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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고통의 공감과 연대

통일인문학 연구총서 24
한국문화사

2019년 01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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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7.59MB)
ISBN 9788968177149
쪽수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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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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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지닌 상처에 상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을 통해 요구하는 바는 그들이 버티며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데에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책임의 윤리’를 우리 사회에 세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단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책임은 우리의 역사에서 비극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바꾸어내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따라서 고통의 연대와 공감은 상처를 지닌 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 살고 있으며 또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조건이 유지되는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삶은 결코 평화롭고 안정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시혜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감(共感)’과 ‘연대(連帶)’라는 두 단어를 연속적으로 이해한 의미에 따라 말하자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책임을 함께 지는 ‘치유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방법이 되는 것이다.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은 2015년 9월부터 시작된 3단계 아젠다 수행 목표를 “‘포스트-통일’과 인문적 통일비전의 사회적 실천”으로 잡고 앞으로 4년 동안 ‘민족적 연대’,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 평화’, ‘통일국가의 이념’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발간사
서문

제1부 고통의 공감과 연대를 위하여

고통의 연대와 통합서사의 사회적 담론화 모형 _ 김종군
공감 능력을 통한 남북한 주민 간의 심리적 통합 방안 탐색 _ 이범웅

제2부 상흔의 신체, 치유의 공동체

형이상학적 죄로서 무병(巫病): 현기영의 〈목마른 신들〉 읽기 _ 이재승
분단국가주의와 저항적 주체 형성: 류연산의 〈인생숲〉을 바탕으로 _ 김종곤
주변부의 역사 기억과 망각을 위한 제의: 임철우의 소설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서사화하는 방식과 그 심층적 의미 _ 한순미

제3부 치유와 통합을 위한 사회적 실천

서사적 상상력과 통일교육 _ 박재인
말과 역사, 그리고 치유: 트라우마 치유의 가능성과 구술사 방법을 성찰하며 _ 김귀옥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문학생산론: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_ 전영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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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출처
저자 소개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총서 목록

[서문]

고통의 공감과 연대, 치유의 공동체를 논의하며

처참한 죽음들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상처의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국가폭력의 시간은 온통 울부짖음과 고통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역사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었다. 분단의 논리에 따라 어떤 이들의 상처는 선별(選別)되어 역사에 온전히 기록될 수 없는 ‘묻힌 기억’(immemorial)으로 배제된다. 애도는커녕 혹시나 깊은 곳에서 억누르고 있던 고통의 신음이라도 토해낼 때면 그 소리는 위험한 반역(反逆)으로 번역되었다. 그 소리는 언어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죽음과 폭력의 증언이며 상처를 대하는 현재를 고발하는 폭로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균열이자 공백의 출현이었다. 분단국가와 그것의 역사는 언제나 균질적이고 동일한 것을 추구하기에, 그 소리는 다시 억압되어 역사로부터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고통의 신음이 역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오역(誤譯)될 때뿐이었다.

