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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하)(선림고경총서 37)

장경각

2009년 07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1993년 0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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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3.47MB)
ISBN 9788993904581
쪽수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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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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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제일서로 불리우는 벽암록은 송대 임제종 양기파 선승 원오 극근이 설두 중현의 송고백치에 한마디짜리 짧막한 평과 해설을 붙이므로써 종안을 발휘한 저작이다.
이 책에서 원오선사는 구어와 속어를 종횡무진으로 구사하여 생생하고 발랄하게 이론에 찌든 때를 씻어준다.
육조단경의 돈오견성이라는 종지를 잘 이어받고 있는 이 벽암록은 종문의 사상적 측면 뿐만 아니라 당시 문단에도 큰 영향을 주어 문학사적으로도 하나의 위치를 점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느낌을 압축된 언어로 정착시켜야 하는 시인의 긴장감이 일체의사량분별이나 점진적인 단계를 철저히 거부하는 선승들의 삶과 잘 조회되고 있는것이다
제71칙 오봉의 목도 입도 막은 뒤[五峰倂却]
제72칙 운암의 목도 입도 막은 뒤[雲巖倂却]
제73칙 마조의 백 가지 모두 틀림[馬祖百非]
제74칙 금우의 춤[金牛作舞]
제75칙 정주의 법도[定州法道]
제76칙 안목을 갖추고 밥을 먹음[喫飯具眼]
제77칙 운문의 호떡[雲門 餠]
제78칙 열여섯 보살이 물의 성질로 깨달음[開土水因]
제79칙 투자의 제일의[投子第一義]
제80칙 급한 물살 위로 공을 쳐서[急水上打毬]
제81칙 약산의 고라니 쏘아 맞추기[藥山射塵]
제82칙 대룡의 법신[大龍法身]
제83칙 고불의 노주[古佛露柱]
제84칙 유마의 침묵[維摩默然]
제85칙 동봉의 호랑이 울음소리[桐峰虎聲]
제86칙 운문의 주고삼문[廚庫三門]
제87칙 운문의 자기[雲門自己]
제88칙 현사의 세 가지 병[玄沙三病]
제89칙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大悲手眼]
제90칙 지문의 반야[智門般若]
제91칙 염관의 무소뿔 부채[鹽官犀扇子]
제92칙 세존께서 법좌에 오르심[世尊陞座]
제93칙 대광의 춤[大光作舞]
제94칙 능엄경의 보이지 않는 것[楞嚴不見處]
제95칙 보복의 차나 마시고 가게[保福喫茶去]
제96칙 조주의 삼전어[趙州三轉語]
제97칙 금강경 때문에 경천해지면[金剛輕賤]
제98칙 서원의 모두 틀림[西院兩錯]
제99칙 혜충국사의 십신조어[慧忠十身調御]
제100칙 파릉의 취모검[巴陵吹毛]

제71칙 오봉의 목도 입도 막은 뒤[五峰倂却]* 본칙 백장스님이 다시 오봉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술을 막고 어떻게 말하겠느냐?” -껄껄껄. 화살이 아득하게 신라쪽으로 지나가버려 종적도 없군. “스님도 막아야 합니다.” -대장기와 북을 불쑥 빼앗아버렸다. 한 구절로 많은 얘기를 끊어버리니 모든 일이 잠잠하구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그대를 바라보겠다.” -땅은 드넓은데 사람은 드무니 만나는 사람이 적다. (이 공안은 권제7 끝의 공안[제70칙]과 함께 보라.) 평창 위산스님은 자기의 영역을 굳건히 지켰고, 오봉스님은 많은 이야기를 꽉 끊어버렸다. ‘이 일’은 요컨대 이러한 자만 그 자리에서 대뜸 드러낼 수 있다. 마치 달리는 말 앞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처럼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고 대뜸 긴급하고 신속하고 드높게 처리했다. 이는 드넓으며 도도한 위산스님의 경지와는 다르다. 요즈음 선객들은 (상대의) 기합 소리에 눌려 상대의 기봉으로부터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므로 “자기 스스로 간절히 얻고자 하면 물음을 가지고 묻지 말라”고 하였다. 