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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상)(선림고경총서 35)

장경각

2009년 07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1993년 0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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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6.98MB)
ISBN 978899390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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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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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제일서로 불리우는 벽암록은 송대 임제종 양기파 선승 원오 극근이 설두 중현의 송고백치에 한마디짜리 짧막한 평과 해설을 붙이므로써 종안을 발휘한 저작이다.
이 책에서 원오선사는 구어와 속어를 종횡무진으로 구사하여 생생하고 발랄하게 이론에 찌든 때를 씻어준다.
육조단경의 돈오견성이라는 종지를 잘 이어받고 있는 이 벽암록은 종문의 사상적 측면 뿐만 아니라 당시 문단에도 큰 영향을 주어 문학사적으로도 하나의 위치를 점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느낌을 압축된 언어로 정착시켜야 하는 시인의 긴장감이 일체의사량분별이나 점진적인 단계를 철저히 거부하는 선승들의 삶과 잘 조회되고 있는것이다.
제1칙 달마의 알지 못함[達磨不識]
제2칙 조주의 명백함도 필요 없음[趙州不在明白]
제3칙 마조의 일면불[馬祖日面佛]
제4칙 바랑을 옆구리에 끼고 법당에 오른 덕산[德山挾複]
제5칙 설봉의 대지를 머금은 쌀 한톨[雪峰栗米粒]
제6칙 운문의 날마다 좋은 날[雲門好日]
제7칙 법안과 혜초[法眼慧超]
제8칙 취암의 눈썹[翠巖眉毛]
제9칙 조주의 사문[趙州四門]
제10칙 목주의 할이 다한 뒤[睦州喝後]
제11칙 황벽의 지게미 먹는 놈[黃檗酒糟漢]
제12칙 동산의 삼 세 근[洞山麻三斤]
제13칙 파릉의 제바종[巴陵提婆宗]
제14칙 운문의 일대시교를 대함[雲門對一說]
제15칙 운문의 일대시교를 뒤집어 엎음[雲門倒一說]
제16칙 경청의 껍질을 깨고 나옴[鏡淸 啄]
제17칙 향림의 조사께서 오신 뜻[香林西來]
제18칙 충국사의 이음새 없는 탑[忠國無縫]
제19칙 구지의 한 손가락[俱 一指]
제20칙 용아의 서쪽에서 오신 뜻이 없음[龍牙西來]
제21칙 지문의 연꽃[智門蓮花]
제22칙 설봉의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雪峰鼈鼻]
제23칙 보복의 그윽한 산봉우리[保福妙峰]
제24칙 철마의 늙은 암소[鐵磨 牛]
제25칙 연화봉 암주의 주장자[蓮花柱杖]
제26칙 백장의 드높은 봉우리[百丈大雄]
제27칙 가을바람 때문에 본체가 완전히 드러나다[體露金風]
제28칙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외물도 아니어서[不是心不是佛不是物]
제29칙 대수의 겁이 다해 타오른 불길[大隋劫火]
제30칙 진주에서 나는 큰 무[鎭州蘿蔔]

제1칙 달마의 알지 못함[達磨不識]

수시
산 너머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불이 난 줄을 알고, 담장 밖에 뾰족한 뿔이 보이면 소인 줄을 알 수 있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나머지 셋을 알고 상대의 수행이 깊은지 얕은지를 한 눈에 척 아는 것이야 납승(衲僧)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알음알이[衆流]를 끊어버리고 동쪽에서 솟았다가 서쪽으로 잠기기도 하고, 종횡무진하게 상대의 감정에 맞춰주기도 하고 거슬리기도 하며, 자유자재하게 용서하기도 하고 처단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경우, 말해보라, 이는 어떤 사람의 행동거지인가?
설두스님의 이야기[葛藤]를 보라.

