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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중에서 사냐고 묻거든

정찬주 지음
비채

2015년 05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1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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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15MB)
ISBN 978899434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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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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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찬주의 『왜 산중에서 사냐고 묻거든』. 대학을 졸업한 후 20여 년간 교사와 출판편집자로 살아오던 저자는 어느 날, 40세에 접어든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솔숲이 있는 산중에 집을 짓고, '무욕(無慾)'의 글을 쓰면서 참모습을 찾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정리했다. 그후, 마음속에 그리던 전라남도 산중에 집을 짓고 초보 농사꾼이 되었다.

이 책은 전라남도 산중에서 6년째 글을 쓰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산중에서 살면서, 도시 생활에 휘둘리느라 잃어버린 참모습을 찾아가는 저자를 따라간다. 불교에서 전해지는 '온몸으로 살고 온몸으로 죽어라(生也全機現 死也全機現)'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서, 농부처럼 감자 등의 농사를 짓고, 자연과 우주의 율동과 교감하며, 명상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과 마주하는 저자의 기쁨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전체컬러.
봄-밭에 씨뿌릴 날이 기다려지네
깨달음이 있는 밭
소에게 품삯을 주다
뒷산에 더덕을 심은 뜻은?
방에 걸어 둔 호미
삼수생 손님
농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봄은 가지마다 무르익었네
이불재 이야기
사람을 진정 그리워하리
이팝나무 꽃을 기다리며
종이컵 연등
따뜻한 밥을 올리듯
대원사 가는 길

여름-밭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밭은 치열하다
연못가에 지은 차실
새들아, 함께 살자꾸나
연꽃과 같이
깊은 산이 흰 구름 보고 미소하네
외로움이 힘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
비 오는 날의 연꽃
이불재 새 식구
그리운 태백산
연못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꽃 도반들
산중 가족들의 여름나기
가랑비 오는 날에 책을 읽다
여름날의 수행

가을-잉걸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고구마를 보고 깨닫는다
까다로운 고추와 뚝심 좋은 호박
잘 커준 감나무야, 나도 고맙다
분수를 지키는 산중 가족
땅콩 캐는 날
그대의 참모습은 무엇인가
보현이에게
산중 풍경
나를 시들게 하는 것들을 경계하다
불일암 풍경도 안녕하시다
차나무는 강하다

겨울-산중에는 겨울에도 미소가 있네
콩 한 알에 스민 햇볕과 비바람
된서리는 뭇 생명을 성숙케 한다
수험생이여, 동백나무를 보라
미소 짓게 하는 무당벌레
발자국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목탑에 어린 산사의 추억
따분하긴요, 나무랑 새가 친군데…
난로처럼 훈훈한 산중 겨울
문수 집을 짓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부처이다
삶이 힘겨운 분들께

봄-밭에 씨뿌릴 날이 기다려지네
지금 내 방에는 호미 한 자루가 걸려 있다. 산중 처소를 찾은 손님들은 창고에 있어야 할 호미가 방에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한다. 이 호미는 올 한 해 동안 나를 시도 때도 없이 감시할 것이다. 산골 마을의 농부들이 일할 때 호미는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고 내게 물음을 던질 것이다.
올 한 해는 방에 걸어둔 호미를 스승 삼아 농부들이 말없이 논밭을 갈 듯 글밭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구려고 한다. 가슴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웃게 하는 그런 글이 참된 글이라고 늘 다짐하려 한다.

여름-밭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수행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그저 움직이지 않고 고요히 자기를 돌아보는 것만도 훌륭한 수행이라고 믿는다. 더우면 더위 속으로 들어가라는 금언도 사실은 더위를 핑계 삼아 있는 그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다행히 빗발이 멎어 산중 처소를 떠나 오솔길을 오르는데 꿩들이 소리치며 날아오른다. 꿩들이 먹을 것이 궁했나 보다. 고추밭에 내려와 매운 고추까지 따먹고 있다.

가을-잉걸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올해 호박 농사는 풍년이라 할 만하다. 호박국을 수시로 끓여 먹고도 친척이나 친구더러 가져가게 하고 아내가 내려오면 서울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물론 호박씨를 얻을 셈으로 남겨둔 호박도 있다. 대문 앞에 있는 호박인데 의자 같은 받침대 위에서 꿈쩍 않는 녀석을 보면 엉덩이가 무거운 절구통이 생각난다. 녀석은 묵묵히 앉아 버티는 것이 장기인 모양이다. 자신의 몸에 씨를 가득 남기기 위해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 뚝심 좋은 호박을 닮고 싶다.

