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정원
2020년 07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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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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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 아래 첫 정원
내 옥상 정원이 제일 잘 나가! 20 / 신선초의 시계는 저 알아서 간다 34 / 노랑제비꽃, 첫사랑의 꽃 39 / 어디서 오신 뉘신지 44 / 그대 어깨에 내리는 햇빛이 51 / 먹고살 일 맞잖아? 54 / 배반의 치커리 59 / 꽃다발 들고 버스 탈 수 있어? 63 / 앵두나무 아버지, 나팔꽃 아들 68 / 그해 오월의 제비꽃 다발 75 / 그래도 봄이라고 82 / 아기 욕조, 포대화상, 작은 배 86 / 골목길 홍치마 상추밭 다라이 93 / 자다가도 꽃을 보네 97 / 아, 빛이다! 100 / 벤자민의 가을 106 / 겨울을 건너는 법 112 / 백만 화소의 추억 118
2. 발길 닿는 곳마다 꽃세상
시린 눈 아래 장미 씨앗이 126 / 언제나 마음은 복사꽃 134 / 늙은 은행나무를 질투하다 136 / 딱 고만큼 140 / 은행나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42 / 결국은 슬픔이 널 구원할 거야 148 / 흔해빠진 것들에게 사과하다 160 / 아이야, 네 기다림도 꽃으로 피었을 거야 162 / 네가 다른 생명에게 전할 이야기를 만들어라! 168 / 꽃이 피려면 슬픔이 먼저 땅에 뿌려져야 한다 174 / 기쁨은 분노의 씨앗, 슬픔의 씨앗 179 / 긴 그림자 끌고 185 / 철들다 187 / 몸으로 징검다리 만들면 된다 192 / 연의 꿈 194
꽃 기르는 사내, 꽃 그리는 사내 198 / 겨울도 기쁨의 정원 202
3. 그대를 위해 정원을 훔쳤다
나무들의 대성당 208 / 나무들의 대가람 217 / 내 친구의 정원을 훔쳤다 223 /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물 조리개를! 232 / 쌀알이, 꽃잎이 다 금강석이구나 242 / 카카오의 꿈 246 / 때론 꽃도 고단하고, 때론 삶도 화사하다 251 / 동행 256 / 나무, 어느 신의 얼굴 258 / 바람이 달다 263 / 어느 만다라 268 / 아래로 내려가라, 땅을 만나면 뿌리를 내려라 270 / 오래 물가에서 나이 먹은 276 / 신들의 정원, 사람의 마을 278 / 살아라, 살아서 흔들려라 286 / 잘 자요, 꽃들이 그대의 잠을 지켜줄 거예요 289 / 꽃이 더 쎄다구, 얼음보다 300
에필로그: 다시 화양연화의 시절 304
인생이라는 이름의 정원에 어떻게 활짝 핀 꽃들만, 봉오리 맺은 꽃들만 자리할 수 있겠어. 한 꽃이 시들어야 다음 꽃이 피는 법인 걸. 열심히 꽃 피우고 씨앗 맺었어도 끝내 수확되지 못하고 한 해를 넘겨 그 자리에 남겨지는 해바라기도 있는 법인 걸.(14쪽)
엄마의 옥상 텃밭이 할 일 없는 도시 노인네의 소일거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선언에 해당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나는 엄마가 옥상 텃밭을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초토화된 옥상 텃밭을 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말이다.…… 엄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부르듯이 엄마의 텃밭을 다시 일구기로 했다. 그건 내가 찾아낸 치유의 방책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속죄의 방편이기도 했다. 한 번도 합당한 관심과 감탄을 보내드리지 못했던 엄마의 옥상 텃밭에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했다.(27쪽)
