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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황선도 지음
서해문집

2017년 07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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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4.94MB)
ISBN 9788974838614
쪽수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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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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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학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해양 인문학!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은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가 무지와 오해 속에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풍미 가득한 글로 소개한다.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다채로운 인문학적 이야기들은 바다에서 갓 길어 올린 듯 싱싱하고 다채롭다.

해삼, 멍게, 개불처럼 일명 ‘스키다시’로 불리는 곁들이 신세의 해산물이 사실은 인간과 별다르지 않는 고등한 동물이란 사실을 아시는지? 죽을힘을 다해 했다가 허사가 됐을 때 쓰이는 말, ‘말짱 도루묵 됐네’ 는 피난길에 한 임금이 한 마디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흔히 ‘선조’로 알려진 이 임금이 실은 선조가 아니라는데, 또 제주도에서 시가로 거래되는 최고급 어종의 대명사 다금바리는 사실 바릿과의 일종인 자바리다. 그렇다면 진짜 다금바리는 어떤 물고기일까? 등 해양생물학자만 들려줄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물고기부터 패류까지 관련된 말의 유래와 우리나라를 넘어 동서양을 훑으며 각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 식문화도 두루 소개한다. 더불어 《자산어보》부터 《도문대작》까지 해산물의 유구한 내력을 알 수 있는 우리 옛 문헌 속 지식을 절로 습득할 수 있다. 30년 숱한 섬들을 누비며 만나온 사연까지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입담과 내공을 따라 가다보면 맛과 멋이 어우러진 쫄깃한 이야기가 한 상 가득 차려지게 된다.
여는 글_맛은 알아도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명들의 비밀

1. 무시받던 해산물이 돌아왔다!

해삼·멍게·개불 | 해삼, 멍게, 개불은 말한다, “우리도 주류이고 싶다”
남자는 해삼, 여자는 전복|돌기해삼부터 가시닻해삼까지 종류도 가지가지 미식가를 불러 모으는 맛 |멍게를 우습게 보지 말라|바다향 물씬, 이 맛이 멍게지! 톡 터뜨려 먹는 재미, 미더덕|생긴 것으로 나를 판단하지는 말아 줘
·홍해삼과 청해삼은 단일 종?
·13억 중국인의 해삼 사랑
·해산물의 유구한 내력을 엿볼 수 있는 우리 옛 문헌

전복과 소라 | 조개의 ‘여왕’ 전복 나가신다, 소라 나가신다
조개의 황제, 전복|세월을 무슨 수로 비껴갈까|전복과 그 형제들 바다 소리 들리는 소라
·제주 해녀와 일본 해녀, 무엇이 다를까?
·소라를 빼다 박았지만 소라는 아닐세

꽃멸과 원담 | 멸치 같은 멸치 아닌 ‘비양도 꽃멸’을 아시나요?
꽃멸이 멸치가 아니라고?|꽃멸은 비양도에만 살까?|멸치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제주에는 원담이 있다
·해산물, 김치를 만나다

굴, 꼬막, 바지락 | 조개란 조개는 여기 다 모여라!
바다의 우유 굴은 사랑의 묘약|으뜸 별미, 서산 어리굴젓 남도 조개 삼형제 : 꼬막, 새꼬막, 피조개|시원한 국물 맛 책임지는 바지락 |새가 변해 조개가 됐다는 설화의 새조개|비너스를 탄생시킨 가리비|패주가 주인인 키조개|조개의 여왕은 백합 무병장수를 돕는 알약
·피조개의 피가 붉은 이유는?
·그 많던 조개는 어디로? 새만금의 저주

도루묵 | 산란기 수백 마리 떼 지어 방정, 말짱 도루묵 될라
왠지 억울한 그 이름|강릉이 도루묵 알로 덮인 사연|거참, 기특한지고!

2. 이토록 존재감 넘치는 물고기라니!

