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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

기차 덕후 오기사의 국제선 열차 탑승기
오영욱 지음 | 오영욱 그림
페이퍼스토리

2019년 04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6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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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pdf (126.35MB)
ISBN 9788998690397
쪽수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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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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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 올라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그곳 특유의 냄새가 가장 먼저 반긴다.
공항에 내려도 맡을 수 있지만
기차역의 생생한 자극에 비할 바 아니다.”

기차 덕후 오기사의 국제선 열차 탑승기

오영욱 작가의 신작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는 지난 봄 4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몽골, 중국, 북한을 지나 대한민국 서울역에 도착하기까지 아홉 개 나라 국경을 넘는 대륙횡단 여정을 담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글과 섬세한 지도그림,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철도여행의 즐거움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
평소 누구보다 기차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천천히 달리는 대륙횡단 열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종착역을 향해 달렸다. 대륙횡단 여행의 종착역은 바로 서울역. 열차가 국경도시를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시간과 언어, 낯선 풍경 속에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Prologue
탑승 준비: 기차표와 비자
파리로 가는 길: 비행기와 고속열차
기차를 택한 이유
공항철도 급행의 사연
인천공항의 매력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다
출발

철도 위에서
프랑스 France
독일 Germany
폴란드 Poland
벨라루스 Belarus
러시아 Russia
몽골 Mongolia
중국 China
북한 North Korea
대한민국 South Korea

공간의 기억
기차 안에서의 생활
기차에서 먹은 음식
여정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대륙횡단열차에 타볼 만한 이유들
평생 장거리 철도여행을 하지 않을 이들에게: 열차 대리체험 요소들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지도
철의 시대와 대안 경로
새 중앙역 구상: 서울 중앙역의 신설과 새로운 철도역 배치
극동아시아 노선도와 유라시아 노선도

철도여행 계획
48일간의 유럽일주
신대륙의 희망과 추억
서역기행과 남국열차, 도시락 파라다이스

Epilogue
한반도 철도 노선도

여행 과정에서 가장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은 어쩌면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행복과 아쉬움, 그리움과 슬픔, 후련함과 노곤함이 여행자 인원만큼이나 많은 가짓수의 비율로 조합된다. 긴 철도여행 끝에 미지의 세계에 이르는 느낌 이상으로 아주 먼 곳에서 내가 살던 곳까지 육로를 통해 돌아오는 기분이 궁금했다. 흔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로 날아가 서쪽을 향해 출발하는 것과 달리 동쪽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택한 이유다.-15p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차피 둘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거나 아니면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영혼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차에 오래 올라타 있는 건 부러워할 사람이 그리 많진 않을 것이기에 이번 여정에서는 세세한 시간들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개인적인 의미를 담기로 했다. 이 여정이 파리가 아닌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되어야 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23p

100여 년 전 세상에서 거대한 쇳덩어리 기계는 단순한 운송 수단만은 아니었다. 제국주의의 비호 아래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감성을 수집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의 도구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철도는 거대한 야심과 잔인한 욕망을 감추기 위해 편리와 교만, 떠남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과 아픔을 담아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단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28p

도시로 들어오자 통신망이 살아났다. 뉴스를 열어보니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속보들이 가득했다. 남북한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이벤트를 펼치며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차를 타고 한반도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그것도 얼마 전까지 분단을 겪었던 베를린을 지나고 있었기에 뉴스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훗날 조금 더 진전된 평화가 찾아왔을 때의 상황을 그린다. 남과 북 사이의 철조망은 베를린 장벽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먼데다가 그 자체로 날카롭기 때문에 뜯어내다 다칠 수가 있다. 장벽을 무너뜨리는 행위만큼 극적인 퍼포먼스는 아무래도 철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서울역에서부터 개성역이나 해주역까지 사람들이 철로 위에 1m 간격으로 서는 것이다. 쑥스러움을 잠시 견디며 앞뒤 사람의 손을 잡는 것으로 수십 km의 인간띠가 철로를 잇는다면 실제 기차가 다니려면 준비가 좀 필요한 지금 상황에서 무척 감동적일 것이다.-62p

4월 27일 11시 47분 현대식으로 지어진 역사에 3분간 정차했다. 식당칸에 왔다. 혼자 책을 보는 중년의 남자와 혼자 창밖을 보는 30대 정도의 여자가 있다.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통신망 사정이 독일보다 좋다. 속보 기사를 하나 읽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연결이 우선 추진된다고 한다. 내가 단둥역에 도착할 2주 후까지는 어떤 변화도 없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양송이 수프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68p

