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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
철학의 정원 24
최진석 지음
그린비

2019년 04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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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15MB)
ISBN 978897682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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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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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친의 사유를 통해 바라본 문화와 반문화의 동력학!!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은 저자가 2009년 러시아인문학대학교 예술사대학 ‘문화의 이론과 역사학과’에 제출했던 박사학위 논문 「바흐친의 저술에 나타난 문화 동력학의 문제들」을 저본으로 삼아 수정·보완한 것으로, 바흐친과 그의 사상을 재조명한다. 주로 한국 문학과 문화 이론에 호출되던 바흐친은 구소련 출신의 러시아 이론가로 대화주의와 다성악, 민중문화에 관한 저술로 잘 알려져 있다. ‘웃음문학’, ‘민중성’, ‘크로노토프’ 등으로 표지되는 그의 주요 개념들은 한때 학술논문의 분석적 도구나 이론적 프리즘으로 빈번히 사용되었으며, 인문학자들이 필수적으로 독파해야 하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란 ‘이념과 사상 및 물질생활의 공유’라는 사전적 정의와 달리 그렇게 성립된 문화의 경계를 스스로 내파(內破)하는 힘이며, 문화의 역동성은 그 힘을 이론적으로 간취(看取)할 때 유의미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으로, 저자는 문화들 간의 충돌과 이행, 변이를 ‘생성력’이라는 관점에서 이론화했다.
서문ㆍ다시 돌아올 ‘사건의 책’을 위하여

1장 _ 변경의 삶과 사유
혁명의 세기와 ‘현실 너머’?
바흐친 서클, 혹은 우정의 정원
첫 저작과 체포, 유형의 시절
문학의 사유, 또는 사유로서의 문학
만년의 영광, 끝나지 않은 대화

2장 _ 응답으로서의 삶
전환기의 감성과 위기의식
현대, 분열된 세계상
칸트?: 초월적 도덕이 삶을 구원할 것인가?
신칸트주의: 문화의 이념은 윤리를 대신할 것인가?
개성과 책임, 또는 일상 행위의 구조

3장 _ 행위의 철학, 관여의 존재론
체험의 유일성과 세계에 대한 응답
삶, 또는 체험과 사건
행위와 사건, 제1철학의 새로운 지평
사건화, 함께-있음의 크로노토프
행위와 사건, 그리고 삶의 윤리학
청년 바흐친의 윤리학과 건축학

4장 _ 타자성의 미학과 윤리학
외부, 타자를 사유하기 위한 고리
타자, 나의 바깥에 있는 자의 존재론과 미학
작가와 주인공, 혹은 타자성의 안과 밖
타자화와 주체화의 존재론적 역동
경계이월, 타자를 향한 이행의 힘
대화주의, 타자를 향한 사건
관계와 생성을 향하여

5장 _ 무의식의 사회학
무의식의 문제 설정
러시아와 정신분석, 무의식 담론의 논쟁사
『프로이트주의』의 안과 밖
일상의 이데올로기, 또는 무의식의 귀환
사회적 무의식과 정치적 차원으로의 개방

6장 _ 외부성의 언어학과 문학
바흐친 소설론의 기원
발화와 사건, 명령-어로서의 말
언어학의 외부, 이데올로기와 사회적인 것
일상적 이데올로기와 문화?-삶의 생산
장르와 스타일, 헤테로글로시아의 동력학
문학, 대화화와 소설화의 역사
유물론적 문학사와 사유의 운동

7장 _ 민중과 시뮬라크르
『라블레론』의 역사
이미지, 시뮬라크르와 스타일
근대의 포획장치들
민중, 변형과 이행의 존재론
경계 없는 탈주와 위반의 정치학
민중이라는 신화, 그 매혹과 위험을 넘어서

