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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 홍한별 옮김
반비

2016년 06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9월 04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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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6.05MB)
ISBN 9788983717719
쪽수 4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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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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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침식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불안의 모든 것!
35년 전만 해도 ‘불안장애’라는 공식 진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오늘날 ‘불안’은 우리 시대 가장 흔한 심리적 증상이 되었다. 잇따른 경제위기와 빠르게 증가하는 소득불평등, 사회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불안은 현대를 특징짓는 심리적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평생 동안 불안이라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콧 스토셀의 저서로, 현대병인 불안의 정체를 파악한다. 저자는 지난 3000년간 불안에 관해 쓰인 수십만 장의 글과 불안을 겪는 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듦으로써, 자신을 비롯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에 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렇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섣부른 낙관을 제시하지도, 그렇다고 영원히 불안의 공포와 강박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고 비관하지도 않는다. 대신 불안이 용기의 원천이 된 사례나 불안이 품은 인간의 도덕성을 바라봄으로써, 설령 우리가 불안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더라도 불안이 가진 힘을 발견하고 다스리며 살아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는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라는 말을 남겼다. 불안에도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 자신의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루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우친 사람이 있다. 구체적 정보와 지혜가 가득한 이 책은 읽는 이들에게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미덕을, 즉 삶의 의지와 웃음을 일깨워준다.
1부 불안의 수수께끼
1장 불안의 본질
2장 불안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부 내 예민한 장의 역사
3장 부글거리는 아랫배
4장 발표 불안

3부 약물
5장 정신약리학의 초기 역사
6장 어떻게 약이 새로운 병을 만들어냈는가
7장 약이 말해주지 않는 불안의 의미

4부 선천이냐 후천이냐
8장 분리불안
9장 불안의 유전
10장 불안의 시대

5부 구원과 회복력
11장 구원
12장 회복탄력성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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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가장 흔한 심리적 증상, 불안에 관한 탐색

35년 전만 해도 ‘불안장애’라는 공식 진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경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 되었다. 미국에서 정신건강 관리에 드는 비용의 31퍼센트가 불안 치료에 사용된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 지난 5년 사이 불안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수가 22.8퍼센트나 증가했다. 우리 시대 거의 모든 사람은 만성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고 한다. 종종 불안을 근대성의 문화적 징후로 분석하기도 한다. 잇따른 경제위기, 빠르게 증가하는 소득불평등, 사회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안은 현대를 특징짓는 심리적 현상이다.
평생 동안 이 병을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콧 스토셀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현대병인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000년간 불안에 관해 쓰인 수십만 장의 글과 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자신을 비롯해 살면서 한 번은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에 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앞날에 대한 막연한 근심(나를 예로 들면 이 책이 출간될 때까지 출판업계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까 하는 걱정, 우리 애들이 대학 갈 때 등록금을 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등)은 대뇌피질 전두엽의 과잉 활성화로 나타난다. 일부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느끼는 심한 불안(나는 얼마 전 강의를 할 때 약물과 알코올로 최대한 달랬지만 그래도 순수한 공포 비슷한 것을 느꼈다.)이나 아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불안은 뇌의 전대상회라고 하는 부분의 과잉 활성화로 나타난다. (27쪽)

사회경제 계급이 고정적인 사회와는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 기술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동, 성역할과 관계의 혼란과 변화 등이 노동자들에 압박을 가하여 지속적인 불확정성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당연히 걱정을 하게 된다. 이 일에 더 잘 맞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리를 뺏기게 될까? 일자리를 잃고 중산층에서 밀려나게 될까? 이런 만성적 불확정성이 뇌를 변화시켜서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164~165쪽)

어쩌면 불안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진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에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중세 유럽인들은 두려워해야 할 진짜 위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불안해할 여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적어도 프로이트가 말하는 신경증적 불안(실제로는 두려워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것에 대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불안)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392쪽)

