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찻씨 한알

정형남 지음 | 송주섭화백 그림

비전코리아 2006년 03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05년 08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소설『남도』로 제1회 채만식 문학상을 받은 정형남의 역사 구도 소설. 저자는 천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차의 역사와 유래를 소개하고 소설 속 화자인 지장스님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간다.

목차

들머리·9
남산의 달빛·26
바람결로 달려온 화개동천·58
황해의 노을 빛·82
차나무는 뜰 앞의 잣나무인가·103
고행의 하늘·128
묘각다회·151
구화산(九華山)·177
아직도 시련은 첩첩하고·200
달빛 아래의 천화·237
끝머리·258

책 속으로

《책 속으로》
...
신라의 왕자 신분으로 찻씨와 볍씨를 가슴에 지니고 구도의 길에 나선 김지장(김교각) 스님
이 오랜 고행 끝에 마침내 지장성지(地藏聖地)로 일군 중국의 구화산(九華山)과, 중국에서
찻씨를 가져와 차의 시배지(始培地)가 된 화개동천(花開洞天)은 둘이 아니다.
마음 밭을 가꾸듯 가난하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지장성지를 가꾸었고, 불씨 하나 일구
듯피폐해진 차의 시배지를 다시금 일군 화개동천(花開洞天).
...
...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서 찻잔은 일엽편주가 되어 검푸른 수평선으로 나아갔네.
고해의 바다를 조그마한 찻잔이 배가 되어 나아가는구나.
차 향기는 내 마음 안에 가득한데 일엽편주는 가는 곳이 아득하니,
세상사 한잔의 찻잔 속에 담겨 있음에랴.
...
...
인연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구현하기 위해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데 아직
도 인연과에 얽매어 잘디잘게 부수고 있으니… 스님은 말없이 웃으며 미륵화현의 출현장소
로 일컬어지는 한없이 부드럽고 청정한 바다를 쓸어 내렸네. 말법시대가 지나면 미륵상생의
시대가 출현한다고 하였던가? 하늘의 거울이기에 수미산은 물론, 우주삼라만상이 비쳐드는
명경지수. 그 바다 위에 파도가 일고, 무수한 생명을 키운다. 풍랑에 뒤채는 생명들이여! 그
래서 고해의 바다라 하느니, 그 바다를 건너 피안으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절
망과 고통을 이겨 나가는가.
...
...
눈 덮인 화개동천
싹을 내는 차나무는
때늦은 강풍에도 겁이 없네라.
곡우에는 땅김 나고
우수 경칩 땅기운에
강남 제비 봄소식이
이내 품에 알려왔소.
한 잎 두 잎 차 따는 손이
임의 생각 잊을런가.
...
...
산 아래서 푸른 봉우리를 향해 오르니
깎아지른 벼랑 첩첩산중이라
가파른 길을 걸으니 자주 발 헛디뎌
가슴까지 차는 구덩이에서 올라온다
원숭이 계수나무 오르며 우짖고
나그네는 소나무에 기대어 가뿐숨을 몰아쉰다
숲에 들어가니 오한이 들고
폭포에 다가가니 가랑비 부슬부슬
바윗돌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니
암자가 산 중턱에 있네
불국의 깃발 정토에 펄럭이고
전각 앞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빼어난 경치 올라갈수록 달라지고
암자마다 고승을 뵐 수 있다.
물고기 노는 샘물에서 발우를 씻고
늙은 원숭이 장난 삼아 종을 치는구나
바깥 사립 구름에 기대어 있고
주방에서는 물방아를 찧고
백토를 캐서 쌀과 섞어 국수를 만들기도 하고
상수리를 주으면 반은 종자를 한다
골짜기는 가교를 만들어 건너고
등을 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틈이 열려있고
바위틈 뚫고 나온 폭포수 물보라도 크게 인다
개울가에는 운무 피어나 흙먼지도 없고
못이 깊어 푸르니 용이 잠겨있으려니
새로 개간한 밭은 정토가 되고
계곡에 우거진 수많은 나무들
매임 없는 나그네 자주 산을 오르고
산 속 승방은 언제나 고적하다
겨울 화로에는 나무 뿌리가 타고
여름 창엔 대나무 끝에서 이는 바람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천년” 동안 숨겨진 “차”의 전통성과 그 안에 녹아있는
정신의 혼 과 역사를 이야기 한다.


“천년의 차 씨 한 알” 은 소설(남도1,2) 로 제1회 채만식 문학상을 받은 정형남의 “차” 을
소재로 한 역사 구도 소설이다.
작가는 천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차 의 역사와 유래를 소설 속 화자인(김지광) 지장스님 을 통해 그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간다.

또한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 “차”의 역사를 많은 자료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탄탄한 구성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 해 주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지루함을 한 잔 “차” 로 다스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마시고 즐기는 경계를 넘어 우리 조상의 얼이 담겨 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즐기는 이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 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그러면 인도, 중국. 일본, 을 이야기하는 정도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그야말로 일반적인 이야기 일 뿐이다.

이번 책은 “차” 을 주제로 한 최초의 “차” 소설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 우리 선조들의 기품과 품위가 과연 어떠했는가를 단번에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재미와 즐거움을 더 해 준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소설속의 우리 “차” 재배지를 찾아 떠나는 답사 여행을 하는 것도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형남

《지은이 정형남》

「현대문학」 추천과 「월간문학」 신인상, ‘제1회 채만식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
계의 문학」에 『暖冬』을 발표했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중편집 『반쪽거울과 족집게』.
장편 『숨겨진 햇살』, 『높은곳 낮은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토굴』, 『해인
을 찾아서』, 『여인의 새벽』 (전5권), 『남도』 (전3권)-제1회 채만식 문학상 수상, 『내 안의 나를 찾아서』를 집필했다.

그림/만화 송주섭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