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매체철학
2019년 04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8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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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7682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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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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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3
1부 아날로그 매체, 대중문화를 열다
1 _ 들어가는 말 32
2 _ 예술의 기술적 재생산과 아우라의 몰락 발터 벤야민 38
들어가며 38 l 아우라란 무엇인가? 42 l 새로운 예술 형식의 등장과 아우라의
몰락 56 l 사진: 이미지에 대한 민주적 접근 가능성의 확대 58 l 영화: 이미지
수용방식의 변화 62 l 광고: 시각적 촉각성의 체험 67 l 나가며 69
3 _ 대중매체와 문화산업 테오도어 아도르노 73
들어가며 73 l 사회비판이론으로서의 매체이론 76 l ‘관리되는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예술 79 l ‘관리되는 사회’에 순응을 강요하는 문화산업 83 l
문화산업론이 가지는 의의 및 한계 90 l 나가며 94
4 _ 텔레비전 시대의 실재와 가상의 문제 귄터 안더스 97
들어가며 97 l 프로메테우스적인 부끄러움 99 l 팬텀이 지배하는 텔레비전 107 l
매트릭스가 된 세계와 그 세계 안에서의 대중 112 l 안더스 이후 텔레비전에 대한
논의 117 l 나가며 123
5 _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종말과 매체에 의한 인간의 확장 마셜 맥루언 125
들어가며 125 l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종말 129 l 매체 형식과 매체 내용 133 l
매체에 대한 인식론적 분류: 뜨거운 매체와 차가운 매체 139 l 매체와 감각 143 l
나가며 149
6 _ 기록매체와 정신분석 프리드리히 키틀러 152
들어가며 152 l 1800년경의 기록체계: 문자를 중심으로 155 l 1900년경의
기록체계 1: 축음기와 실재계 163 l 1900년경의 기록체계 2: 영화와 상상계 169 l
1900년경의 기록체계 3: 타자기와 상징계 174 l 나가며 179
2부 디지털 매체, 새로운 존재방식을 열다
1 _ 들어가는 말 184
2 _ 시뮬라크르, 하이퍼리얼 그리고 실재 장 보드리야르 190
들어가며 190 l 시뮬라크르의 세계 194 l 하이퍼리얼과 실재의 가상성 199 l
보드리야르 이후 실재와 가상에 대한 논의들 205 l 나가며 214
3 _ 탈역사 시대의 기술적 이미지 빌렘 플루서 216
들어가며 216 l 매체로서의 문자와 이미지에 따른 시대 구분 219 l 사진과
사진기 그리고 사진 찍기 224 l 의미복합체로서의 이미지에 대한 재평가 233 l
디지털 가상 구하기 237 l 나가며 241
4 _ 속도에 의한 공간의 소멸과 편협된 시각의 강화 폴 비릴리오 244
들어가며 244 l 속도에 의한 공간의 소멸 248 l 매체에 의한 공간의 소멸 252 l
편협된 시각체계의 강화 257 l 지각하는 신체의 해체와 전자적 판옵티콘의
등장 263 l 나가며 269
5 _ 디지털 매체의 확산과 새로운 예술의 의미 노르베르트 볼츠 272
들어가며 272 l 문자문화와의 결별 276 l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으로서의
감성학 282 l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예술의 새로운 특징과 수용방식의 변화 286 l
새로운 예술: 예술의 종말 또는 확장 292 l 나가며 296
6 _ 매체에 의한 시공간의 재편과 매체공간 괴츠 그로스클라우스 299
들어가며 299 l 매체에 의한 공간의 재편 302 l 매체에 의한 시간의 재편 307 l
디지털 매체 공간: 사이버스페이스 312 l 나가며 321
참고문헌 324
찾아보기 338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0세기의 매체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21세기의 매체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말이다. 그러나 모든 철학이 그러하듯이, 그 이전의 담론을 마치 점퍼처럼 건너뛰거나 또는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곧바로 철학적 담론을 내놓을 수는 없다. 아무리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철학이라고 해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철학이라고 해서 낡은 유물로 취급할 수는 없다. 디지털 이미지가 논의되는 지금, 우리는 플라톤의 이미지 이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매체철학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여기서 다루는 이론들이 낡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매체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새로운 매체를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사실과, 이들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보편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매체가 낡은 매체와 변증법적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새로운 매체가 되듯이, 매체철학도 마찬가지다. (본문 7쪽)
지금은 어느 누구도 매체를 단순히 도구나 수단 정도로만 여기지는 않는다. 매체는 환경이자 동시에 인간의 확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매체는 인간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체계, 존재방식, 가치체계 그리고 사유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아날로그 매체적 인간과 디지털 매체적 인간,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매체에 익숙한 인간이 서로 다르다고들 말한다. 정말이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간이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접속이 의미하는 바는 소통이다. 매체철학은 근본적으로 바로 이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룬다. 소통하는 매체를 중심으로 해서, 소통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 등을 말이다. (본문 7~8쪽)
잘 알려진 것처럼, 매체라는 말은 라틴어 메디움 medium에서 유래된 말이다. 메디움은 말 그대로 ‘중간’을 의미하며, 또 어떤 것과 다른 어떤 것을 ‘매개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뿐만 아니라, 매개하는 장치라는 의미 또한 갖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다 포괄하고 있는 것, 즉 소통의 중간에 개입해서 매개하는 수단이자 장치가 바로 매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매체 없이 인간들은 소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인간이 자연 환경 없이 살 수 있을까와 마찬가지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은 이러한 어리석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기 때문에 물음 자체가 어리석어 보이는 그 지점에서 철학은 출발한다. 모든 철학들의 출발은 다 그랬다. 매체철학도 마찬가지다. (본문 27~28쪽)
