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윤석남의 여성 이야기
2007년 11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03년 04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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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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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성이라는 이름의 모녀
2.제도 속의 여성
3.여성으로서 글읽기
페미니스트' 김승희와 '여성미술계의 대모' 윤석남의 조화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 여성이 쓰거나 여성을 테마로 한, 여성을 위한 책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남녀가 평등한, 더불어 행복한 사회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성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여성관련 책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출간되어야 할 것이다.『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속에는 이러한 바람이 담겨 있다.
『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는 이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가는 여성시인과 여성화가가 각각 32편의 산문과 41편의 미술작품으로 풀어놓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자들은 모른다』를 통해 '여성, 여성성, 여성문학'을 성찰한 바 있는 김승희 시인은 이 책에서 사회나 제도, 혹은 여성 스스로 '여성'이라는 이름에 씌운 오해와 굴레를 벗기기 위해 '도주'와 '부정'의 세계를 넘어 '여자의 지중해'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여성의 발을 묶는 장애물이 아님을 자각하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무궁한 애정과 피로와 빛나는 긍지'를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힘차게 공명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김승희 시인은 여성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여성'이라는 이름에 날개를 달아주려 한다.
갈피갈피 새겨진 윤석남의 그림과 설치미술 작품들은 김승희 시인의 글과 어우러지면서 또다른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술공부를 시작한 윤석남은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으며, 여성 최초로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여성미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을 테마로 작품세계를 일구어온 그녀는《이프》의 초대 발행인이었으며, 현재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이사장으로 여성들을 위한 문화행사들을 주관하고 있다.
나무나 빨래판, 의자처럼 여성과 친숙한 사물들을 소재로 한 독특한 설치작업으로 여성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윤석남은 이 책에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고통, 힘을 섬세한 드로잉으로 표현했으며, 여성의 오랜 꿈과 숙원을 작품 속에 새겨넣으며 독특하고도 웅숭깊은 예술세계를 유려하게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즘은 운동이 아니라 사랑이다 - '엄마'의 발견
『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에는 지금껏 그들이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사유한 모든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땅의 딸들은 대부분 어머니를 통해 최초로 자신의 '여성'을 자각한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은 거야'라는 구호로 요약되는 '엄마부정선언'을 선회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되거나 사회 속에서 자리를 찾게 될 때, 예전에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엄마' 혹은 '엄마의 사랑'에게서 세상을 끌어안고 헤쳐나갈 수 있는 여성의 힘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얼굴 위로 겹치는 할머니의 얼굴, 할머니의 얼굴 위로 겹치는 여자조상들의 얼굴처럼 '엄마와 딸'의 연대기 속에서 엄마도 나와 같은 성을 공유한 여성임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들과의 연대에서 오는 기쁨으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도 한다. 김승희 시인은 지난과 지복, 분리와 중첩이 교차하는 그 과정을 개인적인 체험과 여성시인들의 시에 담아 생생하게 전해준다.
3부로 구성된 『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
1부 - 엄마와 딸, 그 치명적 사랑
여성은 '딸' '어머니' '며느리' '할머니' 등등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살아간다. 그중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천착한 테마는 '엄마와 딸'이다. 처음으로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는 매개가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딸이었던 자신'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 곳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긍지를 되찾는다.
'한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는 것이 싫었고 고통과 열등의 근원처럼 생각되기도 했고 분노와 저항의 대상이기도 했다. 모성과 여성적 일상으로부터 심리적으로 구속당하는 자아를 건지려고 발버둥을 친 적도 많았'지만 이제 그녀는 '여자의 몸을 받아 태어났고 여자의 몸을 나에게 온 누군가에게 또 전해주었고 내가 몸을 전해준 그녀가 또다른 몸에게 또다른 몸을 전해주는' 주체로서, 그 도정의 한 과정에 있다는 것에 대해 '무궁한 애정과 피로와 빛나는 긍지'를 느끼며, 자신이 '딸이라는 사실과 어머니라는 사실과 곧 할머니가 되리라는 사실조차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어느날 버스에서 만난 고집스러운 여자아이를 본 저자는 '갑자기 엄마가 나의 산소를 빼앗는 존재'처럼 느껴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과 엄마와의 갈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1부 마지막「'어머니'의 옷 한 벌」에 이르러서는 같은 여성이면서도 좀처럼 공유하고 연대할 수 없었던 시어머니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얘기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어머니가 스스로 정성을 다해 마련한 수의를 보는 순간 저자는 시어머니 역시 꿈이 있는 한 여성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비로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끌어안는다.
2부 - 제도 속의 여성
어느덧 오십줄에 이른 저자는 '가정과 자기 일을 가진 겸직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119 소방대원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한국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여성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와 중년의 모습에 대해 성찰하며, '마음샘을 살리'는 길을 모색한다.
'나는 119 소방대원 같은 삶을 살아간다. 특히나 한국적 문화에서 가정과 자기 일을 가진 겸직 여성들은 누구나 119 소방대원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단 하루도 사이렌 소리를 듣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아프거나 바쁘거나)」
'우리나라 중년의 얼굴에는 그 나이에 맞는 향기가 보이지 않는다. 철학이 없다.'(「중년이여 조금만 히피가 되자」)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결혼이라는 것이 너와 나의 의지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같이 입게 되는 제복과 같은 것이어서 그 양식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쉽게 마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결혼은 제복이다」)
3부 - 여성으로서 글읽기
3부에서 저자는 여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반성하는 자아로서의 글읽기를 보여준다. 문학과 생활의 미세한 결을 파고드는 시선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읽어낼 수 있다.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는 대도시에서의 섬과도 같은 단절과 고립의 생활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쓴다. ( ) '아내의 상자'란 결국 고쳐질 수 없는 불임을 앓는 아내의 메마른 자궁이며 현대의 반생명적 무인도이며 어느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 고독의 섬의 은유다.' (「섬의 은유」)
'인생의 모든 봉합들은 찢어지고 지붕을 고요히 벗기는 생의 푸른 틈새가 나타나는 그런 순간. 가끔씩 심장폐색의 기운을 느낄 때마다 나는 내가 생의 가장 황홀한 벼락 같은 그 벼랑 위에 서 있음을 인식한다.'(「저 몇 발자욱」)
'집단적인 것은 때로 반성 없이 뜨거운 신화를 세우기도 한다. 그 신화는 너무나 뜨거워서 아무도 그것을 잡아 냉철하게 생각을 못하게 한다. ( ) 아마도 문학만이 그것들을 반성하는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문학의 마음』
작가정보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희망이 외롭다』 『도미는 도마 위에서』가 있으며,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과 산문집 『33세의 팡세』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등을 썼다.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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