삼치와 방어 | 바다의 풍운아들, 그 치명적 질주 본능
7년생이면 1미터 길이에 7킬로그램이 넘는 대물|고등어와 참치의 중간쯤 방어|겨울 방어의 아성을 잇는 삼치 만나러 출발|10킬로그램짜리 큰 방어는 10여 명이 함께 먹어야 제맛|조선 사람이 먹기에는 아까운 삼치?
·넌 누구냐? 방어와 부시리 구별법
·옛 그림 속 낚시 현장

돔과 다금바리 | 제주 그 다금바리는 다금바리가 아니다
반짝거리는 붉은 비늘, 옥돔이라 하옵니다|지역마다 다른 자리돔의 미묘한 차이|우리나라에도 ‘니모’가 있다?|‘돔’ 자 항렬의 종손은 도미|그토록 먹고 싶었던 다금바리가 자바리라고?
·‘돔’ 자 붙었다고 다 도미가 아니다

다랑어 | 내가 바로 금수저, 몸값 비싼 귀족이랍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바다의 귀족 ‘다랑어’ 다랑어 중 으뜸, 참다랑어|눈다랑어, 황다랑어, 가다랑어, 날개다랑어
·한 마리가 18억? 억 소리 나는 참치 전쟁

연어 | 다시 돌고 돌고, 그들만의 신비를 따라!
연어의 모천회귀|연어, 종류도 가지가지|연어에 관한 옛 기록 연어 치어의 인공생산과 방류 역사|연어의 영양 분석
·은연어의 생활사

3. 느리지만 건강하게 ‘바다 한 그릇’ 하실래요?

위도와 홍합 | 내가 사랑한 섬, 그 질펀한 사연들
사연 많은 섬, 위도에 무슨 일이?|마을 이름 ‘금’자의 비밀|섬 속의 도솔천, 내원암 사라진 조기 떼를 부르는 띠뱃놀이|위도의 자랑, 홍합
·비나이다, 비나이다 풍어와 안전을 비나이다
·바다에서 건진 문인석이 인신 공양의 증거?

마안도 해중림 | 바다에 숲을 만들자, 생명을 심자
해중림 조성사업|바다에 해조류를 심자|똑똑한 생태관광은 정말 어려울까?

슬로피시 | 느림과 기다림의 이로움, 슬로피시를 아시나요?
공장식 어업에 대한 대안|청색혁명이 시작된다|우리나라의 슬로피시

우리말에 ‘우멍거지’라는 말이 있다. 우멍거지는 끝에 가죽이 덮인 어른의 음경을 말하는 것으로, 포경의 순수한 우리말인 셈이다. 멍게의 생김새가 이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쓸 수가 없어서 가운데 두 글자를 떼어 내 ‘멍거’를 멍게로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이처럼 사실 멍게란 말은 표준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우렁쉥이와 함께 표준어가 되었을까?___35쪽

왕실과 그 왕실 친인척 일가들의 전복 진상 요구가 빗발치자 수탈에 가까운 가혹한 공출 요구를 견디지 못한 해남들이 제주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전복을 딸 남자가 부족하자 미역을 따던 해녀들까지 전복 캐는 일에 동원되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1629년부터 무려 200년 간 제주 사람들에게 출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야말로 울타리 없는 감옥! 영조 때 쓰인 《잠녀설》에 따르면, 당시 전복을 제때 진상하지 않으면 관아에 붙들려 가 매 맞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부모까지 붙들려 고초를 당했다
고 한다. 진상품 부역이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지금도 억지를 쓰는 무개념 인간을 ‘진상’이라고 부르겠나. 전복이 뭐라고!___51쪽

방어는 클수록 맛이 좋다. 대방어는 하얀 뱃살, 붉은 속살, 지느러미 부근의 담기골살(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줄기를 받치는 부위의 살), 꼬리살 등 부위별로 맛볼 수 있다. 중방어나 소방어는 이렇게 부위별로 맛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방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10여 명이 어울려 먹어야 한다.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다른 어종과 달리, 방어는 크면 클수록 맛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___172쪽

