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
2014년 12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1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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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탁자가 있네
나비의 동굴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기승전결
맹렬한 오후
파우스트와 나와 케이
그러면 안녕
혹
작가의 말 | 소설 밖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희망과 용기
해설 | ‘바르도Bardo’의 가내 수공업 · 김나정
송은일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에 『여성동아』에 『아스피린 두 알』이 당선되었다. 소설집으로 『딸꾹질』 『남녀실종지사』를 출간했고 장편소설 『불꽃섬』 『소울메이트』 『도둑의 누이』 『한꽃살문에 관한 전설』 『반야』(1,2권) 『사랑을 묻다』 『왕인』(1,2,3권) 『천개의 바람이 되어』 『매구할매』 등을 펴냈다.
● 송은일 작가 데뷔 20년 맞아 세 번째 소설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 출간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에 당선된 이후 소설집 『딸꾹질』, 『남녀실종지사』와 장편소설 『한꽃살문에 관한 전설』, 『천개의 바람이 되어』, 『매구할매』 등을 출간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고 있는 송은일 작가가 데뷔 20년을 맞아 세 번째 소설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을 펴냈다.
이번에 출간된 송은일 작가의 창작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은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달리 살 길은 보이지 않는, 삶에 쫓겨 죽음을 향해 달음박질치는데 갓길은 뵈지 않는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휴식의 공간 같은 역할을 하는 중단편소설 8편을 모은 것이다.
이들 작품들은 안간힘을 쓰기보다 숨을 고를 시간과 공간 ‘― 사이’를 담아낸다. 쉼표의 앞뒤, 변화의 경계에 놓인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담아낸다. 병에 걸린 사람은 요양이 필요하듯 병을 다스려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시간과 공간이 절실하다. 또 삶에 치인 사람은 이전의 삶에서 쉼표를 찍고, 다음 삶의 방향을 모색한다. 전진하다가 진흙구덩이에 빠진 차가 후진으로 빠져나갈 힘을 얻듯이 말이다.
“너한테 지금 필요한 건 여유야. 문학이, 소설이 너의 전부가 아니라고 일단 밀쳐놓을 수 있는 여유, 좀 놀아. 여행 다니면서 여행기를 쓰든지. 내 차 빌려줄게. 주제를 정하면 행로가 정해질 거야.”
― 「파우스트와 나와 케이」중에서
위의 글은 소설 속의 일부분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은 물론 20여 년 동안 쉼 없이 글쓰기 작업을 해온 송은일 작가 스스로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나비의 동굴」에서는 삶에 치이고 병마에 시달리던 남자가 자신을 다독이며 삶을 추스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와 집 뒤란에 있는 동굴로 들어간다. 중편소설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기승전결」은 붙들려 살던 삶의 방식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여자와 그녀의 반동적 움직임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의 길목에 놓인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맹렬한 오후」의 옷가게 주인은 전망 없는 삶에서 힘들게 버티지만 빠져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쇼윈도의 안쪽에 앉아 쇼윈도 바깥쪽을 한 없이 바라본다.
또 「파우스트와 나와 케이」의 나는 케이와의 관계를 통해 파우스트가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남녀의 사랑, 삶과 예술의 어쩌지 못할 애증 관계를 그린다. 「그러면 안녕」의 여자와 남자는 잇지도 끊지도 못하는 어긋나버린 사랑을 그리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신발을 선물하고, 여자는 진짜 ‘안녕’을 고하려고 자신들이 사랑했던 과거의 한때를 되돌아본다. 「혹」은 회사에서 떨려나오고 발등에 혹이 난 여자가 화상 입은 구두수선집 사람과 변두리의 삶을 만나는 이야기다. 표제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은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버거워하는 남자와 개명을 통해 새로운 삶을 단행하는 여자가 번다한 도시 생활을 접고 귀향하면서까지 얽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삶의 틈새에서 조용한 움직임의 싹을 틔어줄 ‘산 자 앞에 놓인 책’
송은일의 소설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에는 유난히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수작업자들이 꽤 등장한다. 세상에서 쫓겨나 동굴에 틀어박힌 사내는 제 손으로 길을 뚫는다. 탁자처럼 의자에 앉아 사람살이를 들여다보고, 생각하며 손을 놀려 조각보를 잇고 낡은 구두를 고치듯 훼손된 삶을 복원해내기도 한다. 소설가의 일이 그러할 것이다. 삶과 사람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그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상처의 기원을 탐색하며 상처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모색한다.
티베트에서 사람이 죽은 다음에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바르도Bardo라고 부른다. ‘바르도’의 ‘바르Bar’는 ‘사이’를 뜻하고 ‘도Do’는 ‘매달린’, ‘던져진’을 이른다. 한 상황의 완성과 다른 상황의 시작 사이에 걸쳐진 ‘과도기’ 또는 ‘틈’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탄생과 죽음이란 ‘틈’을 살아가는 존재다. 바르도에서 소설가는 사람살이의 틈새를 파고들어 과거와 지금,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이를 손으로 깁고 잇는다. 마음속의 소리를 끄집어내 목소리로 엮어준다.
“크든 작든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악운처럼 다가와 운명처럼 삶을 지배하는 상처와 상흔. 하여 누구나 헌 신발이나 헌 옷을 깁듯 자신의 상흔은 기워가며 산다. 신기료장수 차순용의 손은 타인의 상처를 깁는 일에 미립이 났다.”
― 「혹」 중에서
『티벳 死者의 書』의 원제목은 『바르도 퇴돌 첸모Bardo Todrol Chenmo』로, “바르도 상태에서 가르침을 들음으로써 위대한 해탈을 성취한다”란 뜻이다. 송은일의 소설은 마음의 고요한 움직임과 변화의 조짐을 담아 우리의 일상에 틈을 벌려준다. 작품들은 정지와 움직임의 ‘틈’을 잡아낸다. 잔에 물이 차오르는 순간을 차분하게 담아내며, 막 넘치는 찰나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앞으로 어찌 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변화를 가져오는 잔잔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끝의 직전, 끝의 시작까지를 그려내는 것이다.
송은일의 소설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은 산 자 앞에 놓인 책이다. 우리 삶의 틈새에서 조용한 움직임의 싹을 틔어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문단에 소문난 이야기꾼인 송은일 작가의 작품답게 술술 잘 읽혀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 작품 갈피갈피마다 생각이 고여 잠시 머물게 하는 마력 또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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