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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박채란 지음 | 한성원 그림
서해문집

2006년 04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04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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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75MB)
ECN 0102-2018-800-002686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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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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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2만 여 명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국경 없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 어린이, 자원봉사자, 산업재해를 입은 사람, 실직 한국인, 조선족, 외국인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자신들의 언어로, 때론 관찰자의 눈으로, 혹은 편지의 형식으로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직접 체험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에 가깝게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환과 인권문제, 그들 사회의 관습과 풍경 등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중간중간에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려주는 자료들을 함께 첨부하였다.
여는 글

추천의 글

여섯 살 꼬마 띠안과 아빠 이야기_ “우리, 내일 인도네시아 가요”

코시안의 집 김주연 선생님_ “그래도 너희들이 희망이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누리끼_ “내 친구 초리 이야기”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7년 쉼터지기_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뭐!”

늦깎이 고등학생 따와_ “사랑하는 엄마께”

조선족 김복자 아주머니_ “비나 오지 말았으면”

미래의 영화감독 재키_ “희망이 솟는 곳에서”

에필로그_ “국경없는 마을, 그 입구에서 출구까지”

1. <여섯 살 꼬마 띠안과 아빠> 이야기 중에서
아빠가 삼촌들과 이야기하는 내내 나는 자꾸 아빠에게 말을 시켰어요. 왜냐하면 아빠가 삼촌들이랑 인도네시아 말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에요. 띠안은 인도네시아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거든요.
“아빠, 왜 아빠랑 삼촌들은 한국말 안 하고 인도네시아 말을 해?”
“그건, 아빠랑 삼촌들이 인도네시아 사람이기 때문이야.”
“그럼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띠안도 당연히 인도네시아 사람이지.”
“그런데 나는 왜 인도네시아 말을 못해?”
“그건 띠안이 지금 여기 살고 있어서 그래.”
“아아, 그렇구나.”
나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 같기도 했어요.
띠안은 인도네시아 사람 맞아요. 아빠가 인도네시아 사람이고, 돼지고기도 안 먹어요. 그러니까 인도네시아 사람 맞아요.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말은 할 줄 몰라요. 한국말은 잘 해요. 이제 인도네시아에 가면 인도네시아 말을 해야 한대요.
띠안, 그냥 한국말 쓰면 안 되나요?

2. <코시안의 집 김주연 선생님> 이야기 중에서
뭘까 싶어 집어 들었다가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건 진수의 중간고사 시험지다. 전 과목이 다 있는 건 아니다. 국어, 사회 같은 한국어 능력이 많이 필요한 과목의 시험지는 빠져 있다. 제일 첫 장은 수학 시험지다.
78점. 방과 후에도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것이 일상인 한국 아이들에게 78점은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점수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말도, 학교도 서툴렀던 진수에게 78점은 내게 자랑하기 충분한 점수이다. 진수는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혼자 집에서만 지내다가 올해 겨우 초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진수가 들고 온 시험지는 나를 감동시키고도 남았다.

3.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7년 쉼터지기 재호 아저씨> 이야기 중에서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아저씨는 영어나 중국어를 할 줄 모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거의 아무 문제가 없다. “오케이, 오케이”와 한국말과 몸짓을 적당히 섞으면 말이 되기 때문이다.
배고플 것 같은 사람에게 밥 먹는 시늉을 하며 “오케이?”하면 되고, 팔이 아프면 팔을 주물럭주물럭하며 아픈 표정으로 “아파.”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말을 듣는 외국인 역시 자기 나라 말로 대답했지만 아저씨는 대개 다 알아들었다.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 봐야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아니여? 그 정도는 손짓 발짓으로도 다 통할 수 있지. 그래서 각자 자기 나라 말로 이야기를 해도 욕을 하는지, 칭찬을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지.”
아저씨는 반쯤은 흐뭇한 얼굴로 또 반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못질하는 모로코 아저씨를 바라봤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고, 탕탕탕 망치질 소리는 하늘로 퍼져 나갔다.

