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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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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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를라탕의 보물」은 국내에 초역 출간되는 단편으로 도데의 나이 57세인 1897년에 발표된 것이다. 만년의 도데가 평생 동안 경험하고 깨달은 통찰을 담아 쓴 작품으로 도데 문학의 본령을 느낄 수 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9」 『알퐁스 도데』에는 그의 주옥같은 단편뿐만 아니라 《풍차 방앗간 편지》 속 단편에 대한 프랑스 문학평론가 다니엘 베르제의 해제와 「아를라탕의 보물」에 대한 리처드 B. 그랜트 교수의 논문도 함께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서문 ㆍ 9
자리 잡기 ㆍ 11
보케르발 합승 마차 ㆍ 16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ㆍ 22
스갱 씨네 염소 ㆍ 31
별 ㆍ 41
아를의 여인 ㆍ 50
교황의 노새 ㆍ 57
상기네르의 등대 ㆍ 72
세미양트호의 최후 ㆍ 81
세관 선원들 ㆍ 91
퀴퀴냥의 신부 ㆍ 98
노부부
산문 발라드
빅슈의 손가방
황금 뇌를 가진 사내의 전설
시인 미스트랄
세 번의 독송 미사
오렌지
주막집 두 채
밀리아나에서
메뚜기들
고셰 신부님의 명주
카마르그에서
병영의 향수
해제
아를라탕의 보물
해제
옮긴이의 말 내 마음의 풍차
알퐁스 도데 연보
별들의 결혼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려는데, 뭔가 상큼하면서도 여릿한 것이 내 어깨에 살풋 기대는 느낌이 들었지요. 잠결에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가, 예쁜 리본과 레이스와 굽슬굽슬한 머리칼이 부딪쳐 사각대는 소리를 내며 내게 기대어 온 것이었어요. 아가씨는 이렇게, 희부옇게 밝아 오는 새벽빛으로 하늘의 별빛이 바래어 마침내 안 보이게 될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있었어요. 나는 아가씨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는 조금 흔들리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제껏 오직 선한 생각만을 내게 전해 주었던 이 밝은 밤의 성스러운 보호를 받으면서 말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커다란 양 떼처럼 유순하게, 소리 없는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은 채로 이따금 난 그려 보곤 했어요. 저 별들 중에 가장 여릿여릿하고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가 가던 길을 잃고 내게 내려와서는 이 어깨에 기대어 잠든 것이라고요.
_ 48~49쪽, 「별」
그분이 마메트였습니다. 리본 매듭으로 장식한 보닛을 쓰고 카르멜 수녀복 같은 긴 옷에 옛날식으로 나를 존중하는 뜻에서 자수 손수건을 한 손에 꼭 쥔 이 자그마한 할머니보다 더 어여쁜 모습이 있을까요…… 가슴 뭉클해지는 일! 내외분은 서로 꼭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할아버지도 머리를 둥글게 에워싼 가발 타래를 쓰고 노란 리본 매듭 장식만 단다면 마메트라 불러도 될 것 같았으니까요. 단 한 가지, 진짜 마메트 할머니는 일생 울 일이 많았던 것인지, 할아버지보다 주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할아버지처럼 할머니도 고아원의 소녀 하나를 곁에 두었는데, 푸른색 케이프를 두른 그 아이는 잠시도 할머니 옆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고아 소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노인들을 보는 것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마음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마메트 할머니는 들어오면서 내게 정중히 절부터 했지만, 할아버지가 그 인사를 중간에 한마디로 중단시켰습니다. “모리스 친구래……” 그러자 바로 할머니는 바르르 떨며 울고, 쥐었던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얼굴이 빨갛게, 아주 빨갛게, 할아버지보다 더 빨갛게 상기되었습니다…… 이 노인네들! 핏줄 속에 피라고는 한 방울밖에 없으면서 조금만 감격했다 하면 그 피는 다 얼굴로 몰리니 말이죠.
