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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

대릴 샤프 지음 | 류가미 옮김
북북서

2010년 01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09년 09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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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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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융 심리학

삼십대 후반의 평범한 가장 ‘노만’의 이야기로 보는 심리서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 이 책은 칼 융의 주된 개념인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콤플렉스, 적극적 명상, 투사, 성격 유형, 그리고 개성화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융의 심리학 이론을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소설로 만나보자.

이 책의 주인공 노만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 왔지만 중년에 이르러 아무런 보장도 없이 ‘나 자신’을 재조직하라는 내적인 요청을 받아 갈등을 겪는다. 노만과 그의 아내 낸시, 분석가와 친구 아놀드, 신비스러운 레이첼은 어딘가 우스꽝스럽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익숙한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다. 저자는 차마 우리가 의식할 수 없었던 우리의 내면조차도 끌어내어 보여주고 있다.

노만은 개인이 아니라 중년의 위기 때문에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저자는 노만이 정신분석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중년의 위기를 치유하는 과정 속으로 이끈다. 융은 중년의 위기를 심리적 혹은 정신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중년이 되면 인생 전반부에 살아보지 못한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심리적 혹은 정신적 재조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융 심리학의 주요 이론을 가지고 중년에 찾아오는 심리적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과 우울증, 그 밖의 다양한 증상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더불어 중년의 의미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프롤로그
01장 시작의 어려움
02장 뱀이 깨어나다
03장 미지의 타자
04장 영웅의 모험
05장 있는 그대로의 현실
06장 일상화된 고통
07장 어디에도 없는 중도
08장 초월적 기능
09장 시작의 끝
에필로그
중년의 위기와 그 치유 과정에 관한 몇 가지 이론들
신경증, 중년의 위기 그리고 개성화
중년의 위기와 그 의미
융의 심리 에너지에 대한 관점
적응과 퇴행

노만은 대기실에 앉아 울고 있었다. 나는 그가 한 시간 동안이나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비서를 통해서 들었다. 비서는 그에게 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고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잡은 노만은 그만 차를 바지에 흘리고 말았다.
내가 사무실에 있는 의자로 그를 안내하자 그는 안락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것은 우리가 얼굴을 마주한 첫 번째 상담이었다. 노만은 지난 15년 동안 내가 분석가로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긴 머리에 잘 다듬어진 턱수염과 콧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그의 옷차림은 깔끔했다. 그는 스포츠 셔츠 위에 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은 허시파피 구두는 장소에 안 어울려 보였다.
“죄송합니다.”
노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코를 풀었다.
“나는 이곳으로 오는 버스를 탔을 때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을 멈출 수 없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죠. 나는 아침 일찍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갈 데가 없었거든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매우 불행합니다. 며칠 전부터는 울면서 깨어납니다. 일단 울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어요. 예약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왔는데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지독한 혼란 상태에 있어요. 아마도 제가 미친 모양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는 가죽으로 만든 낡은 서류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서류가방을 열더니 수첩을 꺼냈다.
“나는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내게는 가족이 세상의 전부예요. 나는 그들 없이 살고 싶지 않아요.”
그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가정이 파탄나기 직전입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결혼해서 6년 동안이나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나는 아내를 사랑해요. 내가 아내를 버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는 두 손바닥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결혼 생활 동안 내가 종종 다른 여자들과 어울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여자들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나는 가족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 것도 다 가족 때문입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착하고 똑똑하고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어머니일 겁니다. 아내는 날 사랑해요. 그녀는 결코 날 버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걸 알아요.”
우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는 벽을 응시하고 있는 그를 살펴보면서 내가 이 남자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가늠해보았다. 그를 보면서 나는 유령이 되어 나타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제 생각에는 이 모든 문제가 2년 전에 시작된 것 같아요. 2년 전에 아내는 저와 더 이상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거든요.”

이 책은 삼십대 후반의 평범한 가장 노만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그러나 노만은 개인이 아니라 중년의 위기 때문에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작가는 노만이 정신분석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중년의 위기를 치유하는 과정 속으로 이끈다.
이 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칼 융의 주된 개념—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콤플렉스, 적극적 명상, 투사, 성격 유형, 그리고 개성화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융은 중년의 위기를 심리적 혹은 정신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중년이 되면 인생 전반부에 살아보지 못한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심리적 혹은 정신적 재조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심리학 개론서가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다. 노만과 분석가는 자신들의 가장 깊은 상처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아픔을 겪는다. 그들은 저 얻기 힘들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라이프스타일과 아무런 보장도 없이 ‘자기’(self)를 재조직하라는 긴급한 내적인 요청 사이에서 끔찍한 갈등을 겪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만과 그의 아내 낸시, 분석가와 그의 친구 아놀드, 신비스러운 레이첼은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로 다가온다. 그들은 어딘가 우스꽝스럽지만, 우리는 쉽게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정직하게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대릴 샤프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업 중인 융 학파의 정신분석가. 융 심리학 책들을 주로 출판하는 이너시티북스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취리히에 있는 칼 융 연구소를 졸업한 그는 융 학파의 분석 방식으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서로 『비밀스런 까마귀—갈등과 변형』, 『성격의 유형—성격 유형에 대한 융의 모델』 등이 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분석심리학과 대상관계이론을 공부했으며, 1999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아름다운 날」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신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류가미의 환상여행」을 연재했으며, 최근에는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장편 소설 『라디오』, 『거미 여인의 집』, 『아이온』 등을 썼으며, 번역서로는 틱낫한 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우화를 엮은 『틱낫한의 마음 한가운데 서서』와 기원전 4세기경 아테네 창녀의 스캔들 재판을 통해 고대 그리스 황금시대를 재구성한 역사교양서 『네아이라 재판소동』, 영화 「300」 원작자의 치열한 자기극복 이야기 『최고의 나를 꺼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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