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2013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11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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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9235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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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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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다. 그토록 인간은 행복을 좇았지만 과연 인간은 행복한가. 저자는 감정에 의존한 행복 추구에 반해 감정이 아닌 실체, 즉 ‘토끼’만을 쫓는 늑대를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늑대는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에 집중했고, 기다리는 인내가 있었으며, 그것만으로도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하며, 세상에 길들여진 채 참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인간의 빈터 13
너무도 영장류적인 16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23
2. 나의 늑대가 되어 줄래?
인생, 야생을 초대해 버렸다 31
큰 개가 필요해 33
요 녀석, 귀엽지만 파괴적인 43
왜 복종해야 한단 말인가 49
목줄 풀고 나란히 걷기 54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60
때로는 동생처럼, 때로는 형처럼 68
3. 강의실에서 하울링을
기상천외한 강의계획서 75
여심 사로잡는 법 78
놀이 본능 + 싸움 본능 80
말은 해도, 거짓말은 못 한다 86
사회적 지능의 핵심 89
사회적 정서의 착각 94
속임수 99
독심술 102
고의성 105
오직 인간만이 정의롭기에 충분하다 111
4. 너에게 길드니, 사람이 보인다
좀 거칠게 놀아 보자 115
아름다운 활주 118
감전의 추억 123
사악한 전기 왕복 상자 126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 128
약한 것에서 악한 것으로 138
삶이 나를 물어뜯을 때 143
5. 늑대의 사전에 계약이란 없다
성자와 늑대 155
신과 늑대 161
구멍 난 사회계약 166
자연과 문명,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인가? 170
레스토랑의 아비규환 174
늑대와 소와 참치의 계약 179
믿음으로 만든 구조선을 타고 182
6. 행복이란 게 토끼보다 좋은 거야?
누군가 네가 늑대란 사실을 알아챈다면 189
지구 한 귀퉁이, 우리들만의 은신처 198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하냐고? 201
행복에 중독된 세상 204
평생, 딱 한 번? 209
잡힐 듯 말 듯 너는 토끼를, 나는 생각을 쫓고 212
불편하지만 좋은 것 217
행복은 감정이 아니야 220
7. 아직은 너를 보낼 수 없어
알코올 중독자와 세 마리 동물의 런던 일기 225
프랑스 일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233
너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241
이상한 지옥에서 바라본 이상한 천국 245
사랑의 얼굴들 248
8. 시간은 롤렉스 시계가 아니잖아
돌 유령 253
영원한 여름 258
너 없는 하늘 아래, 네가 잃은 것을 찾다가 267
미래는 명품 시계가 아니다 272
시간의 화살 276
니나의 시간은 둥글게 둥글게 280
9. 꿈속에서 다시 만나자
둘만의 산책길 297
시지프스를 바라보다 306
하루하루, 시지프스의 한 발자국 311
인생 최고의 순간 317
삶을 향해 으르렁거리다 320
최후의 나 326
나의 늑대 형제에게 330
감사의 글 338
옮긴이의 글 340
늑대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모순적인데, 우선 어원만 보아도 그렇다. 그리스어로 lukos인 늑대는 빛light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leukos에 매우 가깝다. 두 단어는 보통 동의어로 사용되었다.…아폴로는 태양의 신이자 늑대의 신으로 여겨져 왔다. _15쪽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 … 늑대의 그림자란 늑대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 그림자 속에 서서 우리를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_16쪽
가끔 수다쟁이 영장류 대신 내 안의 과묵한 늑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_23쪽
훈련을 시키는 주체는 내가 아닌 세상이다._46쪽
간단히 말해 개는 늑대와 매우 다른 환경을 체화해 왔다. … 특히 개는 사람에게 의지하도록 강요되었다. 개는 거꾸로 인간을 이용해 다양한 인지 및 기타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고안했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유용한 정보 처리 장치이다._52쪽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_72쪽
끝까지 붙으면 상대 개는 곧 숨이 끊어질 것이다. 이런 투지에 찬 녀석이 아침마다 내 얼굴을 핥으며 모닝 키스를 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번 내 무릎에 올라와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습의 브레닌 모두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녀석이었다._86쪽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_88쪽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는 늑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_93쪽
화성에서 온 동물행동학자가 늑대와 인간의 성생활을 비교 연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섹스를 한다면 즐기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늑대의 태도가 여러 면에서 더 건전하고 절제되어 있다고 결론 내리지 않을까? _106쪽
내 안의 영장류는 약함을 다루는 심술궂고 우아하지 못한 생명체이다. 그것은 다른 존재를 조작하고 또 그 부작용으로 스스로도 고통받는 약함이며, 삶의 발판인 도덕적 악을 허용하는 약함이다. 하지만 늑대의 기술은 힘에 기반하고 있다. _149쪽
라그나뢰크가 오면 거대한 펜리스울프의 아래턱은 대지를 긁어 대고 위턱은 하늘의 천장에 닿을 것이다. 이때 늑대의 입에서 침이 흘러 강물을 이루었다고 전해지며, 그 강의 이름은 ‘희망’이다. 라그나뢰크가 올 때까지 펜리스울프를 결박할 끈의 이름은 글레입니르Gleipnir,위선자라는 뜻이다._164~165쪽
