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2013년 07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04년 08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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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우리 엄마가 사는 이유
집 떠나는 딸
엄마의 보따리
엄마 때문에 못살아
고슴도치의 사랑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에미의 마음
개는 왜 키워
사위를 울려버린 엄마
제사야 생신이야
엄마와 나의 생일
신부님은 무자식
주민 여러분, 63빌딩에 가면
모지래기 엄마의 이모 생각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닫는글
“그려 그려 미안허다, 울지 마라 내 새끼. 에미가 못나서 니가 울 일이 많다. … 내가 잘못 ?다. 울지 마라. 애 낳고 울믄 눈 나뻐진단다. 울지 마라 내 새끼.” 나는 엄마의 유치함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퍼부었고, 엄마는 그저 눈물을 닦아내며 미안하다고만 했다.(‘엄마 때문에 못살아’ 61쪽) 이런 건 서울에도 많다며 짜증을 내자 엄마는 아무 소리도 안하고 등을 돌린 채 가져온 것들을 냉장고 속에 얼른얼른 집어넣었다. 내가 속상한 마음을 짜증으로 바꿔서 퉁명스럽게 말을 해대니 엄마가 서운했던지 눈물바람을 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너는 모를 것이다. 엄마 맘을. 너도 나중에 새끼 나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 것인게. … 나, 너 서울로 올라간 후로는 한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 먹겄데. 나, 너 서울 올라간 후로는 내 손으로 한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라고. 새끼는 다 그런 것이다.”(‘엄마 때문에 못살아’ 32쪽) “내가 없으믄 니가 고생이여. 엄마가 허던 일 니가 다 히야 헐 것 아녀? 밥허고, 빨래허고, 동생들 치닥꺼리허고…. 핵교도 지대로 갈랑가도 모르고…. 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이에 밀어넣겄냐? 나 없어지믄 니 인생 불 보듯 뻔헌디 우리 새끼인생 조져버리는 일을 내가 왜 혀. 나 하나 참으믄 될 것을…”(‘우리 엄마가 사는 이유’ 13쪽) “아이고오~오~ 인자 피붙이라고는 너 하나네. 똑똑헌 양반들 다 가고 젤로 모지래기 둘… (곡소리 멈추고, 깜박했던 사실을 상기한 듯) 아 너는 대학교 꺼정 나왔제? 나만 못 배웠제 그려 미안허다. (다시 랩 하듯 곡하며) 아이고 나만 모지래기여. 그려, 너 모지래기 아~녀~ 나만~ 모지래기여~ 아이고오~오~ 오남매 중에 젤로 똑똑허고 잘난 양반들은 다 가고 모지래기 하나 허고 대학 나온 놈 하나 허고만 남었네 아이고오~오~” 그 어떤 예술품이 그때 엄마의 절절한 랩과 그걸 듣고 있는 외삼촌의 표정보다 더 조화롭고 환상적이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들은 도저히 더 이상은 못 참고 웃음보가 터져서 서로 자지러지게 웃고 말았다.(‘모지래기 엄마의 이모 생각’ 151쪽) 나는 언제부턴지 내 생일이면 엄마에게 조금씩 돈을 부친다. 그리고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 더운 삼복더위에 나 낳느라 고생했지? 내가 돈 조금 보냈으니까 시원하고 맛있는 거 사 드셔.” 처음 그렇게 했을 때는 엄마가 너무 놀라고, 너무 감격해서 막 울었다. “세상에, 지 생일날 선물 안 히준다고 지랄허는 딸년은 있어도 지 생일날 저 낳느라고 고생?다고 돈 부쳐주는 딸은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엄마와 나의 생일’ 132쪽)
◆ 시집간 딸에게 친정엄마만큼 애틋한 존재가 세상에 또 있을까? 친정엄마는 오랜만에 딸네 집에 놀러가도 이불빨래며, 대청소에 쉴 새 없이 바쁘다. 뭐가 그리 바쁜지 식탁의자에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주방 싱크대 앞에 서서 물 말아 밥 한술 후루룩 들고는 다시 걸레를 든다. 늘 애기 같던 딸이 시집가서 살림 하고 애 키우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고, 품안에 있을 때 좀더 잘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하단다. ◆ 아낌없이 주고도 더 못 줘서 한이신 친정엄마 시어머니 앞에서 며느리는 참으로 얌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친정엄마 앞에서 딸은 아주 버릇없기 그지없다. 하지만 딸과 친정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다 안다. 그리고 뒤돌아서 서로에게 미안해서 운다. ◆ 자식을 향한 온몸을 던진 헌신, 그리고 삶에 대한 만만찮은 통찰력 자식에 대한 엄마의 헌신은 맹목적이다. 아니, 어쩌면 삶의 깊은 통찰력에서 나온 행위일 것이다. 자식 앞에서 엄마는 한없이 약하기도 때론 강철보다 강하기도 한다. 자식은 엄마의 속 깊은 사랑을 모르고 엄마를 바보 취급도 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는 길고 넓게 자식의 인생과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 울다가도 웃게 만들어버리는 친정엄마의 타고난 순박함 친정엄마는 자신의 분신 같은 언니의 죽음 앞에서도 그 타고난 순박함 때문에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버린다. 비록 엄마는 기역 니은을 배우진 못했지만, 구구단을 배우진 못했지만 친정엄마의 따뜻한 마음과 그 순박함은 한 편 한 편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 오늘 이 책의 힘을 빌려 친정엄마와 추억 만들기를 권해드린다 아직 친정엄마라는 존재가 실감이 나지 않는 젊은 엄마,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나른하고 지겨운 일상 속에서 어느덧 30대 후반에 들어선 엄마, 이미 친정엄마의 처지가 되어버린 중년의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친정엄마와 추억 만들기 권해드린다. 오늘 이 책의 힘을 빌려 하루에 한 번 정도 친정엄마와 함께 나누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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