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나이테

권혁재 지음

지혜 2013년 03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11년 01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권혁재 시집『잠의 나이테』는 친구네 돌아가신 부모님 문상 가는 일, 이주노동자의 애환, 위장전입과 당직근무 등의 일상을 담아낸 시집이다. 버석거리며 부서지는 일상의 파편적 경험들에는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 타자의 죽음을 겪으며 점점 더 죽음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깨달음,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異國, 혹은 二國 사이에서 고단함을 밀고 나가며 삶을 일구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생각, 배가 부른데도 먹잇감을 노리며 위장하는 자들의 탐욕과 노릿한 행태, 좌표를 잃은 이웃들을 향한 연민 등을 느낄 수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2부
3부
해설ㆍ어머니 심급 위에 길어 올린 시말의 세 풍경ㅣ김석준

책 속으로

며칠 삼밭을 다니느라 더러워진/ 어머니의 핸드폰을 닦는다/ 키판에 얼룩진 빨간 흙먼지와/오랫동안 틈새에 배인 땀의 무늬들/ 폴더를 열면 삼밭 바람이/ 가쁜 숨으로 불어오는 듯/ 키판에서 애기삼이 나풀거린다/ 땀내와 흙냄새에 절은/ 어머니의 핸드폰 깊숙한 곳으로부터 / 삼향기가 솔솔 우러난다/ 액정에 그려지는 삼의 향기/ 어머니가 오래도록 덮어 두었던/ 삼밭 은밀한 곳에다/ 빛을 전송하듯 꾹꾹 거름을 넣는다/ 어른거리는 애기삼 흔적을 닦을수록/삼밭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삼밭에서 어머니를 찾는/ 핸드폰도 걸려온다. ----「어머니의 핸드폰」전문

출판사 서평

그의 시적 프레임 속으로 친구네 돌아가신 부모님 문상 가는 일, 이주노동자의 애환, 위장전입과 당직근무 따위가 들어온다. 버석거리며 부서지는 일상의 파편적 경험들에는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 타자의 죽음을 겪으며 점점 더 죽음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깨달음,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異國, 혹은 二國 사이에서 고단함을 밀고 나가며 삶을 일구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생각, 배가 부른데도 먹잇감을 노리며 위장하는 자들의 탐욕과 노릿한 행태, 좌표를 잃은 이웃들을 향한 연민 따위가 녹아든다. 권혁재는 분칠하지 않은 맨얼굴의 세계상을, 그것들이 펼쳐진 시간들의 무덤덤함을 그려낸다. 그 세계상의 메마름과 그것을 전달하는 시적 어조의 담담함은 체념이나 달관 때문이 아니다. 그의 정직한 성정이 불가피하게 드러나는 탓이다. 그래서 세계의 메마름에 비벼지는 마음의 메마름을 질료삼아 시를 쓰는 권혁재의 메마름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권혁재 시인의 시에는 떠도는 운명을 타고난, 정박하지 못하는, 정박해서는 안 되는 선박의 슬픔 같은 게 감지된다. 그의 시가 닻을 내릴 항구가 마땅찮은 탓이다. 시인이 파악한 항구의 현실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기만과 야합과 술수가 횡행한다. 유년의 가족과 고향은 해체되고 생의 그림자에도 파문이 일렁인다. 그래서 시인은 따뜻한 안착보다는 방황을 선택한다. 그것은 괴롭지만 정직한 선택이다. 요즘 보기 드문 리얼리스트의 시가 여기 있다.
----안도현 시인, 우석대 교수

작가정보

저자(글) 권혁재

저자 권혁재 시인은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고,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이 있고, 2009년 단국대학교 문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권혁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잠의 나이테}의 지배적인 정서는 어머니를 필두로 한 가족의 끈끈한 정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그것은 이 세계가 인륜성으로 가득 차 있음을 예증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때론 “아버지의 단내” 속에 새겨진 “혓바늘”(「나무의 혀」중)을 읽어내면서 때론 “잉걸불 같은 누이의 사랑”(하늘길」중)을 하늘로 잇대어 놓으면서, 시인 권혁재는 그 모든 사태들을 어머니의 이름으로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최종심급이다. 역으로 시인이 어머니의 애잔한 삶-시간-세계 속에 새겨진 접힌 주름들을 시말 속에 응고시키면서 이 세상의 아픔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옴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