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향기 대지의 노래
2011년 11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08년 0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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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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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또 다시 전쟁이 터졌다. 해방이 되었다고 좋아한지 불과 5년도 채 안됐는데 말이다. 처음에 우리는 동두천 쪽에서 들려오는 총소리가 전쟁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의정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였다.
삼팔선과의 거리가 가까운 관계로 사단본부가 있었으니 전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군은 빠른 속도로 남침을 해오기 시작했다. 밤과 낮 할 것 없이 대포소리와 총소리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동네사람들도 하나 둘 씩 피난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를 가져 배가 불룩하던 아내는 비행기 폭격이 심하던 8월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데리고 피난을 가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피난가지 않은 동네사람들과 임시방편으로 뒷산에 있는 박쥐굴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숨어들었다.
그곳에다 아내를 대피시켜 놓고 밤이 되면 집으로 내려가서 밥을 지어 날랐다. 너나없이 제대로 먹고 자고 씻을 형편이 아닌지라, 피난 동굴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일 주일정도 지내다 보니 아내의 몸이 붓고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외숙모께서는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애엄마 죽이겠다고 걱정하시더니 자신의 며느리와 아내를 데리고 가래비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저자 안기준은 평범한 농사꾼이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오직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고 목표였다.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고 성치 않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어린 안기준이 격어야 했을 세상의 찬바람은 끝없이모질기만 했다. 이제 제대로 일가도 이루고 부자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아직 농사꾼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은 없다.
사방 공사장 인부 , 기차 화부의 경험과 제법 살만할 때 찾아 온 도박의 유혹 등은 한 인간의 소박한 풍경이다. 사선을 넘나드는 징용 탈출 순간의 긴장감도 넓은 강처럼 흐르는 그의 인생에서는 작은 돌부리에 지나지 않는다.
피란의 와중에 잃은 첫 아이, 내 논을 갖는 첫 순간의 기쁨, 제3공화국과 함께 새롭게 시작한 쌀 배급소 사업 등 인간 안기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린 이 책은 특별한 사람의 위대한 회고록과는 달리 민초의 아픔과 역사의 질곡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유명한 사람의 책이 정사(正史)라면 이 책은 분명 야사(野史)이다. 역사에 대해 꾸밈없이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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