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근대성과 순간의 시학

남진우 지음

소명 2006년 06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01년 12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해방 후 우리 시단의 대표적 존재였던 두 시인에게 관심을 집중하고자 한다. 두 시인은 바로 김수영과 김종삼이다. 1930년대의 모더니스틀에게 근대가 일종의 '정물'로 제시되었다면 1950년대를 대표하는 이 두 모더니스트는 '정물적 풍경의 허구성'을 깨닫고 '그 너머'를 향한 소중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저 바깥의 도시풍경이 아닌 자신의 구체적 일상과 내면에서 전장을 발견했다. 이들의 작품 세계를 횡단해보는 것은 1950년대 모더니즘 시문학이 도달한 수준과 그것이 내장하고 있는 한계를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이 두 시인에 대한 고찰이, '근대성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는 이 땅에서 문학 행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유도해낼 수 있다면 한층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작품이라는 정신의 구조물을 이끌어 가는 핵심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것이 상상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아보는 것은 단순히 시인의 내면적 초상을 그리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변화하는 현실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를 따라가 보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은 자율적 유기체이면서 현실과 부단히 상호교섭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모순적 존재이기도 하다.
김수영과 김종삼이란 '모던'한 정신이 자신을 규제하는 현실에 맞서 창조의 불꽃을 피워내는 순간을 추체험-재구성해봄으로써 쇄도해오는 근대적 경험의 해일 앞에서 새로운 미적 구조물의 방파제를 형성하려한 이들의 지난한 노력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것은 곧 모더니즘 시가 유폐된 내면의 밀실에서 걸어나와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관여해가며 자신을 형성해 온 과정을 되살려보는 길이기도 하다.

목차

책머리에...3

제1장 서론...9
1. 연구 목적 및 대상
2. 연구사 검토 및 문제제기

제2장 시적 순간의 의미...29
1. 근대성과 시간의식
2. 순간의 성화(聖化)
3. 상상적 도정과 귀향적 도정

제3장 김수영과 상상적 도정의 언어...69
1. 시선의 모험
2. 책, 열림가 닫힘, 앞서감과 뒤처짐의 대립구조
3. 일상, 수평적 흐름과 수직적 초월의 대립구조
4. 휴식의 시간과 혁명의 시간
5. 이행, '끝없는 끝'을 향한 도정

제4장 김종삼과 귀향적 도정의 언어...171
1. 말을 찾는 모험
2. 유년과 전쟁, 아우슈비츠와 낙원의 대립구조
3. 수평적 방향과 수직적 강림의 대립구조
4. 향수의 시간과 영원의 시간
5. 부재, 사라짐의 매혹

제5장 결론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전후 한국 모더니즘 시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수영과 김종삼의 시세계를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탐구한 저서이다. 이 두 시인의 시적 성과에 대해선 이미 문학적 평가가 끝난 상태이며 적지 않은 작가론과 작품론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시인의 시세계는 아직까진 충분히 규명되었다기보다는 풍문과 인상비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동어반복의 굴레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두 시인의 시가 지닌 미학적 가치와 시대적 의미에 대한 탐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기존의 논의를 뛰어넘어 이 두 시인으로 대표되는 한국 모더니즘 시의 정수에 다가서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 시인의 '시간의식'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한다. 동시대(1921년 출생, 식민지 교육을 받고 성장, 6·25 시대에 청춘을, 개발독재시대에 장년기를 보냄) 동일한 문학적 유파(모더니즘)에 속하면서도 이 두 시인이 그토록 상이하고 개성적인 시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세계관과 현실인식에 중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일 터인데 이 차이는 궁극적으로 작품 속에 각인된 시간의식의 차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연습'이,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이, 평론집으로 <신성한 숲>, <바벨탑의 언어>, <숲으로 된 성벽>,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가, 산문집으로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작업은 시라고 하였다>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