대도시에서의 대중의 등장은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대중의 등장은 그에게 단지 사회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의미했다. 대중은 기술 재생산 시대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예술의 관객을 의미한다. 대중은 대중문학과 화보의 독자이고, 영화의 관객이며, 그리고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이다. 도시를 배회하는 대중은 전통적 예술작품의 수용자처럼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다양한 계층이 뒤섞인 불특정 다수이다. (본문 65쪽)
디지털 매체 시대에서는 현실과 실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상에 대한 이해도 변화한다. 이제 무엇이 실재이고 가상인지 분명히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기까지 했다.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가시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이제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현실 또한 가상으로 구현되기에 이르렀다. (본문 206쪽)
유비쿼터스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속도’다. 얼마나 빨리 접속해서 자연적 시공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이 구조 안에서는 ‘지금’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여기’라는 공간적 제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저기’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에 의해서 언제 어디서든 ‘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저기’가 ‘여기’로 전환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원격 현전이야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디지털 노마드가 살아가는 전형적인 존방식이 되었다. (본문 255쪽)
그린비출판사 <철학의 정원> 시리즈 열두 번째 권. 이 책은 벤야민, 아도르노에서 보드리야르, 비릴리오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매체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한 매체철학자 10인의 사유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매체철학’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강의해 온 저자는 철학자들 각각의 이론과 사유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 간의 유사점과 대별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매체상황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부단히 찾고 있다. 각 장에서 전면화하고 있는 주제들(예컨대 실재와 가상의 문제, 시공간의 재편 문제, 감각의 확장 문제 등)은 그간 매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중요한 논쟁점들을 짚어 준다. 이러한 주제들은 숱한 매체 변화 속에서도 반복되어 왔던 것으로, 앞으로의 매체환경에서 어떤 점들이 또 우리에게 문제로 다가올 것인가를 예견케 한다.
“매체는 곧 세계다!”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시대와 세계를 치열하게 사유하는 ‘매체철학’으로의 초대!
‘저기’가 없어졌다. ‘저기’에 있던 모든 장소가 ‘지금’ ‘여기’가 되었다. (머리말 중에서)
세계가 매체를 통해 손안으로 들어온 오늘날, 거의 모든 변화들이 매체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디지털 매체는 모든 것을 ‘지금, 여기’로 만드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재편하는 한편, 시각을 비롯한 감각을 무한히 확장시켜 인간을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사유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는데, 예컨대 오늘날 디지털 세대들은 활자 세대와는 다르게 마치 이미지로 소통하고 이미지로 사유하는 듯 보인다. 이 같은 변화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는 매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시대와 세계를 치열하게 사유한 철학자들이 있다. 이 책 『20세기의 매체철학』은 벤야민, 아도르노에서 보드리야르, 비릴리오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매체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한 매체철학자 10인의 사유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주되게 관심을 두고 분석한 매체나 연대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매체를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개별 매체에 대한 분석을 넘어서 매체가 가져온 ‘소통방식’과 ‘존재방식’의 변화에 대해 ‘사유’하려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매체이론가’와는 구별되는 ‘매체철학자’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 아직 생소했던 ‘매체철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강의해 온 저자 심혜련은 매체철학 분야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 온 철학자들의 이론을 이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철학자들 각각의 이론과 사유를 분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 간의 유사점과 대별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매체상황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부단히 찾고 있다. 또한 각 장에서 전면화하고 있는 주제들(예컨대 실재와 가상의 문제, 시공간의 재편 문제, 감각의 확장 문제 등)은 그간 매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중요한 논쟁점들을 짚어 준다. 숱한 매체 변화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주요한 주제와 키워드들은 앞으로의 매체환경에서 어떤 점들이 또 우리에게 문제로 다가올 것인가를 예견케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매체들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매체현상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의 매체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20세기, 아니 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매체들과 변화들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담지하고 있는 현상 이면의 욕망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매체환경에서 우리가 20세기의 매체철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시 문화, 대중의 감각을 깨우다 : 아날로그 매체의 시대
대도시에서의 대중의 등장은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대중의 등장은 단지 사회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의미했다. 대중은 기술 재생산 시대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예술의 관객을 의미한다. 대중은 대중문학과 화보의 독자이고, 영화의 관객이며, 그리고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이다. 도시를 배회하는 대중은 전통적 예술작품의 수용자처럼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이 결코 아니며, 다양한 계층이 뒤섞인 불특정 다수이다. (본문 65쪽)
