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기행

심인보 지음

새로운사람들 2006년 03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02년 07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인류 문명의 신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저자는 앙코르 와트에 반해 재차 찾았을 만큼 애정어린 시선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춘 고대 문명이 남긴 인류 문화의 걸작 유산 앙코르 와트의 곳곳의 사진과, 그 주변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캄보디아인, 승려, 관광객들의 표정을 꼼꼼하게 전해준다.

목차

글머리에 ... 5

1 앵콜!앵콜! ... 10
2 사진이 없어요? 1불 더 내세요 ... 12
3 코카콜라와 리틀 붓다 ... 14
4 앙코르 가는 길 ... 17
5 신과 악마의 영접-앙코르 톰 남문 ... 19
6 앙코르의 미소-바이욘 사원 ... 22
7 누구의 얼굴일까? ... 25
...
71 저주의 사원 ... 225
72 축복의 사원 ... 230
73 가지 않은 길 ... 235

부록-앙코르의 역대 왕과 유적
캄보디아 개황
지도

출판사 서평

■ 저주의 사원인가? 축복의 사원인가?

'저주의 사원'이고, '축복의 사원'인 앙코르와트. 이 책은 그 신비한 미소를 디자이너의 눈으로 담아낸 사진 기행집이다.

신비의 유적이라 불리는 캄보디아 곳곳의 건축물과 조각물들이 올드마켓에서 콜라 하나에 졸졸 따라다니며 모델이 되어준 어린아이의 모습과 겹치며 열반 부처의 미소를 보여주고, 고기를 즐기며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스님에게서 또 다른 경계의 종교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 여행 책이 보여 줄 수 없는 인문학적인 깊이의 시선으로 가만히 써내려간 글들과, 직접 담아낸 사진들이다. 어떤 사진집으로도 담아 낼 수 없는 훌륭한 사진시집으로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앙코르의 신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뜻한 애정이 담긴 저자의 눈길을 좇아가 보는 앙코르 기행은 그 곳 사람들의 삶과 신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며, 한 번쯤 앙코르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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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35 어둠은 발 밑에서 오는구나

일몰 이후의 하늘과 땅은 고요하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일몰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삼삼오오 횡렬로 자기들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떠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를 향해.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처럼.

주주도 여 선배도 가자는 소리를 않는다. 일몰의 하늘을 보며 깔깔대기도, 감탄사를 흘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못 다른 분위기다. 쁘레 럽 중앙 탑 아래에서 일몰을 기다리던 그 모습 그대로 걸터앉아 있다. 세 사람의 머릿속에는 아마 서로 다른 영상이 스치고 있으리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땅의 소리를 듣고 있나?

어둠은 늘 서쪽 하늘 끝에서 오는 줄 알았다. 해가 떨어지면 서쪽 지평선에서부터 기어 나와 스물스물 세상을 덮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서쪽 하늘은 빛의 잔상에 훤한데 발 밑은 이미 어둠이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원 중앙 다섯 개의 전탑이 이미 자기 색깔을 감추었고 전탑 벽면의 네 개의 얼굴과 팔을 가진 사라스바티(브라하마의 아내)는 이미 벽 속으로 숨어 버렸다. 다시 한번 보려 했던 동쪽 입구 왼편 탑에 있는 반인 반사자 상도 이젠 글렀다.

'어둠은 발 밑에서부터 오는구나.'

모두가 떠나간 쁘레 럽에 우리만 남았다. 여 선배가 말했다.

"여기가 진짜 화장터였을까?"

"그렇게 믿죠. 근사하잖아요. 지금 분위기하고도 잘 어울리고."

주주는 그제서야 화장터요?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근데 무서워하는 표정이 아니라 한술 더 뜬 장난 끼이다. 곳곳에 묻어나는 어둠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새 달이 떴다.

좀더 기다리면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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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심인보
중앙대학 예술대학을 나오고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추천작가, 동 심사위원, 파리 그랑팔레 우수작품 초대, 국민대, 서울여대 강사. Identity Design 전문회사 디자인파크 아트디렉터, 브랜드 컨설턴트, 아이오 컴퍼니 대표이사 등의 꼬리표를 달고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나섰다. 누구는 그가 재즈를 좋아하니 재즈카페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누구는 역마살이 낀 사람이니 여행하며 글을 쓸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마 인도 레스토랑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다른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하던 도둑질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훌쩍 캄보디아 앙코르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선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사진 기행집을 내놓았다. 5년 전 『지금 우리는 키스하러 간다』라는 그림시집을 낸 이후 두 번째 저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