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시마을 동인시집 그 두 번째

양현근 지음

문학의전당 2015년 06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4년 10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시마을 동인의 두 번째 시집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시마을〉 동인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스물다섯 명 시인이 10여 년간 써온 시들을 모았다. 이 시집은 그리워하던 사람에게서 온 한 통의 엽서처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시편들로 엮었다.

목차

책을 펴내며

김부회
아웃 오브 아프리카 ㆍ 13
도사가 되고 싶다 ㆍ 16
한때 ㆍ 18

김용두
부부(夫婦) ㆍ 20
장미꽃을 해부하다 ㆍ 21
하늘길 ㆍ 22

김종성
비탈에 선 생명을 위해 ㆍ 24
심인(尋人) ㆍ 26
추락하는 방 ㆍ 28

박광록
희망에 대하여 ㆍ 30
능소화 ㆍ 32
유월의 태양 아래서 ㆍ 34

박미숙
유혹 ㆍ 36
주제 파악 ㆍ 38
거리의 사람 ㆍ 39




박영수
눈꽃 풍경 ㆍ 40
불면의 타이포그래피 ㆍ 42
커서(cursor)의 조형 ㆍ 44

박용
설산(雪山)에서 ㆍ 46
형산강 서시(序詩) ㆍ 48
바다 ㆍ 50

박일
산죽(山竹) 아래 ㆍ 51
비밀번호 ㆍ 52
등이 따뜻하다 ㆍ 54

박해옥
개량채송화 ㆍ 56
약손 ㆍ 58
말풍선 ㆍ 60

서승원
취급주의 ㆍ 62
신세계 ㆍ 63
거미줄 ㆍ 66

신기옥
향기의 그늘 ㆍ 67
털실 ㆍ 68
과적단속 ㆍ 69

양현근
도화 꽃그늘 아래 ㆍ 70
어처구니 ㆍ 71
바람의 귀가 ㆍ 72

오영록
매직아이 ㆍ 74
별을 낚다 ㆍ 76
구름 나그네 ㆍ 78

윤석호
누가 꽃이 되려 하나 ㆍ 80
공중의 섬 ㆍ 82
사랑 1 ㆍ 84

이시향
봄꽃 공장 사진사 ㆍ 85
살고 봅시다 ㆍ 86
가을꽃 공장 사진사 ㆍ 87

이명윤
웃는 남자 ㆍ 88
충렬반점 최통장 ㆍ 90
폐문부재 ㆍ 92

이종원
붙어 있기 ㆍ 94
이중섭 거리에서 ㆍ 96
담, 또는 등 ㆍ 98

이호걸
돌산 ㆍ 100
맥반석 ㆍ 101
옥돌 ㆍ 102

임기정
지구를 끌고 가는 아버지 ㆍ 103
소문 ㆍ 104
눈 속의 별 ㆍ 105

정두섭
지배인 ㆍ 106
조습지지 ㆍ 109
눌왈 ㆍ 112

정윤천
거대한 정지 ㆍ 114
이후(以後) ㆍ 115
녹황(綠黃)이 발린 캔버스처럼 ㆍ 116

조경희
백일몽(白日夢) ㆍ 118
면회 ㆍ 120
스티커 ㆍ 122

한인애
겨울딸기 ㆍ 123
깨감 나무에 대하여 ㆍ 124
오디가 익어가는 동창회 ㆍ 126

최정신
극지의 눈물 ㆍ 128
능소화는 진다 하고 ㆍ 130
곁 ㆍ 132

허영숙
환일(幻日) ㆍ 134
모란꽃살문 ㆍ 136
49일 ㆍ 138

책 속으로

[시집 속의 시]

여기서 마음 놓고 울어라
곤한 울음 속속들이 풀어헤쳐도 누구 하나
기웃거리는 이 없으니
눈물이 텅 빌 때까지 그늘에 상처를 묻어두고
붉은 꽃잎 그 안에 가득 채우고 가거라
세상에 참을 수 있는 웃음은 있어도
참을 수 있는 울음은 없다
밤거리를 쏘다니다가 어디에도 울 곳 없으면
여기 도화 꽃 아래 앉아
저 꽃그늘을 보아라
모두 꽃이 아니라 눈물이다
어쩌면 풋복숭아 그 떫은맛도
이 밑에 내려놓고 간 울음 때문이다
그러므로 꽃 지면 울음은 비밀스럽게 굳을 것
이제 마음껏 울어도 좋다
그래 봤자 한순간, 꽃그늘 아래다
―양현근, 「도화 꽃그늘 아래」 전문