8장 _ 인간 너머의 민중
민중의 미스터리
민중성의 세 요소
인간 없는 민중, 생성의 사건을 위하여

9장 _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생성의 프리즘으로
그로테스크의 문제 설정
카니발, 생성하는 힘의 세계
생성, 문화와 반문화를 넘어서
유쾌한 상대성, 혹은 절멸 없는 삶의 기쁨
비근대와 탈근대의 동력학

10장 _ 카오스모스, 또는 시간의 카니발
바흐친 사유의 정치철학적 전회
힘의 일원론과 존재의 통일성
진리와 생산, 지형학적 하부의 논리
문화와 반문화, 또는 강도의 유형학
소수성의 정치학과 반(反)문화의 동력학
민중의 타자성, 혹은 반정치의 정치학을 위하여

11장 _ ‘거대한 시간’, 그날은 언제 오는가?
생성력, 사유의 거미집
바흐친에 저항하는 바흐친
문화와 반문화, 어떻게 좋은 만남을 만들 것인가?

보론 _ 안티-바흐친, 사유의 성좌를 넘어서
제도와 반제도의 길항, 바흐친 연구의 성립사
사유의 위기와 그 결과들
제도화, 혹은 박제가 된 사유
정전화, 마침내 사유의 위기가!
생성하는 힘, 문화란 무엇인가?
안티-바흐친, 사유의 전화를 위한 조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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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80년대 이래 한국의 문학과 문화 담론에서 바흐친은 가장 각광받는 이론가 중 한 사람이었다. 독일 고전철학과 고전주의 문학비평으로 중무장한 게오르크 루카치와 나란히, 혹은 그의 ‘대항마’로 내세워져 다방면에 걸쳐 호출되었던 까닭이다. 루카치가 장대하고 강인한 남성적 스타일로 사변적 우주를 펼쳤다면, 바흐친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하지만 끈질기게 형이상학의 고도를 끌어내리는 말투로 자신의 글을 써갔다. 지금도 널리 읽히는 바흐친의 첫번째 한국어 번역서는 『장편소설과 민중언어』라는 ‘가슴 벅찬’ 제목을 달고 있는데, 1980년대의 정서적 분위기와 바흐친 수용의 시대적 맥락을 보여 주는 듯하여 제목을 읽을 때마다 늘 신기한 감상에 잠기곤 했다. 더구나 루카치와 대비되는 바흐친 삶의 궤적은 그 자체로 감동스러운 데가 있었다. 나름의 간난신고에도 불구하고 루카치가 ‘미학의 맑스’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누렸던 데 반해, 청년 시절 ‘때 아닌’ 정치적 죄과를 짊어졌던 바흐친은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연명하는 삶을 택했던 것이다. 사뭇 대조되는 일생을 보냈던 두 사람이 1980년대 한국의 문화 공간에서 나란히 이름을 떨쳤던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9~10쪽)

하지만 지나치게 반듯한 모범생의 이미지로 바흐친 형제를 포장할 필요는 없다. ‘90년대의 아이들’이 철들 무렵, 그러니까 20세기 초엽의 유럽은 이미 혁명의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와중에 있었다. 특히 1905년에 터진 제1차 러시아 혁명은 철통 같은 차르의 제국에 생긴 거대한 균열을 온 세계에 폭로하였고, 청년들은 문턱까지 차오른 ‘미래의 혁명’에 대한 기대로 쉽게 들떠 올랐다. 김나지움에서 수학하던 소년 바흐친 역시 친구들과 맑스에 관해 읽고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며, 어설프게나마 비밀 회합 따위를 가지며 몰래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했다고 한다. 물론, 아직 치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어린 형제가 정치 운동으로서 맑스주의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고 보긴 어렵다. 소년들이 벌인 정치적 논쟁은 자주 니체와 보들레르, 레오나르드 다빈치에 대한 토론과 뒤섞였고, 혁명에 대한 관심은 대개 예술의 본질과 철학적 사변의 현실성, 혹은 미학과 정치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들로 옮겨 갔다. 그러나 이런 경향을 ‘소년기의 낭만’이나 ‘지식인의 한계’쯤으로 치부하는 것도 공정하진 않을 듯하다. 왜냐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의 지적 풍토에서 정치적 혁명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예술과 미학의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22~23쪽)

