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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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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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몸을 통해 인간의 문화와 역사를 돌이켜 보며, 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 몸의 각 부분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문명사로 범위를 넓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고대의 서적에 실려 있는 내용을 인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과 일화들을 동원하고 있다. 우리의 몸이 빚어낸 세상, 몸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지혜, 몸이 겪어온 기쁨과 고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욕망의 역사를 그려낸다.
책을 펴내며_부스러지고 조각난 것들의 힘
머리가 바로 세계의 중심이고, 역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_머리
머리, 또 하나의 우주 | 머리는 항상 가장 높은 곳에
힘없이 잘려나간 민중의 머리 | 단두대는 가장 효율적인 살인기계
잘려나간 머리에도 생명이 있다
내 목은 잘라도 내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_머리카락
머리카락이 여자의 운명을 바꾼다
흰머리에 대한 우환 | 머리카락의 사회문화적 의미
얼굴 없는 시대, 한없이 분열되는 자아_얼굴
얼굴, 문명의 첫걸음 | 아름다운 얼굴은 여성의 전유물
초상화는 단지 빈 껍데기일 뿐 | 가면 뒤로 숨어버린 자아
쓸모없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_눈썹
눈썹 유행의 변천사 | 눈썹의 언어
눈은 항상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_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_눈이 생명을 낳는다
치명적인 눈빛_눈빛
사랑의 눈빛 | 눈빛에도 사람이 죽는다
당신이 키스를 받고 싶은 곳에 향수를 뿌려라_코
클레오파트라의 코 | 높은 코는 미인의 필수조건?
코가 앞으로 튀어나온 이유
그대 향기에 나는 타는 듯이 취한다_냄새
후각, 기억과 영원의 감각 | 후각의 상실 | 친숙한 냄새가 주는 감동
나만의 체취가 스며 있는 사랑의 사과_체취
문명의 애호품 향수 | 향기로운 여성들
적당히 안 들리는 것도 행운_귀
들을 수 없는 소리들 | 귀를 통해 들어오는 것들 | 귀머거리들의 세상
입맞춤에도 나름의 온도가 있다_입
입의 기술과 예술 | 매혹의 붉은 입술 | 입맞춤도 먹는 행위의 일종
입은 화의 문이며.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혀에 살고 혀에 죽고 | 치열한 설전이 주는 재미
사람 가죽으로 만든 북은 어떤 소리를 낼까?_피부
피부, 생명의 지표 | 문신과 박피 | 사람 가죽의 다양한 용도
맨 얼굴이 실망스럽다면 그 결혼은 무효
에로틱한 목덜미_목
목이 긴 자를 경계하라 | 목을 내주는 것은 곧 자유를 내주는 것
발자크, 눈처럼 하얀 어깨에 키스를 퍼붓다_어깨
어깨 품평 | 문학 속 어깨 미인들
노출은 과감하게 수유는 은밀하게?_유방
유방의 크기와 수유는 무관하다 | 유방 숭배의 역사
유방 되찾기 운동 | 상처 입은 유방
허리와 엉덩이의 이상적인 비율은?_허리
생명의 유적지_배꼽
육체의 가장 깊은 어둠_배
배는 가장 가증스러운 야수 | 서책을 담은 배
배를 드러내어 속세를 초월하다 | 충성심의 증명, 할복
배의 위대한 창조력
가리려고 하면 오히려 더 드러나는 게 이치_섹스
자유롭게 성을 말하던 시대 | 수치심은 문명의 발명품
성과 벌이는 숨바꼭질 놀이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은 등 뒤에 창이 꽂히는 것_등
예술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등 | 토닥임과 채찍질 사이
엉덩이 전체가 여성 그 자체로군요!_엉덩이
엉덩이 미학의 역사 | 작고 깜찍한 엉덩이 VS 풍만한 엉덩이
밀로의 비너스가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_팔
가벼운 손짓의 무시무시한 결과 | 팔 없는 포옹의 감동
손과 손이 만날 때 역사가 시작된다_손
만물의 영장은 손에서 태어난다
동서양 문학 속에 나타난 손의 모습 | 서로를 갈망하는 두 쌍의 손
치마의 트임 유혹과 품위의 절묘한 조화_다리
허벅지의 해방 | 아름다운 다리에 대한 호감은 인간의 본성?
