집니다.
왜그리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형제들과 아웅다웅하며 보냈는지…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함께 공유해 봅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홍기정

1946년 8월 13일 생.
늦은 나이에 컴퓨터를 배우다가 우연히 한 팬 카페에 하나, 둘씩 사는 이야기를 남기게 된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마음이 담긴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고, 삶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것이 살아가는 행복이라 여긴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 남매를 두고 있으며, 두 남매가 낳은 토끼 같은 손녀, 손자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2015년 8월 ‘세월 따라 흘러온 내 나이 칠십’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