청년 바흐친이 고민하던 주된 문제는 칸트에서 출발한 위기의식, 곧 삶과 윤리의 분열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있었다. 현대성의 근본 문제로서 분열은 윤리의 상실로 표징되었으며, 이때 칸트는 문제의 원천이었고 신칸트주의는 그 해법을 모색하던 중 마주친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다. 그것은 윤리가 초월적 도덕에 속한 것인지 혹은 역사문화적 가치 판단에 속한 것인지에 관한 첨예한 논쟁점을 구성했다. 마침 서클의 일원이던 마트베이 카간이 마르부르크에서 돌아와 유럽 ‘최신’ 철학의 교사가 되어 주었고, 바흐친은 이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 곧 정신과학(딜타이), 문화과학(신칸트주의), 현상학(후설) 등에 관해 면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가졌다. 비록 몸은 러시아의 벽촌에 머물고 있었으나 그의 정신은 당대 지성사적 논쟁의 한가운데로 이미 뛰어들었던 셈이다. (65쪽)

『도스토예프스키론』(1929/1963)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 책에 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작가의 권위에 맞서 주인공, 즉 타자의 권리를 옹호한 탈근대의 이정표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제의식을 설파하는, 흡사 철학적 설교 같던 소설의 역사는 도스토예프스키에 이르러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기 시작하면서 역전되었다. 작가는 좋건 싫건 자신이 창작한 미학적 세계의 주체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했고 이제 소설 속 세계의 주도권은 온전히 등장인물들, 주인공에게 이전되고 만다. 저 유명한 ‘대화주의’란 등장인물들의 목소리, 주인공의 말이 세계의 전면에 나섰음을 포고하는 개념틀이다. (137쪽)

1934년, 바흐친에게 내려진 5년여의 유형 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수형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얼마간 유형지에 머무는 것이 제국 시절부터의 관례였고, 바흐친 역시 2년여를 카자흐스탄에서 더 보냈다. 늘어난 체재 기간 중 그가 종사하던 일은 콜호즈(집단농장)의 회계 업무였다. 농업이나 회계가 그의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유형 중에 그에게 맡겨진 임무였으며, 종교 문제로 고발되었던 정치범에게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다. 이 시기부터 두드러진 문학 연구자로서의 면모는 이중적으로 읽힐 수 있다. 한편으로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는 문학

바흐친, 신화가 된 사유의 귀환!!
생성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바흐친의 문화-반(反)문화의 동력학!

문학 및 문화운동이 한국 지식사회의 주된 흐름을 형성했던 1980년대, 문예학자로 국내에 소개된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은 독일 고전철학과 고전주의 문학비평으로 중무장한 루카치와 나란히, 혹은 그의 ‘대항마’로 내세워진 각광받는 이론가 중 한 명이었다. 주로 한국 문학과 문화 이론에 호출되던 바흐친은 구소련 출신의 러시아 이론가로 대화주의와 다성악, 민중문화에 관한 저술로 잘 알려져 있다. ‘웃음문학’, ‘민중성’, ‘크로노토프’ 등으로 표지되는 그의 주요 개념들은 한때 학술논문의 분석적 도구나 이론적 프리즘으로 빈번히 사용되었으며, 인문학자들이 필수적으로 독파해야 하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반공과 억압으로 점철된 1980~1990년대 한국에서 바흐친이 명성을 얻고 그의 저작 상당수가 번역되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지난 세기’에 바흐친이라는 이름을 무시하고 근대 사유의 지평을 논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이후 서구는 물론 국내의 비평적 논의에서 바흐친이 직접적으로 거론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지난 1980년대 이래, 한국 사회의 정치적 해빙이란 조류와 함께 모든 비평과 이론의 시작점이었던 ‘민중’과 ‘해방’의 아우라를 등에 업고 유입된 바흐친의 물결은, 어느 연구자의 말을 빌리자면 ‘부실한 이해’와 ‘지적 유행’ 그리고 ‘오독’ 속에 표류하다 끝내 난파해 버린 실정이다. 문학비평이나 문화연구, 철학적 사유를 위해 한번쯤 훑어봐야 한다는 바흐친의 당위성은 여전히 공유되고 있지만, 한때 ‘바흐친 산업’, ‘바흐친 르네상스’라 표현되었던 그의 신화는 분명 흐려진 듯하다.

