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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살, 흙

페미니즘과 환경정의
그린비

2019년 12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10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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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76829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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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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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과학, 기후, 환경과 맺는 관계를 ‘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 개념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미국과 유럽의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생태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 스테이시 앨러이모는 신유물론과 생태학, 페미니즘을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데, 그 독특한 방법론만큼이나 흥미로운 사례들이 돋보인다. 단순히 추상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유방암이나 노동자계급의 폐암 등 여러 질병의 사례를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서 끌어옴으로써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우리의 몸을 환경 ‘바깥’이 아닌 환경 ‘속에’ 위치 짓고 이를 통해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2011년 미국 문학과 환경 학회(ASLE) 생태비평상 수상작.
감사의 말

1장 서론 - 몸된 자연
2장 에로스와 X선: 몸, 계급, 그리고 ‘환경정의’
3장 비가시적 물질들: 환경정의의 과학
4장 몸의 회고록: 과학, 자서전, 그리고 물질적 자아
5장 이탈적 작용물들: 과학, 문화, 그리고 화학물질복합과민증
6장 과학소설에 나타나는 유전학, 물질의 작용능력, 그리고 포스트휴먼 환경윤리의 진화

참고문헌 | 찾아보기

나는 오랫동안 여성은 서구 사유에서 ‘자연’이라는 진흙탕에 빠진 피조물로 정의되어 왔고, 그 결과 인간의 초월성, 합리성, 주체성, 행위능력의 영역 바깥에 놓여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페미니즘 이론은 자연에서 여성을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지배적인 이원론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업하면서, 많은 중요한 페미니즘 논쟁과 개념은 자연과 문화를 엄격히 대립시켰다. 예를 들면, 페미니즘의 가장 혁명적 개념인 생물학적 성(sex)과 구분되는 사회적 성(gender)이라는 개념은 자연과 문화 사이의 날카로운 대립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24~25쪽)

환경보건운동과 환경정의운동, 대중역학, 녹색소비자운동이 힘을 얻어 감에도, 여전히 주변부의 운동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은 대부분 인간이 자연과 환경, 여타 물질적 실체와 힘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사람들은 위험한 살충제와 제초제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천연덕스럽게 그런 행동을 하지만 독성은 그렇지 않다. 또 흉측한 인간-동물 하이브리드들(인간처럼 생긴 거대 바퀴벌레, 매혹적인 고양이-야수 여성)이 출현하는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를 충격에 빠트리는 공포영화들을 보라. 그러한 영화들은 언제나 하이브리드를 물리치고 승리감에 도취된 ‘인간’의 초월성으로 막을 내린다. 전지구적 온난화를 사적인 ‘믿음’의 문제로 치부하는 우파의 온난화 부정 전략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전지구적 온난화를 ‘믿든지’ 아니든지 선택할 권리가 있기라도 한다는 듯한 태도이다. (53~54쪽)


뤼케이서가 물질을 기록하는 시를 쓰는 반면, 르 쉬외르는 노동자와 세계 사이의 에로틱한 접합을 지향하면서 노동자의 몸을 검사하고 측정하며 관리하는 관계 당국의 권력과 제도에 저항한다. 두 작가는 놀랍게도 몸과 자연 간의 손에 잡힐 듯한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연과 몸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은 인간과 분리된 세계로서 자연을 바라보았던 20세기 초반의 환경보호주의와 환경보존주의에 대립되는 환경의 의미를 제시하였다. 작업장의 위험을 사람이 거주하는 방대한 자연으로까지 확대하였던 뤼케이서는 오염에 대한 최근의 이론을 미리 예견하였던 듯이 보인다. (86쪽)

어느 누군가가 가스 스토브나 소파, 샤워 커튼 같은 겉으로 보기에 무해하고 실용적인 물건들에 취약하거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자신의 주거 공간을 다시 만드는 과정은 인간 몸을 안과 밖으로 나누는 상식적인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갑자기 이 사물들은 더 이상 화학적으로 불활성적인 물질이 아니라 특정 증상들을 유발시키면서 몸과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판으로 만들어진 가구는 꾸준히 기침, 천식, 발작, 피부 발진, 피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그리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를 방출(또는 가스 배출)할 것이다. 신체의 경계선들을 째는 것 ? 외과 수술, 주사제 투입, 이식수술, 그리고 여타 과정들 ? 이 표준적인 의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근대 의학 모델은 인간 몸을 환경과 서로 이웃한다거나 또는 카펫과 소파처럼 겉보기엔 불활성적인 물건들에 취약한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질병을 가진 이들은 자기 몸이 물질세계와 인접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따라서 어떤 것도 ‘외부적’이라거나 변함없이 ‘외부에’ 머문다고 확신할 수 없다. (290~291쪽)