_ 111~112쪽, 「노부부」
나를 “그 착한 양반!”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들의 혜택을 받아 보려고 말장난을 하거나, 그들이 글씨 쓸 때 밑에 받치는 압지 모퉁이에다 짙은 콧수염을 쓱싹 그려 주는데, 아주 좋아서들 죽는다니까…… 20년간 요란뻑적지근한 성공을 거둔 내가 글쎄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요! 예술가의 일생, 말로末路가 이렇다고! ……그런데도 글 쓰는 우리 직업에 군침을 흘리는 건달들이 프랑스에만 4만 명이나 된다니까! 그리고 쓸데없는 이야기와 활자화된 풍문에 게걸들린 바보 천치들을 떼거리로 태우고서 칙칙폭폭 김을 뿜으며 파리로 달려오는 기차가 각 도道에 매일 한 대씩은 있다니까!
_ 130~131쪽, 「빅슈의 손가방」
그러던 어느 날 이 농부 중 한 사람의 아들이 이 장대한 폐허에 매혹되어, 옛 궁성 터가 이렇게 더럽혀진 꼴을 보고 분개합니다. 부랴부랴 그는 궁성 앞뜰에서 짐승들을 쫓아내고,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손으로 큰 계단을 새로 쌓아 올리고, 벽에는 나무 장식을 다시 붙이고, 창틀에 유리를 새로 끼우고, 무너진 탑들을 다시 세우고, 왕이 거하던 넓은 방도 다시 금색으로 칠하고, 그리하여 지난날의 장대한 궁성, 교황들과 황후들이 살았던 그곳을 일으켜 세웁니다.
복원된 이 궁성, 그것이 프로방스어입니다.
농부의 아들, 그는 미스트랄입니다.
_ 152쪽, 「시인 미스트랄」
풍자와 유머, 인간미 넘치는 서정적인 글로
야생적인 자연풍광과 정감 어린 인물들을 그린
인상주의자, 알퐁스 도데(1840~1897)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숨은 걸작 「아를라탕의 보물」 수록
생텍쥐페리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이자, 양치기의 순수한 사랑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통해 표현한 단편 「별」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 그의 대표 단편소설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스물아홉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의 서정적인 단편 스물네 편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숨은 걸작 「아를라탕의 보물」까지, 프로방스를 주제로 한 스물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특히 1897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발표한 「아를라탕의 보물」은 만년의 도데가 평생 동안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쓴 ‘마지막 문학적 선언’과 같은 작품이라 더욱 뜻깊다. 이 책 『알퐁스 도데』에는 그의 아름다운 단편들뿐만 아니라 『풍차 방앗간 편지』에 대한 프랑스 문학평론가 다니엘 베르제의 해제와 「아를라탕의 보물」에 대한 리처드 B. 그랜트 교수의 평론도 함께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도데는 프로방스 지방의 이야기를 모은 『풍차 방앗간 편지』와 전쟁 속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 『월요 이야기』 두 권의 단편집과, 자전적인 성장담 『작은 것』, 여러 곳을 여행하며 쓴 「타르타랭 3부작」, 연인과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비판적으로 회고하며 쓴 장편소설 『사포』 등을 남겼고, 그리 많지 않은 작품으로 19세기 프랑스 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대 손꼽히던 문인들 에드몽 드 공쿠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과 우정을 나누며 ‘인간의 삶과 사회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에 중점을 둔’ 자연주의 동인을 이루었으나, 문학적 고향 프로방스에서 배태된 시적 서정성과 섬세한 감수성, 순박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특유의 인상주의적 작풍을 세웠다.
