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단편집(서문문고 054)

투르게네프 지음 | 김학수 옮김

서문당 2014년 06월 23일 출간 종이책 : 1996년 09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투르게니에프는 러시아가 낳은 수많은 천재 가운데서도 우아한 예술적 향기와 미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뛰어났으며, 사랑의 미묘한 음영을 묘사하고 전하는 데 있어서는 감히 어떤 작가도 추종할 수 없는 천재적 시인이며 작가였다. 특히 여기 수록한 <사랑의 개가> <꿈> <짝사랑> 등 5편의 중단편은 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드러낸 대표작들이다.

목차

해설
푸닌과 바부린
사랑의 개가
꿈
짝사랑
파우스트

출판사 서평

≪푸닌과 바부린≫은 그가 죽기 9년 전인 1874년에 씌어진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그는 여기서 자기 어릴 때의 추억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

≪푸닌과 바부린≫에서 투르게네프는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며, 잔인무도하고 포악한 할머니는 자기 어머니의 상징이고, 푸닌은 자기의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던 농노 로바노프의 형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투르게네프는 ≪푸닌과 바부린≫ 속에서도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넓은 정원의 고요한 관목 덩굴 뒤에 숨어서 새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로바노프(푸닌)에 의해서 그 어떤 즐거운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고, 러시아의 시(詩)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신분으로 보자면 하찮은 농노가 귀족들의 외국인 숭배를 한탄하며, 러시아인의 시를 읊는 것을 소년 투르게네프는 황홀한 기분에 사로잡혀 바라보곤 했다는 것이다.

≪꿈≫은 1877년 <노보예 브레므야(新時代)>에 실린 단편으로, 투르게네프의 단편 중에서도 그 심리적 묘사와 반환상적인 테마로 해서 그의 또다른 면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걸작이다. 풍부한 상상력, 예리한 성격 묘사는 이 단편에서도 넉넉히 엿볼 수 있으며,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꿈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사랑의 개가≫는 투르게네프가 죽기 2년 전에 발표한 최후의 단편으로, 1881년 <유럽 통보> 11호에 실렸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고전에서 소재를 얻은 것으로, 단편이기는 하지만 말할 수 없이 풍부한 환상과 매력으로 해서 누구를 막론하고 신비로운 환상에 사로잡히게 하는 아름다운 명편(名篇)이다.

≪짝사랑(아샤)≫은 1858년 <소브레멘니크>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 예술적 완성, 미의 감각, 훌륭한 자연 묘사 등으로 해서 ≪첫사랑≫과 쌍벽을 이루는 일품이다.

투르게네프가 묘사하는 여주인공은 대개 독특한 용모와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짝사랑≫의 아샤만큼 이채롭고 독특한 빛을 발하는 여성은 없다. 그녀는 순진하고 명랑하고 그러면서도 타는 듯한 정열과 적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기만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야비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데가 없는 헌신적인 고상한 사랑이다. 그녀는 일생 동안 단 한 번 그것도 순간적으로 사랑할 뿐이다. 그녀에게 사랑과 죽음은 동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짝사랑≫의 남주인공은 정열적인 아샤에 비해서 너무나 소극적이고 이지적이다. 그는 아샤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아샤가 영원히 자기 앞에서 사라졌을 때, 그는 비로소 몸부림치며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의 인텔리들이 지니고 있는 통속적인 폐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한편 사랑에 실패하고 일생 동안 고독하게 지낸 투르게네프 자신의 이지(理智)와 우수를 말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파우스트≫는 1856년 즉 ≪짝사랑≫보다 2년 전, <소브레멘니크> 제10호에 발표한 중편이다. 형식의 완비, 인생 관조의 치밀, 심각한 성격 해부, 그 밖의 여러 점에서 보면 투르게네프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형성하는 주옥편이다.

투르게네프는 이 작품에서 괴테의 ≪파우스트≫의 모티프를 다른 시대, 다른 환경 속에 새로이 살려 보려고 시도한 것 같다. 투르게네프는 여기서도 역시 독특하고 신비로운 성격을 지닌 여주인공 베라를 등장시키고 있다. 그는 할머니에게서 정열적인 이탈리아의 피를 받고, 할아버지한테서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심적 경향을 물려받은 이상형의 여성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독자적인 교육 밑에서 외계와 분리된 채 성장해서, 남의 처가 되고, 어머니가 되었다. 즉 그녀는 스물일곱 살까지 한 편의 시도, 한 권의 소설도 읽은 적이 없었다. 이러한 모순된 교육이 비극의 원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그녀는 ≪파우스트≫를 읽은 다음부터 예술에 대한 눈을 뜨고 적나라한 애욕과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모순된 교육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인생의 첫번째 시련과 함께 무참히 쓰러지고 만다.

작가정보

저자(글) 투르게네프

번역 김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