본칙
양무제(梁武帝)가 달마스님에게 물었다.
-이런 멍청한 놈.
“무엇이 근본이 되는 가장 성스런 진리입니까?”
-이 무슨 얽어매는 말뚝인가?
“텅 비어 성스럽다 할 것도 없습니다.”
-꽤 기특한 줄 알았더니만, 화살이 저 멀리 신라 땅으로 날아가버렸구나. 매우 명백하다.
“나와 마주한 그대는 누구십니까?”
-얼굴에 가득한 부끄러움을 가누며 애써 정신을 차렸구나. 과연 찾질 못하는구나.
“모르겠습니다.”
-쯧쯧! 거듭해봤자 반푼 값어치도 되질 않는구나.
무제가 이를 깨닫지 못했다.
-애석하다. 아직 멀었군.
달마스님은 마침내 양자강을 건너 위(魏)나라에 이르렀다.
-이 불여우야, 한바탕 부끄러움을 면치 못했구나.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군.
무제는 그후 이것을 지공(誌*公)에게 물으니
-가난한 사람이 해묵은 빚을 근심하는구나. 제삼자가 보면 빤히 보이지.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폐하! 이 사람을 아십니까?”
-지공스님까지도 함께 나라 밖으로 내쫓아야 옳았을걸. 좋게 30방망이는 쳐야겠다. 달마가 왔구나.
“모르겠습니다.”
-도리어 무제가 달마의 공안을 들었구나.
“이는 관음대사이시며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는 분이십니다.”
-멋대로 설명하네. 팔이란 바깥으로 굽지 않는 법.
무제는 후회하고 마침내 사신을 보내어 맞이하려 하자
-결코 붙잡지 못할 것. 조금 전에도 ‘멍청한 놈’이라 말했었건만.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폐하께서 사신을 보내어 모셔오려 하지 마십시오.
-동쪽 집 사람이 죽으니 서쪽 이웃 사람이 조문하는 꼴이군. 한꺼번에 나라 밖으로 쫓아냈어야 좋았으리라.
온 나라 사람이 부르러 가더라도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지공스님 또한 30방망이를 쳐야 한다. 발 아래에서 큰 광명이 쏟아져 나올지 안 나올지?

평창
달마스님은 멀리서 이 나라에 대승(大乘)의 근기(根器)가 있음을 보시고 마침내 멀리 바다를 건너와 심인(心印)을 홑으로 전하여 혼미한 길을 열어주셨는데, 문자를 운운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본성을 보아 부처를 이루게 하였다. 만일 이처럼 이해한다면 바로 자유로운 경지를 얻어 일체의 언어에 좌우되지 않고 (본성이) 그대로 나타나리라. 그래야만 뒤이어 무제(武帝)와 나눈 대화와, 이조(二祖)스님의 안심처(安心處)를 자연히 알아차리리라. 비교하고 헤아리는 정식(情識)의 티끌을 단칼에 베어버려야만 쇄쇄낙락하리니, 이에 다시 무슨 시비와 득실을 분별할 필요가 있겠는가. 비록 그러하기는 하지만 이를 몇 사람이나 할 수 있을는지.
무제가 일찍이 가사를 입고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을 몸소 강설하자 감응하여 하늘꽃이 수북이 떨어지고 땅이 황금으로 변하였다. 도교를 물리치고 천하에 칙령을 내려 사찰을 일으키고 승려에게 도첩을 내려, 불법을 몸소 실천하도록 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불심 있는 임금[佛心天子]이라고 불렀다.
달마스님이 처음 무제를 알현하자 무제가 물었다.
“짐은 사찰을 일으키고 스님들에게 도첩을 내렸는데, 무슨 공덕이 있겠습니까?”
“공덕이 없습니다.”
바로 이는 더러운 물을 느닷없이 머리 위에 끼얹는 꼴이다.
여러분들이 만일 “공덕이 없다”는 말을 깨쳤다면 그대에게 달마스님을 친견했노라고 인정해주겠다. 말해보라. 사찰을 일으키고 스님들에게 도첩을 주었는데도 무엇 때문에 전혀 공덕이 없다고 했겠는가? 이 의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제는 누약(婁約)법사, 부대사(傅大士), 소명(昭明)태자와 함께 진(眞), 속(俗) 이제(二諦)를 의논하였다. 교학의 말을 의거해 보면 ‘진제(眞諦)란 있지 않음[非