세상 모든 생명에 저마다 다른 시계가 있다는 얘기, 그 저마다 다른 시계를 인정해 주자는 얘기다. 늦게 싹 틔우는 씨앗들에게도 햇빛 받을 수 있도록 사람 사는 텃밭, 좀 여유롭게 꾸려가자는 얘기다. 자연의 숲과 들에서야 속도 경쟁은 어쩔 수 없는 법칙이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조금 다르게 굴러갈 수 있지 않겠냐는, 늦되는 자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자는, 그런 얘기다. 부지런히 일찍 돋아난 신선초 새싹에 대해서는 물론 장하다고 박수쳐 주면서 말이다.(37쪽)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셨을 때, 죽은 앵두나무와 산 나팔꽃의 동행을 보면서 착잡했다. 삶의 그늘과 빛이 거기 있었다. 살아 빛나는 나팔꽃을 향한 경탄, 그리고 타인을 발판삼아야 성장할 수 있는 나팔꽃에 대한 경멸이 내 마음에 동시에 존재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 하는 나팔꽃에 대한 연민과 묵묵히 말라죽은 몸뚱어리 전부 내어주는 앵두나무에 대한 감사가 교차했다. 앵두나무 아버지, 나팔꽃 아들……(72쪽)
귀여워서,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며,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보호자가 되어줄 동생을 기다리며, 관 같았던 MRI에 누워 들어가며 느꼈던 공포를 표현할 말을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조병준. 내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하던 그 시간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할 말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머물던 시간,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엄마 아버지와의 작별도 치러냈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거, 조금은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건방을 떨고 자빠져 있었을 뿐이다.(128쪽)
이제 아버지를 용서했냐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 다 떨쳐버렸느냐고? 그래, 솔직히 말하자. 그건 용서의 문제가 아니다. 내 안에 아직 살아있는 아홉 살짜리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밉다. 그저 서른 살의 나, 마흔 살의 나, 쉰 살의 내가 살다 보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것뿐이다. 그래서 아홉 살의 나를 다독이며 위로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괜찮아, 아이야.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아빠도 어쩌면 가엾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164쪽)
다시 문제는 균형이다. ‘정당한 분노’라면 분노해야 한다. 다만 분노가 가슴을 다 채워선 안 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가슴 반쪽을 분노로 채운다면 그 맞은편 반쪽은 분노 아닌 것, 그것이 평화이든 사랑이든 측은지심이든 온유함이든 온전한 기쁨이든, 아무튼 뭔가 아프지 않은 것으로, 어둡지 않은 것으로, 배고프지 않은 것으로 채워야 한다. 하여, 나의 선택은 다시 이 빛나는 씨앗이다. 한 줌 햇살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온몸으로 떨고 있는 씨앗이다. 나도 저렇게 씨앗처럼 내 안에 봄을, 여름을, 가을을 지키면 된다. 한 줌 햇살에 기뻐서 떨면 된다. 그 기쁨의 에너지로 다시 분노하면 된다. 그 기쁨의 에너지로 다시 슬퍼해도 된다.(179쪽)
기쁨의 정원. 내 친구의 정원을 훔쳤다. 내 기쁨의 정원으로 간직했다. 세월이 흘러 내 정원도 조금은 풍성해졌다. 놀러 오시라, 내 기쁨의 정원으로. 집으로 돌아갈 땐 내 정원에서 씨앗을 훔쳐가시라. 당신의 집에도 기쁨의 정원 하나를 시작하시라. 누군가 당신의 정원을 훔쳐가면 그냥 눈감아 주시라. 세상이 온통 기쁨의 정원으로 덮이는 거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세상 사람 모두가 어마어마한 부자 되기, 이리도 쉬운 것을.(231쪽)
어느 해, 삶이 참 고달팠던 어느 봄날, 개양귀비며 무스카리며 사랑초며 꽃모종을 선물했던 어느 누이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빠, 당장 내일 세상 떠난다고 오늘 꽃 못 심을 이유가 뭐야?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오빠, 힘들수록 더 꽃을 심어야지. 그래야 살 힘이 조금이라도 나오지.” 그 단순한 생의 진리를 또 잊고 살았다. 꽃을 심으면, 생명을 기르면 없던 힘도 생겨나온다는 그 위대한 생의 진리를.(306쪽)
“내 정원으로 놀러 오세요.
기쁨의 씨앗을 훔쳐가세요.”