우리나라 물고기에는 ‘돔’ 자 항렬이 많다. 그런데 이 돔 또는 도미라는 글자가 붙은 물고기는 대부분 가시지느러미, 즉 극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돔류(sea breams)는 몸과 머리는 옆으로 납작하고 체 고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어두육미(魚頭肉尾)’ 또는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사자성어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혹자에 의하면 어두육미 는 물고기와 육고기의 몸통을 얻을 수 없었던 사람이 소위 부속에 해당하는 머리와 꼬리 부분을 먹으며 자위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해학이 깃든 이야기다. 또 다른 설로 어두일미는 도미의 머리 부분이 맛있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___198쪽

생선 중 ‘맛의 백화점’으로 불리는 다랑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식도락가나 엘리트층의 고급 횟감으로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흔한 생선이 되었다. 원양어업과 식품가공업이 발전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국내의 참치 관련 식품회사들이 계속적으로 통조림 등 다양한 상품들을 널리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___221쪽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모천회귀를 하는 것은 자손을 퍼뜨려 종족을 유지하려는 진화의 산물이다. 그럼 어린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하천에서 그냥 살지 않고 그 먼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본능적 습성이겠지만, 왜 그렇게 진화되었는가 궁금해 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일 것이다. 이는 연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여 산란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좁고 얕은 하천과 강에서는 먹이를 충분히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연어는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을 쟁취하려고 광활한 대양으로 나가 평생을 실향민으로 방랑하며 산다.___245-246쪽

우리나라는 이미 전통적으로 슬로피시를 갖고 있다. 너른 남해의 죽방렴은 대나무로 발을 쳐 놓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헤엄치다가 걸리는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이와 같은 원리의 어법이 서해와 남해, 제주에도 있다. 서해 강화도에 가면 너른 갯벌에 새 그물처럼 길게 건간망이 쳐져 있다. 숭어나 망둑어 같은, 갯벌에서 조류에 따라 오가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다. 어법은 같으나 재료가 그물에서 돌로 바뀐 어구도 있다. 서해 갯벌에 있는 독살과, 남해 석방렴이 그것이다. 제주의 원담도 빼놓을 수 없다.___334쪽

생명의 시원에서 민중의 밥상까지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호주 카카두국립공원에 있는 고대 동굴 벽화에는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물고기 벽화가 있다. 생김새며 뼈, 내장까지 정교하게 묘사된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생동감 넘친다. 인류의 역사는 수렵과 함께 시작되었고 물고기를 비롯한 조개, 게 등 바다 생물은 본격적으로 농경문화를 일구기 전, 인류를 먹여 살린 고마운 생물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바다 생물이 잡혔다. 해산물 없는 우리네 밥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와 함께 오랜 시간 살아온 바닷속 생물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들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다.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맛은 알지만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 특히 무지와 오해 속에서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특유의 감칠맛 나는 글로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13년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 격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로 잔잔한 바다에 범고래처럼 등장한 과학 저술가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듯 황선도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표현대로 “그의 이야기에서는 소리가 들릴 뿐 아니라 장면이 그려지고 심지어 냄새까지 배어나”며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의 표현대로 “봄 도미처럼 차지다”.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그 앞에서 마주한 누군가의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과 깊숙이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연탄불에 노릿노릿 구워지는 고등어 한 점처럼 우리의 눈과 입, 오감을 자극한다.

무시받던 해산물의 귀환부터 바다를 호령하는 풍운아들 내력까지
맛은 알아도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의 비밀이 벗겨진다!

얼마 전, 대기 중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자 환경부는 엉뚱하게 고등어구이가 주범이라는 웃지 못할 발표를 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흉을 고등어에게 돌린 것이다. 이로 인해 생선구이 식당들은 타격을 입었고 고등어 가격 역시 폭락해 어업인들도 울상을 지었다. 사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구이는 실내 공기의 질을 떨어뜨릴 뿐 대기 중 미세먼지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 애꿎은 물고기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물고기들이 말을 할 줄 몰라 망정이지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억울하다며 땅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뿐일까? 우리의 회 차림을 봐도 광어와 우럭 등 메인에 오르며 대접 받는 해산물이 있는 반면 해삼, 멍게, 개불처럼 일명 ‘스키다시’로 불리며 곁들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해산물도 있다.
이처럼 인간들은 편견과 호불호에 따라 자연생태계에 간섭은 물론 계급 매김을 했는데, 저자는 해양생물학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닷속 생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에 재치있게 답한다.