『풍차 방앗간 편지』는 초판본부터 최종본까지 13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이 어찌나 다양한지, 또 그 영감의 원천과 작품의 배경도 어찌나 상이한지 놀라울 정도이다. 알제리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두 편 있고, 코르시카를 배경으로 한 것이 세 편 그리고 파리에 대한 언급도 끈질기게 나온다. 프로방스는 분명 이 모든 이야기들의 서로 다른 ‘재료’들이 모이는 지리적 장소가 된다. 표현에 특유의 색조를 깃들게 하고 이미지에 특유의 색채를 부여하며, 전체적으로 보아 회복한 자유와 인간에 맞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프로방스이다.
- 「해제」에서
도데의 문학적 정수인 프로방스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바로 「세계문학 단편선」 『알퐁스 도데』에 실린 단편들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적 중앙집권화’에 반하여 도데는 프로방스가 지닌 고유의 지리적, 문화적, 인간적 정체성에 주목해 그것을 살리고 뿌리내리게 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남프랑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밤샘하며 들었던 민담, 프로방스 시인 미스트랄과의 교분, 프로방스 지방의 역사와 속담까지, 고향 프로방스의 모든 것을 끌어 모아 야생의 자연과 정감 어린 인물들이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써냈다. 눈물겹게 전통을 고수하는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자유를 원하다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스갱 씨네 염소」, 도시에 사는 손자를 그리워하는 「노부부」 등의 단편에 그러한 정서가 잘 녹아 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아를라탕의 보물」 역시 프로방스의 카마르그가 배경인 이야기로, 도데의 다른 소설들처럼 그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출발하여 구상된 작품이다. 30년 전 파리에 있을 때, 도데는 작가로서의 실패와 삶에 대한 의욕 상실로 몹시 힘들어했다. 이에 친구가 프로방스로 와서 쉬기를 권하여 그곳에 머물면서 인생을 재검토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회복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그는 우리 본성의 합리적인 쪽에만 의지해서는 참된 자기이해에 이를 수 없으므로 인간의 무의식, 감추어진 감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그의 단편은 극적인 간결함이 있는데, 단 몇 문장으로 설정되는 배경, 암시하는 바가 많은 인물들, 몇 마디 대꾸일 뿐인데도 실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하는 빠른 대화들로 이뤄졌다. 그는 줄줄이 이어져 천천히 극적 효과를 상승시키는 구성보다는 이야기 마지막에 강력한 한 문장이나 이미지를 남겨 끝맺는 걸 선호했다.
그는 또 주로 편지글 형식을 이용하여 작가가 독자와 내밀한 관계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큰 공감을 얻었다. 적절히 구어체를 써서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낸 듯한 느낌이 들게 했고, 종종 이야기에 끼어들어 토를 달고, 반응하고, 판단하고, 평가하여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효과를 냈다. 이에 당시 사람들은 도데를 “남의 마음을 홀딱 뺏는 수다쟁이”라거나 “명석한 이야기꾼”이라고 평했다. 찰스 디킨스는 “프랑스의 내 작은 동생”이라고 했고, 헨리 제임스는 “위대한 소설가! 가장 행복한 소설가이자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도데의 작품을 직접 번역하기도 한, 영국의 작가 줄리언 반스는 “프로방스에 마음을 둔 도데는 빛나는 유머 감각과 명쾌한 문체를 보여 준 뛰어난 소설가이자, 극작가, 문필가였다!”고 극찬했다. 세기를 넘어서도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들. 「세계문학 단편선」 『알퐁스 도데』에서 애수와 슬픔의 감수성이 풍부하고 프로방스에 대한 짙은 향수가 묻어나는 그의 서정적인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세계문학 단편선]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책속으로 추가]
꿈을 꾸게, 꾸라고, 가엾은 사람아! 내 자네보고 꿈꾸지 말란 소리는 안 하겠네…… 그 작은 북을 과감히 두드리게. 있는 힘을 다해서. 자네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다 할 권리가 내겐 없어.
자네가 몸담았던 그 병영에 향수를 품고 산다면 난, 난들 왜 나 살던 병영에 대한 향수가 없겠는가?