인간 주변에서 동시에 방대한 시간적 거리들을 가로질러 생명체들의 신체적 융합을 드러내는 찰스 다윈은 우리가 언제나 이미 ‘포스트휴먼’이었다는 최초의 번득임, 즉 이 자손의 공동체에 존재하는 우리의 동료 생명체들을 설명할 의무를 제안하면서, 세계의 물질적 작용능력들 안에 우리가 녹아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제공한다. 생명 그 자체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추구하는 현대 유전자 물신주의의 한복판에서, 그렉 베어의 다윈 시리즈는 난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물질성의 힘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진화 서사 속으로 인간을 내던진다. (382쪽)

우리의 몸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문화(말)-신체(살)-환경(흙)의 얽혀듦을 탐구하는 페미니즘과 생태학의 콜라보!

미국과 유럽의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생태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 스테이시 앨러이모(Stacy Alaimo)의 저서가 한국어로 처음 번역 출판된다. 2011년 미국 문학과 환경 학회(ASLE) 생태비평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말, 살, 흙: 페미니즘과 환경정의』(원제: Bodily Natures: Science, Environment, and the Material Self)가 아시아권 최초로 번역 출간되는 것이다.

이 책은 몸이 과학, 기후, 환경과 맺는 관계를 ‘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 개념을 중심으로 탐구해 간다. 앨러이모는 신유물론과 생태학, 페미니즘을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데, 그 독특한 방법론만큼이나 흥미로운 사례들이 돋보인다. 단순히 추상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유방암이나 노동자계급의 폐암 등 여러 질병의 사례를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서 끌어옴으로써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우리의 몸을 환경 ‘바깥’이 아닌 환경 ‘속에’ 위치 짓고 이를 통해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신유물론, 생태학, 그리고 페미니즘

20년 전만 하더라도 몸을 바라보는 학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구성주의적이었으며, 몸은 정신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말랑말랑한 찰흙 같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푸코의 훈육적 몸,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적 젠더,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 등이 구성주의적 이론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구성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몸의 물질성을 복원하고 담론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부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주었다.

로고스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 ‘몸적 전환’(Bodily turrn)을 맞은 이후, 역설적으로 몸은 그 자신이 이미 여러 유해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에 맞닥뜨려야 했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물질을 변형하는 인간은 동시에 그러한 물질의 힘에 의해 변형을 당한다는 점에서, 몸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있어 몸을 둘러싼 환경을 살피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되었다. 생태학은 우리의 몸을 살피는 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분야인 것이다.

자연과 페미니즘의 관계는 독특하다. 서구에서 ‘여성의 신체성’은 자연과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었기에 페미니즘은 끊임없이 ‘자연이라는 유령’에 시달려 왔고, 그만큼 페미니즘 이론은 자연에서 여성을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요한 페미니즘 개념들은 자연과 문화를 엄격히 대립시켰다. 예컨대 페미니즘의 중요한 개념 ‘섹스’와 ‘젠더’의 구분 또한 자연과 문화 사이의 날카로운 대립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앨러이모는 그러한 필연성을 인정하면서도, 페미니즘 이론이 “자연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아야” 했다고, “인간의 특정 그룹과 비인간 생명체에게 모욕과 침묵을 강요하기 위해 조성되어 왔던 자연/문화, 몸/마음, 대상/주체, 자원/행위능력 등의 젠더화된 이원론을 타파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마땅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자연이라는 유령을 내쫓는 유일한 길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것들에 살을 주고, 좀 더 충분히 물질화하도록 허용하며, 물질화의 정밀한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말, 살, 흙』은 이러한 흐름들 속에 위치한다. 신유물론과 생태학, 페미니즘을 결합함으로써 문화(말)에 대한, 신체(살)에 대한, 환경(흙)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침투하는 ‘몸된 자연’들

2007년, 미국의 풍자 언론사 디어니언(http://www.theonion.com)은 다음과 같은 패러디 뉴스를 실었다.