철도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철도 마니아(덕후라는 표현이 보다 현실적이다)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들 감격을 숨긴 채 진지한 표정으로 열차에 올라 있는 시간을 즐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 혼자 소장했을 수많은 철도 관련 정보 수집물들이 모두에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종종 인터넷 백과사전을 이용해 그들이 기꺼이 제공하는 엄청난 수고의 결과물들을 감상했던 나는 마음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곤 한다.-110p

열차에서 보게 되는 것이라곤 가도가도 똑같은 벌판이었다. 사실은 그게 가장 재밌는 풍경이기도 했다. 작은 국토를 가진, 특히 내가 태어났을 땐 이미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섬 같은 운명을 안고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끝이 없을 것처럼 같은 모습이 이어지는 대지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이었다. 비록 남의 나라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치가 마음을 울렸다. 남북한의 철도가 연결되고, 곧이어 아시아 횡단이나 유라시아 횡단 여행이 가능해져 우리나라에도 침대기차가 생긴다면 기꺼이 다시 한 번 이 여정에 오르고 싶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가 광활한 대륙의 일부였음을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될 것 같다.-113p

유럽에서 기차 타고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기

그는 떠나기 전 꼼꼼하게 장기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정은 단순했다. 파리에서 출발해 2박 3일간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1박 후 모스크바를 출발해 4박 5일간 기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다음 연결편을 타기 위해 2박 한다. 이후 이르쿠츠크를 출발해 2박 3일간 울란바토르를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다. 다시 1박 후 베이징을 출발해 밤기차로 단둥 압록강 철교 앞에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단둥을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이르쿠츠크나 울란우데에서 환승하는 대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블라디보스톡까지 간다면 갈아타는 수고와 비자 발급의 번거로움이 조금 줄겠지만, 그는 총 아홉 개 국가의 수도를 거치는 몽골 종단 여정을 선택했다.

여정의 마지막은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 부분. 아직 이 구간의 기차표나 비자는 물론 예약할 수 없지만 중국 단둥역에서 출발해 평양과 개성을 거쳐 서울역에 도착하는 계획이라도 우선 짜기로 했다(어찌될지 모른다). 가까운 미래엔 한국철도공사(Korail)의 국제선 매표소에서 북한 통과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고, 비자나 통행증 같은 서류는 서울 어딘가에 생길 연락사무소에서 발급이 가능할 것이다.

그는 마지막 구간만 비워둔 채 모든 열차표 구입과 환승 지점에서의 숙소 예약, 그리고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의 비자 발급을 마치고 파리로 떠났다. 흔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로 날아가 서쪽을 향해 출발하는 것과 달리 오영욱 작가는 동쪽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택했다. 파리발 열차에 오르기 위해선 먼저 그곳에 가야했는데 인천공항에서 편도 항공편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간 다음 파리행 고속열차를 타기로 했다. 대륙횡단 기차의 시발점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도착한 곳은 프랑크푸르트였다. 대륙횡단에 앞서 오늘날의 대표 기차 문명인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특히 프랑스의 TGV와 독일의 ICE를 타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긴 철도여행을 앞두고 마치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각각 한 구간씩의 고속철도를 타보기로 했다. TGV는 파리 북역에서 205km 떨어져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릴Lille 구간을 타기로 했다. 릴은 파리와 브뤼셀, 런던을 연결하는 고속열차들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ICE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까지 타기로 했다. 사실 이 구간은 파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대륙횡단의 첫 기차가 운행하는 길이다. 같은 철도를 한 번은 고속열차로, 다른 한 번은 상대적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특급열차로 이동해보는 게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짧았던 여정을 마치고 대륙횡단 철도에 몸을 실었다. 아홉 개 나라 국경을 넘는 기차 여행, 파리발 서울행 열차는 12,371km를 쉬지 않고 달려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대륙횡단열차표를 예약할 때만 해도
세상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줄 몰랐다.
베를린을 지나는 기차 안에서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들었고,
편집디자인을 마칠 때쯤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현실이 더 재밌어서 다행이면서도 큰일이다.’
-오영욱-

기차 타고 유럽 가자!

