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을 열치다
2007년 04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06년 10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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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0111-2018-000-00249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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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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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중국 시인들부터 우리나라의 대문호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절편 80여 편이 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넘나들며 계절과 절기가 주는 서정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한시들을 만날 수 있다. 한시를 읽고 싶지만 왠지 모를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게 알맞은 교양서이자, 한시를 자주 접해왔거나 한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시인의 여러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선집이다.
제1부 봄
입춘 - 올해의 소망을 대문에 붙이다
우수 - 겨울 그림자를 털어내며
경칩 - 술렁거리는 봄, 겨울잠을 깨우다
춘분 - 천지의 봄을 기운으로 느끼며
청명 - 저편 언덕에 내 생이 묻혀 있네
곡우 - 차 향기 속에 제비는 날아오르고
제2부 여름
입하 - 하늘 끝 그리움 벗어나니 여름이 왔네
소만 - 보리밭에서 보낸 한철
망종 - 모내기, 그 즐거운 노동에 대하여
하지 - 문명의 옷을 벗어던지고
소서 - 봉숭아 꽃물에 소망을 담아
대서 - 한 잔 술 기울이니 더위가 사라지네
제3부 가을
입추 - 오동잎 하나에 천하의 가을이 담겼구나
처서 - 가을 부채의 노래
백로 - 들판 가득 흰 이슬 내리고
추분 - 내 삶을 바삐 재촉하지 마오
한로 - 세상 속으로 은거하다
상강 - 서리 내린 아침에 국화를 본다
제4부 겨울
입동 - 회색빛 산자락에 향수를 달래다
소설 - 설렘과 불안 사이로 내리는 첫눈
대설 - 쏟아지는 눈발에 보리 풍년 기다리네
동지 - 겨울의 극한에서 싹트는 봄기운
소한 - 매서운 추위 너머로 보이는 새 희망
대한 - 늦겨울과 새봄 사이의 변화의 기운
하루에 잠깐 드는 볕을 받으며 차가운 음풍(陰風) 속에서도 매화는 피어난다. 우리의 생도 그렇게 잠깐 드는 봄볕으로 일년의 험난한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은 아닐까. 입춘이 반가운 것은, 어쩌면 잠깐의 봄볕을 한껏 받아보고 싶은 소망 때문이리라. -입춘 p.25
안개 노을 차지하니 마음 절로 한가롭고
띠풀집은 푸르고 험한 봉우리에 높이 걸렸다.
배고프면 먹고 나른하면 잠잘 뿐 자른 일 없는데
봄날 새 한 소리에 꽃이 산에 가득하다.
-유방선柳方善, 〈수암의 시권에 秀菴卷子〉, 《기아箕雅》 권2
문을 열면 장대비 퍼붓는 듯 집으로 난입하는 개구리 소리,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거실에 아무렇게나 누우면 순식간에 나는 시공을 넘어서서 우주의 한가운데 오롯이 서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드넓은 천지에 오직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는 느낌, 그것은 단순히 고독의 차원과는 질적으로 다른 그 무엇이다. 먼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개 돌려 뒤돌아보면 길은 피곤한 모습으로 내
뒤에 흩어져 있고, 비끼는 저녁 햇살 속에 나 혼자만이 서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소서 p.136
벌거숭이로 창문 사이에 누워서
밝은 달 아래 뒹굴거린다.
초연히 세상 어지러움 잊으니
나는 무엇하는 사람이던가.
-윤증尹拯, 〈달밤月夜〉, 《명재선생유고明齋先生遺稿》권1
찬이슬이 내린다고 한곳에 머물러 있다면 어찌 세상에 우뚝 설 수 있겠는가.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들메끈을 고쳐 매는 일은 지식인의 일상사라야 한다. 대가 되면 미련없이 먼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러기의 날갯짓을 배워야 한다. 앞에 놓은 술 한 잔을 얼른 털어 넣고, 저 앞에 놓여 있는 길로 성큼 발걸음을 들여놓아야 한다. 정착과 방랑 사이에서 일렁이는 마음을 잘라버리고 힘차게 길을 나선다. 한로 p.206~p.207
서리 내려 나뭇잎 질 때 성긴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 그루터기 위에 앉는다.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잎은 옷소매에 점점이 떨어지고, 들새는 나무 우듬지에서 날아올라 사람을 엿본다. 황량한 땅이 이 순간 맑고 드넓어진다.