세상 것들이 다 바다로 간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물에 빠진 것들이 발로 걷지 못해 떠내려간다. 빈 배처럼 기우뚱거리며 간다. 마음이 사막 같은 날, 고삐를 놓친 울분이 감옥처럼 벽을 치는 날, 용서하자. 용서하자 씹어도 억장 무너지는 날, 소외감이 가슴을 타박하는 날 바다로 간다

목이 졸린 어제의 사랑이 육체를 건넌 불륜이 물욕과 치덕이든 영혼이 욕망에 부화 걸려 숨 고르기 힘들 때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가는 것들은 가슴에 바다를 퍼 담고 바다처럼 출렁거려 보고 싶어 가는 것이다. 찌꺼기를 흔들어 비우기 위해 가는 것이다

까맣거나 개펄 같은 가슴에 바다를 욱여넣으면 하얗게 빨려 파도가 되고 포말이 되는 바다. 바다는 폐눈물 모아 소금기를 만드는 곳인가? 실의와 절망으로 부유하는 것들을 기다려 크고 넓고 푸르고 씽씽한 희망을 주는 바다는 세상 끝을 지키는 마지막 정화조이다
―박용, 「바다」 전문


애초에 나는
세상에 떨어진 행성이었다
나의 행로(行路)는 세상에 닿아 있었고
난 시간 여행자에 불과했다
내가 두고 온 우주를 그리워할 때
꿈에서 깨어났고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그때 당신은 내 머리맡에 있었고
우리는 모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내가 궤도를 향해 갈 때
당신은 보이지 않는 인력에 이끌려
내 주위를 도는 위성이 되었다
그때부터 인연의 끈으로 묶여
우리는 하나였다
비록 기억 속에서 멀어졌지만
당신과 나의 항로는 같다
―김용두, 「부부(夫婦)」 전문

출판사 서평

누적 방문자 수 4,900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문학 전문 인터넷 사이트’ 〈시마을〉(http://feelpoem.com)의 동인 시집. 〈시마을〉 동인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스물다섯 명 시인이 10여 년간 써온 시들을 모았다. 시인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선보이지만, 이번 동인 시집을 엮어낸 마음은 한결같다. “그리워하던 사람에게서 온 한 통의 엽서처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시편들은 오래된 느티나무의 그늘처럼 시집을 펼친 사람들의 마음을 넉넉히 안아줄 것이다.

[책을 내면서]

풍경 좋은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시마을〉이라는 큰 느티나무에 마음을 접붙여
하나의 가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잎으로 피었다 지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이 만든 느티나무의 그늘은
이미 우리의 한 생을 넉넉히 덮고도 남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며 쓴 시들을 모아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그리워하던 사람에게서 온 한 통의 엽서처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출판사 서평]

〈시마을〉은 누적 방문자(2014. 10. 23일 기준) 4,900여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문학 전문 인터넷 사이트’이다. 2001년 문학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 등에 소박한 꿈을 안고 인터넷상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시와 독자의 친숙한 만남 그리고 ‘따뜻한 세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시와 영상 및 소리를 결합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계발을 통해 세상의 변화와 발맞추며 대중과 소통해온 〈시마을〉은 고단한 마음을 달래고픈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마을〉 동인은 〈시마을〉의 정예 회원들이 주축이 된 시동인으로서 결성 이후 〈수주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자와 신춘문예 및 주요 문예지 당선자를 배출하는 등 우리나라 문단을 이끌어가는 든든한 한 축이 되고 있으며, 〈시마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는 온라인에서 서로의 시를 합평하고, 서로 격려하고, 봄가을 두 번의 만남에서 사람의 인연을 쌓아온 〈시마을〉 동인들이 10여 년간 써온 시들을 모아 세상에 띄우는 편지이다. “그리워하던 사람에게서 온 한 통의 엽서처럼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기원”하는 이번 시집은 시가 있는 세상은 아름답고 아직 충분히 살 만하다는 〈시마을〉의 마음을 담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양현근

저자 〈시마을〉 동인은 국내 최대 ‘문학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시마을〉에서 활동해온 시인들이 2003년 결성한 시 동인이다. 동인 결성 이후 〈수주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자와 신춘문예 및 주요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를 배출하는 등 한국문단을 이끌어가는 든든한 한 축이 되고 있으며, 〈시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