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
2015년 12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4월 2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94MB)
- ISBN 9791185720104
- 쪽수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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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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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자가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축구 스타일, 양주는 혼자만의 샷에 열중하는 골프 스타일이라 비교하면서, 형식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즐거움과 행복의 문명적 모색을 위한 사상을 만들어냈음을 알려준다. 동서양을 넘나다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논리로 엄숙한 이미지, 불편한 오해로 가득한 공자와 양주를 전혀 새롭게 해석한다.
'화끈하게 놀기‘의 멍석을 펼치며 14
인생의 목적은 즐거움이다 16 일하면서 노는 인간 17 합리 따라 놀기 21
삶의 이유는 ‘즐거움’이다 23 축구장 민족주의 24 이기라는 가치 27
뭘 하고 어떻게 놀 것인가 29 우리 것이 세계적인가? 30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31
공자의 축구
축구팀 감독 공자 36
공자와 『논어』, 동호회 운영 지침 36 군자: 동호회 운영자의 자격 40
공자의 시대: 주먹 센 놈이 왕인가 vs. 왕 주먹이 제일 센가? 43
공자의 롤 모델: 관중 48 공자를 담기 위한 게시판: 엘리아스의 문명화 53
동호회 운영자 공자 56
공자라는 운영자의 탄생 57 공자라는 종합선물세트 59
공자는 원조 선생님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가인가? 61
정치 실패의 뒷면, 교사로서의 성공 65 선생님과 제자; 상아탑 vs. 전쟁터 68
웹사이트의 기본구조: 엘리아스의 궁정사회론 72
엘리아스는 뭔가? 73 문명이라는 얼차려 74 축구를 통해 본 인간 결합 77
우리 문명인을 낳아준 아버지 ‘권력’ 79
문명과 규칙 예 81
예라는 인간의 척도 83 주지육림도 예다 86 만물의 척도는 예다 88 예는 주나라
의 고유명사인가? 89 음률로 제국을 통일한 진시황 93 해석이라는 심각한 오해
96 목민 vs. 대동 : 소·돼지 vs. 인간 100 보수와 진보의 갈림길, 질서와 경쟁 101
감히 포크로 음식을 먹다니! 103 만인 대 만인의 투쟁? 놀고 있네! 109
문명화 113
문명으로 조련된 부르주아 공자 118 도의 사용법 124 야만에서 문명으로 128
자기라는 개인의 자각 134 궁정사회와 도덕 143 궁정에서 축구하기 149
문명의 내면화 153
인간은 언제부터 선했나? 155 성선설의 광신도들 158 성선설을 거부하라! 162
인간이라는 문명 관계 174
욕망의 축구장 182
금화나 은화나 다 돈이다! 183 욕망의 밀당은 칠십부터 187 문명의 단맛! 196
욕망을 패스하라 202 크로스의 묘미 206 운영자의 태도: 나와 너의 공감 209
욕망의 게임을 정리하며 218
끝나지 않은 이야기 221
감정의 처리 222 자기를 위해 놀기 225 여가라는 이름의 학교 231 공자의 방법은
정말 재미있는가? 234 개봉박두Coming Soon! 239
양주의 골프
양주의 골프 플레이 252
삶의 목표 258 양주를 둘러싼 음모 260 싸가지 없는 이기주의자 263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 267 성공 지향의 멍청이들 269 걱정일랑 버리고 즐겨라 272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 274 마음을 자르는 면도날 276 삶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
가 280 썩은 쥐 고기 같은 인생에게 283 쾌락의 발기부전 287 욕망의 정치 292
평화의 메시지 294 양주라는 계급적 개인 298
Epilogue
참고도서
폼페이를 발굴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로마라는 고전시대의 형식적 완전성과 경건함이었지만 열어보니 로마 제국의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물의 대다수가 ‘포르노(Pornography)’라서 나폴리 국립박물관에 비밀의 방을 설치하고 유물을 숨겨야 했다.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주나라와 공자의 이념적 실체도 폼페이의 포르노와 다르지 않다고 확언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38쪽)
이 시대 한국에 주어진 공자라는 텍스트도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춘추복으로는 ‘아르마니(Armani)’, 겨울 동복으로는 ‘노스페이스(Northface)’ 패딩 점퍼를 입혀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봉건적인 왕조가 공자라는 텍스트를 계급의 경건함이나 보수적인 왕조 질서 혹은 도덕성으로 바라보았듯이 현재의 우리 또한 공자라는 바가지에 담긴 물을 ‘즐거움’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39쪽)