역사, 철학, 의학, 문학을 넘나드는 불안에 관한 전방위적 지식의 종합판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거의 모든 분야와 시대의 불안에 관한 지식을 강박적일 만큼 완벽하게 망라한다. 저자는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불안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지적 노력의 역사를 전방위로 파고든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한 ‘검은 답즙’에서 오늘날 생의학적 관점의 전통을 발견하고 키르케고르와 플라톤의 철학적 견해를 들여다보는 한편 찰스 다윈, 지그문트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등 19세기 학자들의 연구를 지나 현대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최전선까지 나아간다.
저자의 지적 여정은 학술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사례들을 동반해 이 광범위한 탐구의 면면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수행 불안에 시달린 스포츠 스타들의 인터뷰나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어떤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보여주는 촘촘한 증언과 통계도 그중 하나다. 또한 위대한 학자인 다윈과 프로이트가 평생에 걸쳐 공포증이나 신경성 위장병과 싸워온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휴 그랜트 등 예술 분야의 유명인들조차 남들 앞에 서는 일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도 들려준다.
오늘날 신경과학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불안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저자는 이런 상충하는 견해를 차례로 다루며 불안장애에 관한 우리의 의문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항불안제는 과연 불안을 치료하는지 아니면 제약업계의 이윤 때문에 불안이 공식적인 병이 되었는지 정신약리학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또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동물행동학, 유전학과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불안한 기질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양육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의사도 심리학자도 사회학자도 과학사가도 아니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불안에 대해 글을 쓴다면 나보다 훨씬 학술적 권위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은 종합이자 르포르타주다.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최신 학술 연구에서 불안에 대한 탐구들을 한데 모으고, 이걸 정말로 나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불안의 직접 경험과 함께 엮으려 한다. (41쪽)

결혼 직후에 다윈은 진화론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주기적 구토”를 겪었다. 파티나 모임이 있으면 불안 때문에 “쓰러졌고” “격한 떨림과 구토 발작”이 일어났다.(“그래서 여러 해 동안 디너파티를 모조리 포기해야 했다.”고 다윈은 적었다.) 다윈은 진입로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집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도록 서재 창밖에 거울을 설치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숨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128쪽)

프로이트는 코카인 직접 경험을 통해 일부 정신질환은 뇌에 물리적 원인이 있다는 확신을 굳게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 의학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프로이트는 후기 작업 덕에 정신병은 무의식의 심리적 갈등에서 나온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 정신역학 치료법의 선구자로 생각되지만, 또 한편으로 초기에 코카인 관련 연구를 썼기 때문에 정신병은 물리적?화학적 기능이상에 따른 것이므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보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209쪽)

항우울제가 존재하기 전에는 인구 100만 명당 50~100명 정도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추정되었다. 오늘날에는 100만 명당 10만에서 20만 명에 달한다. 우울증을 낫게 해준다는 최첨단 약이 어느 때보다 많은 이 시대에, 우울증 발병률이 1000배로 폭증한 셈이다. (283쪽)

그렇다고 퍼시가 과학적 방법론을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과학이 윤리를 비롯한 모든 인간 지식의 철학적 토대라는 환원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 우울증과 자살이 많아진 까닭은 과학적 세계관이 문화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적 세계관이 사람을 세포와 효소의 집합체로 축소하면서 다른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94~295쪽)

프로이트는 70대에 접어들어 드디어 불안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에 근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은 “오이디푸스적 갈등”, “남근 선망”과 “거세 불안”을 가지고 경주를 시작했고 “열등감 콤플렉스”(아들러), “집단 무의식”(융), “죽음 본능”(멜라니 클라인), “구강기와 항문기 고착”(카를 아브라함), 또 “좋은 가슴과 나쁜 가슴”에 대한 “환상”(이것도 클라인) 등으로 뻗어나갔다. 정신분석 이론이 2차 세계대전 이전 그리고 이후까지도 계속 발전하면서 불안은 억눌린 성적 욕망 때문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시각이 한 세대 동안 정신의학을 지배했다. (316쪽)

볼비의 애착 이론은 우아할 정도로 단순하고 진화론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아기일 때 부모님이 안전기지를 제공해주었고 그걸 내면화할 수 있다면 편안하게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삶을 헤쳐 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해주지 못했거나, 부모님이 안전기지를 제공해주었지만 외상이나 분리 때문에 그것을 내면화하지 못한 경우에는 불안과 불만의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337쪽)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주요 위험이 물리적인 적의 이빨이나 발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대체로 심리적이고 넓게 보면 정신적인 것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무의미와 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롤로 메이가 『불안의 의미』 개정판 서문에 쓴 글이다. “우리는 이제 검치호랑이나 마스토돈에게 당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의 상처, 무리에서 당한 배척, 또는 경쟁에서 겪은 패배에 스러진다. 불안의 형태는 바뀌었으나 불안의 경험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401~402쪽)