그렇다고 역사의 언어를 가진 또 한편으로 선별된 상처의 기억(memorial)이 그 기억과 관련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나아간 것도 아니다. 둘로 나뉜 분단국가는 분단과 전쟁 과정에서 동족을 살해했다는 죄의식을 감추고 그 책임을 오로지 상대에게 전가한다. 그리고 분단국가의 윤리는 상대를 근본 악(the evil)으로 자신을 절대 선(the good)으로 형상화한다. 분단과 전쟁은 악이 가진 본성에 따라 행해진 선에 대한 침범과 파괴였던 것이다. 자연히 선별되어 승인된 죽음과 폭력의 피해는 악에 의한 선의 ‘희생’으로 숭고의 자리에 위치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그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되며 기억하라고 주문한다. 공포스럽고 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의 강조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분단국가는 상처의 기억을 악을 향한 적대적 결의와 실천을 위한 심리적 중핵으로 동원하면서 절취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이용했을 뿐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생명이 살아 숨 쉬게 하는 치유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기억의 삽을 가지고 망각의 구덩이를 파고 그곳으로 침전되어 갔던 것이다. 그들이 망각한 것은 비극의 역사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절규와 고통 어린 얼굴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구덩이는 계속해서 우리를 빨아들이면서 죽어가게 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망각으로서의 기억은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분단국가의 윤리는 경험자를 넘어 비경험자인 후세대에까지 강제된다. 이들은 마치 자신이 직접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것처럼 상처를 떠올리고 증오와 원한의 감정을 기계적이고 충동적으로 발산한다. 이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전승되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어떤 무의식적 구조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이때의 구조가 개인을 초월하여 외부에 존재하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재생산 메커니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인문학연구단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차용하여 이미 제시했던바, 그 구조는 분단서사를 내면화하고 또 전승하는 ‘분단의 신체’ 그 자체이며 또 그것을 통해 전승된다. 국가가 위로부터 강제적인 힘을 작동시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자율적으로 재생산되고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신체 자체가 의식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분단국가의 논리를 자기서사로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치유의 첫 번째 조건으로 일컬어지는 ‘안정성 확보’가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되면서 제주 4·3, 광주 5·18, 보도연맹 집단학살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또 분단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구조들이 많이 완화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빨갱이’·‘종북’ 등의 기표는 오늘날에도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을 저지하는 좋은 무기로 사용된다. 급기야 진상규명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가폭력의 역사를 부인하는 사례 또한 우리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극적인 역사가 다르게 반복되는 듯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치유보다는 상처를 반복하게 하거나 덧나게 하는 구조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지난 세월 애써 형성해온 얇은 안정성의 벽마저 허물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가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안정성의 확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개인이고 집단이고 간에 치유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이라는 말은 나의 이웃이 지닌 상처를 이해하고 그들이 치유 받을 수 있는 울타리를 함께 쳐주며, 그래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든든한 이웃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분단의 상처가 분단국가의 논리에 따라 동원되면서 더욱 상처를 키워가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금보다는 더 나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미래의 삶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고통의 공감과 연대’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사회적 치유와 통합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분단의 역사에서 어느 일방만이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동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자신만이 비극의 역사에서 희생되었다는 자기중심적인 피해자주의를 벗어나 타자로 인식되어 온 상대의 상처를 인정할 때만이 화해와 상생, 그리고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타인이 지닌 상처를 자신의 상처와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한 동일시는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오히려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지닌 상처에 상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을 통해 요구하는 바는 그들이 버티며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데에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책임의 윤리’를 우리 사회에 세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단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책임은 우리의 역사에서 비극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바꾸어내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따라서 고통의 연대와 공감은 상처를 지닌 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 살고 있으며 또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조건이 유지되는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삶은 결코 평화롭고 안정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시혜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감(共感)’과 ‘연대(連帶)’라는 두 단어를 연속적으로 이해한 의미에 따라 말하자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책임을 함께 지는 ‘치유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내용들을 총 3부에 나누어 담고 있다. 