2018년 한반도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남북한 철도가 복원되고 대륙으로 기차가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간 북한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국제철도협력기구에도 정식 가입을 하게 되었다. 유라시아 철도에 한반도가 편입되어 남북한 철도 연결이 가능해진다면, 철도를 이용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여행의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철도여행자들은 러시아로, 중국으로, 육로를 통해 자유롭게 다니게 될 것이고 멀리는 런던, 파리까지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꾼다.

오영욱 작가는 이 책에서 ‘철의 시대와 대안 경로’, ‘새 중앙역 구상’ ‘극동아시아 노선도와 유라시아 노선도’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낙관하며 여정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합된 ‘한반도 철도 노선도’를 그렸다. 장기 철도여행자들 뿐 아니라 한반도 대륙 철도 시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멋진 생각들이 가득하다.

이 책이 한반도 대륙 시대에 찾아올 제2의 철도 전성기를 준비하는 거창한 이야기로 보여도 좋겠지만, 그냥 천천히 움직이는 대륙횡단 열차 안에서의 멈춰진 시간 속에서 예전에 더 잘나갔지만 지금이 더 좋다고 다짐하는 공백의 기록으로 읽혀도 좋을 것이다.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의 페이지마다 들어 있는 섬세하게 그려낸 아홉 개 나라 국경도시(출도착 도시)의 기차역 지도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인생의 지도』 현실판을 보듯,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안내판처럼 읽히는 속 깊은 책이다. 서울의 새 기차역에서 남북 방향으로 이어진 국제선 열차가 발착하고 육로로 국경을 넘는 일이 일상이 되는 시기가 단지 환상만은 아니길 꿈꿔본다.

[책속으로 추가]

나중에 경의선과 동해선이 운행을 시작하더라도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간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좀 더 크다. 웬만한 호화열차가 아니라면 자신이 화물이 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등석 침대칸이라 해도 럭셔리 객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며칠 동안 씻지 못한 채 감옥보다 작은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시베리아의 풍경이 모든 비좁음을 해소하고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행위가 편협함을 치유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꺼이 1주일 넘게 걸리는 여정에 몸을 실어볼 만한 이유가 된다.-120p

일상에서의 복잡한 마음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처음 며칠간은 밤새 꾸는 온갖 꿈의 세상에 갇혔다. 그게 나름대로 치유되는 방식이라고 여기곤 했었다. 이번 여정에서는 꿈을 꾸지 않았다. 고민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 감추는 것에 더 익숙한 나이가 되자 홀로 잠시 떠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6,000km 넘게 달려와야만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나 보다-136p

이르쿠츠크역에서는 자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잠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그냥 객실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더라도 여행객 중 절반 이상이 서양인들이었다. 나는 SEOUL이라는 글자가 쓰인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 쎄울! 이라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칠레에서 아내와 두 딸을 이끌고 왔다는 여행객이었다. 그들도 베이징까지 간다고 했다. 나는 국경까지 가요 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요. 그 이상으로는 아직 못 가지요. 그래도 곧 가게 되기 바란답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얼마 전 남과 북이 두 지도자가 친근하게 포옹하는 사진을 봤다고 했다. 그리고 곧 철도가 연결되는 날이 올 거라며 축복해줬다.-172p

훗날 우리나라에 국제선 야간열차가 생긴다면 한 칸 정도는 캡슐호텔처럼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2층으로 배열해도 좋고, 좁고 높은 형식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하기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혹은 친구나 가족끼리 왔더라도 잠만은 혼자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1등칸과 2등칸 사이의 금액으로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보면 좋겠다.-218p

역 플랫폼에서도 북한 땅이 보였다. 맞은편 승강장에는 단둥과 평양을 오가는 기차마저 서 있었다. 파리에서 출발한 후 제법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무사히 당도했음에 안심했다. 잠이 덜 깬 승객들이 열차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모두 플랫폼을 비울 때까지 북한행 기차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가(심지어 마지막 한 량은 파란색의 북한 차량이었다), 마지막으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국경도시에 이를 때마다 경계에 위치한 장소들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좋았다(따뜻하거나 포근하지는 않다).-228p