춘추전국, 뭔가 강렬한 전쟁의 피비린내와 주먹의 향기가 확 끼치는 인상적인 단어이다. 이 시대는 수백 개의 제후국이 난립하고 이합집산하며 폭력과 음모로 전쟁의 살육이 끊이지 않던 기원전 7~3세기까지 중원의 시공(時空)을 이르는 단어이다. (중략) 그 속에 살았던 공자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가슴에 품은 야망을 드높이며 전쟁의 비바람 속에서 종횡무진하면서 무자비하게 적을 도륙하고, 호탕하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로 동물이나 사람의 살을 썰어 먹는 ‘즐거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폭력보다는 평화로운 계급 사회에서 서로 눈치껏 기면서 노는 것이 더 즐겁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술자리에서조차 예의가 없으면 결국은 주먹다짐으로 끝나게 되기 때문에 더럽고 아니꼽더라도 예의를 갖추어 상대방 술잔도 채워주고 가볍게 건배제의도 하라는 얘기다. 가능한 한 상대방 말도 들어주면서 술 마시며 밥 먹는 게 겉으로는 간지러워 보여도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권유다. (43쪽)
공자의 출생과 성장의 기본 요소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골수 주나라의 예를 간직한 보수적인 노나라’의 ‘예’ 중심주의 ② 송나라 양공으로 대표되는 ‘꼴통으로 유명했던 은족(殷族) 출신’의 ‘보수성’과 고집불통 ③ ‘무당·제사장 출신의 망명객 대부계급의 아버지’가 지닌 계급성과 공자의 ‘계급’의식 ④ ‘지역 토착 단골무당(shaman) 어머니’가 지닌 지역적 의식과 ‘내면적 영성(靈性)’ (59쪽)
공자는 위에서 열거한 씨와 밭, 토양의 교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종합이고 따라서 실패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종족, 문화와 풍습을 융합하고 종합한 결과인 공자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유학사상의 시작이었다. 아울러 주나라와 은나라, 귀족과 토착민이라는 서로 다른 문명의 종합이며 결정체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자의 사상에는 세계시민적인 성격과 인간적인 측면 즉 보편적이면서 합리적인 특징이 한데 섞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61쪽)
공자를 기점으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나누는 것은 궁중사회의 완전한 몰락과 합리성을 계승한 신흥 부르주아 무사-지식인 계급의 등장을 의미한다. 공자는 그런 흐름에서 단연코 빛을 발하는 인물이다. 부르주아 사회화 및 재구성 과정에서 이전 궁중사회의 의례와 예절을 무사-지식인 계급에 맞게끔 재해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사회에 만연했던 야만과 폭력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한 계몽적 문명주의자로 간주할 수 있다. (120쪽)
공자는 필생의 목표를 ‘도(道)’에 두고 일로매진하였다. 하지만 공자는 뭔가 신비스럽고 있어 보여야 할 ‘도’를 재미없게 표현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중략) 그가 말하는 도라는 것의 용법이 뭔가 하늘을 난다거나 공중부양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실망스럽게도 행정법 같은 것을 포함한 국정운영의 지침과 통치철학이라는 점이다. (124쪽)
새로이 생겨난 짬뽕 유학 학파가 원조인 공자를 자기 학설의 담론 안에 집어넣으려는 전술로서, 심지어 공자가 『주역』에 붙어 있는 해설서인 「계사전」의 저자라는 주장마저 서슴없이 한다. 모든 짝퉁이 그렇듯 그들 짬뽕 학파도 파렴치했다. 이는 공자라는 권위를 내세워 모든 것을 자기네 학파의 담론에 연결시키려는 후대의 의도일 뿐 공자가 『주역』을 열심히 보았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후대의 유학자들의 못된 버릇 중 하나가 바로 문화적 표준이 된 공자라는 옷걸이에 이것저것 온갖 것을 다 갖다 붙이는 짓이고, 그래서 저들은 마침내 “공자가 성을 선이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159쪽)
공자와 그의 언행을 담은 『논어』의 열풍이 뜨겁다. 그러나 우리는 공자라는 동양문명의 핵심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는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동양문명의 맥락 속에서 공자가 수행한 역할에 주목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공자는 그의 앞 세대 주(周)나라가 기틀을 확립한 궁정과 귀족사회 전용의 문명을 세상의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도록 만든 문명의 전파자다.
문명은 즐거움과 행복의 조건이다. 따라서 공자가 끌어온 문명 또한 사람이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는 데에 맞춰져 있다. 그런 시각에서 공자의 말씀들을 다시 조목조목 뜯어보고 있다. 전혀 새로운 ‘공자 다시 읽기’다.
