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금병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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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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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운명의 정곡을 찌르는 ‘천하제일기서’
중국의 대표적인 색정소설! 정작 내용은 도외시한 채 제목만으로, 그 위상만으로 설왕설래가 지극한 책이 『금병매』다.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금병매』는 ‘천하제일기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4대 기서 중에서도 은밀하고도 기이한 서사가 매혹적임을 의미한다.
다른 3대 기서가 기존에 전승되어온 설화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웅호한이나 초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금병매』는 평범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삶을 세태 속에 녹여내는 현실 드라마다. 그렇듯 너무도 생생한 인물 묘사와 생활상 묘사 등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시 부패한 정치인의 적나라하고 변태적인 성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인해 『금병매』는 출간된 이후 청대에는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찍혀 출판과 유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병매』가 단순히 ‘성’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만 하다면 그 생명력이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병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속에 ‘중국 명나라 시대의 사회사’가 들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위로는 황제에서부터 밑으로는 하인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마치 한 편의 기록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아큐정전』으로 잘 알려진 루쉰(魯迅)은 『금병매』를 두고 명나라 때의 소설 가운데 인간의 세태를 가장 잘 표현한 ‘인정소설(人情小說)’이라고 평을 하였다. 이렇듯 음란(淫亂)과 인정(人情) 사이에서 극단의 평을 받는 『금병매』는 그간 노골적인 부분이 삭제된 축약본으로만 국내에 소개되어 왔다. 이번에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되는 『금병매』는 최고의 『금병매』 연구자로 꼽히는 강태권 교수의 노력의 결실이다. 역자는 그동안 삭제되었던 내용과 작품 속의 시詩와 사詞도 빠짐없이 번역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온전하게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 비로소 천하제일기서의 진면목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서문경은 동경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고,
묘원외는 양주에서 가동을 보내오다
제56화 하늘에 오를 새가 깃을 펴지 못한다니 041
서문경은 상시절을 도와주고,
응백작은 수수재(水秀才)를 추천하다
제57화 천 번을 안 취하면 모든 것이 헛된 것 066
스님은 시주를 받아 영복사를 수리하려 하고,
설비구니는 다라경을 인쇄하여 시주케 하다
제58화 물 한 모금도 인연으로 얻어먹는 법 093
질투에 싸인 금련은 추국을 때리고,
거울 닦는 노인은 육포를 달라고 애원하다
제59화 칼로 가슴을 베어내는 이별이련가 139
서문경은 설사자(雪獅子)를 던져 죽이고,
이병아는 관가의 죽음에 통곡하다
제60화 모든 일은 뿌리 없이 스스로 생기는 것 186
이병아는 우울해 병이 생기고,
서문경은 포목점을 열다
제61화 생년월일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니 207
한도국은 서문경을 초대해 잔치를 열고,
이병아는 병을 앓으며 중양절 잔치에 참석하다
제62화 기러기는 짝을 잃고 슬피 울고 269
반도사는 굿을 하고 등명제(燈命祭)를 올리고,
서문경은 이병아의 죽음에 통곡하다
제63화 대나무 숲에 비치는 희미한 서광 323
친척과 친구들이 제사상을 차려 이병아를 추모하고,
서문경은 연극을 보며 이병아를 생각하다
‘금병매’라는 거울로 ‘인간의 욕망’을 읽다
소설은 바로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소설의 역할, 그 진수가 『금병매』라 하겠다. 현재 『금병매』 연구자들은 이 작품을 단순히 성 문학의 대표로 평가하지 않는다.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 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했다고 여겨 그 작품성을 인정하고 있다. 작자 소소생은 인간과 사회의 추악한 면과 어두운 면을 전체적으로 통찰하고 심각하게 깨달은 뒤 이 작품을 썼다. 인물의 형상화에서도 긍정적 인물보다는 부정적 인물 묘사에 더 치중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서문경이 채경에게 뇌물을 써 관직을 얻고 난 후 축하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당시의 음주문화를 알 수 있고, 이병아가 죽었을 때 그녀의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서는 그 어느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명나라 때의 장례의식을 보게 된다. 그 밖에 하인들의 몸값, 전당포에서의 이자율, 집값, 명절의 놀이들, 종교의식, 음식의 종류, 의상 등을 알 수 있다. 세태 소설로서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금병매』는 여성중심의 세계를 그려낸 측면도 있다. 반금련과 이병아, 방춘매 등과 같은 여인들의 ‘애정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여성중심적인 시각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작품 중에 넘쳐흐르는 ‘성’의 묘사는 당시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정신상태를 폭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작자 소소생은 반금련과 춘매의 죽음을 통해 과도한 음욕을 비판하고 있으나, 정상적이면서도 절제가 있는 정욕은 부정하지 않는다. 즉, 적당한 정욕의 발설과 그에 따른 만족은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과도한 음욕은 생명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보편타당의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라 하겠다.
작자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을 예리하게 들추어내고 인간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한 폭의 그림 속에 생생히 펼쳐 보여주었다. 또한 작품 전반에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대조적으로 잘 나타나 있기도 하다. 독자들은 『금병매』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들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보게 될 것이며, 그로써 역설적으로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름의 시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 소소생
극단적으로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이 작품의 작 가는 표현의 음란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후세의 문학 연구자들에게 많은 논란을 던져주 고 있다. 다만 작품에 산동 지역 방언이 등장하는 점으로 봐서 명나라 중기의 산동 지역 문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자 : 강태권
연세대학교 중문학과와 국립 대만대학교 중문연구소 를 졸업했다. 중문연구소에서 일찍부터 『금병매』 연 구에 뜻을 두었으나, 지도교수의 만류로 주제를 바꾸 어 「유림외사의 예술과 주제사상」이란 제목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다시 「금 병매 연구」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 최초의 박사학 위를 받았다. 『금병매』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 고의 전문가다.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역 임했고, 저서로는 『중국소설의 이해』 『중국고전문학 의 이해』 『삼국연의 역사기행』 『중국 10대 소설선』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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