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연가
2015년 06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1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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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5896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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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제1부
인천 31-북성동
인천 32-송현동
인천 35-괭이부리마을
인천 40-만석동 성냥공장
인천 41-화평동
인천 42-소래염전
인천 43-숭의동
인천 44-세숫대야 냉면
인천 45-소래포구 꽃게
인천 46-월미도
인천 47-팔미도 등대
인천 48-송도국제도시
인천 49-화수부두 할머니
인천 52-배다리
인천 55-만수동 향촌지구
제2부
하우스 푸어
밥그릇
묵은지
파리와 키스
단풍
이사
진달래
황사
MRI
충치
남편
천명(天命)
명함이 없는 나는 슬프다
아버지
장갑을 잃어버리다
제3부
동백-아프간 전쟁
고래의 죽음
불륜
서해안도로 위에서 길을 묻다
고래 키우는 방법
나는 날마다 운전을 한다
못
그 겨울의 잔상
가을
산 오징어
지하철 고양이
길
소리를 찾아
낙조
제4부
가을 소묘
그 사내들이 웃고 있다
그녀에게
길들이기 1
길들이기 2
정오의 수탉
하늘 여행 1
하늘 여행 2
하늘 여행 3
하늘 여행 4
하늘 여행 5
하늘 여행 6
폐업신고서
낙화
해설 인천의 시인이 그린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인천의 시인이 그린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
미추홀에서 제물포로 이름이 변하는 기간 동안 고대왕권에서 봉건전제군주국가로 변하는 길고긴 역사가 이루어졌다. 인주에서 인천으로 이름이 변하는 기간에는 또한 봉건전제군주국가에서 근대시민사회로 이르는 긴 역사가 담겨 있다. 구한말에 인천은 서구 열강의 개항 요구에 고뿔을 앓으며 신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항 이후 인천항은 미곡 반출의 기지로서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인천 사람들은 운요호사건, 병인양요, 신미양요, 강화도조약, 조일수호조약(제물포조약), 인천상륙작전, 차이나타운 형성, 5?3인천사태, 인천국제공항 건설, 연평도 포격사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에 이르는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의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짠물’ 인천이다.
인천이 낳은 문인이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정경해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인천에서의 삶과 꿈을 그 어느 문인보다 ‘문학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시인이다. 인천의 시인 정경해의 ‘인천 연작시’부터 먼저 읽어본다.
비 오는 날 북성동 거리를 걷는다. 구멍 난 우산 속을 들여다보던 하늘, 회색 낯빛으로 눈을 감고. 빗물에 긴 머리 늘어뜨린 담쟁이덩굴, 손톱을 세운 채 담장에 붙어 있다. 붉게 단장된 거리는 옛 시절을 잊은 듯 공화춘 간판만이 자장면의 역사를 불러온다. 어둠이 붓을 들자 북성동 거리는 점점 충혈된 눈을 빛내며 도발적인 자태로 청요리 냄새 밴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높게 솟은 패루가 차이나타운 길목을 안내하며 당당하게 서 있지만, 북성동 거리는 아직도 부둣가 인부들의 휘청대던 가난한 발자국을 좇는 듯, 알 수 없는 눈물을 질금대고 있다.
─「인천 31-북성동」 전문
화자는 지금 인천광역시 중구에 자리 잡고 있는 북성동 차이나타운을 비 오는 날 걷고 있다. 추억 속의 북성동 거리와 지금의 차이나타운 길목은 천양지차다. 특히 밤이 되면 이 거리는 “점점 충혈된 눈을 빛내며 도발적인 자태로 청요리 냄새 밴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 도시개발 역사를 알고 있는 시인은 “아직도 부둣가 인부들의 휘청대던 가난한 발자국을 좇는 듯, 알 수 없는 눈물을 질금대고 있다.”고 인천의 과거지사를 표현하고 있다. 북성동 밤거리의 휘황찬란한 불빛 밑을 거닐면서 이 거리의 지난날을 짚어보는 것이야말로 역사의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학자나 기자는 『인천개항사』(나채훈?박한섭)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인천개항사를 통해 본 식민근대』(이희환)를 쓰지만 시인은 이렇듯 시 한 편 속에 도시의 변천사를 담을 수 있다.
[추천글]
정경해의 낯설게 하기는 멀게 하는 낯설게 하기이다. 그리하여 그는 마치 물속에서 강속구를 던지듯 풍경과 인식을 한없이 멀게 한다. 가령 「지하철 고양이」나 「장갑을 잃어버리다」에서처럼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포착한 소재가 이루는 시적 공간은 그 시인의 자아(또는 의식)와 세계(또는 대상)와의 심리적 거리를 한없이 멀게 하는 것이다. 물속에서 던지는 강속구 같은 그의 시는 그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연속을 부유하는 동시대인들의 표상이기에 정경해의 의식의 흐름은 정경해 한 개인만의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무의식으로서의 동시대인들 일반의 집단무의식의 흐름을 이룬다. 정경해의 시에 의하면 동시대인들의 대화는 모두 물속에서 던지는 강속구 같은 대화며 의식의 흐름의 그 유속은 한없이 느리다. 가령 「길」이나 「황사」에서 보이는 ‘지금-여기’ 그 시간과 공간이 박탈된 드라이플라워 같은 풍경과 인식은 얼마나 낯설고 멀며 그리고 느린가. 그러면서도 그 풍경과 인식은 기실 얼마나 익숙하고 가까우며 그리고 빠른 풍경과 인식인가. 그리하여 정경해의 그러한 역설과 반어의 시적 공간은 멀면서도 가까운 공간이고 가까우면서도 먼 공간이 되게 하여 그 시적 공간의 안과 밖에 놓인 동시대인들을 홀연 낯선 이방인들의 관계와 그 집단적 독백의 자각에 놓이게 하며 마침내는 그 실존적 고독에 그 유대를 모색케도 하는 것이다.
-김영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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