불안증과 평생 싸워온 저널리스트의 지적이고 실용적인 에세이

스콧 스토셀은 전통 있는 저명한 시사지 《애틀랜틱》의 에디터이자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요커》 등 다수의 매체에 기고해온 흠잡을 데 없는 경력을 갖춘 저널리스트다. 그러나 한편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구토공포증, 발표 불안, 공황 발작, 심지어 치즈 공포증까지 망라하는 수많은 불안장애 증상에 시달리며 대화 치료, 30여 종에 달하는 약물 치료, 최면 요법, 인지행동 치료 등 수십 년에 걸친 불안 치료의 트렌드를 빠짐없이 경험한 중증의 불안장애 환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출간하며 비로소 불안장애 환자로 ‘커밍아웃’했다고 말하는 스토셀은 철두철미한 정보 수집과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저널리스트의 미덕을 발휘하는 동시에 30여 년 넘게 불안과 싸워온 당사자의 균형 잡힌 시선이 담긴 독특하고 유일한 책을 써냈다. 방대한 분야의 정보를 담아내는 한편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불안을 몸소 체험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통찰과 공감 능력으로 그 정보들에 접근한 것이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불안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불안과 싸우는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인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대중 앞에서 말하기가 힘든 발표 불안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몇 달 상담을 거친 뒤 M 박사가 노출 요법을 적용해 나의 구토공포증을 없애보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내가 부조리극 한 장면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평화봉사단 창설 과정에 대해 강의를 하는 설정이다. 설정 자체가 인위적이고 어색한데 강의 장소가 센터 근처에 있는 회의실이기 때문이다. 청중은 M 박사와 박사가 방금 전에 어딘가에서 끌고 온 대학원생 세 명이다. 한편 방구석에 있는 거대한 텔레비전에서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토하는 장면이 끝없이 반복되는 동영상이 나온다. (96쪽)

불안하면 속이 아프고 설사가 난다. 속이 아프고 설사가 나면 더 불안해지고, 그러면 배가 더 아프고 설사는 더 심해지고, 집에서 나와 어디에라도 가려 하면 항상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 지역 화장실 탐방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이 화장실에서 저 화장실로 뛰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티칸이나 콜로세움이나 이탈리아 철도에 관해서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바티칸의 공중화장실, 콜로세움의 화장실, 이탈리아 여러 기차역 화장실의 기억은 매우 강렬하게 간직하고 있다. (112쪽)

내가 찰스 다윈의 위장에 지나친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일 것도 같은데 아마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공포에 대한 현대적 연구를 촉발했고, 공포가 구체적인 생리 반응(특히 소화기의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로 그 사람이 신경증적 위장에 극심하게 시달렸다는 사실이 참 얄궂기도 하고 또 그럴싸하다 싶기도 하다. (130쪽)

약이 뇌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모른다. 게다가 제약회사와 보험업계에서 진단 범주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왜곡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힘겹게 획득한 권위로, 실제로 이 약으로 때로는 아주 약간, 때로는 상당히 많이 달랠 수 있는 매우 괴로운 정서적 고통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290쪽)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워커 퍼시와 쇠렌 키르케고르의 철학적 입장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내 말에 신빙성이 얼마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나는 정신과 약을 30년째 복용하고 있고 지금 내 혈관 속에는 시탈로프람, 알프라졸람에 어젯밤에 먹은 클로나제팜이 아직까지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내 세로토닌 시스템과 감마아미노부티르산 시스템은 촉진되고 글루탐산은 억제된 상태로, 약에는 독성이 있다는 피터 브레긴에 동조하며 약이 영혼을 위축시킨다는 워커 퍼시에게도 동의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기에 과연 내가 적절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297쪽)

