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2014년 09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7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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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풀
거대한 뿌리
눈
.
.
2
푸른 하늘을
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
.
.
3
반달
이 한국문화사
설사의 알리바이
.
.
.
4
사랑의 변주곡
폭포
서시
.
.
.
5
거미
시골 선물
참음은
.
.
.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듯한, 영원한 현역시인의 가장 현대적인 시들
우리 시대의 가장 진보적이고, 치열한 시의식을 갖고 시를 써온 김수영 시인의 대표시 47편을 엮었다. 한국대표명시선100의 하나로 묶은 이번 시선집에는 ‘풀’ ‘거대한 뿌리’ ‘눈’ ‘푸른 하늘’을 등 다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정신의 신생을 북돋우는 익숙한 시들 외에도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물며 밀어붙인 산문시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의 시는 시어로 기피되어 온 온갖 사물과 관념과 단어들이 버무려져 거대한 공장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의 현대성은 전통을 물고 들어가는, 계승과 극복의 괴로움을 자처하는 현대성이다. 죽어서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듯한 영원한 현역시인 김수영의 시를 개괄할 수 있는 기회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은 1948년부터 1959년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잡지와 신문 등속에 발표되었던 것을
추려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러나 ‘토끼’ ‘아버지의 사진’ ‘웃음’의 세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6.25후에 쓴 것이며, 그 중에도 최근 3,4년간에 쓴 것들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11.30) 후기에서-
그 방을 생각하며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四肢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작가정보
저자 김수영은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희전문 영문과를 중퇴하였다. 1945년 ≪예술부락≫ 2집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한국 전쟁 중 북한군에게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다 탈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1952년에 석방되었다. 부산, 대구 등지에서 통역관 및 선린상고 영어 교사를 하였다. 4ㆍ19혁명 이후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고 모더니즘에서 참여시로 시풍을 변모하여 시와 시론 시평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김경린, 박인환 등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펴냈고, 1959년에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간행하였다. 민음사에서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고.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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