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오승근 지음

지혜 2013년 03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10년 10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세한도』는 후기산업사회의 메커니즘을 밀도 있게 해부하는 오승근의 첫 시집이다. 소멸로 치닫는 문명의 현실에서 '재생'이라는 화두를 든 채 그의 시는 다양한 감성을 전한다. 총 4부로 구성하였다.

목차

1부

세탁소 김씨

소리의 알

세한도

뜨거운 요리책

피카소 그림 감상법

다시, 사랑을 위한 행보

피조개

동굴탐사

책상을 더듬다

열쇠 하나

늑대의 춤을 추다

난쟁이 눈을 뜨다

동굴벽화

풍장놀이

명품 가구점에서

2부

고추 방앗간에서

그림자를 기다리며

명태

민화 속으로 들어가다

상형문자 풀이

늪을 빠져 나오다

집에 대하여

거위의 꿈

대금을 불고 있노라면

새로운 무릉도원을 가다

섬

나무의자의 고백

폐광

타임머신 버튼을 누르다

할아버지의 우주복

3부

풍년상회

흑백시집

붉은 삼각섬

굴비 날개를 달다

씨앗의 회전축

크나큰 날개

추녀 밑이 환하다

책의 수명

소리의 집

혈죽이 피다

포장천국

왕릉, 고요를 더듬다

반야의 낙조

봄날의 백일몽

북어

4부

수렵도를 채색하다

수양버들의 춤사위

물방울을 터뜨리다

봄날은 간다

루비콘강을 건너다

음색이 있는 벽화

원산지 표기

세한도를 찾아서

시간여행을 떠나다

겨울모기

지구, 유통기간에 따른 사실 보고

아프리카를 걷다

의림지 용왕님

진흙 쿠키

하늘 자궁

책 속으로

굽은 등만큼이나 가파른 능선을 따라
여기! 흑과 백이 나란히 절경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 뿌리로 아호를 찍어 내고 있는가
솔잎의 천년 향을 더듬고 있는
주목에게 눈보라는 하얀 수의를 입혀주고 있다
피륙 두어 조각으로 아랫도리를 감싼 채
비둘기의 빈 집을 떠받고 있는 주목나무
설경에 등 푸르게 휘호하며/ 나에게 넌지시 목적지를 물어 오는데
산은 양질의 질문을 골고루 공급 했으리라
뿌리와 잎의 절개를 바치고 저들은
원근이 각각 다른 수묵화를 이 땅에 새겼으리라
-세한도중에서

출판사 서평

오승근의 처녀시집『세한도』에는 후기산업사회의 메커니즘을 밀도 있게 해부하는 알레고리 감각이 서늘하다. 그의 시편에 ‘흉터’, ‘누수’, ‘수의’, ‘어둠’, ‘형틀’, ‘옹관묘’, ‘죽음’ 등등 소멸과 관계된 무의식의 파편들이 편재하는 것도 “제 그림자를 되찾고는 온전하게 부름켜를 세웠다”(「동굴탐사」)는 ‘빛’의 뿌리를 휘어잡는 고투의 과정이 전제될 때 가능하리라. ‘소멸’로 치닫는 핍진한 문명의 현실에서 ‘재생’이라는 화두를 든 채 그의 시는 다양한 감성의 촉수를 뻗으며 진화해 가는 중이다. 그의 시집 요소요소에 “원시의 무늬들”(「세탁소 김씨」)을 찾아 “꼭지점에 서면 그곳이 곧 하늘이라”(「세한도」)고 믿는 묵시론적인 잠언들이 출몰하여 아연하도록 영롱한 생의 비의를 환기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 강희안(시인)

오승근의 시집 『세한도』는 멜랑콜리가 다수가 아니고 애도가 다수다. 대부분 애도에 오랜 시간을 맡긴다. 오랜 시간 애도에 시간을 바친 ‘심정’의 무의식적 결과물, 우선 나는 오승근의 시를 이렇게 명명하고 싶다. 오승근의 많은 시들이 소멸에 대한 애도의 연속으로 보인다. 애도가 아닌 멜랑콜리가 간간히 눈에 비친다는 점도 주목된다. 더욱이 주목되는 것은 “바람이 수면 위에 앉아 풍차질할 때, 우포는 1억만년 전의 목소리로 잔잔하게 물길을 열어주었다”라고 한 것이다. ‘우포’의 현상학이 화자의 현상학이다. 수용의 자세다.

박찬일 시인 추계예술대학 교수

작가정보

저자(글) 오승근

오승근 시인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고, 2009년 유심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애도’는 타자의 소멸과 관계가 있고, ‘멜랑콜리’는 본인의 소멸과 관계가 있다. ‘애도’도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멜랑콜리’도 죽음에 이른 병이다. 오승근의 첫시집 {세한도}는 이 애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그러나 그는 소멸보다는 이 세상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의 삶에 대한 경의가 그것이고, “바람이 수면 위에 앉아 풍차질할 때, 우포는 1억만년 전의 목소리로 잔잔하게 물길을 열어주었다”라는 시구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