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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 오 드 퍼퓸

진주 지음
청어

2013년 11월 08일 출간

종이책 : 2013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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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35MB)
ECN 0102-2018-800-002522877
쪽수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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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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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에세이집 『갠지스강 오 드 퍼퓸』. 인도로 떠난 저자는 그곳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다양한 일화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펼쳐냈다. 여행지로서의 인도가 아니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얻어낸 가치를 끌어올렸다.
작가의 말
짜이숍에서
돌아와서

Prologue
47 ℃

28
모기
꼿꼿한 허리
설사병에 관한 미흡한 언급
11호- 광장애호증
3호- 프랑스식 정찬
4호- 크리스의 방

반역자
의문
갠지스강 오 드 퍼퓸 Ganges R. EAU DE PARFUM
사용 후기

원숭이의 의중
산제의 입장
밤샘 음악회
옥상
옴 레스토랑 Om Restaurant
아닐의 레코드가게
그녀의 인사

Epilogue
펼쳐진 손가락

책을 준비하는 동안에 달팽이가 태어났고, 새하얀 마거리트(Marguerite)가 피어났다. 무더운 여름 내내 연꽃이 홀연히 열리고 닫히고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가을이다. 요즘‘몸’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매일 산행을 하고 돌아와서 간간이 마당의 잡초를 뽑는다.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으로 그것은 반드시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고추 농사는 풍년이고, 이른 아침. 주로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화법은 준엄하다. 마음이 약해지고 단전(丹田)이 흔들릴 때면, 그들은 다람쥐를 대동하고 가차 없이 매운맛을 보여준다. 잠을 줄여 보겠다고 방 안의 침대를 치웠다. 잠이 많은 내게 이것은 큰 도전이었다. 금세 얼굴이 홀쭉해지고 두 눈이 팍팍해 졌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꽃을 떠나 푸른 창공으로 비상하는 용감한 나비를 독려하고, 잠자리 떼의 힘찬 군무에 기분이 한껏 경쾌하다. 새들, 뱀, 거미, 메뚜기, 귀뚜라미, 지렁이, 수많은 나무와 예쁜 꽃들로부터 진실한 응원과 조언을 듣는다. 때론 자연이 사람보다 훨씬 낫지 싶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는 영 시원찮다. 그래도 이 와중에 데이트는 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바빴다. 내일 원고 수정을 마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대필 작가를 해서 번 돈으로 책을 낸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지면을 빌어 사막의 선인장이 된 모택동 동지에게 안부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오전에 언니의 미발표작 시 한 편을 꺼내어 보고 왈칵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지금 이 때가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울까?
어쩌면 어떤 측면에서는 지금이 내 인생의 정점일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아직 건강하시다. 그래도 연세가 있으신데, 두 분 다 정신력으로 버티시지 싶다. 보고 싶은 큰오빠는 오겡끼데스까. 알콩달콩 작은오빠 가족은 얼마 전 퍼뜩 부산에 정착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여! 당신들의 이상한 딸이자 이상한 동생은 요즘 이렇게 살고, 글을 쓰고, 책을 냅니다. 참 이상하지요. 어느 날 문득 쟤가 왜 저러나 싶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저냥 이렇게 모자란 듯 솔직 담백하게 삽니다. 그리고 친구들아 안녕. 헤헤.

■ 본문 - ‘작가의 말’ 중에서

짜이숍이다. 나는 조금 전, 벵갈호랑이가 그려진 노트 한 권을 샀다. 짜이 한 잔을 시켜놓고, 노트 앞표지에 힌두 신 스티커를 붙이는 중이다. 내 옆 자리에는 낯익은 사람이 어떤 기자와 인터뷰중이다. 오래 전, 돈가스(Tonkatsu)를 주 메뉴로 바라나시에서 일본 식당을 열었던 인도인 아무개다.(이름을 잊음) 그 동안 외국인들과의 활발한 교류로 지금은 상당한 실력의 디저리두(Didgeridoo) 연주자가 되었다.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 작은 주방에서 기름에 절어 돈가스를 튀겨내던 그의 사진을 찍었다. 동네 사람들은 고기를 취급하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여행자들에게 그의 식당은 인기였다. 이제 그가 튀겨내는 바삭한 돈가스는 맛볼 수 없다.
그는 바라나시에서 유일했던 돈가스를 악기 연주로 승화시켰다. 그렇다. 시간이 껑충 뛰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왜 여기서 짜이를 마시고 있는 걸까? 무슨 명분으로? 돈가스가 시사점을 던진다. 돈가스와 디저리두의 경계선상에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짜이를 한 잔 더 주문한다.
2004년, 나는 인도를 취재하다가 바라나시의 엘레나 게스트하우스(Elena guesthouse)에 머물게 되었다. 글들은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다. 그 후 8년의 세월이 흘렀고 2012년 6월, 비수기의 바라나시를 다시 찾았다. 그리하여 나는 바라나시의 한 짜이숍에서 인도인들 틈에 끼어 앉아 짜이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가만, 사실 나는 한 인간을 끈질기게 추적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곧 결론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바라나시에서 적당한 장소를 골라 글을 쓰려고 했지만, 하나도 쓸 수가 없었다. 더웠고, 자꾸 엉덩이가 들썩였고, 길을 오가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기 일쑤였다. 사실은 그래서 오늘 또 짜이를 마시러 나왔다. 마음을 다잡고 작가의 말이라도 완성하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그런데 돈가스를 튀기던저 친구가 유망한 디저리두 연주자가 되었을 줄이야.
짜이를 한 잔 더 마셔야 할까? 아니다. 그의 새 인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나는 오늘 작가의 말만 완성하자. 바라나시의 짜이숍에서 완성한 작가의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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