▶생긴 걸로 판단하지는 말아 줘. 해삼, 멍게, 개불의 이유 있는 항변
봄이 되면 바다에도 꽃이 피는데, 바로 쌉싸름한 소주를 부르는 대표 술안주, 멍게다. 생긴 건 좀 우스꽝스러워도 이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우리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는 걸 아시는지?

“멍게의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를 가지며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생명공학자들은 멍게를 연구하여 인간의 초기 진화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다. 하등동물인 줄 알았던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앞으로 멍게가 ‘날 우습게 보지 마’ 라고 경고한다 해도 할말이 없다.”_29쪽

그런가 하면 해삼은 “산에는 산삼, 밭에는 인삼, 바다에는 해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삼의 사포닌 성분에 해당하는 ‘홀로수린’이 함유돼 있어 피의 응고를 막아 주고 심혈관 질환에 좋다. 특히 해삼의 강인한 생명력은 바퀴벌레에 버금갈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안선 바로 밑에서부터 깊은 심해까지, 해삼이 살지 않는 해저라고는 없다. 다른 동물은 영양분 부족으로 살기 어려운 서식지에서도, 해삼은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는 수중 유기 부유물이나 해저 표층에 엷게 쌓인 퇴적물을 섭취하며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이런 변변찮은 먹이로 생을 견뎌낸다는 것에서 신선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_23쪽

징그러운 생김새와 달리 맛 하나는 일품인 개불 역시 화제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예찬론을 펼치던 마력의 해산물이다. 특히 개불은 한방에서 성 기능이 약해졌을 때 권하는데 소위 비주류 해산물로 취급받는 해삼, 멍게, 개불은 모두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정력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오랜 비주류 취급이 부당하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의외의 미식가, 소라의 똑소리 나는 사냥 전략
어렸을 적 한 번은 백사장에 뒹구는 소라 껍데기를 주워 귓가에 대고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복과 함께 제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소라는 대부분 해녀들이 잠수해 잡는데, 최근 들어 자원이 감소했다. 이 추억을 자아내는 소라가 알고 보면 미식가에 전략적 사냥가다.

“이 쪼끄만 소라가 ‘맛’을 알아서, 단단해서 먹기 힘든 감태의 부착기와 경부 말고 잎처럼 넓고 연한 엽상부를 좋아한다. 그런데 감태의 자루를 타고 올라가기가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먼저 자루를 제 몸통으로 갈아 쓰러뜨리는 것이다. 그다음에 감태의 연한 부분을 골라 먹어 치운다. 참 똑소리 나는 놈이다.”-69쪽

그런가 하면 가리비는 스카이콩콩 부럽지 않은 점프 실력의 소유자다. 두 개의 패각을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물의 힘으로 전진하는데 하룻밤에 500미터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물고기 박사도 놀란 그들만의 비밀스런 생존 전략도 펼쳐진다.

▶말짱 도루묵? 피난길에 도루묵을 맛본 진짜 임금은 대체 누구?
어떤 일을 죽을힘을 다해 했다가 허사가 됐을 때 “에이, 말짱 도루묵 됐네”라고 말한다. 말짱 도루묵, 좋은 의미는 아니다. 사실 도루묵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 일.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까닭은 피난길에 도루묵을 맛봤다는 한 임금의 한마디,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때문인데 흔히 ‘선조’로 알려진 이 임금이 실은 선조가 아니다. 어떻게 된 걸까? 게다가 도루묵은 맛이 없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왕의 진상품에도 오른 맛있는 물고기다.