그렇지만 기질과 성격과 불안 정도를 불운한 유전 탓으로 돌리다 보면, 그럴 만한 과학적 근거가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철학적으로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 내 불안의 구성 요소인 뉴클레오타이드, 유전자, 뉴런, 신경전달물질 등이 내 성격의 나머지 부분도 만드니 말이다. 유전이 내 불안을 결정한다면 나 자신도 그만큼 결정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나다움’ 전체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유전적 요인 때문으로 돌려도 좋은가? (362쪽)

의지와 유머를 잃지 않고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루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저자가 털어놓는 긴 투병의 경력과 공포증의 순간들은 매 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유머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 한편 출간 직후 유수 언론들의 극찬을 받은 스토셀의 유려한 글 솜씨는 읽는 맛이 있는, 완성도 높은 문학적 성취 또한 보여준다. 위트와 아름다운 문장으로 무장한 스토셀의 글은 읽는 이에게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미덕을, 즉 삶의 의지와 웃음을 일깨워준다.
스토셀은 ‘이렇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섣부른 낙관을 제시하지도, 그렇다고 영원히 공포와 강박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고 비관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불안이 용기의 원천이 된 사례나 불안이 품은 인간성과 도덕성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스토셀은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라는 키르케고르의 말을 빌려 우리가 단지 짐승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게끔 해주는 불안의 역할을 발견한다. 이 책은 설령 우리가 불안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 해도 불안이 가진 힘을 발견하고 다스리며 살아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고맙게도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여러 사람들이 불안을 도덕성과 연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냉혈한 살인자다.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유명해 겁쟁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다.)의 말을 빌리면 “압박감 아래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훌륭한 군인이 될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이겠지만, 전투 피로나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장교는 무감함 뒤에 사이코패스와 같은 침착함을 감추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소대 전체를 철조망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184쪽)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로케스와 피에트로, 빌 러셀과 플로이드 패터슨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불안이 장점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도덕적 영웅주의와 조금은 이상한 종류의 용기의 원천이 되기도 한 것이다. (199~200쪽)

아내가 한번은 내가 불안에서 완전히 회복되면 무얼 잃게 될까 하는 의문을 입 밖에 낸 일이 있다. 또 나한테서 불안 기질이 사라지면 아내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지.
아내가 이렇게 말하며 정곡을 찔렀다. “난 당신 불안이 싫어. 당신이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싫고. 하지만 만약에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여러 면들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면 어쩌지? 그러니까 만약에, 당신 불안증이 씻은 듯이 낫고 나니까 완전 재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면?” (419쪽)

필록테테스는 왕의 아들인데 뱀에 발을 물려 생긴 상처가 곪아 낫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상처 때문에 활을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필록테테스의 “지독한 냄새가 나는 상처”와 “초인적인” 사격술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소설가 지넷 윈터슨의 말을 빌리면 이 이야기에는 “상처와 재능이 함께한다.” 곧 나약함과 수치심이 초월, 영웅적 자질, 구원의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내 불안은 낫지 않는 상처처럼 가끔은 나의 삶을 막아서고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떤 힘의 원천이자 은총이기도 하다. (422쪽)

존슨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끈질기게 노력했고 정서적 고통 속에서도 생산적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어떤 종류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주었다. 현대 심리학은 이런 특질이 불안과 우울에 맞서는 강력한 방책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많이 내어놓는다. 불안 연구가 전통적으로는 불안증이 있는 사람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날에는 건강한 사람이 불안장애를 비롯한 병에 걸리지 않게 저항력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둔다. (427~428쪽)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더 회복탄력성이 강해요. 항상 ‘난 이거 못해.’ ‘저거 못해.’ 하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해내잖아요. 이 책을 쓰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겨내야 했는지 한번 생각해봐요.” (429쪽)

작가정보

저자(글) 스콧 스토셀

저자 스콧 스토셀은 《애틀랜틱》의 에디터다. 『사지: 사전트 슈라이버의 삶과 시대』를 썼고 《뉴요커》, 《뉴 리퍼블릭》,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글을 기고했다. 워싱턴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역자 홍한별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가르친다는 것』, 『타블로이드 전쟁』,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의 숲속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페이퍼 엘레지』, 『새벽의 인문학』, 『나의 뇌는 특별하다』 등 다양한 문학 작품과 인문, 사회과학 도서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지은 책으로는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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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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