“인생의 온갖 딴지걸이들, 그 많았던 아픔들, 슬픔들, 분노들, 여전히 돌이키면 힘든 거 사실이다. 내게 닥쳐왔던 병, 어쩌면 작은 죽음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병이 여전히 나를 주눅 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내 인생, 꽤 친절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받은 그 숱한 선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기쁨의 정원들을 보았고, 콘크리트 옥상일망정 내 몫의 기쁨의 정원도 만들어보았다. 그 기쁨들을 재료로 이렇게 책도 한 권 쓸 수 있었다. 이렇게 살아있어서. 고맙다. 그 힘들었던 시간들에 꽃들이, 풀들이, 나무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위로하고 지탱해 줘서.……” (‘프롤로그’ 중에서)
사람은 ‘밥심’으로도 살지만 ‘꽃심’으로도 살지 않는가!
시인이자 사진작가 그리고 여행자이기도 한 조병준이 8년 만에 내는 에세이집. 이번 책에서 그는 고달프고 힘들고 아프고 그래서 슬프고 화도 나는 ‘불친절한’ 인생의 시간들을 견디며 살게 해준, 꽃과 풀과 나무들이 건네준 위로와 기쁨의 이야기, 또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자신의 집 옥상 정원에서부터 저 멀리 유럽에 사는 친구네 집과 숲에 이르기까지 세상 곳곳에서 만난 식물들 그리고 그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고 치유받고 힘 받은 긴 시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따뜻한 슬픔』(2007), 『정당한 분노』(2008)를 내고 그는 이제 그만 슬픔과 분노를 넘어 기쁨을 노래하고 싶었다. “두 책을 쓰고 나니 솔직히 많이 지치더라구요. 슬픔과 분노는 무지하게 에너지 소모가 많은 감정들이잖아요. 겨울 가면 봄이 오는 법인데 사람의 인생도 그런 게 필요하겠다 싶었죠.”(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다. 어머니에 이어 오래도록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수발 때문에 예전처럼 아무 때나 여행을 다닐 수도 없었다. 아버지 첫 제사까지 지내고 난 2009년, 자신에게 오랜만에 ‘편도표로 하는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고, 독일의 어느 해바라기 밭에서 이 책 『기쁨의 정원』 첫 장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 열한 달 만에 여행에서 돌아와 이제 질풍노도처럼 살아온 인생의 시즌 4도 끝나고 “하늘이 시키는 대로 살 수 있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을 때 덜컹 뇌졸중이 그를 덮쳤다. 천만다행으로 골든 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긴 했지만, “관 같았던 MRI에 누워 들어가며 느꼈던 공포”, “조병준이라는 내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하던 그 시간의 공포”는 지금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할 만큼 컸다.”(이 책, 128쪽) 젊은 시절, 마더 테레사의 집에 머물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엄마 아버지와의 작별도 치러봤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건방이고 자만이었다는 것도 그때 뼈저리게 체험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병 때문에 오히려 삶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나쁜 버릇들 많이 고치고, 지나치게 번잡했던 인간 관계들도 확 단순해지고…… 아프지 않고 기쁨을 노래했더라면, 아마 전혀 다른 얘기들이 나왔겠죠. 남들에게서 거의 거저 얻다시피 한 기쁨의 이야기들이라고나 할까……”(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살기 위해, 술과 담배, 그 좋아하던 빵, 백미와 설탕을 끊고 하루 몇 시간씩 ‘죽어라’ 걸었다. 그의 표현대로 “다시 건강해지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몸의 병이 회복되었고, 첫 장만 쓰고 팽개쳐져 있던 ?기쁨의 정원?을 다시 쓰기 시작할 무렵, 이번에는 세상이 그를 괴롭혔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날, 담배라도 안 피면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한동안은 SNS에 분노만 채우고 살았죠.” 그때 한 후배로부터 충고를 들었단다. “형,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분노의 이야기만 내뱉으면 사람들이 어디서 위로를 받고 어디서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아무리 슬프고 분노해야 하는 시대라고는 해도 사람들이 숨 쉴 틈은 있어야 하잖아.…… 형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글쟁이잖아……”(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지옥 같은 시대에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그는 자문했다. 그리고 천천히, 사람이 살려면 혹은 계속 싸울 수 있으려면, 가끔은 쉬어야 하고 가끔은 웃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내 몸이 ‘살기’ 위해 ‘죽어라’ 걸은 것처럼, 우리 마음이 살기 위해 ‘죽어라’ 웃으며 기쁨을 노래할 필요가 있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정원에 어떻게 활짝 핀 꽃들만, 봉오리 맺은 꽃들만 자리할 수 있겠어. 한 꽃이 시들어야 다음 꽃이 피는 법인 걸. 열심히 꽃 피우고 씨앗 맺었어도 끝내 수확되지 못하고 한 해를 넘겨 그 자리에 남겨지는 해바라기도 있는 법인 걸.”(이 책, 14쪽) 그는 6년 전 독일의 그 해바라기 밭을 기억했다. 그리고 수많은 상실과 아픔, 슬픔과 분노조차도 기쁨의 정원에 핀 꽃이란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생이 딴지를 걸 땐 꽃을 심어봐.
