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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선림고경총서 20)

장경각

2009년 07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01년 0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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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36.18MB)
ISBN 9788993904413
쪽수 5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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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上

1.
스님께서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示衆].
“여러분은 청정한 본연의 성품과 모습[性相] 그리고 바다 같은 반야지혜를 아는가?
모른다면 여러분은 여기 모여서 눈앞의 청산을 보는가? 본다고 한다면 어떻게 보며, 보지 못한다고 한다면 청산이 어떻게 보지 못한다 말하겠느냐? 알겠는가.
여러 스님네들이여, 그대들의 청정 본연의 성품과 모습, 그리고 바다 같은 반야지혜에는 보고 들음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안다 해도 그럴 뿐이고 모른다 해도 그럴 뿐이다. 오래들 서 있었다. 몸조심하라.”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마다 항상 그러하고 성품마다 이러하니 절대로 밖에서 찾지 말아라. 큰 신근(信根)을 갖추었다면 모든 부처님이 여러분의 자수용삼매(自受用三昧)일 뿐이어서, 행주좌와(行住坐臥)가 이것 아닌 적이 없다.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도 벌써 양민을 짓눌러 천민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긍정하는가? 긍정하고 않고는 또 어떻게 알겠느냐?
지금 이 말을 하는 것도 벌써 좋고 나쁜 것을 모르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그대들이 이러쿵저러쿵하고 분별하기 때문이다. 오래들 서 있었다. 몸조심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자수용삼매입니까?”
“그 많은 삼매를 다 어디다 쓰려고?”
“어떻게 해야 옳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옳지 않겠는가?”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이 산과 물은 면면히 3세(三世)에 막힘없이 통하여 어디든 다 이 곳이다. 여러 스님네들이여, 산은 산, 물은 물, 3세는 3세인데 어떻게 막힘없이 통한다고 말하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한다. 온 시방세계가 다 이 곳이라고. 이처럼 알아야만 비로소 옳다 하겠으니 어떤 신통변화가 있다 해도 그대를 어찌하지 못한다. 자기 몸을 그대로 밝혀야만 하리라. 오래 서 있지들 말고 각자 노력하라. 몸조심하라.”

현사 사비(玄沙師備)스님은 복주(福州) 민현(민縣)의 사씨(謝氏) 집안에서 태어났다(825년).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하여 마을 근처의 남태강(南台江)에서 뱃놀이를 즐기다가 함통(咸通) 원년(860) 부용산(芙蓉山)의 의통상인(義通上人)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따라가서 부용산 홍조 영훈(弘照靈訓)스님에게 출가하였다[이 부용산은 무종(武宗)의 법난 때(845년) 설봉 의존(雪峰義存)스님이 난을 피해서 3년간이나 머물렀던 곳이다].
출가한 이듬해 개원사(開元寺)에 가서 구족계를 받고는 곧바로 부용산으로 돌아와 정진하고 있던 중, 오산진(鼇山鎭)에서 깨치고 다시 부용산으로 돌아온 설봉스님을 만났다(868년). 당시에 스님의 지계수행이 매우 철저하였으므로 설봉스님은 스님을 '비두타(備頭陀)'라고 불렀다.
당시 일반적으로는 행각을 다니며 수행하였는데, 스님은 전혀 행각을 하지 않으므로 설봉스님이 스님에게 행각할 것을 권하며 어째서 행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초조(初祖)도 동토(東土)에 오지 않았고 이조(二祖)도 서천(西天)으로 가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는 도의 경지가 깊은 곳에 다달았음을 나타낸 말이다.
설봉스님이 상골산(象骨山)으로 옮겨간(870년) 후, 현사스님도 이곳으로 가서(872년) 총림 건설에 참여하였다.
그 후 약 10년간 설봉산에 살다가 매계장(梅溪場) 보응사(普應寺)로 옮기고(881년), 다시 복주 현사원(玄沙院)으로 옮겼다.
광화(光化) 원년(898) 민왕(민王) 왕심지(王審知)의 청에 의하여 안국원(安國院)으로 옮겼다. 이 해에 설봉스님과 함께 대궐에 가서 불심인(佛心印) 법문을 하였다. 나라에서 자색가사를 하사하고, 종일대사(宗一大師)라는 호를 주었다.
개평(開平) 원년(907) 청량산 초경원(招慶院)에 가서 법의 요체에 대해 설법하고, 왕연빈(王延彬:王審知의 조카)을 만났다.
다음해 안국원에서 입적하였고(908년, 11월 27일) 12월 10일에 유해를 다시 현사원으로 옮겼다. 세수는 74세이고 법랍은 45세이다. 그 후 장흥(長興) 원년(930) 제자 오영(悟靈)이 임징(林징)에게 부탁하여 그의 비문을 찬술하였다.
[현사광록(玄沙廣錄)]은 상·중·하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상권 첫머리에 광화(光化) 3년(900) 참학소사(參學小師)인 지엄(智嚴)이 편집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는 나한 계침(羅漢桂琛)이 초경사(招慶寺)에 초청되어 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이것은 906년의 일이다). 또 907년 초경원에서 행한 현사스님의 설법도 실려 있다. 손각(孫覺)이 쓴 '현사광록 서(玄沙廣錄序)'에 의하면, 그가 복주 태수로 있으면서 불완전한 스님의 어록을 구해서 이것을 보완하여 판각한다고 하였으니(1080년) 이때 많은 부분이 보완되었을 것이다.
또 중권 끝에 있는 태정(泰定) 을축(1325)의 간기(刊記)에 의하면, 이 광록의 원래 목판(木版) 중 30여 매가 마멸되어 설조(契祖)스님이 여러 사람과 협력하여 완전하게 보완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지엄은 상권·중권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편집하였고, 손각이 판각하면서 다시 보완하였으며, 그 중간본의 판목 중에서 마멸된 것을 보완하여 1325년에 중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때 이후에 하권이 다시 보완되어 편집되었을 것이다. 그 후 명(明)말 임홍연(林弘衍)이 편집한(1626년) [현사어록(玄沙語錄)]에서는 그 간행연기를 밝히면서 "옛날에는 약간의 기록이 있어 세상에 나타났으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 당시 이미 중국에서는 없어졌음을 말한다.
하권에는 방장록(方丈錄), 내전(內展)에서의 불심인법문(佛心印法門), 자찬(自贊) 등 게송 4수를 싣고 있다.
한편 일본에 전해져 태평산(太平山) 대중선사(大衆禪寺)에 남아 있던 것이 1690년에 다시 간행되어 오늘날 속장경에 수록되었다.
[현사광록]의 또 다른 특색을 살펴보면, 상당법어를 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현사스님이 상당하여 대중에게 설법한 후, 대중스님네들과 그 법문에 대해 차례차례로 문답이 이루어진다.
현사스님과 설봉스님은 깊은 인연이 있다. 현사스님이 출가한 홍조대사는 설봉스님도 모셨으며, 또 설봉산에 있을 때에도 상당법문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에도 설봉스님과는 자주 내왕하였으며, 또 설봉산에서 많은 납자들이 불법을 물으러오기도 하였다. 설봉스님께서 입적하시자(908년 5월) 상주가 된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초경원(招慶院)의 스님을 가리키는 곳에서는 '초경(招慶)'이라고만 표현한 곳이 많다. 아마도 현사광록을 보완한 스님은 초경사의 장경 혜릉(長慶慧稜)스님 문하의 누구인 듯하다.
현사스님의 법제자로는 나한 계침(羅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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