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너머 꿈을 꾸다: 정도전의 조선창업 프로젝트

박남일 지음

서해문집 2008년 10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08년 06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새로운 왕조 창업을 꿈꿔온 기획가 정도전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 정도전의 탄생 과정과 그에 얽힌 비밀에서부터 신돈 개혁을 벤치마킹해 기획 이념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과 조선 창업을 위해 애쓴 프로젝트전략, 국가경영시스템 구축 등 정도전이 꿈꾸던 일을 실행해가는 과정과 실패를 돌아본다.

《꿈너머 꿈을 꾸다》에서 정도전은 꿈을 기획하여 실천하는 행동가답게 유배와 유랑 생활을 통해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적 밑그림을 그려가고,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견제하거나 제거한다. 또한 그가 작성한 기획서는 원리에 충실하여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군사, 외교, 사상 등 전분야에 걸쳐 누락과 중복없이 6백년간 지속될 문명의 설게도를 그렸다.

목차

프롤로그
역사 속 기획가와 만나다/기획가는 꿈을 현실에 그려 내는 사람이다/‘제로베이스’에서 ‘가설’로 사고하기/리더십에 대한 기획력의 승리/정도전의 삶에 대한 몇 가지 논란

1. 꿈 너머 꿈을 꾸다
부도 위기로 치닫는 반쪽짜리 왕국
기획가의 탄생과 그에 얽힌 비밀
이색 아카데미, 정몽주와의 만남
말단 직원, 꿈 너머 꿈을 꾸다
신돈의 개혁을 벤치마킹하다

2. 기획 이념을 세우다
발상의 전환 일으킨 묘막살이 3년
성균관과 인적 네트워크
신돈과 공민왕, 불완전한 개혁의 끝
반反개혁의 역습

3. 현장 체험, 기획의 밑바탕이 되다
나주 소재동으로 귀양살이 가다
현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우다
천민을 최고의 스승으로 삼다
기획서의 밑그림을 그리다
6년간의 유랑을 통해 실천적 기획가로 거듭나다

4. 목표를 향한 한발 전진
‘힘 있는 동업자’ 이성계를 만나다
중개인 이방원의 역할
정치적 재기와 위험한 외유外遊
기획 이념서 《삼봉집》을 발간하다
정세 분석을 통한 ‘한발 물러서기’

5. 기획 실행을 위한 네 가지 프로젝트
무작정 ‘글로벌 경영’을 꿈꾼 최영
프로젝트 하나, 위화도에서 군사를 돌리다
프로젝트 둘, 전제를 개혁하다
프로젝트 셋, 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우다
프로젝트 넷, 군권을 장악하다

6. 조선 창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수구세력의 반격과 두 번째 유배
최대 위기와 최후의 반전反轉
기획가의 길과 충신의 길
이성계, 드디어 왕위에 오르다
국가경영 기본 계획, ‘즉위교서’를 작성하다

7. 국가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다
내부의 위협요인, 행동가 이방원
외부의 위협요인, 명나라 주원장
‘로고송’을 만들다
천도를 향한 태조의 집념

8. 사상을 현실로 만들다
통치의 매뉴얼 <조선경국전>
거침없는 군사 기획
500년 수도 건설
조선의 CPO 정도전

9. 무너진 기획가의 꿈
두 거인의 ‘기氣 싸움’
‘이중 플레이’ 주원장과 몇 가지 의혹
요동정벌을 기획하다
사병혁파로 고조된 갈등
단칼에 잘려 나간 기획가의 꿈
역사 속에 부활한 조선의 기획가

용어 설명

책 속으로

기획가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한다. 또한 사고를 자신의 틀 속에 가두지 않는다. 그런 사고를 일러 경영컨설팅 용어로 ‘제로베이스zero-base 사고’라고 한다. 원점, 또는 아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가운데 콩알만 한 검은 점이 찍혀 있는 복사용지 한 장이 놓여 있다고 하자.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 종이에서 대부분 ‘검은 점’을 본다. 하지만 제로베이스 사고를 하는 사람은 점보다 훨씬 넓은 여백을 볼 수 있다.
기획가 정도전은 제로베이스 사고에 충실하였다. 고려사회가 백지 한 장이라면, 그 한 가운데 찍힌 점은 부패한 고려 왕실과 조정이었다. 그럴 때 정도전은 점이 아닌 면을 보았다. 타락한 권력이 아니라 그 밑바탕이 되는 백성의 삶을 본 것이다. - p.9

젊은 기획가 정도전은 피폐한 현실에 그저 절망하지만은 않았다. 공민왕과 신돈의 개혁은 ‘반짝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정도전은 그 역사적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신돈 역시 꿈을 꾼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할 기회를 부여받았고, 한순간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집단의 꿈으로 승화시키지 못하였다. 신돈에게는 치밀한 기획서가 없었다. 또한 그는 개인의 욕망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정도전은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세밀한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 - pp.53~54

젊은 기획가 정도전에게 현실 권력이 둘러친 담장은 너무 높았다. 눈앞을 가로막은 담이 너무 높을 때는 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뒤로 물러설수록 담은 낮아 보이는 법이다. - p.81

출판사 서평

조선의 기획가 정도전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다.
- ‘이성계와 그 아들 이방원이 중세 한반도에 휘몰아친 태풍이었다면, 그 태풍의 한가운데 위대한 기획가 정도전이 버티고 있었다.’