책은 공자의 유가(儒家)와 대척점에 섰다고 알려진 양주(楊朱)를 함께 자세히 분석한다. 엄숙한 예악의 문명과 극단적인 쾌락주의자인 둘의 차이와 공통점을 살핀다. 공자는 그런 점에서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축구 스타일, 양주는 혼자만의 샷에 열중하는 골프 스타일이다. 형식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둘의 귀결, 즐거움과 행복의 문명적 모색이라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동서와 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함, ‘현재’라는 우리 삶 속의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관점으로 공자의 『논어』와 양주의 아주 새로운 면모를 발랄하며 유쾌하게, 그리고 아주 유익하게 짚어낸 책이다.
공자는 늘 엄숙했을까. 그러나 그의 가르침을 담았다는 『논어』의 첫 구절은 그 엄숙함과는 전혀 반대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을까”,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 등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논어』의 첫 장 첫 부분이 이 내용이라면, 그 사상의 핵심은 결국 ‘즐거움(悅)’과 ‘기쁨(樂)’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새로 나온 책 『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는 그런 의문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가 보는 문명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조건’이다. 따라서 문명이 지향하는 가장 큰 목적은 즐거움과 기쁨, 나아가 그 모두를 포괄하는 행복 속에 있다고 본다. 문명에 관한 담론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도 아니다. 서구의 문명화 과정을 다룬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관점을 채용해 공자가 펼치려 했던 동양문명의 핵심적 요소를 다시 살핀 책이다. 공자가 흠모했던 주(周)나라는 예(禮)와 악(樂)이라는 문명체계를 만들었지만, 그를 넓게 펼치지 못했다. 궁정사회의 통치자와 귀족들만이 그를 향유하는 데 그쳤다. 공자는 그런 예악(禮樂)의 문명체계를 가져다가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고루 나누어 향수하도록 눈물겹게 노력한 인물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마치 신(神)의 불(火)을 사람에게 전달한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역할이다.
“우리 모두 함께 즐겁게 살아 보자”라는 조화(調和)의 이념을 전파했다는 점에서 공자는 단체적 속성이 극대화한 현대의 스포츠, ‘축구’를 선호했을 인물이다. 논리의 귀결은 크게 다를 게 없으나 방법의 측면에서 그와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 양주(楊朱)다. 그는 “내 다리털 하나와 천하의 평화를 서로 맞바꾸는 일은 없다”고 해 ‘극단적 쾌락주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저자는 그 점을 들어 양주를 개인기 중시의 ‘골프’ 마니아로 본다. 아울러 그에게 늘 따라붙었던 ‘지독한 쾌락주의자’라는 지적 역시 개인의 삶을 중시한 ‘인권사상가’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즐겁고 기쁘게 잘사는 일이 사람 사는 조건의 기본이라는 점, 나아가 지구촌 문명의 핵심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매우 유쾌하다.
2500년 전 동양문명의 여명기에 ‘삶의 조건’을 고민한 두 사람, 공자와 양주의 진지한 모색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쌓은 저자의 다양한 견문이 눈에 띈다. ‘즐거움 찾기’라는 문명의 현재적 관점에서 펼치는 자유로운 연상과 저자 특유의 논리가 매우 경쾌하다. 아주 오래 쌓인 공자의 엄숙한 이미지, 양주에 덧씌워진 불편한 오해, 동양문명은 왠지 딱딱하고 어려우리라는 선입견을 깨는 아주 유용한 도구다.
《책속으로 추가》
이런 맥락에서 공자가 즉 “바라는 것을 좇아서 달려간다”고 할 때의 그 욕망은 축구장의 공처럼 축구장 안을 여기저기로 ‘튀는’ 것이다. 공자는 머릿속의 개념을 비우고 놔두면 알아서 돌아온다며 느긋하게 기다렸던 노자와 달리 열심히 욕망을 좇아가는 축구 전술을 구사한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공을 좇아간다고 공이 나의 덕을 흠모하며 내 품에 안기는 것은 아니듯, 코끼리를 조련하는 기수처럼 공을 내 발에 붙일 방법을 간구해야 했다. (196쪽)
공자가 말하는 배움이자 놀이라는 의미의 ‘스콜레’로 육예(六藝)가 등장하는데, 육예란 예의(禮), 음악(樂), 활쏘기(射), 마차몰기(御), 글訪껑書), 수학(數)의 여섯을 말한다. 오늘날도 이와 유사한 놀이가 여가생활의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詩),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 올리기(書),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서 행동하고(禮), 음악을 들으며 기타나 악기를 다루고(樂), 운전하기(御) 그리고 게임하기(射)같이 그냥 일상에서 일어나는 놀이이다. 이 여섯 기예(技藝)는 궁정사회의 귀족들이 사냥과 전쟁을 수행하고 외교적인 결합체를 이루며 나라를 다스리고 연극적인 의례 구조의 결합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 교육이자 놀이였다. (231쪽)
