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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

칼릴 지브란 지음 | 양억관 옮김
이상북스

2017년 04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3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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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 0102-2018-800-00257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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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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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은 저 유명한 칼릴 지브란이 남긴 세 권의 우화집 《미친놈》 《선구자》 《나그네》를 한데 엮은 것이다. 1918년 칼릴 지브란이 영어로 쓴 첫 번째 작품인 《미친놈》에 실린 우화들에는 인간의 악의·위선·불의·야망·순응·맹목성 등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교훈이 담겼다. 그래서 읽다 보면 마음을 들킨 듯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고, 미처 몰랐던 의식 너머의 세계로 가만히 이끌리기도 한다.

1920년 작품 《선구자》의 시와 이야기들은 우리의 깊은 내면을 일깨워 속속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3주간에 걸쳐 쓴 《나그네》(The wanderer)의 이야기들은 칼릴 지브란 “그 자신이 선량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하루하루의 고통으로부터 나온” “그가 걸어온 길의 먼지와 인내로 이루어진” “조용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지브란의 자화상과도 같은 “가진 것이라고는 겉옷과 지팡이 하나와 얼굴에 내리깔린 고통의 베일뿐”인 ‘나그네’의 모습에서 인생의 쓸쓸함과 더불어 고뇌하며 살아온 자만이 풍기는 따뜻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친놈
친구│허수아비│몽유병자들│영리한 개│미친놈│신│두 사람의 은자│일곱 개의 분신│전쟁│여우│현명한 왕│야심│새로운 즐거움│다른 세계의 언어│석류│세 마리 개미│사원의 계단에서│축복받은 도시│좌절│밤과 미치광이│더 큰 바다│십자가 형벌│천문학자│열망│풀잎이 말하기를│눈(眼)│두 학자│내 슬픔이 태어났을 때│그리고 기쁨이 태어났을 때│완전한 세계│주는 것과 받는 것│두 개의 우리│묘 파는 사람│선한 신과 악한 신│얼굴

선구자
보다 큰 자아│전쟁과 작은 나라들│비평가들│시인들│선구자│신의 광대│사랑│여왕과 노예│성자│부자│풍향계│아라다스의 왕│내 마음 깊은 곳에서│왕조│완전한 지식│눈처럼 하얀 종이│학자와 시인│가치│양심의 가책│죽어가는 남자와 콘도르│나의 고독 저편에│새벽의 사랑│다른 바다

나그네
나그네│독수리와 종달새│사랑 노래│눈물과 울음│축제일│두 왕녀│번개│은자와 짐승들│예언자와 어린이│진주│육체와 정신│왕│모래 위에│세 가지 선물│전쟁과 평화│춤꾼│수호천사│조각상│교환│꿈│미치광이│개구리│법와 입법│철학자와 구둣방│다리를 만든 자│자드의 들판│황금벨트│붉은 대지│세상을 버린 예언자│아주 오래된 포도주│두 편의 시│루트 부인│제값│신과 신들│귀 먼 여자│탐구│왕의 지팡이│작은 길│고래와 나비│평화│그림자│신을 발견하는 것│강│두 사냥꾼│또 다른 나그네│옷│사랑과 미움│만월│쥐와 고양이│저주

역자 후기 231

본문 중에서

내가 사는 마을에 잠을 자며 거리를 방황하는 모녀가 있었다.
어느 날 밤, 정적이 이 세상을 감싸고 있을 때, 잠든 채
걷던 어머니와 딸이 안개로 뒤덮인 집 정원에서 만났다.
어머니가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여기서 만났구나. 이 원수! 너는
내 청춘을 짓밟고 내 허물어진 육체 위에 너의 생명을 꽃피웠다!
죽여 버리고 싶어!”
그러자 딸이 말했다.
“아아, 이 꼴 보기 싫은 늙어빠진 여자!
내 자유를 산산이 부수어 버린 계집! 내 인생을 별 볼일 없는
네 인생의 복제판으로 만들었잖아. 너 같은 건 죽어 버리는 게 나아!”
그때 수탉이 때를 알리자 두 사람은 눈을 떴다.
어머니는 부드럽게 말했다.
“아, 너였니?”
딸도 얌전하게 대답했다.
“응, 엄마.”
-‘몽유병자들’ 중에서

옛날에 힘세고 현명한 왕이 위라니라는 도시를
통치하고 있었다. 왕은 그 힘으로 위엄을 세웠고,
현명함으로 사랑받았다.
그 도시 중심에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물은 차갑고
수정처럼 투명했다. 주민과 왕과 신하들은 모두
그 물을 마셨다. 그 도시에는 다른 우물이 없었으므로.
어느 날 밤 모두 잠든 사이 마녀가 조용히 도시에
스며들었다. 마녀는 우물에 이상한 액체를 일곱 방울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제 이 우물물을 마시는 자는 모두 미쳐 버릴 것이다.”
다음날 아침 왕과 시종장을 제외한 도시의 주민 모두가
우물물을 마시고 마녀가 말한 대로 미쳐 버렸다.
그날 모두 미쳐 버린 주민들은 길거리나 시장에 모여 이렇게 수군댔다.
“왕이 미쳤어. 시종장도 미쳤어.
이렇게 미친 왕의 지배를 받을 수는 없지. 왕을 퇴위시키자.”
그날 저녁, 왕은 금잔에 우물물을 떠오라고 말했다.
잔을 받은 왕은 단숨에 물을 마셨다.
왕에게 잔을 받아든 시종장도 그것을 마셨다.
그리하여 위라니라는 도시에는 다시 커다란 환희가
터져 나왔다. 왕과 시종장이 제정신을 찾았으므로.
-‘현명한 왕’ 중에서