희로애락. 돌이켜보면 조병준은 인생의 기쁨들을 노래하던 책들로 시작해서, 슬픔과 분노의 강들을 건너 마침내 꽃과 풀과 나무와 인간까지 온갖 생명들의 소리로 소란스러운 ‘즐거움의 숲’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그렇게 책을 내겠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런저런 상실과 슬픔을 겪고 비로소 다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삶의 순환을 자신 또한 밟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추리한다.
“희로애락. 기쁠 희喜 성낼 노怒 슬플 애哀 즐길 락樂. 인생의 키워드 넷. 항상 궁금했다. 왜 희와 락은 구분되어야 할까?…… 여기저기 물어봐도 똑 부러지는 답은 아직까지 없다. 혼자 상상한다. 인생은 기쁨에서 즐거움으로 돌아가는 순환이어서 그럴 거라고. 기쁨과 함께 태어나 분노하다가 슬퍼하다가 결국은 다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삶이라면, 그것이 온전하고 온당한 삶이기에, 그런 삶을 소망하기에 그런 사자성어를 만들었을 것이라고.”(308쪽)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인 자신의, 또 세상의 아픔과 슬픔들이 기쁨의 정원에서 위로받고 치유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로와 치유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함께, 서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행위 자체는 이미 즐거움이다. 바로 식물성 즐거움!
“엄마의 옥상 텃밭이 할 일 없는 도시 노인네의 소일거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선언에 해당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나는 엄마가 옥상 텃밭을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초토화된 옥상 텃밭을 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말이다.…… 엄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부르듯이 엄마의 텃밭을 다시 일구기로 했다. 그건 내가 찾아낸 치유의 방책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속죄의 방편이기도 했다. 한 번도 합당한 관심과 감탄을 보내드리지 못했던 엄마의 옥상 텃밭에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했다.”(이 책, 27쪽)
“다시 문제는 균형이다. ‘정당한 분노’라면 분노해야 한다. 다만 분노가 가슴을 다 채워선 안 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가슴 반쪽을 분노로 채운다면 그 맞은편 반쪽은 분노 아닌 것, 그것이 평화이든 사랑이든 측은지심이든 온유함이든 온전한 기쁨이든, 아무튼 뭔가 아프지 않은 것으로, 어둡지 않은 것으로, 배고프지 않은 것으로 채워야 한다. 하여, 나의 선택은 다시 이 빛나는 씨앗이다. 아무리 한반도 상공에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 덩어리가 버티고 있어도 한 줌 햇살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온몸으로 떨고 있는 씨앗이다. 나도 저렇게 씨앗처럼 내 안에 봄을, 여름을, 가을을 지키면 된다. 한 줌 햇살에 기뻐서 떨면 된다. 그 기쁨의 에너지로 다시 분노하면 된다. 그 기쁨의 에너지로 다시 슬퍼해도 된다.”(이 책, 179쪽)
“기쁨의 정원. 내 친구의 정원을 훔쳤다. 내 기쁨의 정원으로 간직했다. 세월이 흘러 내 정원도 조금은 풍성해졌다. 놀러 오시라, 내 기쁨의 정원으로. 집으로 돌아갈 땐 내 정원에서 씨앗을 훔쳐가시라. 당신의 집에도 기쁨의 정원 하나를 시작하시라. 누군가 당신의 정원을 훔쳐가면 그냥 눈감아 주시라. 세상이 온통 기쁨의 정원으로 덮이는 거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세상 사람 모두가 어마어마한 부자 되기, 이리도 쉬운 것을.”(이 책, 231쪽)
“어느 해, 삶이 참 고달팠던 어느 봄날, 개양귀비며 무스카리며 사랑초며 꽃모종을 선물했던 어느 누이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빠, 당장 내일 세상 떠난다고 오늘 꽃 못 심을 이유가 뭐야?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오빠, 힘들수록 더 꽃을 심어야지. 그래야 살 힘이 조금이라도 나오지.’ 그 단순한 생의 진리를 또 잊고 살았다. 꽃을 심으면, 생명을 기르면 없던 힘도 생겨나온다는 그 위대한 생의 진리를.”