20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아날로그 매체는 도시 공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중문화의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예술 체험과 구별되는 대중문화 체험은 많은 철학자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했으며, 예술 개념과 대중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평가가 엇갈렸다. 한편, 사진,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시각 매체들은 문자문화에서 이미지 중심인 시각문화로의 전환을 이끌어 냈으며, 철학자들은 이러한 감각의 변화에도 주목하였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아우라가 몰락하고, 기존의 예술 개념이 해체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대중을 적극적인 비판과 수용의 주체로서 인식했다. 반면,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사회비판적 계기를 가진 예술을 주창하며, 대중의 욕구를 조작?기만하는 문화산업을 철저히 비판했다. 예술과 대중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두 철학자의 이론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비교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텔레비전은 세계를 나의 사적인 공간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일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매체였다. 귄터 안더스는 이러한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실재와 가상의 문제를 다루었던 철학자이다. 안더스는 텔레비전이 대중들을 탈문자적인 문맹자로 만들고, 실제 세계가 아닌 (팬텀화된) 가상 세계만을 받아들이게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그가 (아도르노와 마찬가지로) 대중을 수동적인 행위자에 지나지 않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매체를 분석함에 있어서 내용보다는 형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마셜 맥루언은 매체 형식과 감각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하나의 특정한 감각이 다른 감각들보다 우세하게 작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데, 지극히 시각 중심적이었던 ‘구텐베르크 은하계’(인쇄문화)의 몰락 이후, 감각들 간의 상호작용이 증대함에 따라 ‘인간의 확장’이 시작되었다고 분석한다.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축음기, 영화, 타자기와 같은 기록매체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연결시켜 사유한다. 그에 따르면 축음기는 실재계에, 영화는 상상계에, 그리고 타자기는 상징계에 연결되는데, 이는 기록매체가 무엇을 기록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사유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주목한 것이었다.
가상과 이미지로서 존재하다 : 디지털 매체의 시대
디지털 매체 시대에서는 현실과 실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상에 대한 이해도 변화한다. 이제 무엇이 실재이고 가상인지 분명히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기까지 했다.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가시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이제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현실 또한 가상으로 구현되기에 이르렀다. (본문 206쪽)
유비쿼터스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속도’다. 얼마나 빨리 접속해서 자연적 시공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이 구조 안에서는 ‘지금’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여기’라는 공간적 제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원격 현전이야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디지털 노마드가 살아가는 전형적인 존재방식이 되었다. (본문 255쪽)
디지털 매체는 우리의 존재방식과 사유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디지털 매체 철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유비쿼터스 인프라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으며, 사이버스페이스는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를 한층 더 넓혀 주었다. 한편, 갈수록 커져 가는 가상이미지의 영향력으로 인해 실재와 가상의 위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가 실재라고 믿었던 것의 가상성이 폭로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의 삶은 기존의 시공간이 재편되고, 실재와 가상 등 기존의 위계가 재편되는 것을 둘러싸고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장 보드리야르는 복제된 이미지가 원본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뮬라크르의 시대’가 되었음을 역설한다(이를테면 콜라 광고 속의 흰곰이미지가 실제 북극곰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는 실재와 가상 간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하이퍼리얼’이라는 개념을 통해 실재의 가상성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빌렘 플루서 역시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개념과 텍스트가 내재된 의미복합체로서의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가상, 이미지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평가한다(보드리야르가 실재의 가상성을 폭로하며 허무주의적 태도를 보인 것과는 상반되게 말이다). 이미지를 자꾸만 실체와 연관 지어 생각함으로써 평가절하하는 것에 대해 플루서는 강력히 비판하는 것이다.
폴 비릴리오와 괴츠 그로스클라우스는 모두 디지털 시대의 ‘공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비릴리오의 경우 ‘질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제시하면서 속도에 의해 공간이 소멸되고 인간의 신체가 해체될 것을 우려했다. 그에 반해 그로스클라우스는 가치평가를 배제한 채 ‘사회적 공간’ 및 ‘매체적 시공간’의 재편만을 논했으며, 이 시공간에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노르베르트 볼츠는 디지
작가정보
저자 심혜련은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벤야민의 매체이론과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살림, 2006)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볼프강 벨시의 『미학의 경계를 넘어』 (향연, 2005)가 있다. 이 외에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한국학술정보, 2010), 『도시공간의 이미지와 상상력』 (메이데이, 2010),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 (라움, 2010), 『철학, 삶을 묻다』 (동녘, 2009),『미학의 문제와 방법』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철학, 예술을 읽다』 (동녘, 2006), 『매체철학의 이해』 (인간사랑, 2005) 등의 공저와 예술, 과학기술, 도시공간 문제 등을 다룬 다수의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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