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상상력, 표현

김종엽 지음

세창출판사 2017년 12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8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철학적 상상력은 생각을 증명하는 글이다.

철학적 상상력이란 자연의 한 조각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즉 ‘거리 두기’로부터 비롯된 정신적 여백의 미학입니다. 이러한 거리 두기의 여정은, 미지로부터 오는 알 수 없는 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이르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먹고사는 일에 대부분의 실천적 가치가 맞춰진 시대에서 철학적 사유가 보여 주는 거리 두기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관성에 무뎌진 우리의 오감을 살려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려는 용기를 가질 수만 있다면, 철학적 사유만큼 자연스러운 것도 사실 없습니다.

목차

머리말 … 4

아무것도 배우지 마라 … 9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 29
1. 철학적 상상력은 생각을 증명하는 글이다·35
2. 철학을 알면 글이 보인다·51
3. 철학적 상상력에도 오류가 있다·61
4. 체험된 이야기라야 설득력이 있다·77
5. 체험을 말하는 데에도 규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87

개성을 살려라 … 101
6. 반전의 묘미를 살려라·105
7. 절대로 틀릴 수 없는 생각을 하라·117
8. 가장 인간적인 논리로 무장하라·131
9.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149
10. 분란을 불러일으켜라·165
11.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글을 써라·175
12. 자신의 세계를 명확히 하라·191
13.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가능한 사고를 하라·209
14. 개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223

언어를 춤추게 하는 것들 … 239
참고문헌 … 259

책 속으로

“원래 젊음의 행진이 아픔 아닌가요?”라며 파이팅을 외치던 자기 계발서가 난무한 적이 있었는데, 뭔가를 쓰고 싶은 욕구를 신의 인내심으로 참았습니다. 어차피 내 말은 소나 개나 다름없는 미물에 그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먹고살 만한 이들은 아픔을 책으로 배워서 깨달음의 보고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몇 마디가 주눅이나 우울증을 이겨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_15쪽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 질문이 쉬워 보이나요?” (…) 그럼에도 언젠가는 이 질문의 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언제 자신이 누구인지를 진지하게 묻게 될까요? 언제 이 질문을 단순히 학문적 질문이 아니라, 실존적 질문으로 느끼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보면, 인생의 힘든 고비를 맞아 절망의 갓을 쓰고 슬픈 미소로 한강다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일 것입니다. 내가 누구일까요? 이때부터 우리는 지금껏 알아 왔던 자신에 대한 정보가 그저 이미지에 불과했음을 알게 됩니다. _24쪽

그런데 철학이 이렇듯 불편한 연출을 애써 감행하는 것을 딱히 단점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시대를 진단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대부분의 실천적 가치가 맞춰진 시대에서 철학적 사유가 보여 주는 거리 두기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에 대한 일체의 선입관을 괄호로 묶어 판단을 중지하고 사회적 관성에 무뎌진 우리의 오감을 살려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려는 용기를 가질 수만 있다면, 철학적 사유만큼 자연스러운 것도 사실 없습니다. _33쪽

이 책의 목적은 오랜 지성사의 여정에서 여러 갈래로 뻗치며 상이한 의미가 겹겹이 퇴적된 철학이론을 분석하려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우리의 관심 분야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철학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사고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면, 글의 형식이 문제인 것일까요? 부분적으로 우리는 철학 에세이의 전형적 형식들을 검토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전부는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철학적 사유가 펼치는 상상력의 영역에 동행하는 일입니다. 에세이가 자유의 여신이 들고 있는 깃발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철학적 상상력은 각자의 겨드랑이에 숨겨진 날개를 펴고 드넓은 세계로 비상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_36쪽

아무리 반박할 수 없는 논리일지라도 내용적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행복은 자족이라는 개념을 통해 각자 해결해야 할 몫으로 떠넘긴다고 해도, 상상력의 주제는 삶 전체에 걸쳐 무궁무진합니다. 이때 언어를 통한 설득의 무기는 독자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파고들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입니다. 자신의 상상력과 표현을 통해 독자를 유혹해 보고 싶다면, 당연히 우리는 논리가 아니라 공감에 호소해야 할 것입니다. _131쪽

철학을 교과서에 등장하는 낯선 체험을 통해 배울 수는 없지만, 설득력 있는 에세이를 쓰는 기술은 연습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일은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축하카드를 쓰는 일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규칙을 추천해 보겠습니다.

첫째, 자신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설정하는 일입니다. 철학자가 유명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꽂힌 주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그 탐구 대상에 ‘세상에 다시없을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달인은 박식하거나 명석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에서 남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처음 설정된 문제의식이 글의 주제와 논거를 마지막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욱이 힘이 실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체험된 언어를 힘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테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테제란 에세이 전체를 한 문장으로 축약하여 보여 줄 수 있는 핵심 주장을 말합니다. 특히 자신의 테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야 주위의 강한 비바람에도 방황하지 않게 됩니다. 이후에 테제에 영향을 미친 중심 요소들을 적정한 장소에 배치하게 되면 가장 자연스러운 글쓰기가 완성됩니다.

이제 학기를 끝내야 할 시간입니다. 한 학기 동안 철학적 상상력과 표현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나를 매개로 삼아 자신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가치판단 대신에 다양한 인간적 삶의 자유를 말하고 싶었고, 생존할 수 있는 기술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저서는 실제 수업의 내용과 그 결과물을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수업은, 현대적 사유에 발걸음을 맞춰서 가르침과 배움을 넘어 겨드랑이에 숨겨진 날개를 학생들 스스로 마음껏 꺼내 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최대치로 비워 놓고 있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종엽

저자 김종엽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보쿰대학(Ruhr Universit?t Bochum)에서 사회학, 신학, 역사학, 철학을 공부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상기 대학 인문학부에서 「칸트에 있어서 자유와 악 Die Freiheit und das B?se bei Kant」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스패만, 하이데거에 있어서 인격의 존재론 Ontologie der Personalit?t bei Spaemann und Heidegger」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강릉원주대학교 해람교양교육원에서 교양교육에 힘쓰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인권과 인간 존엄성 그리고 포스트휴먼 시대의 생명윤리이며, 생물학적 인간과 구별되는 인간의 존재론적 특징과 관련된 주제들을 저서와 논문으로 출간하고 있다.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2010), 『인격의 철학, 철학의 인격』(2012, 한국연구재단 지원), 『철학의 전환점』(2012, 공저), 『세계 존재의 이해』(2013, 공저), 『김종엽 박사의 철학특강』(2013, 2014 한국연구재단 우수교양도서),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읽기』(2014), 『한국사회정의 바로세우기』(2015, 공저), 『하이브리드 포이에시스』(2015, 공저)를 집필하였고, 그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