정도전에 대한 적극적 해석
- 꿈 너머의 꿈을 현실에 그려낸 기획가의 열정과 실행력에 주목하다
조선의 킹메이커 정도전이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그중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 한 나라를 세우고도 반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불우한 영웅’에 대한 기록을 표방한다면, 서해문집의 신간 《꿈 너머 꿈을 꾸다-정도전의 조선 창업 프로젝트》는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왕조 창업이라는 꿈을 현실에 그려 낸 ‘기획가 정도전’에 초점을 맞춘다.
일찍이 정도전은 인仁과 덕德을 바탕으로 하는 《맹자》의 ‘왕도정치론’에 빠져들었다. 맹자에 따르면 군주가 하늘의 이치에 따르지 않고 통치를 잘못하면 하늘은 천명을 바꾸어 국가를 전복하고 멸망시킨다. 역성혁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본주의에 심취한 역사 기획가에게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혁명은 꿈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이었다.
꿈을 세운 기획가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한다. 고려 말 신돈의 개혁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유배와 유랑 생활은 현장에서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적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디딤돌이 된다. 또 정세를 분석하여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파악하고,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위협요인에게서는 눈을 떼지 않고 견제하거나 아예 제거한다. 새 왕조를 창업한 1392년부터 이방원의 칼에 맞아 죽은 1398년까지 6년간은 자그마치 6백 년간 지속될 문명의 설계도를 그려 냈다. 그가 작성한 경영기획서는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서로 배타적이면서 총괄적으로 철저히) 원리에 충실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외교?사상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누락과 중복이 거의 없었다.

역사 속의 CPO(Chief Planning Officer, 최고 기획가)
이렇게 철저하고 치밀하게 기획된 나라 조선에서 정도전의 역할은 다양했다. 먼저 조선의 창업 이념을 만들어 낸 그는 ‘조선의 CVO(Chief Vision Officer; 최고 비전 제시 책임자)’였다. 또 스스로 역성혁명의 선두에 서서 그것을 실천하였고, 새로 창업한 국가의 경영 일선에서 실세 재상이 되어 국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보면 ‘조선의 CEO(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 경영자)’였다. 나아가 자신의 경영 시스템을 남기기 위한 수많은 저서를 짓고 활발한 출판을 통하여 널리 지식을 보급하려고 구상한 그는 ‘조선의 CKO(Chief Knowledge Officer; 최고 지식경영 책임자)’였다. 그런데 ‘정도전’이라는 이름 앞에 이처럼 많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걸출한 기획능력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그는 ‘조선의 CPO(Chief Planning Officer; 최고 기획가)가 되는 것이다.

“삼봉이 아니면 내가 어찌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
도올 김용옥은 삼봉 정도전을 마르크스와 레닌을 합한 사회사상가로 본다. 과학적 이론의 상징인 마르크스의 냉정과, 혁명적 실천의 상징인 레닌의 열정을 한 가슴에 품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도전을 ‘플라톤의 철학과 마키아벨리의 덕성, 막스 베버의 윤리를 겸비한 정치가’라고 한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에서는 ‘모사꾼’, ‘책사’를 넘어서는 대표적인 ‘경세가’로 꼽힌다.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정도전은 뛰어난 기획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조선 태조 이성계를 조선 창업의 주체로 알고 있지만, 정도전이 없는 이성계는 상상할 수가 없다. 요컨대 새로 창업한 조선은 이성계의 것이라기보다는 정도전의 것이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도운 것이 아니라 이성계가 정도전을 도와 조선 5백 년을 창업하게 된 것이다. 그런 동업자에게 태조 이성계는 술이 거나하게 취할 때마다 “삼봉이 아니면 내가 어찌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정도전이 왕의 면전에서 “한고조가 장양張良을 쓴 것이 아니라 장양이 한고조를 썼도다.”라고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했을 때도 그 말을 들은 이성계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남일

박남일

직업 저술가. 언어와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퓨전(fusion)의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출판기획과 저술활동을 하며 일간신문에 역사칼럼도 쓴다. 오래 전에 청년심산문학상, 창작문학상 등을 받은 적도 있다.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등을 지었고, KBS에 방영된 《역사의 라이벌》(전 4권) 등을 엮었다. 그밖에도 나름대로 공들여 만든 인문교양 책이 꽤 있다. 그래도 늘 허기가 진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