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책나무e숲 세계문학 33)

도스토옙스키 지음

금성출판사 2008년 01월 1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846년, 중편 소설 〈가난한 사람들〉의 원고를 완성해 놓았던 도스토옙스키는 불안한 마음으로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비사리온 벨린스키에게 이 원고를 보냈습니다. 벨린스키는 이 무명의 청년 작가를 불러 주인공의 숨겨진 본성을 밝혀 내는 예술적 재능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가 크게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 아니어서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벨린스키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벨린스키는 이 작품을 러시아 최초의 사회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고아 소녀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다운 애정으로 감추고, 그 애정을 감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면서 존경을 얻으려고 애쓰는 가난하고 늙은 관리의 절망적인 노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사랑에 빠진 가난한 사람들, 당시의 처참한 사회 상황에 희생된 사람들의 희망과 노력이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보여 줍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를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게 한 처녀작입니다. 이 작품은 그가 군에서 제대한 1844년 10월부터 그 이듬해 4월까지 여러 차례 수정한 후에 완성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페테르부르크의 초라한 뒷골목에 사는 47세의 가난한 하급 공무원인 제부시킨과 가난하고 병약한 고아 소녀 바르바라 도브로쇼로바(일명 바렌카)가 봄(4월8일)부터 초가을(9월30일)까지 주고받은 55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편지들에는 자신들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현재의 가난한 생활 모습, 가난하게 된 원인, 부자와의 관계와 가난한 이웃들에 관해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제부시킨이 바르바라에게 쏟은 부정 같은 사랑은 연정으로 바뀌지만, 그가 병약한 그녀를 가난에서 끝내 구해 주지 못하자, 바르바라는 사랑하는 제부시킨을 포기하고 부자인 부이코프와 결혼하여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치 봄에 핀 꽃이 제대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하여 가을에 열매다운 열매를 못 맺고 떨어져 버리는 아쉬움같이, 대도시의 빈민굴 같은 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사는 선량한 두 영혼 사이에 싹튼 사랑이 끝내 여물지 못하고 끝나 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이 러시아 문단에서 열광적으로 환영을 받은 이유는, 도시 생활의 어두운 모습과 가난한 사람들의 불행한 삶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그들의 비극적 삶을 예술적으로 재창조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도시의 뒷골목에 사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고독과 굴욕을 호소하고, 그들의 사회적 비극과 그들 속에 숨어 있는 인간적인 자부심과 인간성의 발로 및 심리적 갈등을 파헤침으로써, 사실주의적 휴머니즘의 향기 높은 걸작으로 격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또 다른 대작인 《죄와 벌》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서구주의자로 출발한 작품인 데 반해 《죄와 벌》은 천박한 서구주의자의 실패를 그려 슬라브주의 소녀가 더 숭고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즉, 19세기 중엽 ‘강력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희생시키고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이른바 서구 합리주의 사상의 유입에 따라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의 소녀 바르바라는 경제력에 굴복당하는 여인으로, 《죄와 벌》의 소냐는 서구주의에 물들어 있는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하는 승리자로 대비하여 설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작품 내용을 잘 알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의 제목이 무슨 뜻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제목은 작가가 정한 것이고, 또한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어떤 사상이나 의도를 그 속에 숨겨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제목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잘 파악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먼저, 가난하다는 뜻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누구일까,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어떠할까, 부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 될까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목차

가난한 사람들 ■ 9

작가 소개 ■ 260
작품 소개 ■ 261

작가정보

저자(글) 도스토옙스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모스크바의 빈민 구제 병원 의사의 차남으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도시의 가난한 환경에서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문학 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모스크바의 한 기숙학교에서 초등교육을 마친 그는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육군 공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종종 군사 훈련과 축성술 수업을 몰래 빠져나가 러시아 문학을 비롯한 유럽 문학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때 읽은 통속소설은 폭력과 범죄를 다루는 그만의 특별한 감각을 키워 주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소년 시절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피살, 간질병의 발작, 청년 시절 급진파 클럽에 연루되어 투옥에 이은 사형 선고와 시베리아 유형, 아내와 형의 죽음, 경제적 빈곤 등 불행한 삶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어 《죄와 벌》, 《악령》을 비롯한 많은 대작을 발표하였습니다. 1880년에 쓴 대작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해에 푸시킨의 동상 제막식에서 역사적인 명연설을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해에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학을 통한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은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철학, 종교, 사회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도시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혼의 리얼리즘’이라는 독창적인 방법을 보여 준 근대 소설의 거장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특히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20세기 소설 문학 전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 등 그의 장편소설들은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에게 세계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의 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