홉스는 자연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규정했다. 나에게 자연이란 집으로 막 데려왔던 새끼늑대를 연상시킨다.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다란 갈색 털북숭이 곰 인형, 그러나 파괴력을 겸비했던 브레닌 말이다. 왜냐하면 브레닌이 나의 문명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야만스럽지는 않다._183쪽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 중 일부는 왜 개를 사랑하는가? …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 비유가 좋겠다. 개들이 우리 인간의 영혼 속에 오래도록 잊혀져 있던 깊은 구덩이를 파내기 때문이라고. 그 구덩이 속에는 영장류가 되기 이전의 우리가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때 늑대였던 우리의 모습이다. _186쪽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_208쪽
인간과 달리 늑대는 감정을 좇지 않는다. 그들은 토끼를 쫓는다. _212쪽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가장 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_221쪽
영장류에게 소유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영장류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의 사실이나 소유의 정도가 아니다.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늑대가 되느냐는 것이다._318쪽
나는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는 결과주의자이다. 행위는 순전히 결과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_243쪽
1997년 가을, 아일랜드 코크 시 해변에서, 브레닌. 저자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
“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 배웠다”
※《SF철학》의 베스트셀러 저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 늑대와 함께 쓴 동거 일기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전 세계 15개국 번역 출간
※언젠가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_TLS
야성을 간직한 채 인간 세계에 동참한 늑대와 그의 소울메이트 괴짜 철학자의 우정에 관한 놀라운 실화. 11년 동안 실과 바늘처럼 함께한 그들의 모험담을 통해 실존하는 인간 그 자체와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다. 한 마리 늑대에 관한 동물기이자, 인간의 진실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대중 철학서이자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미래에 관한 에콜로지 같은 책.
이 책은 세계 최고 권위의 서평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로부터 “언젠가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평가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이자 반휴머니스트인 존 그레이에게 “인간 자신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는 역사적인 책”이라 불리는 등 전 세계 주요 언론과 철학·생태학계 인사들로부터 극찬 받았다. 2008년 출간된 후 유럽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늑대앓이에 빠진 15개국 독자들은 지금까지 저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성의 대표주자 철학자가 야성의 대표주자 늑대와 함께 어울려 빚는 풍성하고 이색적인 삶의 화음! 과연 지성과 야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
철없는 독신남, 속 깊은 늑대를 만나 길들여지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어느 날,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그것은 철학자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드는 만남이었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게 가능하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했으며, “누구보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철학자의 ‘늑대 형제’로 성장했다.
늑대,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의 위선을 바라보다
저자는 뒷마당에 개를 묶어 두는 사람들에게 호언한다. 전형적인 먹이를 무시하도록 늑대를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라고 부르면 오도록 개를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말이 전도된 것 같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물론 개와 늑대는 다르다. 학자들은 전 세계 500여 견종 모두 15,000년 전 늑대의 후손이라고 추정한다. “늑대가 인간 집단에 애착을 느껴 개가 된 시점”(62쪽)이 있다는 것. 그 후 15,000년간 개는 마법의 세계에 길들여졌다. 반면 늑대는 여전히 역학적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의 몸속엔 서로 다른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마법 세계에서는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 반면 늑대가 살아온 자연 세계는 부러져 덜렁거리는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면 위험하다는 역학적 질서가 지배한다. 이 역학적 지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이해시킨다면, 소통도 훈련도 가능하다.(49~51쪽)
브레닌은 4일 만에 목줄 없이 나란히 걷기를 터득해 문밖으로 나섰다. 강의실에서는 길게 하울링하고, 파티장에서는 여심을 사로잡고,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이지만, 브레닌이 늑대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개’(말라뮤트)라고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은 치밀한 남획 정책 끝에 야생 늑대가 절멸해 가던 시점이었다. 사실상 늑대를 키우는 건 불법. 이런 상황 속에서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였다. 지금까지 엄청난 크기의 숲이 희생되어 행복의 비결을 알려 주는 책들이 만들어졌지만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쾌/불쾌와 같은 감각에 의존하여 만족스런 감정 상태를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데 착안하여, 인류를 ‘행복중독자’라 칭한다. “요컨대 인류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특징은 감정을 숭배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209쪽) 감정 생산에서 감정 점검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순간, ‘노이로제’가 발생한다고 한다.(208쪽)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어떤 감정을 좇다 못해, 좇기고 있지는 않은가?
