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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제7회 가톨릭문학상 수상작)

구자명 지음
나무와숲

2006년 03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03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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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4MB)
ECN 0102-2018-800-002855995
쪽수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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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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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첫 소설집. 등단 이후 6년 동안 발표한 중단편 7편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물질적 가치와 육체적 쾌락, 그리고 주체성을 잃고 살인적인 경쟁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 인간다운 삶을 위해 회복해야 할 숭고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이를 위해 작가는 건달 내지 건달 비슷한 인물들의 삶과 그들의 꿈이 갖는 숭고한 가치를 작품 곳곳에 형상화하고 있다.

지도는 길을 모른다
숲속의 빈터
세계의 가을
초범
움브레 아니매
붙박여 있는 사랑

작품 해설

1997년 중편소설 「뿔」로 계간 문예지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구자명씨의 첫 소설집 『건달』이 나왔다. 「뿔」은 그의 연작형 소설 '건달'의 첫 번째 작품.
이 소설집에는 이것 말고도 '건달'의 두 번째 작품인 「지도는 길을 모른다」와 「숲 속의 빈터」, 「세계의 가을」, 「초범(初犯)」과 또 다른 연작형 소설인 「움브레 아니매-영혼의 그림자 1」과 「붙박여 있는 사랑-영혼의 그림자 2」 등 모두 7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이와 함께 문학평론가이자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인 문흥술씨의 작품 해설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은 그동안 <문예중앙>, <동서문학> 등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 가운데 엄선해 묶은 것이다.
구자명씨는 시인 구상 선생의 딸로, 대를 이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아주 드문 경우. 하와이 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소설 창작과 번역을 겸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가공할 속도 경쟁과 숨막힐 듯한 생존경쟁의 논리 비판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건달'의 연작형 소설인 「뿔-건달 1」과 「지도는 길을 모른다-건달 2」에 나오는 주인공 지대평은 건달이다. 그는 룸펜이니 백수니 업자니 하는 시체 표현들도 있지만 건달이라는 말이 보다 클래식하다고 생각해 누가 뭘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건달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계기로 '무엇을 기를 쓰고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인생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는 결론, 즉 건달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다고 해서 건달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힘깨나 쓰며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불량배라든지 색시집 기도 따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대평은 그야말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육신을 힘들게 부려 해야 할 일도 없으며 무엇을 꼭 뜻한 대로 이루려고 고심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대개 자기가 편안하면 남을 못살게 굴지 않는 법'이라면서 자신은 '생산하지 않는 대신 파괴하지 않는' 평화주의자요 자연 보존주의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이처럼 노자의 무위 자연 사상과도 맞닿아 있는 지대평의 삶을 통해 작가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가공할 속도 경쟁과 숨막힐 듯한 생존경쟁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고 있다. 감칠 맛 나는 문장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강북의 유명한 외국어종합학원 강사인 명주가 13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맞닥뜨린 '존재의 집짓기' 문제를 다룬 「숲 속의 빈터」는 30/40대 기혼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음직한 갈등과 고뇌를 그리고 있다.
「세계의 가을」은 미국의 주요 방송 3사가 합작하여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여 멸망하는 가상 현실을 마치 현실인 듯 생중계하는 것을 모르고 마치 자신들의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착각하는 주인공 숙과 완을 통해 컴퓨터로 상징되는 정보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연작형 소설인 「움브레 아니매-영혼의 그림자 1」과 「붙박여 있는 사랑-영혼의 그림자 2」에서는 소유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비규격의 삶을 살다 간 주인공 화가의 형이나 사랑을 위해 사제 서품을 받기 직전에 교회를 등지고 나와 심리치료사가 된 주인공의 남편을 통해 부패하고 타락한 세태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영혼과 순수한 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서사 구조와 유려한 묘사
이처럼 구자명 소설의 주인공들은 현대 사회의 가공할 속도에의 편승이나 치열한 생존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인물이 건달이거나 건달 비슷한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몸짓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문학평론가 문흥술 교수는 '오늘 우리의 소설판이 비판적 상상력도, 가능 세계에 대한 지향성도 망각한 채 황당무계한 환상과 엽기가 판을 치고 서사 구조마저 붕괴된 작품들로 인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있음에 반해 '구자명의 소설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과 가능 세계에 대한 지향성은 물론이고 탄탄하면서도 흥미로운 서사 구조와 유려한 묘사까지 겸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소설집을 읽노라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혼이 합일된 동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삶이야말로 진정 의미 있는 삶이며, 그것이야말로 타락하고 부패한 오늘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고 인간 본연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본문 소개

나는 꽤나 팔자가 늘어진 인간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식의 풍자적 관점일 뿐, 나는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대개의 사람들이 기실은 궁여지책 또는 막다른 길로 생각한다는 걸 안다. 아마 그들은 나처럼 사는 생활을 열흘만 하면 진력이 나서, 또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하여 더 이상 못 견디고 무언가 일을 찾아 또다시 동분서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사실에 대해 이렇게 단언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 그 과정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지금의 내 '팔자'를 선택, 보전하는 데 필연적으로 따르는 난관들을 극복해 낸 승리자인 것이다.
―<뿔> 중에서

마주 보고 앉은 책상 위의 시계가 거의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섭은 지금쯤 어디선가 불콰해진 낯빛으로 맨정신엔 열적어 입에 올리지 못할 고담준론을 토해 내고 있을 터였다. 반 병이 채 못 되게 남은 술을 몽땅 머그에 쏟아 붓다가 명주는 피싯 실소가 나왔다. 흥, 부창부수에 여필종부로군. 그나저나 나의 삶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이어지려나? 한동안 신바람 나게 쌓아올리던 화려한 누각을 일순간에 허물고서 기섭이라는 낯선 자재로 새로운 집짓기를 시작한 그날 이래, 과연 나는 어떠한 집을 지어 놓은 걸까? 또, 그 집에 어느 정도나 만족하고 있는 걸까?
―<숲 속의 빈터> 중에서

곱고, 균형 잡히고, 윤기 있고, 싱싱하고, 풍요로운 것만이 인간의 미감(美感)을 자극하는 건 아니라는 걸 화가는 이미 소년 시절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오히려 창작의 욕구는 거칠고, 불안정하고, 퇴색하고, 초췌하고, 빈곤한 것들을 접할 때 한층 강렬하게 일어나곤 했다. 화가는 자신이 이즈음 해나가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이 대부분 아름다운 여체나 젊고 건강한 남체를 오브제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어디 가서 그렇지 않은 모델들을 구한단 말인가? 이곳은 젊고 건강한 '규격품'들만이 벗고 활개치는 세상이었다. 한국에서처럼 공중 목욕탕 같은 것도 없으므로 늙고 옹이지거나 일그러지고 피폐한 '비규격품'들의 누드를 접할 기회란 거의 없었다.
―<움브레 아니매> 중에서



♧ 저자 소개

지은이 구자명
1957년 경상북도 왜관에서 태어나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계간 문예지 『작가세계』에 단편소설을 추천받아 등단한 후 소설 창작과 번역을 겸하고 있다. 번역서로 『예수는 사랑만 말씀하셨다』, 『미팅 지저스』, 『조개 줍는 아이들』, 『재즈의 연인』, 『피터팬』, 『어린이 셰익스피어 선집 전4권』, 『내 영혼의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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