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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번 불러보는

강해림 시집
강해림 지음
문학의전당

2015년 06월 16일 출간

종이책 : 2014년 01월 09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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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84MB)
ISBN 97911589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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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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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제6권『그냥 한번 불러보는』. 강해림의 시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의 근원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총 4부로 구성하여, 바람의 사전, 불멸의 완성, 쿠마리, 관계, 투사, 즐거운 요리, 재즈, 풍문, 붉은 강 등을 수록하고 있다.
시인의 말

제1부

바람의 사전
그냥 한번 불러보는
아무도 모르고
유리
시간에 대한 나의 편집증
금서

병들다
불멸의 완성
저 오래 버려진
이것으로 소금밥을 짓고
이끌린다는 건
헌화(獻花)
비로소 적막에 든

제2부

너를 먹고 너를 꽃피울 거야
쿠마리
공포는 공포를 모르는데
슬픈 것들을 생각하면
꽃가루도 날리지 않는데
투명한 동전들
관계
도마에는 오선지가 없다
노역
독거(獨居)
한 덩이 차가운 검은빛의 순수가 꿈꾸는
바닥
무명
우두커니

제3부

흑백사진 속에서 깡마른 손 하나가
투사
저 모래구릉을 넘어가는 시간의 목이 길어질수록
실연(失戀)
서랍들
타오르는 책들
잠행
신성한 접속
아득히 먼 데 빛나는 것들이 있어
마지막 수업
와도 그만 가도 그만
즐거운 요리
이기적 유전자
오래된 무기

제4부

모래 여자
죽은 나무
재즈
죽음의 재구성
영역 소유권
풍문(風聞)
모른다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연우에게
청산가리 꽃 만개한
‘참’이란 말
폐차가 되고 싶다
길은 언제나 멀어야 했으므로
게임, 이 미친
붉은 강

해설 사랑의 적멸보궁
장석원(시인·광운대 교수)

산 입구 천막식당에 중년의 남녀가 들어선다
가만 보니 둘 다 장님이다
남자는 찬 없이 국수만 후루룩 말아 먹곤
연거푸 소주잔을 비워대는데
여자는 찬그릇을 더듬어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젓가락을 든다

그릇과 그릇 사이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푹푹 발목 빠지고 무릎 깨지게 했을까
좌충우돌 난감함으로 달아올랐을 손가락 끝
감각의 제국을 세웠을까

그곳은 해가 뜨지 않는 나라
빛이 없어 캄캄하여도 집 찾아 돌아오고
밤이면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느라 가위로 피 묻은 탯줄을 잘랐을 테고

이윽고 얼굴이 불콰해진 남자는
한 손엔 지팡이, 한 손엔 여자 손잡고 제왕처럼 식당 문을 나선다
꽃구경 간다
복사꽃 휘날리고

꽃향기에
어둠의 빛 알갱이가
톡톡,
꽃눈처럼 일제히 터져 나와 눈부시고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전문
?

폐허의 몸에 들어찬 사랑

강해림의 시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의 근원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은 참 흔하고 흔한 것인데, 사랑의 독창(獨創/獨窓/獨唱)을 마련한 강해림의 시. 단 하나의 창에서 유일한 노래를 부르는 강해림. 강해림의 시는 우리를 사랑의 바람으로 물들인다.


[자서]

천둥처럼
번개처럼, 그가 왔던가

왜 늘 울음 같은 물음만 있고 대답은 없는가

[시인의 말]

새벽에 홀연히 깨어 마시던
첫 샘물아

시린 부리로
무엇을 그토록 맹렬히 쪼아대었나

일찍이 빛이며 어둠이었던 것들
이종교배로 태어난 신생(新生)들아
동이 트면
사라져간 것들아

나, 이제
다산의 어미가 되어
한 오백 년쯤

[해설 중에서]

강해림의 시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의 근원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은 참 흔하고 흔한 것인데, 사랑의 독창(獨創/獨窓/獨唱)을 마련한 강해림의 시. 단 하나의 창에서 유일한 노래를 부르는 강해림. 강해림의 시는 우리를 사랑의 바람으로 물들인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하나로 묶어서 강해림은 사랑의 바람이 된다. “꽃들의 오지 않은 부음과/오지 않은 시간의 비문이 흘리는 농담과/죽은 꽃들의 다비식에서 불려나온 붉은 고요”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 없어 병이 든 자의 모습을 본다. “환한 대낮에 거울 속 캄캄한 무덤에서 나온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 어둠에 물려 있다.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만이 그녀의 얼굴을 돌려줄 것이다. 사랑을 위해 강해림은 “징역 사는 일”과 “참 쓸쓸한 일”과 “허공과 섹스하는 일”과 “시 쓰는 일”(「병들다」)을 내려놓지 않는다. 강해림은 사랑의 병에 고통받는다. “고요의 앵혈”(「실연」)을 지우기 위해 시를 쓰고, 바람이 전해주는 시를 얻기 위해, 처녀성을 잃는다 해도 바람과 섹스를 할 것이다. 강해림은 사막에 사는 식물처럼, 시를 향해, 자신의 핏줄을, 뿌리처럼, 뻗을 것이다. “십리 밖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그곳에 닿기 위해 그의 뿌리는 “귀이자 발”이 될 것이다. 강해림은 시를 위해 바람의 적멸이라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바람이 숨을 거둔다 해도, 시의 응혈을 열망할 것이다. 강해림은 이룰 것이다. “이빨 빠진 짐승의 아가리 속 같은”(「모른다」) 시의 적멸보궁에서 시인을 본 듯하다. 강해림의 시는 더 단단한 시의 폐멸을 맞이할 것이다.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 강해림의 시는 더 많은 사랑을 발견해야 한다. 더 엄정한 사랑의 언어를 이룩하기 위해 강해림은 감정의 피가 묻은 시어를 불태워 허공의 재로 날려 보내야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해림

저자 강해림은 대구에서 태어나 1991년 계간 『민족과문학』, 1997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름 사원』(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환한 폐가』 등이 있다. 2012년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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