반면 다른 동물들, 말하자면 늑대는 감정이 아닌 실체, ‘토끼’를 쫓는다.
늑대는 먹이를 쫓아 30km를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브레닌이 토끼의 움직임을 따라 15분까지 숨죽인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온몸을 경직시켜 다음 순간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 그것은 분명 유쾌하거나 즐거운 감정을 선사하진 않을 터. 그러나 브레닌은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 시간이 끝나면 눈을 반짝이며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한다.
지금처럼 길들여지기 전에 나는 누구였을까?
늑대는 아주 오랫동안, 특히 유럽의 동화 속에 등장했고,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종종 반인반수 히어로로 변장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판타지라는 데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판타지 밖으로 나와서는 단 한 번도 늑대를 만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새롭다.
보다시피 이 책은 실화다. 옆집에 사는 개 이름이 사실은 늑대인 걸 당신만 몰랐다고 상상해 보자. 도로 위에, 쇼핑센터에, 비행기에, 페리의 갑판 위에, 파티장에, 함께 있었지만 그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이다. 여기 인간의 세계에 동참해 상상 초월의 세상살이를 했던 한 마리 늑대의 삶이 펼쳐진다.
둘째, 극과 극의 만남 속에서 극과 극의 실체를 말한다. 우리는 미녀와 야수처럼 특이한 만남에 솔깃해 하곤 한다. 책 속의 두 주인공은 완벽한 극과 극의 만남을 보여 준다. 세상을 지배하는 종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만남이자, 지성과 야성의 만남이다. 인간의 색안경을 벗고 이 만남을 들여다보면 늑대뿐 아니라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진실 또한 볼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늑대를 판타지 속에 구겨 넣었던 우리들, 늑대를 야만과 절대 악의 상징 속에 가두었던 우리도 한때는 늑대였다고 말한다. 야만도 사악함도 아닌 야성 그 자체로서의 늑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었던, 머리는 내려 두고 가슴은 열라는 말, 그것은 이미 거세된 야성에 귀를 기울이라는 헛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길들여진 짐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날 때부터 길든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세상에 길들여진 채 자신의 참모습을, 삶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즉, 우리 내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찾는 모험이다.
살짝 훔쳐보는 그들의 동거 일기 ※본문에서
훈련 일기 / 일단 줄을 잡고 걷는 법을 익히고 나자 줄을 풀고 브레닌을 걷게 하는 것은 놀랄 만큼 쉬웠다. … 하루 30분씩 훈련해서 4일 만에 목줄 없이도 나란히 걷기에 성공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브레닌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기본 언어와 비언어 신호에 익숙해졌다. … 이 훈련은 내가 브레닌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고 내 생애 최고의 업적 중 하나이다. _57~59쪽
여행 일기 / 정처 없이 표류하는 지식인이었던 나와 함께 살면서 브레닌은 자연스럽게 미국,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_13쪽
모텔은 몰래 녀석을 데리고 들어가기가 쉬웠다. 방 바로 앞에 차를 세우니까, 사무실에서 주차장을 내다보지만 않으면 늑대 한 마리 몰래 들여 넣기야 식은 죽 먹기였다. 브레닌은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온갖 대학 캠퍼스의 럭비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뒤풀이까지 다 참석했다. _79쪽
강의 일기 / 출근 전에 오랜 시간 산책을 했고 사람들이 많은 강의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강의실 앞쪽 책상 아래 엎드려 잠을 잤다. 데카르트의 ‘외부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의심’ 부분을 강의할 때쯤이면 일어나 내 샌들을 물기 시작했다. … 몇 주가 지나자, 녀석은 강의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낮잠에서 깨어나 지루하다는 듯 목을 빼고 길게 울곤 했다. 이때 학생들을 흘긋 보면 다들 공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_76~77쪽
사냥 일기 /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 엎드려 있었고, 근육을 긴장시켜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 채 주둥이와 앞발은 토끼에게 향해 있었다. … 브레닌이 15분 동안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 사냥을 보며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의 한 부분인 철학이었다. … 브레닌은 가끔씩 녀석이 잡기 너무 벅찬 토끼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해 내기 너무 벅찬 생각을 쫓아다녔다. _214~215쪽
