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곽진순 지음

에세이문학출판부 2019년 12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8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곽진순의 첫 수필집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는 수필 본연의 자아 성찰적 시선으로 독신녀의 고독을 감당하는 지혜로운 삶, 자기만의 최면을 걸고 속내를 진솔하게 고백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용감한 그녀가 주인공인 자전적 수필의 모범을 보인다. 아울러 그녀를 둘러싼 가족을 연속된 화제로 만나며 즐거운 스토리의 세계로 몰입케 한다. 작가 <서문>에서 밝힌 희망대로 독자는 재미나게 그 속에 빠져든다. 한 여성이 홀로 꿋꿋하게 살아온 세부 인생 문양의 파노라마를 접하며 아하,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신선하고 솔직하며 담담한 문체의 매력에 독자는 모르는 새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한때 소설 창작 공부를 했던 솜씨에서 발휘하는 정확하고 세세한 인물 묘사는 진국을 넘어선 덤을 맛보는 일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목차

서문

1. 요리하는 남자
어떤 동거
튤립 무늬 이불
불면증
독신녀
짧은 인연
눈 먼 정의감
요리하는 남자
옆집 여자

2. 환상이 스러지다
광어 매운탕에 박힌 흰 컵
술에 대한 편력
왜 마시는가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고시생의 어맘
나리타행 비행기 안에서
환상이 스러지다
푸른 눈에게 고함
거지인가, 모델인가

3. 모란이 만개하던 날
닭 요리를 하는 시간
창녀처럼 살고 싶다던 그녀
핸들 바뀐 자전거를 타고
머리를 싸매고 누워서 보니
심장이 뛰는 소리
억새밭에서 잠자다
모란이 만개하던 날
땅에 대한 애착

4. 사치는 아름다워
모든 사람은 모두의 스승이다
헌 닭집과 새 닭집
발 마사지하는 소년들
사치는 아름다워
순대 이야기
모자
미움도 관계다
나의 이상향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던 날

출판사 서평

새삼스럽게 결혼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첫째, 까다롭고 ‘섬세한’ 성정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선을 볼 때의 일이었다. 맞선을 보러 나온 남자가 어떤 말을 하면서 ‘손가락’이라는 단어를 ‘손구락’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기겁을 하고 차를 마시자마자 찻집을 뛰쳐나왔다. 예전에 사귀었던, 그러나 좋지 않게 헤어졌던 만자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또 다른 남자를 거절했다. 이러저러한 자질구레한 이유들을 들어가며 남자들을 마다했다. 물론 남자에게 채인 적도 있었지만. -<닭 요리를 하는 시간> 중에서

때가 꼬깃꼬깃 밴 흰 셔츠에 하얀 세로줄 무늬가 있는 파란색 깡똥한 추리닝을 입은 남자가 한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큰 키에 커다란 덩치, 넓적한 얼굴에 산맥을 이루는 듯한 광대뼈, 두툼한 입술, 정지된 듯한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정상에서 많이 벗어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코 밑에는 콧물이 말라 있었다 -<눈 먼 정의감> 중에서

그렇다고 리얼한 진솔한 삶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자재로 비상하는 상상의 날개를 타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다채로운 삶을 그려보고 팍팍한 현실을 잊게도 한다. 문학에서만 가능한 치유의 열매다. 이 달콤 쌉싸름한 열매의 맛이 인생의 불가해한 미각味覺임을 독자가 문득 허허롭게 깨우치게 한다. 곽진순 수필의 스토리가 품고 있는 상쾌한 반전의 재미다.

“신부 곽진순 양과 신랑 이 꽃들 군의 결혼식을 올리겠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이상하고, 미친 사람의 잠꼬대 같다. 하지만 바다가 변해 산이 되고,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도 더 적은 시간 내에 종과 종을 초월한 존재들끼리의 결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감히 예언해본다. -<어떤 동거>중에서

수필집을 읽다보면 작가 가족의 세세한 삶을 엿보며, 독자가 함께 그 자잘한 일상 풍경 속으로 폴짝 뛰어들어 어깨를 맞대고 원무를 추듯 어울리는 한 판 놀이가 된다. 불현듯 수필집 마지막 지면을 덮으면 그때쯤엔 독자도 갑자기 밝아진 영화관 조명에 놀라듯 그녀가 벌인 문학 마술에서 풀려나 현실로 걸어 나온다. 공감의 선물 보따리를 챙겨들었음은 당연 불문가지다.

엄마를 평생 따라다닌 건 지적 호기심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외할머니, 자식에 대해서도 애틋한 마음을 내지 못했던 외할아버지와 새어머니 아래서 엄마는 항상 사랑의 결핍에 시달렸다. 아버지 또한 시댁 식구와 엄마 사이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당신은 어는 별에서 왔나요>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곽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