무릎 관절이 튼튼해야 이 될 수 있다_무릎
언제 무릎을 꿇을 것인가? | 영국과 청나라의 무릎전쟁
중국 궤례의 역사
전족한 두 발에 눈물 한 항아리_발
전족의 아름답고 슬픈 역사 | 여성들에게 직접 듣는 전족 '괴담'
역사상 가장 선정적인 발명품
대지에 생명의 기억을 전하다_뼈
인체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유물
뼈의 생김새가 운명을 결정한다?
모든 사물에는 골격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에 싫증을 느낄 때
또 다른 몸이 우리의 욕망을 일깨운다_육체의 기쁨과 고통
육체의 황홀한 생명력 | 육체가 육체를 뒤흔들면 욕망이 튀어나온다
고통은 생명을 단순하게 만든다
추천의 글_우리 몸 구석구석에 숨은 이야기의 성찬
눈빛 _ 숭배자들의 눈빛도 혼자일 때는 좀 덜하지만 한 곳에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고대의 유명한 미남자 위개(違介)는 어디를 가든지 일대 소동을 일으켰다. 그가 위장(豫章)을 출발해 도우샤(都下)에 이른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몸이 허약했던 그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의 눈길이 위개를 죽였다”는 말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 문화대혁명 당시의 투쟁 대회와 자아비판 대회를 떠올려보면 지금도 가슴이 막막해진다. 단상에 올라가 비판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 저명한 문인 라오서(老舍)는 비판 투쟁 대회에서 돌아온 후 호수에 몸을 던져 자진했다. 생명의 힘이 다 소진되어 죽음을 향한 용기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입술 _ 중국인들은 남자라면 마땅히 입이 커야 한다고 여긴다. 《효경수신계(孝經授神契)》에 보면 이와 관련하여 “순 임금은 큰 입을 가지고 있었다”“공자의 입은 바다같이 컸다”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이외에도 후한의 역사서 《동관한기(東觀漢記)》에서는 한나라 광무제의 관상에 대해 “일각(日角 : 왼쪽 이마의 가운데 부분)이 높고 둥글며 입이 컸다”라고 썼으며, 《하도(河圖)》에 보면 진시황에 대해 “호랑이 입에 일각이 높고 둥글었다”는 말이 나온다. …… 그러나 여자의 입은 다르다. 여자의 입에 대해서는 실용성보다 미를 더 따지는 게 보통이다. 매력적인 입은 입술의 양 끝이 바깥쪽으로 치켜 올라간 모양이다. 색은 붉어야 하고 촉촉한 느낌에 적당히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 …… 최인(崔?)의 <칠의(七依)>에 “붉은 입술 흰 이(紫脣素齒)”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나라 때는 자색 입술 연지가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남북조 시대에는 검은 입술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유행은 만당 시절에 다시 찾아와 유행 모드를 뜻하는 ‘시세장(時世?)’이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유방 _ 사실 포유만을 생각한다면 고릴라같이 납작한 유방 한 쌍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인류가 아직 유방의 간계를 파악하지 못했던 문명의 초기에는 주로 유방과 엉덩이를 강조하여 풍부한 젖과 다산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유가 유방의 형태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한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 여성들은 수유를 거부하고, 하층민 유모를 들여 이 일을 대신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 시기 여성들의 유방은 10퍼센트의 상류층 유방과 90퍼센트의 하층민 유방으로 나뉘었다. 당시의 회화 작품들을 살펴보면, 귀족 여성들의 유방은 높고 둥글고 볼록한 데 반해 농부나 유모들의 유방은 물렁물렁하고 아래로 축 처져 있다. 유방의 이중적 의미가 심미적 유방과 포유를 위한 유방이라는 분류의 실제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섹스 _ 원래 중국인들은 성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또한 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노자는 “현빈(玄牝)의 문은 천지의 뿌리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서 현빈이란 여성의 생식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노자는 이를 천지의 근본이라 생각했다. 한편 《역경(易經)》은 전적으로 생식 문화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남녀의 정기가 얽혀 만물이 생성한다”는 구절은 성적 행위를 우주 만물의 변화와 발전의 첫 번째 동력으로 간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23년, 첸셴퉁(錢玄同)은 《역경》에 대해 기존의 해석과 크게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원시적인 역괘는 생식기 숭배 시대의 저급한 산물이며, 건(乾)·곤(坤)의 두 괘는 양성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저급한 기호다.”