구성된 것으로서의 문화적 현실을 폭파하라!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은 이렇듯 그 중요성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바흐친과 그의 사상을 재조명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09년 러시아인문학대학교 예술사대학 ‘문화의 이론과 역사학과’(kafedra teorii i istorii kul’tury)에 제출했던 박사학위 논문 ?바흐친의 저술에 나타난 문화 동력학의 문제들?(“Problemy dinamiki kul’tury v rabotakh M. M. Bakhtina”)을 저본으로 삼아 수정·보완한 것이다. 문화란 ‘이념과 사상 및 물질생활의 공유’라는 사전적 정의와 달리 그렇게 성립된 문화의 경계를 스스로 내파(內破)하는 힘이며, 문화의 역동성은 그 힘을 이론적으로 간취(看取)할 때 유의미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으로, 저자는 문화들 간의 충돌과 이행, 변이를 ‘생성력’이라는 관점에서 이론화했다.
생성력이란 근대적 논리 범주나 개념틀에 의해서는 정확히 포착되지 않는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힘을 일컫는 말로, 바흐친은 이를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1965)에서 문화의 구성 및 해체에 관여하는 근본 동력으로 제안했다. 바흐친에게 문학이란 단지 글로 쓰인 제도의 반영이 아니라 실제로 약동하는 삶의 표현, 특히 민중적 ‘말’(discourse)이 표현하는 힘이다. 이는 국민/민족문학의 범주에 갇힌 근대문학의 한 지류가 아니라 제도와 형식을 넘는 문학의 가장 원대한 힘이고, 궁극적으로 문학이라는 틀 자체마저도 넘어서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근대문학 자체가 고전문학으로부터 약동하는 힘을 빌려 새롭게 전면화된 문학적 생성력의 표현이었고, 근대문학 역시 그 이후의 문학에 의해 동일한 파열과 생성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바흐친의 사상이며 문화는 그 전 과정에 대한 총칭적 이름인 셈이다.
또한 바흐친에게 있어 생성력은 현실을 문화적인 것으로 구성하는 동시에 이미 구성된 문화적 현실을 폭파시켜 새로운 변화를 촉발하는 힘으로 규정된다.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은 바흐친의 전체 저작에 나타난 생성력의 개념적 단초들을 추적하는 한편, 생성력과 연관되는 그의 여러 개념들―‘대화’, ‘민중’, ‘웃음’, ‘카니발’ 등을 현대적 사유의 여러 문제의식과 엮어 논의한다. 들뢰즈가 니체를 빌려 제시했던 ‘생성’과 네그리의 ‘다중’(multitude) 및 ‘소수성의 정치학’ 등이 그 예다. 이와 같은 이론적 틀에서 이 책의 내용을 항목화하여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ㆍ외부, 타자를 사유하기 위한 고리
바흐친의 대표적 개념으로서 ‘외부성’은 문화 현상의 역동적 차원을 고려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초기 바흐친에게 부각되었던 ‘타자’의 문제의식을 ‘이행과 변환의 능력’과 연계해 정의해 준다. 타자는 지금-여기에서 작동하는 외부적 힘으로 규정될 수 있고, 문화는 이 외부와 만남으로써 현재의 의미와 미래의 변환 가능성도 갖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바흐친 연구에서 배제되었던 ‘무의식’이나 ‘욕망’ 등은 생성의 문제를 해명하는 열쇠로 부각된다.

