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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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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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 Ⅲ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한국 시 문학의 절정을 보여줄 세 번째 컬렉션!
PIN 013 이제니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PIN 014 황유원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PIN 015 안희연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PIN 016 김상혁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PIN 017 백은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PIN 018 신용목 『나의 끝 거창』
현대문학의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세 번째 컬렉션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Ⅲ』를 출간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를 충분히 조명한다는 취지로 월간 『현대문학』 2018년 7월호부터 12월호까지 작가 특집란을 통해 수록된 바 있는 여섯 시인―이제니, 황유원, 안희연, 김상혁, 백은선, 신용목―의 시와 에세이를 여섯 권 소시집으로 묶었다.
문학의 정곡을 찌르면서 동시에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핀’으로 자리매김한 새로운 형태의 소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그 세 번째 컬렉션은 지금, 여기 한국 시 문학의 한복판에서 누구보다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여섯 시인으로 꾸려졌다. 젊은 에너지와 각자의 개성을 무기로 한국 시 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하여 그 절정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주자들로서, 그들의 빼어난 저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컬렉션이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설치와 조각을 주로 하는 구현모 작가의 매혹적인 드로잉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 흐트러뜨린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각각의 시집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숨 쉬기 좋은 나라에서
헐벗은 마음이 불을 피웠다
사막의 말
닫힌 귀를 따르듯이
너는 오래도록 길고 어두웠다
처음처럼 다시 우리는 만난다
보이지 않는 한 마리의 개
나뭇가지들은 나무를 떠나도 죽지 않았고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이누이트 이누이트
둠비노이 빈치의 마음
마른 잎사귀 할머니
우주의 빈치
높은 곳에서 빛나는 나의 흰 개
현악기의 밤
살구 곁에는 분홍
무언가 붉은 어떤 것
슬픔은 액체 같은 것
지하실 일기
모나미는 모나미
달 다람쥐와 함께
좋아하는 동물 목소리 들려온다
이름 없는 사물의 그림자를 건너뛰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흰 산으로 나아가는 검은 돌
에세이 : 되풀이하여 펼쳐지는-마전麻田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나는 왜 마전이라는 지명이. 그 이름이. 그 울림이. 나를 사로잡는지 오래도록 궁금했다. 언제나 나는 나를 사로잡는 낱말의 신비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나아가 그 낱말에 덧입혀져 있는 신비를 기어이 만나게 되는 어떤 우연의 인과에 대해서도. 아주 어릴 적 소원 그대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는데. 글을 쓰는 깊은 새벽. 아픈 허리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면서 책상을 붙들고 있을 때면. 나는 자진해서 벌을 받는 사람이 되었구나 생각하곤 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왜 고통이라는 마음의 낱말 대신 통증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몸의 낱말을 가져와 현실의 곤고함을 지우고 누르려고 하는 것인지 생각했고. 그렇게 사물과 사물 사이의 간극. 사물과 언어 사이의 간극. 나와 나 사이의 간극. 나와 언어 사이의 간극. 언어와 언어 사이의 간극을 느끼면서. 그런 간극이야말로 이 세계의 어떤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에세이 「되풀이하여 펼쳐지는-마전麻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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