공자가 축구라는 의례적인 경기의 룰을 손봐서 프로페셔널 리그 경기로 바꾼 뒤 같이 하는 즐거움을 모색했다면, 양주는 의미를 잃은 귀족 결합체의 의례 축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근본적으로 귀족적일 수밖에 없는 ‘나 홀로’의 스포츠인 골프라는 게임을 제안한 것이다. (253쪽)
시답지 않은 쓰레기 미풍양속을 주장하던 유학에 일침을 놓고, 음주가무와 섹스가 주는 ‘쾌락’이야말로 가장 보람찬 인생의 목표라고 선언한 ‘놀이동산’의 지존(至尊)이 바로 양주이다. 고대 그리스에도 육체적인 쾌락을 강조한 퀴레네 학파의 아리스티포스(Aristippus)와 그 후예로서 거꾸로 정신적인 만족을 강조한 에피쿠로스(Epikuros)가 있지만 양주는 이 둘을 합쳐놓은 듯 정신과 육체의 쾌락을 모두 합하여 인생의 목적으로 제시하였다. (259쪽)
양주에 대해 학자들이 이기주의자나 반사회적인 아나키스트라고 욕하건, 자기 생의 온전함을 중시한 도가 철학자로 꾸며서 웰빙의 선봉으로 삼건 간에 이 문장으로 그가 무엇을 중시했는지 드러난다. 바로 ‘술’과 ‘섹스’가 주는 ‘쾌락’이었다. 이러한 까닭에 양주를 웰빙으로 포장하고 생명을 중시한 도가로 덮느니, 차라리 손으로 해를 가리고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낫다. 도가이기 이전에 또는 아나키스트이기 이전에 양주의 삶의 목적과 의미는 다리털이나 천하가 아닌 그냥 쾌락이었다. (269)
양주는 운명의 길이 자체보다는 주어진 삶 안에서 욕망의 대상인 음식과 섹스(食色)에서 의미를 얼마나 찾았고 또 ‘얼마나 잘 즐겼는지’만이 진정한 삶의 만족을 준다고 보았다. 그는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절체절명의 명제를 외물로 치부하며 쾌락의 관점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양주 사상을 양생(養生)이라기보다는 양식색(養食色)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양주의 논리를 따라가자면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더 즐겁지 못한 것이 두려워진다. 양주는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273쪽)
공자의 부르주아 축구놀이를 비웃는 양주는 우리가 처해 있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직분에만 매달리는 삶을 지양하고, 그 안에 담긴 쾌락을 찾아야 의미가 생긴다고 보았다. 그는 최적의 쾌락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기 조절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체만을 바라보고 사는 삶이 아니라 눈을 돌려 자기를 돌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쾌락을 좇는 양주는 방탕한 탕자라기보다는 홀로 필드에 나가 자기와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해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에 집중하는 골퍼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Epilogue)
스티븐 킹(Steven King)이라는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가 있다. 그는 작품에서 얼토당토않은 괴물과 그 공포의 키워드로 성경구절을 절묘하게 사용한다. 그의 작품『쇼생크탈출』에서는 심지어 성경책을 망치 모양으로 파서 교도소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숨기기도 한다. 우리 고전인『춘향전』도 전문적인 해설 없이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경전구절을 구사하고 있다. 둘 다 교도소 탈출과 낭만적 스토리 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성경과 경전의 구절을 활용한다. 그렇다. 이제 경전이나 고전은 더 이상 하늘에 빛나는 별이 아니라 연장통에 놓인 연장이다. (Epilogue
작가정보
저자 이호영은 1964년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태어났다. 미아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학교 선생님이 “애가 좀 모자란 것 같으니 특수학교로 옮겨 보라”며 충고를 하실 만큼 특별한 소년기를 보냈다.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秦漢代 宗敎思想과 封禪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철학과 박사반에 진학하여 18세기 중국 유학자 대진(戴震)을 연구하여 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동양과 아프리카연구학교(S.O.A.S.)의 영어학교를 이수한 후 영어 전공으로 Diploma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팀 바렛(T.H. Barrett) 교수의 지도하에 『Dai Zhen’s Ethical Philosophy of the Human Being』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하여 여러 대학에서 동양윤리, 동아시아 고전, 중국철학사, 성과 철학, 성과 문화, 영화와 철학, 논리와 비판적 사고, 언어와 문명, 사이버 윤리, 컴퓨터게임과 문화, 놀이와 게임의 철학, 자연보호의 윤리, 비판적 고전 읽기, 한중일 사상비교연구, 삶과 죽음의 철학, 동양적 스토리텔링 등을 강의하였다. 현재는 중앙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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