ㆍ욕망의 흐름
위와 같은 이유로 욕망이 생성력의 다양한 표현 형식들 가운데 포착된다. 욕망은 (탈)현대적 사유의 중심 문제로 제기되어 온바, 바흐친 사유에서도 동일한 지점들이 관찰되어 왔으며, 특히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는 그 자체로 ‘욕망의 흐름’에 관한 서사로 읽을 수 있다. 이때 욕망의 흐름이란 본질적으로 비(非)인칭적이고, 전(前)인칭적인 힘, 생성적 운동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의 차원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지녀야 하며, 문화적 의례나 문학 텍스트는 그 전형적인 현상들이다. 바흐친은 ‘카니발’이란 개념으로 이 현상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ㆍ라블레적 그로테스크
라블레 소설의 주요 모티브들인 ‘비하’(卑下)나 ‘육화’(肉化)의 이미지는 엄숙하고 공식화된 문화의 틀을 깨뜨리고, 만물을 상대화해 소생시키는 힘의 순환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특정한 문화 제도가 파괴되거나 새로 생겨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파괴와 구성의 과정이 생성력이라는 단일한 힘의 표현으로서 반복적으로 실현된다는 점이다.

ㆍ카니발, 생성하는 힘의 세계
바흐친의 주요 관심사는 생성하는 힘의 해명이었으며, 그의 문학론 역시 동일한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생성력은 현실의 다양한 구체적 형식들을 통해 드러나는데, 중세 및 르네상스의 다양한 민중 연희와 함께 문학 텍스트는 명료하게 형식화된 표현물이었다. 고급문학으로부터 민중문학까지,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의 형태로 나타나는 문학 텍스트는 언제나 카니발화를 통해 드러난다. 그것은 이미 정형화된 문화적·문학적 틀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틀을 만듦으로써 현실에 대해 낯설지만 창조적인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바흐친이 카니발화의 배경으로 제시하는 ‘민중’의 이미지는 구체적인 인격체라기보다 문화의 해체/구성을 주도하는 경향성이며, ‘주체화’라는 이행적 흐름을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

ㆍ문화와 반(反)문화의 동력학
문화에 관한 바흐친 사유의 핵심은 다원론 속의 일원론, 혹은 일원론 속의 다원론이다. 상호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형식으로서 문화적 표현 형식들?카니발, 관습, 규약, 제도 등은 사실 단 하나의 유일한 힘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불리는 이름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고유성을 상실하지 않는 다양한 표현 형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아울러, 그 형식들이 발생하고 성장하며 사멸하도록 추동하는, 그리고 마침내 새롭게 재생될 수 있도록 촉발하는 유일한 원천이 있음을 인식한다면, ‘오직 생성 중인 것만이 유일하게 실재적’이라는 테제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문화적 장에 내재하는 이른바 반(反)문화적 요소들이 실제로는 해당 문화의 해체를 촉진하는 동시에 또 다른 문화가 탄생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근원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에 관한 바흐친의 사유는 궁극적으로 문화와 반(反)문화의 역동성에 관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새로 태어나는 문화는 항상 기존 문화의 경계를 깨뜨리며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게 당연하며, 이로부터 정치의 문제가 문화와 문학의 주요한 의제로 설정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진석

저자 최진석은 수유너머104 연구원,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러시아 근대문학비평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2009년 러시아인문학대학교에서 문화와 반(反)문화의 역동성을 주제로 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HK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여러 곳에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국가를 생각하다』, 『불온한 인문학』,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코뮨주의 선언』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 『해체와 파괴』,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역), 『러시아 문화사 강의』(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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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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