환경보호청은 인공·합성·독성물질을 엄청나게 함유하는 미국 시민들의 몸이 산업 쓰레기로 재분류되었다는 경고를 화요일자 속보로 내보냈다. “인간의 몸은 이제 평균 35퍼센트만 유기체일 따름입니다”라고 환경보호청장 랠프 존슨이 보고했다. “현대의 세제, 실리콘 임플란트, 가공 치즈 식품 등으로 발생한 변화 때문에, 인간의 피부조직이 우리 국토의 표토와 접촉하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오염된 땅이 인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인간의 몸이 땅에게 유해하다는 것. 이 기사는 몸, 마음, 물질, 땅, 과학기술 등이 얽히고설켜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에게 ‘침투’하고 있는 현실을 꿰뚫고 있다. 이러한 ‘횡단-신체성’의 관점에서 『말, 살, 흙』은 인간 몸과 비인간 자연들 사이의 상호연결, 상호교환, 그리고 이동을 탐구한다.

한 독성물질의 이동 경로를 면밀히 추적하다 보면 결국 환경보건, 직장 보건, 노동운동, 환경정의, 역학(疫學), 환경주의, 생태 의학, 장애연구, 인권, 반지구화, 소비자 인권, 아동보건, 아동복지와 같은 활동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앨러이모는 이렇게 연결된 수많은 분야와 대상을 ‘몸된 자연’이라고 칭하는데, 이것들은 이론적으로 도발적이며 정치적으로 강력하다. 우리가 자아와 세계를 분리된 개체로 이해했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말, 살, 흙』은 이러한 논의를 펼쳐내는 데 있어 다양한 소재와 문학작품을 가져와 활용한다. 1900년대 초반 노동계급의 활력이 스며든 에로틱한 자연의 몸을 묘사한 메리델 르 쉬에르와 규폐증으로 죽어가는 광부를 묘사한 뮈리엘 뤼케이서의 작품 세계를 대조하는 한편, 퍼시벌 에버렛의 소설 『분수령』을 통해 환경정의의 위기 앞에서 과학적 객관성이라는 개념이 정치 투쟁에 의해 얼마나 복잡다단해지는지를 보인다. 다양한 여성들이 남긴 ‘몸의 회고록’을 탐구하는 한편, 토드 헤인즈의 영화 「세이프」, 론다 즈윌링거의 사진집 『박탈당한 자』 등도 분석의 대상이 된다. 다나 해러웨이, 마거릿 애트우드, 옥타비아 버틀러 등도 논의에 소환된다.

우리 사회에 ‘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건강한 몸’이라는 평면적 차원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의료, 운동, 섭식의 차원에서나 다루어질 뿐이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하고 강력해지는 화학물질들의 존재와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환경 이슈들 속에서 우리는 건강의 문제가 단순히 내 몸 하나를 꼼꼼히 보살핀다고 될 일은 아님을 이미 깨닫고 있다. 새집증후군, 방사능 우려 수산물, 초미세먼지 등을 통해 우리의 몸이 과학기술, 정부정책, 심지어 정부의 외교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이 책 『말, 살, 흙』은 독자들로 하여금 몸과 몸을 둘러싼 환경을 총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사고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작가정보

미국 텍사스 알링턴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문학과 인문학을 넘어서 페미니즘, 환경운동, 환경정의, 과학연구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세 권의 단독 저서, 『길들여지지 않는 땅』(Undomesticated Ground, 2000), 『말, 살, 흙』(Bodily Natures, 2010), 『노출된 자들』(Exposed, 2016)을 출간했으며, 수전 헤크먼과 『유물론적 페미니즘들』(Material Feminisms, 2008)을 공동 편집했다. 『말, 살, 흙』은 2011년 미국 문학과 환경 학회(ASLE)에서 생태비평상을 받았다. 여러 저서들이 스웨덴, 포르투갈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 아시아권에 그녀의 저서가 번역 출간되는 것은 『말, 살, 흙』이 최초이다.

번역 윤준

역자 윤준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에서 영국 고딕소설, 푸코와 라캉을 주제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몸문화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다.

역자 김종갑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한편, 2007년에 설립한 몸문화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 『성과 인간에 관한 책』 등을 비롯한 많은 저서와 역서,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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