놀이 일기 / 브레닌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소파나 안락의자 쿠션 물고 도망가기였다. … 놀 때는 몰랐다. 그처럼 녀석과 대치하면서 사이드스텝을 연습한 것이 내 럭비 기술 향상에 그토록 도움이 될지.… 브레닌과의 강훈련 덕분에 나는 발끝으로 빠르게 사이드스텝을 밟는 미국 남동부의 날쌘돌이로 등극하게 되었다. _115~116쪽
운동 일기 / 늑대는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발목과 두툼한 발에서 얻는다. 그 결과 다리의 움직임이 훨씬 적으며, 다리는 곧게 뻗은 채로 앞뒤로만 움직이지 아래위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 기본적인 동작은 활주였다. 브레닌은 이제 없지만 녀석을 생각할 때마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본질적 이미지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른 아침 앨라배마의 안개 속을 헤치며 땅 위를 가볍고 조용하며 우아한 모습으로 유연하게 미끄러지듯 달리던 늑대의 환영 말이다. _120쪽
산책 일기 / 거칠고 무지막지한 싸움은 항상 자기만큼 크고 공격적이며 폭력적 성향도 비슷한 개와의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 누가 보아도 자기보다 약한 개들에게 브레닌은 무관심하거나 이상할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 6개월 된 수컷 래브라도 한 마리가 멀리서 브레닌을 향해 달려오고 그 뒤로는 견주가 미친 듯이 달려오던 것이 기억난다. … 결국 래브라도의 머리 전체를 입에 넣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그때 래브라도 주인의 표정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_140~141쪽
식단표 / 결국 우리는 절충하기로 했다. 나는 채식을 하고, 브레닌은 페스카테리언을 하기로 말이다. … 새로운 식단을 브레닌이 정말 좋아했는지, 특히 치즈를 더해 준 식단은 더 맘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별로 맘에 안 들었다면, 아마 그래서 내 차를 뜯어 먹었나 보다. _181쪽
추천사
이 책은 언젠가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인간 자신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게 만드는 역사적 철학서로 기록될 것이다.
_철학자 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저》 자
올해 가장 독창적이고 교훈적인 대중 철학서!
_〈파이낸셜 타임스〉
차가운 이성이 아닌 사랑과 감성으로 썼기에 더 심오하고 객관적이다.
_생태학자 마크 베코프, 《동물 권리 선언》 저자
한 마리 동물이 이토록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내다니….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관한 회고록 같다.
_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 《내 안의 유인원저》 자
나는 생각한다. 자연에서 온 인간은 자연에서 온 다른 종과 우정을 맺고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하는 순간 운명으로 얽히며 운명으로 얽힌 순간 그 속에는 빛나는 우리가 있다 !
_철학자 이주향
이성과 지성은 인간만의 뿌리로 간주돼 왔지만 삶의 역동성, 야성을 잃게 했다. 이 책은 이론의 구조물로 남은 철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지점을 각성하게 해 준다.
_철학자 최진석
유머와 설득력, 그리고 감동까지 품고 있다.
_〈선데이 비즈니스 포스트〉
놀랍도록 감동적인 모험담.
〈_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는 아장아장 걷던 어린 시절부터 개와 함께 지냈지만, 소년시절 아껴 읽은 책이 잭 런던의 《늑대개》였지만… 꿈에도 몰랐다, 늑대와 함께 살게 될 줄은. 그것은 스물일곱 젊은 철학자의 인생을 뒤흔드는 관계의 시작이었다. 늑대와 함께한 11년은 크게 두 가지 화두를 던져 주었다. 하나는 모든 생물은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체화된 인지론’이다. 그는 이제 철학계의 이 뜨거운 화두를 이끈 선발주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물권이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책으로 《동물권》《동물의 역습》《동물은 윤리적일 수 있는가》를 펴냈다. 대중철학서 《SF철학》《내가 아는 모든 것은 TV에서 배웠다》로도 유명하지만 최고의 히트작은 《철학자와 늑대》이다. 이 책은 우리의 색안경 너머, 인간의 진실을 보기 위해 늑대의 철학을 빌리고 있다. 삶으로 엮어서일까. 단순한 철학서라기보단 그리움이 흠씬 배어나는 연애편지나 가슴 두근거리는 로드 무비를 닮은 책이 탄생했다. 지금은 마이애미대학교 철학 교수로 아내와 두 아들, 세 마리 개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으며, 길 위를 달리며 보고 느낀 삶을 회고하는 Running with the Pack을 집필 중이다.
역자 강수희는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유수 기업의 통·번역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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