“도루묵은 주로 강원도와 함경도, 경상북도의 동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바닷물고기다. 그런데 선조는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간 적이 없다. 한양을 떠나 임진강을 건너 평양을 거쳐 의주로 갔으니, 실제 피난길에서 도루묵을 먹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난리 통에 생물을 동해에서 잡아 진상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니 그 주인공이 선조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 고려와 조선시대에 도루묵이 잡히는 동해안으로 피난 간 왕은 한 명도 없다.”_137쪽

이 도루묵이 도루묵 복원 사업 이후 산란할 어미가 급증해 2015년 12월, 동해 북부 해변이 도루묵 알로 새까맣게 뒤덮이는 사태가 일어났다. 켜켜이 쌓여 ?어 가는 알을 치우는 게 골칫거리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도루묵의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조선 사람이 먹기에는 아까운 삼치?
삼치는 맛도 영양도 크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특한 생선이다. 몸 가득 단백질을 품고 있어 소고기보다 더 맛이 좋다는 칭송부터 고등어보다 세 배나 맛있어서 이름에 ‘삼 자’가 붙었다는 속설까지 삼치에 대한 미담은 자자하다. 이런 삼치가 일제강점기에는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보내져 조선 사람은 그 맛을 보기도 힘들었단다. 아니 뭐 이런 일이?

“일제강점기 당시만 해도 이 삼치가 조선 사람이 먹기에는 아까운 생선이라 해서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광복 이후에도 남해 바다에서 잡힌 삼치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는데, 아마 그 시대에 살았다면 삼치 맛도 못 봤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 억울해진다.”_174쪽

▶몸값 비싼 제주 다금바리는 우리가 찾던 그 다금바리가 아니다?
제주도에서 시가로 거래되는 최고급 어종의 대명사 다금바리는 사실 바릿과의 일종인 자바리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어 온 것은 진짜 다금바리가 아니란 얘기다. 그럼 진짜 다금바리는 어떤 물고기일까?

“100~140미터 수심의 모래가 섞인 펄 바닥이나 암초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정착성이 강한 어류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에 서식하며, 연중 잡히지만 어획량은 매우 적다. 갈색 바탕에 진한 색의 세로줄 무늬가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는 전체적으로 검지만 위아래 양옆 끝이 희며 중앙 부위가 조금 밝다.”_209쪽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바릿과 어류가 이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값비싼 어종 뒤에 숨은 안타까운 사연, 우리 바다 생태계의 현주소도 듣는다.

이 밖에도 애증의 전복, 오죽하면 ‘진상 부린다’는 말까지? 제주 해녀와 일본 해녀, 무엇이 다를까? 우리 나라에도 니모가 있다? ‘돔’ 자 붙었다고 다 도미는 아니다? 바다에서 건진 문인석이 정말 인신공양의 증거? 등 해양생물학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멍게, 개펄… 싱싱한 우리 말의 유래부터
느리되 이로운 슬로피시, 바다 생태계의 현안까지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빈 해양생물학자의 종횡무진 지식 그물!

이 책은 물고기부터 패류까지 바닷속 생물들과 관련된 말의 유래도 다루는데 우리

작가정보

저자(글) 황선도

저자 황선도는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토종 과학자이자 ‘물고기 박사’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고등어 자원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며 일곱 번이나 이삿짐을 싸고 풀었다. 옮긴 곳마다 주변인이 되어 살았으나 그 덕에 지금은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우리 바다의 생태계 복원을 연구하며 언젠가 사라진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올 날을 고대하고 있다. 때로는 뱃멀미에 기절을 하고, 때로는 질척한 갯벌에서 고생 삼매경에 빠져도 다시 태어나면 여전히 ‘바다 사나이’가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간 50여 편의 논문을 썼고 특히 2013년 펴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황선도’라는 이름 석 자를 알렸 다. 그해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겨레신문》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에 ‘생생 수산물 이야기’를 연재했으며, 현재는 《경향신문》에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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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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