-상촌象村 신흠申欽〈야언野言〉《상촌집象村集》권48
사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하나의 순간이 섬광처럼 빛날 때 시공을 잊고 우주에 우뚝 선 느낌을 받는다. 이는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태곳적 우주를 마음껏 달리며 내 생명이 곧 우주의 생명이라는 희열을 느낀다. 천지는 명랑하게 개었고 햇빛 찬란한 흰눈을 달고 서있는 저 봉우리들과 숲의 나무들은 허공에 이어져,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한다. 겨울바람에도 꿋꿋이 서있던 소나무도 가지마다 눈덩이를 이고 고요한 자태로 천고의 적막을 지킨다. -대설 p.246~p.247
아련하고 막막하게 끝없이 트인 곳에
소나무 나지막이 눌려 고요히 바람 없어라.
잠깐 사이에 맑게 개어 천지가 명랑한데
보석 같은 봉우리와 숲은 먼 허공에 이어졌다.
-허적, 〈큰눈大雪〉, 《수색집水色集》 권6
24절기 자연의 운행을 담은 주옥같은 한시 작품들을 골라 엮은 국문학자 김풍기 교수의 한시 에세이 『삼라만상을 열치다-한시에 담은 24절기의 마음』이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출간되었다. 24절기마다 저자 김풍기의 어린 시절 추억과 에피소드로 편안하게 시작, 절기에 걸맞는 한시 명편들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해 읽는 맛을 돋웠다.
『삼라만상을 열치다』를 관통하는 중요한 흐름은 ‘절기’이다. 불과 얼마전까지야 절기는 따로 헤아릴 필요가 없는 생활 그 자체였지만, 도시 생활을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절기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강원도 벽촌에서 태어나 ‘농사꾼의 피가 흐르는 촌놈’을 자처하는 저자는 늘 달력을 들추며 절기를 가늠하곤 한다. 시골에서 자란 저자에게 24절기란 아직도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농부들의 힘찬 숨소리가 원형질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절기를 잊고 사는 것은 우주에 뿌리박은 우리 몸을 잊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비록 지구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의 원형질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에 뿌리내리고 살던 삶의 기억을 찾음으로써 정신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이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록된 한시들은 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한시들이다.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매료되었다는 ‘도연명’과 ‘구양수’ ‘두보’에 이르는 중국 시인들로부터, ‘이달’ ‘유방선’ ‘이규보’ ‘정약용’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문호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절편 80여 편이 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다. 사실 한시란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 24절기와 걸맞는 한시를 너덧 편씩만 뽑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넘나들며 계절과 절기가 주는 서정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한시들을 선별해 적재적소에 배열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과 그 학문적 깊이까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한시를 읽고 싶지만 왠지 모를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게는 맞춤격인 교양서이다. 한시를 자주 접해왔거나 한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시인의 여러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선집이 될 것이다. 굳이 한시가 아니더라도 계절이 바뀔 때쯤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 같은 한시집으로 이 책 『삼라만상을 열치다』를 자신있게 권한다.
한시 읽어주는 남자 - 김풍기
저자 김풍기는 독자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 속으로 걸어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매화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두고 따뜻한 햇차 한 잔을 천천히 끓여내어 권하면서 맛깔나는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풀어놓는다. 그의 어릴적 추억담을 듣다가 마침 생각난 듯 읊어주는 한시를 한 편 감상하고, 또 그 한시에 얽힌 이야기도 듣는다.
저자는 꼭꼭 여러 번 씹어야 제 맛을 아는 백설기처럼 한시도 두 번 세 번 읽고 뜻을 음미하기를 권한다. 거듭 읽을수록 글자 한 자에 숨어 있는 뜻도 새로이 보게 되고 그만큼 한시가 펼쳐 보이는 세계가 더 넓어진다. 한시는 자꾸 곱씹어 보아야 그 안에 담긴 무궁무진하고 오묘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딱 맞는 한시를 골라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좋은 작품이란 자신의 경험과 등치되어 작품 속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저자가, 자신이 느끼는 것과 그에 대한 한시들을 적절히 배치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두시언해』를 읽다 감동을 받은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즐겨 읽는다고 한다. 바로 그때부터 한시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이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 같은 감동을 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 담긴 시 혹은 이 책 자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나아가 한시의 세계로 이끄는 시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김풍기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일찍부터 그 끝을 알 수 없이 오묘한 한문의 세계에 심취한 이래, 중국과 한국의 옛시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동안 출간한 저서로는 『조선 전기 문학론 연구』『한국 고전시가의 역사적 지평』『옛시 읽기의 즐거움』『시마, 저주 받은 시인들의 벗』『누추한 내 방:허균 산문집』『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강원 한시의 이해』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조선시대 금강산 유기』『한시로 떠나는 금강산기행』『조선 여인의 노래:박죽서의 삶과 문학세계』『소설 옥루몽』(전5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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