무릎 _ 1867년에 중국은 첫 번째 외교 사절단을 유럽과 미국에 파견하면서 단장으로 미국인 앤슨 벌링게임(Anson Burlingame)을 임명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으로 어찌 다른 나라 사람을 임명했을까? 이처럼 황당한 결정의 배경에는 청조의 다음과 같은 고심이 담겨 있다. 만약 중국 대신을 단장으로 임명하여 파견할 경우, 외국 국왕에게 궤례를 행하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이후 외국 사절도 중국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궤례를 행하려 들지 않을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아예 외국인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면 사후에 약점을 잡힐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1873년 2월 동치제가 친정에 들어간 후, 외국 공사가 국서를 전달하기 위해 황제를 알현하기를 청했다. 몇 번에 걸친 협의 끝에 중국 측은 무릎을 꿇지 않고 고개만 숙여도 된다고 양보했다. 매카트니가 한 쪽 무릎을 꿇은 지 8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발 _ 전족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오대십국 시대 남당의 후주 이욱의 궁중에서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비교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송말 장방
웰빙, 몸짱……, 이름하야 몸의 시대에 진정 우리는 몸에 대해 알고 있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까닭에 종종 감춰야 할 대상이었으며, 때로는 금기의 대상이 되기까지도 했다. 하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몸은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늘날에는 몸의 시대라 할 만큼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몸은 소위 웰빙, 몸짱이라는 신드롬에 왜곡되고 있다. 몸은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류 문화의 집적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몸에는 인간의 역사가 새긴 문화적 의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살아 있는 유적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신간 《욕망과 지혜의 문화 사전, 몸》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몸을 통해 인간의 문화와 역사를 돌이켜 보며, 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개 요
몸, 살아 있는 유적지
이 책은 우리 몸을 통해 문명의 발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그야말로 우리 몸 구석구석이 시간과 공간 속에 남긴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몸은 분명 개인의 것이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신비하고 본질적인 것들은 사회와 역사의 소유물, 곧 인류 문명의 총합이다. 달리 말하면, 개체의 입장에서 몸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이지만 개체가 모인 인류는 그 위에 문명을 쌓았다. 인체의 신비가 자연이면서도 문명이거나 문화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우리 몸의 각 부분에서 출발하여 인류의 문명사로 범위를 넓혀가는 이 책은 사소하고, 친숙한 소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읽는 미시사적 시도의 하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머리카락 한 올, 보기 싫게 일그러진 발, 희미한 체취에도 인간의 욕망과 지혜, 감정, 의지가 깃들어 있음을 풍부한 일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머리’를 정의하며 썼던 ‘역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구절은 몸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로 으르렁대던 두 집단의 화해는 쑥스럽게 내민 두 손에서 이루어졌고, 진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저항은 힘차게 들어 올린 팔과 의연하게 내민 목에서 결실을 맺었으며, 수천 년의 유구한 전통을 지켜낸 것은 함부로 굽히지 않는 무릎이었다. 이처럼 심오한 사상이든 고집스러운 관습이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사건과 이야기의 현장에는 몸이 있었다. 그러니 갓 태어난 아기의 몸이라 해도 그것은 인류의 모든 기억이 담긴 곳, 즉 살아 있는 유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유적지를 다루는 저자의 방식은 그 장구한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전통적인 색채를 띤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이란, 유협이 《문심조룡》에서 중국 문학의 주요한 표현 기법 중 하나로 다루었던 ‘전고(典故)’를 인용하는 글쓰기를 뜻한다. 이는 고대의 서적에 실려 있는 인상적인 이야기나 역사적인 전설, 신화 속의 일화나 사건 등을 인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전고는 결국 남의 이야기를 빌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마치 자신의 말을 하듯 자연스럽게 전하고자 하는 뜻과 이치를 드러낼 수 있다.
저자는 고대의 전적을 인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시 부족의 풍습에서 최근 할리우드의 유행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과 일화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다소 낯설고 편집증적인 모습으로까지 비치지만, 그가 의도했던 ‘부스러지고 조각난 것들의 힘’을 드러내는 데는 유효한 방식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명 혹은 역사란 인간이 어떤 거대한 몸의 구석구석에 각자의 목소리를 주렁주렁 매달아 하나의 완벽한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려나간 토기 조각 하나가 한 시대를 증명해주기도 하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에는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와 기억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넓은 박물관이기도 하다.
