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

전여강 지음 | 이재정 옮김

예문서원 2011년 07월 15일 출간 종이책 : 1999년 07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국가의 도덕 교화가 여성 자살에 미친 영향을 비롯해 환경적 요인과 여성 자살의 관계, 명대 여성 자살의 실상, 자살 숭배의 지역적 차이, 좌절한 학자들이 여 성자살에 미친 영향, 청대 정절 숭배 만연의 본질 등 명청시대 중국의 여성 수난사를 고찰하고 있다.

목차

001. 국가의 도덕 교화가 여성 자살에 미친 영향
002. 환경적 요인과 여성 자살의 관계
003. 명대 여성 자살의 실상
004. 자살 숭배가 지역적으로 차이가 나는 이유
005. 좌절한 악사들이 여성 자살에 미친 영향
006. 여성 자살과 감정적 자발성
007. 청대 정절 숭배 만연의 본질
008. 부록 : 할고라는 자해 행위
009. 주
010. 참고 문헌

출판사 서평

이 책에는 정절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수절하거나 자결한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1726년 장주부에 살았던 한 여인은 남편이 죽자 집안의 여러 어른들을 모아 놓고 공개적으로 자결하겠다며 허락을 구한다. 그리고는 시집 식구들과 의논하여 자결할 날짜를 정하고, 식구들은 그 여인에게 그날 입을 옷과 제물까지 보낸다. 공개적으로 알린 날이 되자 수많은 관중들이 모여들었고 그녀는 흥분한 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목을 매 자결했다.

1710년대 봄 축제 기간에 13살 난 한 소녀는 그네를 뛰다가 구경꾼들의 눈에 속옷이 띄었다는 일로 부모님께 심한 꾸중을 듣고 목을 매달아 죽는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여성의 정절에 대한 강요나 자결 행위가 순전히 유교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유교의 개창자인 공자는 사람의 생명을 희생물로 삼는 어떠한 의식에도 반대했다. 공자는 산 사람을 함께 묻는 순장을 대신하던 나무인형을 망자와 함께 묻는 장례 풍속조차 극렬하게 비난했다. 유학은 생명의 가치와 생명이 더불어 삶을 영위해 가는 현세적인 삶의 유의미성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의 수절과 자살이 갑작스럽게 증가한 동양 중세 사회의 현상을 오로지 유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비록 겉으로는 공자(유교)의 이름을 내세우며 행동하고 표창하기는 했지만, 그 심층에는 오히려 그 시대의 특징적인 사회, 경제적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저자의 논의의 출발점이다.

중국의 경우 역사 전반을 통해 여성의 정절이 항상 강조돼 오긴 했지만 특히 정절을 지키기 위한 자살이 성행한 것은 명청 때의 일이었다. 저자는 중국의 여러 지방지에 나타난 사례들을 일일이 모아 시대별, 지역별, 유형별로 통계를 내어 조사해 본 결과 이 시기에 유독 여성의 자살이 성행한 데에는 유교 이념 외에 어떤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명대 중기에 여성의 자살을 사회적으로 부추킨 요인을 여러 가지이다. 그 중하나는 명대 중기 이후 과거시험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성(학자)들이 출세길에서 좌절을 거듭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분출구로서 정절을 지키는 여성들을 발굴하여 찬양하는 데서 찾았고 그럼으로써 자신들도 도덕적 의무를 완수했다는 대리 만족을 얻었다.

다른 하나는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킨 여성을 배출한 가문에 대해 국가가 내리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명예나 경제적 이익)이나 지역사회의 평판의 유혹이었다.또 다른 하나는 원한을 가지고 죽은 사람은 귀신이 되어서 자신의 원수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민간 신앙이었다. 비참한 생활 속에 살던 과부들은 이 세상에서 치욕과 고통스런 삶을 참아 내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해 자신들의 원수가 비참하게 고통받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원한을 푸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런 요소들은 여성의 자결이 오직 유교 도덕에 의해 유도된 것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이해가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교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죽었지만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기본적인 요소는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었다. 도덕은 오히려 자살한 당사자나 목격자들이 각자가 처한 여러 가지 중요한 이해 관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지은이는 이 시기의 여성들은 '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것이지 '공자가' 죽인 것은 아니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여강

번역 이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