북한 기관차가 끄는 열차는 출발하자마자 곧 압록강 철교로 진입했다. 중간이 끊긴 구 압록강 철교 위에서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과거를 음미하는 중이었다. 기차가 다리를 건널 때 나는 소리를 좋아해서 그 때만큼은 꼭 유리창에 붙어 귀를 쫑긋 세우는 편이다. 이번은 더더욱 의미가 있는 소리였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철교를 지났지만 이렇게 설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는 한강 철교를 건너지 않아 의미가 더 깊었다. 다리 중간쯤에서부터 전형적인 북한 말투로 안내 방송을 하는 차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투가 재밌어서 소리를 내지 않으며 따라했다-232p

5월 10일 13시 12분 북한 평양역 도착. 10분간 정차했다. 거대하게 높이 솟은 류경빌딩이 보였다.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는 형태였지만 평양을 평양답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훗날 남북한이 통일이 되거나 자유로이 왕래하고 거래하게 되었을 때 꼭 지켜내고 싶은 게 있다. 지금 현재의 평양 도시다. 건축시장이 열려 한국이나 중국의 부동산업자들이 망가뜨리게 될 평양을 보고 싶지 않다.-238p

5월 10일 17시 30분 대한민국 서울역 도착. 종착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북쪽 말투가 아니었다. 내용은 별것 없이 잊은 물건 없이 안녕히 가라는 것이었다. 서울식 평양냉면처럼 담백해야 여운이 깊은 법이다. 긴 여정도 이렇게 무심히 끝나는 편이 좋았다.-244p

고독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이라면 대륙횡단열차보다 더 완벽한 장소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계절 시베리아의 작은 역에 정차해 건너편 승강장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매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슬프고 아련한 장면이 있을까 싶어진다.-270p

세 나라의 언어로 표기된 노선 안내판을 보면 나중에 서울까지 기차가 연장되었을 때 한글 표기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게도 된다. 같은 기차를 타고 있으면서도 사용되는 언어가 바뀌는 경험 역시 횡단열차가 주는 매력이다.-272p

긴 시간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으면 정말로 지구가 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가 한두 시간씩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경험은 비행의 시차부적응 현상을 방지하는 동시에 대지의 거대함을 체득하는 과정이다.-273p

철도횡단의 여정은 순례길을 걷는 과정에 버금가는 잡념들과의 싸움이다. 아팠던 일들을 지워가고, 잘못했던 일들을 반성하며, 후회되는 일들에 화해를 청하다 보면, 어느새 아득했던 종착역에 도착하는 환희를 누릴 수 있다-274p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오영욱

선을 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볼리비아와 페루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페루와 브라질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걸어서 넘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러시와와 몽골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몽골과 중국의 국경을 기차로 넘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넘었…

행복한 오기사 blog.naver.com/nifilwag

지금까지 전 세계 30개 국가를 여행하고 책을 쓴 여행 작가, 건축설계를 전공한 디자이너,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자선사업가, 건축기사, 시간강사, 방송인, 광고모델, 부동산 임대업자 등의 일을 두루 거친 후 서울 이태원에 정착했다.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인생의 지도』 『변덕주의자들의 도시』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작가의 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도를 따라 국경을 넘어 다니며 유럽에서 대한민국에 이르는 육로 여정을 택할 때 나는 나의 전성기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냉정하자면 진짜 있었던 건지도 의문인, 모든 게 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과거는 증명하려는 시도에 의해 남루해진다. 그렇기에 철도여행이나 대륙횡단을 권하는 마음으로 책을 쓰지 않았다. 너무 많은 채널을 가진 텔레비전 앞에서 정작 마음을 둘 만한 곳이 없어 이리저리 리모컨만 괴롭히다 우연히 멈추게 된 화면처럼 형체가 없는 시간의 일부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법칙은 철도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오랜 시간을 견뎌낸 것일수록 매력이 넘친다. 폐쇄된 간이역과 마지막 운행에 나선 새마을호, 녹슨 단선철로와 깜깜한 말발굽 모양의 터널 앞에서 흉물스럽다고 기겁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철도여행의 매력은 첨단 기술로 발전하는 과정에도 옛 것을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기존 역사를 재활용하여 새롭게 탄생한 철도역, 사라져버린 열차의 이름을 달고 달리는 신형 전동차, 공원이 된 옛 철길,증기기관차가 달리던 길을 따라 달리는 고속열차. 우리 땅에는 사라진 철도가 적지 않다. 그 모든 기억을 소환할 순 없겠으나 가까운 미래를 낙관하며 여정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합된 한반도 철도 노선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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