몸, 욕망의 모호한 대상
사람의 몸과 예술품은 서로 다른 느낌이다. 예술품은 우리의 영혼에 영향을 줄 뿐이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육체가 육체를 뒤흔들면 욕망이 튀어나온다. 욕망은 우리 몸 깊숙한 곳에 숨겨진 용암과 같다. 평소에는 천천히 흐르며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다.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지만 마치 아직 나비가 되지 못한 번데기처럼 날갯짓을 꿈꾸며 조용히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날아오르면 우리 몸 안에서 격한 해일을 일으키며 벅찬 생명의 감동을 전한다. 그리하여 육체는 격앙된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바로 ‘욕망’이다.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 타인의 몸을 감상하거나 지배하려는 욕망, 친밀한 접촉으로 위로받고자 하는 욕망 등 인간의 몸이 꾸며지고 변형되고 숭배되거나 학대받아온 역사는 욕망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동서양의 미녀들은 120센티미터나 되는 가발을 쓰고, 일부러 잔뜩 찌푸린 눈썹을 그리고, 늑골이 간장을 꿰뚫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허리를 졸라맸다. 남성들 역시 욕망의 노예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위육조 시기의 하안(何晏)은 얼굴에 하얗게 분을 바르고 걸을 때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보았고, 로마의 지휘관들은 전쟁에 나가기 전에 머리를 빗고, 향수를 뿌리고, 손톱을 칠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향기가 주는 관능적인 즐거움에 빠져 매일 아침 화로 가득 향을 피워 관복을 훈증한 후에야 집을 나섰던 송나라의 매순(梅詢)이나 치열한 설전 자체를 즐겼던 에라스무스와 토마스 모어에게서도 욕망이 육체에 부여하는 활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렇게 육체에 투영되는 인간의 갖가지 욕망은 창조의 가장 본질적인 원천이기도 하다. 첫사랑 베르니 부인의 눈처럼 하얀 어깨에 이성을 잃은 발자크는 《골짜기의 백합》에서 여인의 어깨에 대한 인상적인 묘사를 보여줬고,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던 초라한 등은 고흐, 앵그르 등의 예술가들의 손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윤리적인 잣대를 걷어낸다면 사람 가죽으로 만든 북이나 책, 전족한 발 등도 ‘미(美)’의 기준과 범위를 넓히는 데 공헌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욕망에 민감했던 몇몇 사람들의 이런 색다른 아이디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몸속 깊이 새겨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재미삼아 혹은 멋 삼아 해보았을 전족은 피와 눈물을 쏟으면서도 수백 년간 고집스레 계속되었고, 언제부터인지 폭력 집단의 구성원들은 거대한 문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체취를 사랑했던 과거의 사람들과 달리 현대인들은 몸에서 나는 모든 냄새를 제거하거나, 인공의 향으로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 예의라고 여긴다. 또한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행해지던 궤례가 점차 의무가 되어 외국과의 자존심 대결에까지 이르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인간의 몸은 갖가지 욕망이 창조적 재능을 한껏 뽐내는 새하얀 캔버스이자, 모든 문명과 문화가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를 갖추는 근원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이 빚어낸 세상, 몸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과 빛나는 지혜, 몸이 겪어온 기쁨과 고통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간 욕망의 역사 그 전체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그 순간 우리의 몸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비밀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함께 공유하는 기억의 저장고로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샤오춘레이
저자 샤오춘레이 (蕭春雷)는 1964년 푸젠성 타이닝(福建省 泰寧)에서 태어났고, 1985년 푸젠사범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했다. 푸젠성 작가협회 회원으로 푸젠성 제3회 백화문예상 2등상, 푸젠성 제12회 우수문학작품상, 제8회 황창셴(黃長咸) 문학상 1등상 등을 수상했다. <인민문학>, <소설선간>, <독서>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이 책 이외에 시집 《모래알 같은 세월(時光之砂)》, 에세이 《문화생령(文化生靈)》을 출간했다.
역자 유소영은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와 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제주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역서로 《부활하는 군단》, 《하상주 단대공정》, 《구룡배의 전설》, 《법문사의 불지사리》, 《열하의 피서산장》, 《중국문화답사기》, 《세계문명기행》, 《유럽문화기행》, 《중국 도시, 중국 사람》, 《첫 번째 친밀한 접촉》이 있고, 저서로는 《고시 중국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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