(이 책, 306쪽)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가슴속에 묵혀왔던 혹은 눌러왔던 이야기들이어서일까, 내 뜻보다는 하늘의 뜻대로 순리대로 사는 것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오십대 중반의 ‘아재’가 되어서일까, 그의 글에서는 힘은 빠지고 대신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이 보여주는 진짜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를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이 보인다.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몸짓으로 쓰기 시작한 글들이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덧 그와 함께 위로를 받고 이해받고 또 어딘가 아픈 구석들이 조금씩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비단 글뿐만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건너는 수많은 꽃과 나무, 숲의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부추, 쑥갓, 나팔꽃, 라벤더, 연꽃 등등 낙산공원 아래턱의 집 옥상 정원에 핀 수많은 꽃들은 물론 네팔이나 네덜란드, 에티오피아 같은 먼 이국의 숲과 나무들 혹은 그 안의 사람들의 한 순간에서 식물성 기쁨을 건져내는 그의 시선은 영락없이 그의 글을 닮았다.
“결국 내 마음 속에 정원 하나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먼저 이 우주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인 나에게 물 주고 비료 주며 성장시키자,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면,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살피며 다독이고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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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 조병준
저자 조병준은 남녘의 보배로운 섬, 진도에서 생명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생명이 시작된 곳이니 “내 고향은 진도”라고 우긴다. 나이 서른을 눈앞에 두고 처음, 바다 건너 인도로 여행을 시작했다. 첫 여행에서 돌아온 후 넥타이를 풀고,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프리랜서 글쟁이의 가시밭길 틈틈이 배낭을 메고 지구별 세상의 꽃길을 들락거렸다. 인생길, 여행길에서 얻은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꿰어 《나눔, 나눔, 나눔》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따뜻한 슬픔》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 《정당한 분노》 등 열 권의 책을 펴냈다. 꿈이 뭐냐고 묻는 젊은 여행자에게 “생의 마지막 여행도 딸딸이 트렁크 끌지 않고 배낭 메고 하고 시포요”라고 대답하는 철딱서니 없는 아저씨다. 글 쓰고 사진 찍어서 쌀 사고 남은 돈이 있으면, 한 푼이라도 싼 비행기 표 찾는다고 밤새 인터넷 뒤지며 다음 여행의 음모를 꾸민다. 진짜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라고 중얼거리면서.
1960년에 태어났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방송개발원 연구원, 광고 프로덕션 조감독, 자유 기고가, 극단 기획자, 방송 구성 작가, 대학 강사, 번역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쳐, 지금은 글 쓰고 떠나고 만나는 삶에 전념하고 있다.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평화의 잠' 외 3편의 시로 등단했다. 30대 시절 10년 동안 여러 차례 인도와 유럽 등지를 여행했고, 그 사이 다섯 번에 걸쳐 약 2년간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자원 봉사자 생활을 했다. 1995년 말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문화에 관한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활발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눔 나눔 나눔>,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와 시집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 사진집 <따뜻한 슬픔>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유나바머>, <영화, 그 비밀의 언어>, <나의 피는 나의 꿈속을 가로지르는 강물과 같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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