오봉스님의 답은 그 자리에서 대뜸 끊어버려 통쾌하고 준수하였다. 백장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그대를 바라보겠다”고 하였는데, 말해보라, 이는 그를 긍정한 것인가, 아닌가? 이는 죽인 것인가 살린 것인가? 매끄럽게 굴러가는 그를 보고서 그에게 밝혀준 것이다. 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스님도 버리소서. -이미 말 이전에 있다. 많은 사량분별을 끊어버렸다. 용사진(龍蛇陳) 진법을 무찌르는 재주를 보았었네. -모름지기 대장군이어야 비로소 일곱 가지 무기[弓, 矢, 刀, 劍, 甲, 胄, 戈]를 마음대로 다룰 줄 알 것이다. 전투에 익숙한 작가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길이 이광(李廣) 장군을 생각케 하노니 -오묘한 솜씨만 있을 뿐 잡다한 것은 없다. 말 한 필, 창 하나면 된다. 천 리 만 리라도 단숨이지. 천 사람 만 사람 속에 오직 한 사람만이 그럴 수 있군.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 -대중은 보았느냐. 말해보라, 어느 곳에 떨어졌느냐. 적중했다. (원오스님은) 치면서 말한다. 날아가버렸다. 평창 “스님도 버리소서”라는 것은 설두스님이 이 한마디로 한 번 내지른 것이다. 이어서 말하기를 “용사진(龍蛇陳) 진법을 무찌르는 재주를 보았었다”고 하였다. 이는 마치 양편에 진영을 배치하고서 갑자기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종횡무진하며 싸우는 장군의 솜씨와도 같다. 뛰어난 지략이 있는 장수는 한 필 말에 창 하나를 들고 용사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대가 어떻게 그를 포위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지략이 있는 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설두스님의 이 세 구절의 송은 모두가 그같은 경지 속에 나아가 이처럼 말한 것이다. 이는 전한(前漢) 시대의 명장 이광(李廣)의 신비한 화살[神箭]과 흡사하다.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는 것은, 화살 한 개를 뽑아서 쏘았다 하면 반드시 독수리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기정 사실로서, 결코 놓치는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설두스님은, 백장스님이 물은 곳은 한 마리 수리와 같고, 오봉스님의 답은 한 화살과 같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산승은 오봉스님만을 찬탄하노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이 진흙과 물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선문에서는 옛 조사들이 남긴 언행 중에서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것을 고칙(古則)이라 한다.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이 명주(明州:지금의 浙江省 奉化縣)에 있는 설두산의 자성사(資聖寺)에 머물면서, 고칙을 100개로 정리하고 거기에 송을 붙인 것이 「설두송고」이다. 이 송고집은 당시 절강성을 중심으로 한 선과 문학의 조화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선림보훈」에 의하면 임제종 분양 선소(汾陽善昭:947∼1024)의 「분양송고(汾陽頌古)」를 본따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많은 승려들이 이런 송고류를 만들었는데, 이 풍조는 「경덕전등록」의 편찬을 거슬러 올라가서 「조당집」의 편찬 등에 의해 격발된 것으로 보인다. 사천성 출신인 설두스님은 설봉-운문-향림-자문-설두로 이어지는 운문계의 선사이다. 