나의 파리는 꼭 자네의 병영처럼 여기까지 따라다닌다네. 자네는 솔숲에서 북을 치지! 난 말이야, 나는 솔숲에서 원고를 쓴다네…… 아! 우린 얼마나 착한 프로방스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 건가! 저기, 파리의 병영에서 우리는 이 푸른 알피유산맥과 야생 라벤더 내음을 그리워했었지. 지금 여기 프로방스 한복판에서, 우리는 병영이 그리운 게야. 병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뭐든 소중한 거지……!
아! 파리……! 파리……! 그래도 파리!
_ 235~236쪽, 「병영의 향수」
지중해 바닷가, 그녀에게는 그토록이나 가볍고 좋은 하늘 아래에서, 시의 각운이 마치 황금 화살처럼 치솟아 오르고 또 올랐다.
“하느님 맙소사,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소녀가 황홀경에 빠져 소곤거렸다.
샤를롱의 집에 다다르니 즐겁고 안심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집 앞에는 찬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늪지대 전체에 환히 불이 밝혀진 듯, 연못과 운하엔 별이 가득하고 그 밑바닥까지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잘 자거라, 꼬마 지아.” 앙리는 이마가 성체처럼 신비롭고 하얗게 빛나는 소녀에게 아주 나지막이 말했다…… “내 오두막에 와서, 우리 또 시를 읽자꾸나. 우릴 구원하는 건 시인들이란다.”
_ 293쪽, 「아를라탕의 보물」
아! 선한 사람들! 시골의 모든 하층민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양치는 사람들, 얼굴에 칼자국이 나고 구릿빛 얼굴 피부가 모자처럼 딱딱한 소치기들, 이 모든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같은 고장 사람의 절망 앞에서 잠잘 시간을, 가엾어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내주며 자기가 피곤한 것도 제쳐 두고 얼마나 너그럽고 착하고 형제같이 굴던지…… 게다가 그 사흘 동안 지독한 폭풍우까지 왔다네! 돌풍, 번개, 우박…… 바다
작가정보
저자 알퐁스 도데는 생텍쥐페리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이자, 양치기의 순수한 사랑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통해 표현한 단편소설 「별」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
그는 1840년 5월 13일 남프랑스 님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의 삼 형제 중 막내였으나 가업이 파산하면서 열일곱 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일을 해야 했다. 가혹한 현실에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다행히 그를 구해 준 신부님께 ‘문학에 정진하라’는 조언을 듣고 1857년, 형이 있던 파리로 간다. 기자 지망생인 형을 따라 글을 써 시집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발표해 성공하고, 당대 손꼽히던 문인들 에드몽 드 공쿠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과 우정을 나눈다. 이들과 함께 자연주의 동인을 이루었으나, 시적 서정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그는 그만의 유연한 문체로 순박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고향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향수를 주제로 하여 특유의 인상주의적 작풍을 세운다. 이러한 특징은 1869년 발표한 첫 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에 잘 담겨 있다.
도데는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 환경,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준 민담 등을 작품의 소재로 썼는데, 알제리로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토대로 유머 가득한 『타라스콩의 타르타랭』(1872)을 썼고, 연인 마리 리외와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비판적으로 회고하며 소설 『사포』(1884)를 썼다. 그는 또한 시대상이나 정세에도 관심이 많아, 프랑스와 프로이센 사이에 벌어진 전쟁 속 소시민들의 이야기 「마지막 수업」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단편집 『월요 이야기』(1873)에 담아냈다.
도데는 열일곱 살에 걸린 병에 평생을 시달렸고, 이 고통을 승화시켜 문학으로 빚어냈다.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통찰을 담아 1897년 「아를라탕의 보물」을 발표했고, 그해 12월 16일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였던 에밀 졸라가 추도사를 하고 그의 유해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묻힌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에 안장되었다.
역자 임희근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 및 해외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고, 현재 출판 기획 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고리오 영감』 『쇼팽 노트』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분노하라』 『D에게 보낸 편지』 『로버트 카파, 사진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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