* “특히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더 많이 보아 주었으면 해요. 그들 사이에 있는 왕따 문화를, 우리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차별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것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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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마을》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별 문화를 없애는 데 그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을 독자로 씌어진 책이다.
TV 르포 방송 등을 통해 간간이 청소년 문제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따돌림받는 아이 ‘왕따’ 문제가 거론된다. 왕따를 당하여 자살을 선택하고야 만 학생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등장한다. ‘왕따’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또한 마을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작가는 말한다. 물론 그러한 ‘왕따’ 문제에는 이기주의, 학업성적, 외모, 남과는 좀 다른 개성, 부유한 것과 가난한 것 등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우리 안의 차별 문화에 때문”이라고.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또한 그러한 것과도 많은 부분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안산 국경없는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도 우리의 청소년들이 ‘국경없는 마을’에 대해, 또 우리 사회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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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없는 마을’ 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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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국경없는 마을’. 안산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원곡본동 사무소 뒤편에 펼쳐진 그곳은 여느 중소도시의 주택가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조금 다른 풍경이 있다면 2만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만큼 외국어 간판을 단 가게나 외국인 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마을 한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종종 도움을 구하러 오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가 있고, 이곳에서 코시안 어린이, 자원봉사자,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 실직 한국인 들이 또 하나의 국경없는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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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마을》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대로는 삶의 어려움에 부딪쳐 좌절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기도 하는....... 그러나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붙는다. ‘외국인 노동자’. 우리는 이 용어를 중국과 일본 같은 나라를 제외한 소위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의 이주 노동자에 한정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국경없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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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내들을 잠깐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야기 : 인도네시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살 따와는 늘 궁금하다. “왜 아빠랑 삼촌들은 인도네시아 말을 하는데, 나는 한국말밖에 못할까? 왜 다른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는데 나는 먹으면 안 돼는 걸까?”
두 번째 이야기 : 나는 학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나의 천직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청강생 자격으로 학교에 다니는 방글라데시 소년을 보았다. 그런데 그나마도 왕따였다. 이튿날 나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를 찾았다.
세 번째 이야기 :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내 이름은 누리끼이고 목수이다. 그리고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초리는 프레스를 다루는 공장 근로자이다. 그는 프레스에 손을 다쳤다.
네 번째 이야기 :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서울에 올라와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았던 재호 아저씨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의 7년 ‘쉼터’지기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도시 이주자의 삶을 살았듯 ‘쉼터’의 외국인 이주자들을 늘 내 몸같이 아낀다.
다섯 번째 이야기 : 나는 늦깎이 고등학생이다. 엄마를 따라 처음 한국에 왔고 안산 최초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안산 최초로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우리는 조선족이다.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일하러 왔는데, 온 지 1년도 채 안 되어 남편도 나도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일곱 번째 이야기 : 미래의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 재키는 2002년 월드컵 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응원을 다녔을 만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무슬림 신자이기도 한 그는 종종 모스크를 찾는데 늘 “신은 이미 내게 모든 것을 주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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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없는 마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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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익히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사례를 익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차별받는 이야기 또한 쏠쏠하게 듣고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김주연 선생님은 겨우 청강생 자격으로 학교에 다니는 방글라데시 아이가 학교의 왕따로 생활하는 모습에 분개하여 스스로 아이들의 선생님을 자처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은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마음껏 나다니지도 못하고 경찰을 피해 집 안에 꼭 틀어박혀 있는 일이 다반사란다. 거기다가 한국 아이들로부터 차별을 받기까지 하다니......”
어른들의 차별 문화를 우리의 아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그들은 착하고 여린 사람들,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로만 여겨서도 안 된다.
《국경없는 마을》.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재호 아저씨는 말한다. “이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여.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어라 말 안 듣는 사람도 있고, 말 안 해도 와서 이것저것 거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기 생활 7년에 느낀 바가 있다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사람은 좋고 나쁜 사람은 나쁘다는 것이여!”
외국인 노동자도 또 그들의 자녀들도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우리는 우리 안의 차별 문화를 스스로 깨야 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내딛는 일, 그리고 “안녕하세요.” 하는 간단한 인사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작가처럼 그들 각각의 국적을 기억하게 될 테고, 이어 그들 각각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테고, 또 그들 각각의 사정을 듣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가진 이웃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국경없는 마을, 그 마을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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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없는 마을’을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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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사로부터 많이 멀어졌지만, 진실로 해결된 것은 아직 많지 않다.
박천응 소장님께 들은 바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이제 단순히 불법체류의 문제를 넘어 집단화 및 정주화의 문제, 지역공동체의 문제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적 정주화는 지역사회에서 ‘갈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문화적 차이와 편견, 차별 등의 이유로 지역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 증가, 고성방가, 쓰레기 문제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 지역이 슬럼화되거나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안산 국경없는 마을 또한 그러한 문제를 겪는다. 그래서 다국적 문화행사를 통한 타문화 이해, 지역주민과의 체육행사, 공동 쓰레기 청소 등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에 힘쓰는 한편 다문화공동체를 이루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우리는 이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는 할까?
이들이 이 땅으로 이주해 온 것은 물론 단기간 취업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만을 위해 그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은 값싼 노동력 이전에 우리와 함께 이 세계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곁에 찾아왔으며, 현재 일정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책을 내놓으며 저자는 말했다. “굳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권 정책이 어떠니 하는 제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 즉 착한 사람, 놀고먹는 것을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 순수한 사람, 추잡한 사람, 꿈이 많은 사람 등 국적만 다를 뿐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로 불리는 그들을, 하나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며 함께 돕고 사는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오늘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쉽고도 어려운 실천은 어쩌면 저자의 이 말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채란

글/사진 박채란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월간 <함께걸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발간)에서 객원기자로 일했으며, 책 읽고 글 쓰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서 인터뷰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국경없는 마을》은 글쓴이의 첫 번째 책이다.

그림/만화 한성원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여러 가지 매체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월간 <작은책>(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 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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