겨울-산중에는 겨울에도 미소가 있네
기분 좋은 긴장 속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눈을 툭툭 터는 소리가 들린다.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농부와 돼지를 많이 기르는 농부와 그의 아내가 와 있다. 아래 절에 왔다가 산중 처소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차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곧 내려갔는데 농부의 아내가 큰 봉투를 하나 놓고 간다. 열어 보니 고춧가루와 깨와 말린 토란 줄기이다. 또 다른 농부는 버섯을 가지고 오려 했으나 아직은 덜 자라서 빈손으로 왔다고 겸연쩍어 한다. (중략) 눈보라 치는 날에도 산중 처소는 조개탄 난로처럼 훈훈하기만 하다.

남도 산자락에서 글쓰고 농사 짓는 소설가 정찬주!
그가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산중의 소박한 삶

산중에서 글쓰고 농사 지으며 산 지 여섯 해
사람들은 묻는다. 왜 산중에 사느냐고, 외롭지 않냐고?
대학을 졸업한 뒤 20년 넘게 교사와 출판편집자로 혹은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던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초로의 나이를 맞이한 자신을 보게 된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꿈 하나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바람이 스치는 대숲과 솔숲이 있고, 가까운 곳에 물소리가 들리는 작은 개울이 있으며, 차나무를 심는 이웃이 살고 있는 곳에 조그만 집을 지어 무욕(無慾)의 글을 쓰며 진정한 ‘나’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그렇게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초보 농사꾼으로 들어앉은 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저자는 한 해 두 해 농사일을 익히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초보 농사꾼 티를 조금씩 벗어간다. “옥수수 씨를 한 곳에 두세 개씩 뿌리소. 눈 밝은 꿩이나 산비둘기가 주워 먹으니 그 정도는 뿌려야 나중에 자네도 옥수수 맛을 볼 것이네.” “뿌리가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잔가지를 많이 쳐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무가 삽니다.” 이웃 농부들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삼아 흙과 어우러져 사니 절로 농사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
농사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해도 매년 봄이면 파종한 씨앗이 싹트는 순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고추 모종 한 모가 가을날 풍성한 붉은 고추를 안겨주는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 땅과 노동이 이루어낸 신비한 결실임을 또한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한 걸음씩 농부의 삶을 익히는 그가 닮고자 하는 삶의 구경(究竟)은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달고 논밭에서 묵묵히 일하는 구씨 어른이다. 구씨 어른은 한 번도 글을 배운 적이 없지만 수행자나 철학자가 무색할 정도로 순리대로 욕심없이 곱게 사시는 분이다.
산중의 넉넉한 인심은 저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마을 농부들은 누가 쟁기질 하는 것을 보면 한두 고랑 갈아주거나 우스갯소리라도 한두 마디 건네주고 간다. 또한 고춧가루, 깨, 토란 줄기, 버섯 등 자신들이 가꾸고 거둔 것을 기꺼이 나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산중 사람들의 순박한 나눔이다. 그의 처소를 찾는 손님들은 무슨 낙으로 산중에서 혼자 사느냐고 종종 묻는다. 그는 이들에게 산중 삶이 주는 충만함을 온전히 전할 길이 없다. 사람이 입을 다물면 자연이 입을 연다는 금언처럼 그는 사람이 드문 산중에 살기 때문에 수많은 유무정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처소 주위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새, 나무, 흙, 햇볕, 새벽별, 바람, 물소리, 모두가 가족이고 반가운 이웃이다.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맞추고 입맞추는 것, 그리하여 다시 ‘나’를 바로 보는 것, 이것이 산중 생활이 안겨주는 지극한 기쁨이다. 그는 이들과 하나되어 사립문 활짝 열고 넉넉하게 마음을 풀어놓고 산다.
작물들이 자라는 밭에서 치열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자연과 조우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온전한 삶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는 산중의 삶. 이것이 어찌 남는 살림살이가 아니겠는가.

작가정보

저자(글) 정찬주

저자 정찬주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20년 넘게 교사와 출판편집자로 혹은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다 초로의 나이에 문득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꿈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느끼고 산중으로 들어갔다. 남도 산자락에 집을 짓고 초보 농사꾼으로 들어앉은 지 올해로 6년이 된 그는 흙을 만지고 자연과 조우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온전한 삶에 대한 명상과 사색을 놓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만행≫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나를 찾는 붓다 기행≫ ≪선방 가는 길≫ ≪다인기행≫,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 등이 있다.

그림 김양수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를 공부했으며, 국내에서 개인전을 13회 개최하였다. 지금은 동국대와 성신여대에 출강하면서 적염산방에서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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