한 마리 여우가 해가 떠오를 무렵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오늘 점심은 낙타로 해야지.”
여우는 오전 내내 낙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정오가 되었을 때
여우는 다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쥐라도 좋지 않겠어?”
-‘여우’ 중에서

옛날 아흐칼이라는 고도에 두 학자가 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의 학식을 혐오하고 경멸했다.
한 학자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고, 다른 학자는 신을 믿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시장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은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해 논쟁을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논쟁을 벌인 다음 그들은 헤어졌다.
그날 밤 무신론자는 사원으로 나아가 제단 앞에 엎드려
신의 길에서 벗어났던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같은 때, 신을 믿었던 학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많은 성전(聖典)을 불살라 버렸다.
그는 무신론자가 된 것이다.
-‘두 학자’ 중에서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던 어느 날,  나는 어느 섬에서
끊임없이 땅에서 무언가를 주워 먹고 바다에서 무언가를 퍼 마셔대는,
사람 얼굴에 쇠 발굽을 가진 한 괴물을 만났다.
나는 한참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신은 제대로 배를 채워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모양이네요.
당신의 배고픔과 갈증은 결코 채워지지도 멈추지도 않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아니오, 나는 배가 불러요. 오히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지겨울 지경이지요.
하지만 내일이 되면 먹고 마실 수 있는 땅도 바다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요.”
-‘부자’ 중에서

거짓과 위선으로 뒤틀린 세상에서 우화 읽기

때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이 ‘이야기’보다 흥미롭다. 흥미롭다는 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제가 많다는 것, 곧 거짓과 술수 혹은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 넘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거지같은’ 세상의 흥미로움은 대부분 부정적 원천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어두운 현실은 우리를 냉소 또는 체념으로 이끈다. 긴 호흡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기 어려운 복잡한 삶의 현장에서 현실의 엄중함과 우스꽝스러움, 존재의 부조화 또는 불안함을 찬찬히 반추하기 위해 짤막한 이야기 읽기, 우화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저 유명한 칼릴 지브란이 남긴 세 권의 우화집 《미친놈》 《선구자》 《나그네》를 한데 엮은 것이다. 1918년 칼릴 지브란이 영어로 쓴 첫 번째 작품인 《미친놈》(The Madman)에 실린 우화들에는 인간의 악의·위선·불의·야망·순응·맹목성 등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교훈이 담겼다. 그래서 읽다 보면 마음을 들킨 듯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고, 미처 몰랐던 의식 너머의 세계로 가만히 이끌리기도 한다. 1920년 작품 《선구자》(The Forerunner)의 시와 이야기들은 우리의 깊은 내면을 일깨워 속속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3주간에 걸쳐 쓴 《나그네》(The wanderer)의 이야기들은 칼릴 지브란 “그 자신이 선량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하루하루의 고통으로부터 나온” “그가 걸어온 길의 먼지와 인내로 이루어진” “조용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지브란의 자화상과도 같은 “가진 것이라고는 겉옷과 지팡이 하나와 얼굴에 내리깔린 고통의 베일뿐”인 ‘나그네’의 모습에서 인생의 쓸쓸함과 더불어 고뇌하며 살아온 자만이 풍기는 따뜻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가히 우화의 귀재라 할 칼릴 지브란의 짤막한 이야기들은 복잡한 세상에서 정신 놓고 끌려가는 우리에게 잠깐 멈추어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라고, 따라만 가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 자유롭게 나아가라고 부추긴다.

웃음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철학 우화

칼릴 지브란이 만들어 낸 우화는 이 책에 수록된 세 작 품집, 《미친놈》(1918), 《선구자》(1920), 《나그네》(1932)뿐 이다.
우화나 잠언을 읽는 재미는 그것이 우리의 일상적 사고 구조에 반역을 일으키게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무엇인 가로부터 일탈하기를 은근히 유혹하는 어떤 위험한 도 전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동시에 우화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잠언만 큼 강렬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관성으로 그냥 달리고 있 던 우리의 일상 의식의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우화 는 나의 어리석음과 터무니없이 무반성적인 삶의 태도 에 강렬한 일격을 가하는 충격요법적 문학이다.

칼릴 지브란의 우화들은 ‘교훈을 주는 짤막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기존 우화의 틀을 넘어 인생의 아이러니와 존재의 모순, 거기에서 비롯되는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음, 소통과 관계의 어려움과 쓸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하는 생의 절대고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칼릴 지브란은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잠언으로 유명하지만, 이 책 《몽유병자들》에 실린 철학 우화들은 헛헛한 웃음과 함께 아하! 하는 맑은 깨우침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갑갑하고도 출구가 없어 보이는 우리의 일상을 위트와 냉소로 가볍게 비트는 우화 읽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시인이자 작가, 화가다. 조국 레바논과 미국, 파리를 오가며 교육받았고, 1923년에는 초고 완성 후 20년 만에 철학 에세이 《예언자》를 출간했다. 영국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와 철학자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한때 보스턴의 빈민촌에서 영적 자유를 찾아 방황하기도 했지만 생애 대부분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작업실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이 책 《몽유병자》는 잠언과 우화를 만들어 내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가 영어로 쓴 최초로 작품 《미친놈》(1918년)을 포함해 《선구자》(1920년)와 《나그네》(1932년) 등 3권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현실의 냉엄함을 짤막한 이야기들을 통해 풍자와 냉소로 해소하고 이해하게 하는 이 책은 일상에 눌린 우리의 몸과 마음에 쉼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역자 양억관은 전문번역가.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최후의 가족》 《희망의 나라로 엑소더스》 《공생충》 《타나토스》 등을 번역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마쓰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 일본의 대표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번역했다. 이 외에도 《메멘토 모리》 《낮의 목욕탕과 술》 《공부는 왜 하는가》 《살아가는 의미》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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