그러나 여하경(呂夏卿)이 지은 탑명에 의하면 설두스님은 마조의 9세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특출한 선사는 모두 마조의 법손이라고 믿는 당시의 사상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당시에는 이미 마조-백장-황벽-임제로 이어지는 임제종이 선풍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송대 임제종에 속하는 원오스님이 이 송고집을 거량하여 「벽암록」으로 후세에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설두송고」를 대본으로 원오 극근( 悟克勤:1063∼1135)스님이 당시의 수행자들에게 제창한 것이 바로 이 「벽암록」이며, 이 책은 「벽암집」 「불과원오선사벽암록」 등으로 불려왔고,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라는 칭호와 함께 선서(禪書)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설두스님이 하신 [본칙]·[송]과 원오스님이 하신 [수시]·[평창]·[착어]로 구성되어 있다. [수시]는 법문에 들어가기 전에 한 일종의 문제제기이고, [평창]은 [본칙]과 [송]에 대한 설명이고, [착어]는 한두 마디로 상대를 격발시키는 간단한 평가이다. 그러나 원오스님의 제창은 단순한 글자 해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님 자신의 전인격이 투여되어 있다. 특히 말이나 문헌에 대한 집착을 끊어주기 위하여 당시의 구어와 속어를 종횡무진하게 사용하여 수행자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원오스님의 생생하고 발랄한 강의의 모습은 그의 훌륭한 기록자들에 의해 그 몸짓마저도 전해지고 있다. 설두스님이 표전(表전)의 논리로 본분의 소식을 알린 반면, 원오스님은 차전(遮전)의 방식으로 일체의 사량분별을 뛰어넘어 자기의 본래면목을 단박에 깨치도록 하였다. "「벽암록」을 읽으면 모든 알음알이가 딱 끊어진다"고 한 성철스님의 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벽암록」은 문학적으로도 매우 밀도 있게 완성되어, 중당 이후의 문단(文壇)의 중심적인 사조인 돈오무심(頓悟無心) 사상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더구나 송대의 「창랑시화(滄浪詩話)」 등의 시평어집에서 당대(唐代)에 유행하던 돈오돈수 사상을 근거로 당시(唐詩)를 평한 것을 상기할 때에 「벽암록」이 갖는 불교문학사적 위치는 대단히 크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느낌을 압축된 언어로 정착시켜야만 하는 시인의 긴장감이 일체의 사량분별이나 점진적인 단계를 철저히 거부하는 선사의 삶과 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선 사상사로 보더라도 돈오견성을 부르짖는 「육조단경」의 사상과, 철저한 자기 주체성을 강조하는 선사들의 정신이 「벽암록」에 집약되어 있다. "기봉이 단계적인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면 독바다에 떨어진다"라든가, "남으로부터 얻은 보물은 자기의 보물이 아니다"라는 옛 조사들의 말을 원오스님은 누누이 인용하고 있다. 원오스님은 팽주 숭녕(彭州崇寧:사천성 성도) 출신으로 자(字)는 무착(無着)이고 극근은 스님의 휘(諱)이다. 생전에는 복송의 휘종 임금이 불과(佛果)라는 법호를, 사후에는 남송의 고종 임금이 원오라는 법호를 내렸다. 어려서 출가하여 뒷날 오조 법연(五祖法演:?∼1104)스님의 법을 이어 임제의 가풍을 날렸으니, 문하에는 항상 천여 명의 납자가 있었으며 그 중 대혜 종고(大慧宗 )와 호구 소륭(虎丘韶隆)스님이 유명하다. 당시의 한림학사 곽지장(郭知章)과 재상 장상영(張商英)의 귀의를 받아 여러 관사(官寺)에서 종풍을 선양하던 중 성도의 소각사(昭覺寺), 호남의 협산사(夾山寺)와 도림사(道林寺) 등지에서 「설두송고」를 제창하여 「벽암록」으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벽암'은 협산(夾山) 영천원(靈泉院)에 있는 한 건물의 편액에 있는 글자이다. 스님의 법어는 제자들에 의해 '어록'과 '심요'로 편집되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벽암록」의 텍스트와 그 계통은 매우 복잡한데, 여기서는 이 책의 대본이 된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이하 삼성본으로 약칭)을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선화(宣和) 7년(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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