선문에서는 옛 조사들이 남긴 언행 중에서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것을 고칙(古則)이라 한다.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이 명주(明州:지금의 浙江省 奉化縣)에 있는 설두산의 자성사(資聖寺)에 머물면서, 고칙을 100개로 정리하고 거기에 송을 붙인 것이 「설두송고」이다.
이 송고집은 당시 절강성을 중심으로 한 선과 문학의 조화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선림보훈」에 의하면 임제종 분양 선소(汾陽善昭:947∼1024)의 「분양송고(汾陽頌古)」를 본따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많은 승려들이 이런 송고류를 만들었는데, 이 풍조는 「경덕전등록」의 편찬을 거슬러 올라가서 「조당집」의 편찬 등에 의해 격발된 것으로 보인다.
사천성 출신인 설두스님은 설봉-운문-향림-자문-설두로 이어지는 운문계의 선사이다. 그러나 여하경(呂夏卿)이 지은 탑명에 의하면 설두스님은 마조의 9세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특출한 선사는 모두 마조의 법손이라고 믿는 당시의 사상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당시에는 이미 마조-백장-황벽-임제로 이어지는 임제종이 선풍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송대 임제종에 속하는 원오스님이 이 송고집을 거량하여 「벽암록」으로 후세에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설두송고」를 대본으로 원오 극근( 悟克勤:1063∼1135)스님이 당시의 수행자들에게 제창한 것이 바로 이 「벽암록」이며, 이 책은 「벽암집」 「불과원오선사벽암록」 등으로 불려왔고,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라는 칭호와 함께 선서(禪書)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설두스님이 하신 [본칙]·[송]과 원오스님이 하신 [수시]·[평창]·[착어]로 구성되어 있다. [수시]는 법문에 들어가기 전에 한 일종의 문제제기이고, [평창]은 [본칙]과 [송]에 대한 설명이고, [착어]는 한두 마디로 상대를 격발시키는 간단한 평가이다.
그러나 원오스님의 제창은 단순한 글자 해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님 자신의 전인격이 투여되어 있다. 특히 말이나 문헌에 대한 집착을 끊어주기 위하여 당시의 구어와 속어를 종횡무진하게 사용하여 수행자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원오스님의 생생하고 발랄한 강의의 모습은 그의 훌륭한 기록자들에 의해 그 몸짓마저도 전해지고 있다. 설두스님이 표전(表전)의 논리로 본분의 소식을 알린 반면, 원오스님은 차전(遮전)의 방식으로 일체의 사량분별을 뛰어넘어 자기의 본래면목을 단박에 깨치도록 하였다. "「벽암록」을 읽으면 모든 알음알이가 딱 끊어진다"고 한 성철스님의 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벽암록」은 문학적으로도 매우 밀도 있게 완성되어, 중당 이후의 문단(文壇)의 중심적인 사조인 돈오무심(頓悟無心) 사상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더구나 송대의 「창랑시화(滄浪詩話)」 등의 시평어집에서 당대(唐代)에 유행하던 돈오돈수 사상을 근거로 당시(唐詩)를 평한 것을 상기할 때에 「벽암록」이 갖는 불교문학사적 위치는 대단히 크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느낌을 압축된 언어로 정착시켜야만 하는 시인의 긴장감이 일체의 사량분별이나 점진적인 단계를 철저히 거부하는 선사의 삶과 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선 사상사로 보더라도 돈오견성을 부르짖는 「육조단경」의 사상과, 철저한 자기 주체성을 강조하는 선사들의 정신이 「벽암록」에 집약되어 있다. "기봉이 단계적인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면 독바다에 떨어진다"라든가, "남으로부터 얻은 보물은 자기의 보물이 아니다"라는 옛 조사들의 말을 원오스님은 누누이 인용하고 있다.
원오스님은 팽주 숭녕(彭州崇寧:사천성 성도) 출신으로 자(字)는 무착(無着)이고 극근은 스님의 휘(諱)이다. 생전에는 복송의 휘종 임금이 불과(佛果)라는 법호를, 사후에는 남송의 고종 임금이 원오라는 법호를 내렸다. 어려서 출가하여 뒷날 오조 법연(五祖法演:?∼1104)스님의 법을 이어 임제의 가풍을 날렸으니, 문하에는 항상 천여 명의 납자가 있었으며 그 중 대혜 종고(大慧宗 )와 호구 소륭(虎丘韶隆)스님이 유명하다. 당시의 한림학사 곽지장(郭知章)과 재상 장상영(張商英)의 귀의를 받아 여러 관사(官寺)에서 종풍을 선양하던 중 성도의 소각사(昭覺寺), 호남의 협산사(夾山寺)와 도림사(道林寺) 등지에서 「설두송고」를 제창하여 「벽암록」으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벽암'은 협산(夾山) 영천원(靈泉院)에 있는 한 건물의 편액에 있는 글자이다. 스님의 법어는 제자들에 의해 '어록'과 '심요'로 편집되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벽암록」의 텍스트와 그 계통은 매우 복잡한데, 여기서는 이 책의 대본이 된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이하 삼성본으로 약칭)을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선화(宣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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