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2

백선로드 지음

동아 2012년 12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12년 05월 2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백선로드의 로맨스 장편소설 『셰리』 제2권. 600년의 애틋한 사랑이 이어지는 프랑스 슈렌 공작가. 이제 그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피하지 마라!

목차

Viande(육류)
Salade(살라드)
Fromage(치즈)
Pre-dessert(디저트 전의 디저트)
Dessert(후식)
Cafe(커피)
Digestif(뒷술)
외전

출판사 서평

* 본문 일부

윤수는 마시다 만 주홍 빛깔의 칵테일을 들고 넓게 뚫린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에는 천장이 달려 있어 비가 내려도 충분히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거기다 두꺼운 황색 커튼이 발코니와 홀의 경계선 좌우에 걸려 있어 발코니의 중앙을 제외하곤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윤수는 들고 있던 칵테일을 돌로 만들어진 튼튼한 난간에 올려 두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너머 희뿌옇게 발하는 달을 올려다보니 비현실적인 기분마저 들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공주가 된 기분이네.”
그녀는 실소를 하며 안개가 끼기 시작한 숲과 공원,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도시의 움직임을 조용히 응시했다.
바로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오른쪽 발코니에서 듣기 민망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탓에 윤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곧 여자와 남자의 형체를 잡아냈다. 키가 큰 남자가 난간에 등을 기대 있었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매달리다시피 키스를 갈구하고 있었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프랑스어라 윤수는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굵직했다. 멀리서도 귀가 솔깃할 정도로 듣기 좋은 목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여자는 남자의 와이셔츠를 풀고 가슴에 입을 연방 맞추었다. 그런 와중에도 남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저 멀리 도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무심한 남자의 태도는 상관이 없던 모양인지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정성을 다해 애무했다.
‘아이고, 여자 망신 다 시키네!’
윤수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남자는 왼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냉정하게 여자의 손길을 거부했다. 풀어진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며 남자는 여자에게 어떤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곧 홀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남자는 난간에 올려둔 재킷을 여유롭게 걸쳐 입었다. 그리고는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윤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거기 누구지?」
남자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프랑스어를 알 리 없는 윤수는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나 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발코니 앞에 놓인 의자에 무작정 앉아 태연한 척 춤을 추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그렇게 10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윤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가 있었던 오른쪽 발코니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휴……. 십년감수했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그녀는 통역이 있는 몇 테이블 앞자리로 옮겨갔다. 통역을 해주는 남자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대를 향한 채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이런 일에 익숙한 남자는 윤수가 다가가자 그녀가 앉기 좋도록 의자를 빼주었다. 윤수는 지나가던 직원의 쟁반 위에서 오렌지 주스를 들어 그에게 건넸다.
“이건 술 아니니까 마셔도 되는 거죠?”
“고맙습니다.”
그녀의 호의에 그는 못이기는 척 잔을 받아들었다.
윤수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넓은 홀을 둘러보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그녀는 찜찜한 기분을 털어버리며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아…… 내 칵테일!’
급하게 나오느라 난간에 올려둔 칵테일을 잊어먹고 있었다. 윤수는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직원의 쟁반에서 칵테일 한 잔을 더 가져왔다. ‘Y’형 글라스에 담긴 오렌지와 푸른빛이 감도는 칵테일은 첫맛은 쓰고 끝 맛은 아주 달았다.
‘맛있긴 한데, 양이 너무 적네? 아니면 내가 너무 빨리 마신 건가?’
비워진 잔을 아쉬워하며 그녀는 자신이 너무 격식 없이 먹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하나씩은 잔을 들고 있었지만 얘기를 나누느라 먹고 마시는 덴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윤수는 이 많은 사람들 중 자신을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왠지 편했다. 그녀가 엎드려 잠을 자건, 칵테일을 취할 때까지 마시건, 이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저 이것들을 한 자락 꿈처럼 감상만 하다 돌아가면 되는 거였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용감하게 손을 뻗어 칵테일을 하나 더 가져왔다. 붉은 입술이 칵테일을 머금으며 맛을 음미하는 순간이었다. 무심코 돌린 시선 끝에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서 있는 곳이 아까 그녀가 들어갔던 발코니의 오른쪽 문 앞, 즉 애정행각을 벌어졌던 곳이라는 사실이 번쩍 떠올랐다.
“컥! 푸핫!”
사레에 들린 윤수는 입에 머금고 있던 칵테일을 몽땅 입 밖으로 뿜어버렸다. 놀란 직원 하나가 달려와 냅킨을 건넸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윤수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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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백선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