제1부 ‘고통의 공감과 연대를 위하여’는 고통의 공감과 연대가 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사회적 통합을 마련하기 위해 요청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제2부 ‘상흔의 신체, 치유의 공동체’는 3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글은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고통의 연대와 공감을 가능케 하는 주체와 공동체 형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제3부 ‘치유와 통합을 위한 사회적 실천방안’ 역시 3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글들은 교육의 영역에서부터 구술 연구와 문학 창작 영역에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1부 ‘고통의 공감과 연대를 위하여’는 김종군의 「고통의 연대와 통합서사의 사회적 담론화」로 시작한다. 우선 글의 머리에서 ‘체제통합=사회통합’이라는 통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통념은 남북 간의 사람들이 지닌 ‘정서적 적대성’을 민감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통일이 되면 자연히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결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70여 년 동안의 분단체제는 분단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적대성을 형성·유지하여 왔기에 남북이 정치·경제 차원에서 통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서적 적대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면 갈등과 반목은 반복될 뿐 ‘사람들의 통합’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글 요지이다. 따라서 통일 이후의 사회적 통합까지 내다본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적대적 ‘정서’를 바꾸어내는 것으로 보고, “버텀업(bottom-up) 방식의 통합서사 확산”을 제안하고 있다. 통합서사는 “이념적 적대 정서에서 기인한 분단서사를 완화하는 일련의 인간 활동”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지향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서사를 활용한 사회적 담론화 모형을 〈강도몽유록〉을 통해 도출하고자 한다. 〈강도몽유록〉은 내용상 상처 입은 사람이 고통의 사연을 ‘말하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이 ‘듣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1차적인 연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강도몽유록〉은 그 자체가 그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에서 ‘증언의 기록’이 되며 동시에 사회적 확산을 꾀할 수 있는 물질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2차적인 고통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즉, 이 글에서는 〈강도몽유록〉의 분석을 통해 ‘말하기-듣기-기록-확산’이라는 고통의 연대와 통합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글은 이범웅의 「공감 능력을 통한 남북한 주민 간의 심리적 통합 방안 탐색」이다. 이 글에서는 갈등과 대결로 점철되어온 남북관계를 벗어나 화해와 협력, 그리고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남북은 이질화를 넘어 서로에 대한 혐오와 염증을 느끼는 데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앞의 글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통일을 하는 것은 “한 갓 물리적 결합”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증오, 적대감, 반감 등을 완화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으로 보고, “6가지 공감 능력의 습관”을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는 “정신적 프레임을 바꿔보는 습관”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식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두 번째는 “타인의 처지에 서서 그들의 인간성과 개성·관점을 인정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습관”으로서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애환에 대해 공감대를 확장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의 삶과 문화와 상반되는 것들을 직접 체험, 공감여행, 사회적 협력을 통해 탐사”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고 느끼려는 실천이다. 네 번째는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의 기교를 연마”하여 상호 신뢰를 구축해가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문화·예술을 통해 타인의 마음속을 여행해 봄으로써 서로의 심리 세계를 확인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주변에 변혁의 기운을 불어넣는 것”으로서 자기 자신의 사회 변화뿐만 아니라 경계를 넘어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공감대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요컨대 이 글에서는 남북이 서로 다름을 전제하고 소통하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의 배양을 통해서만이 심리적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제1부가 고통의 연대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회적 담론화와 심리적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면, 제2부에서는 문학작품을 통해 그것을 현실화하는 주체와 공동체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첫 번째 글은 이재승의 「형이상학적 죄로서 무병(巫病)-현기영의 〈목마른 신들〉 읽기」이다. 이 글에서는 ‘형이상학적 죄’라는 야스퍼스의 개념을 통해 현기영의 소설 〈목마른 신들〉을 읽어내고 있다. “형이상학적 죄는 연대가 파괴된 것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나 공감 능력, 타자의 고통에 함께 울고 감응하는 인간존재의 중력, 한 마디로 인간성에 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깊은 슬픔, 무력감, 죄책감, 고통, 트라우마, 우울증에 이르는 다양한 심리적 징후를 포괄한다.” 한마디로 야스퍼스가 말하는 형이상적 죄는 집단적 희생 앞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희생자와 운명을 함께 하지 못한 일종의 부채감 같은 것이다. 현기영의 〈목마른 신들〉에서 제주 4·3의 가해자인 할아버지의 죄를 상속하는 손자와 백조일손 묘지는 형이상학적 죄를 바탕으로 한 ‘책임의 상속’과 ‘지속 가능한 화해’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역사가 낳은 고통과 상처는 직접적인 경험자들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진실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것은 죽어간 자와 살아남은 자,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에서는 트라우마의 치유가 “개인적 방어장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은 “공적인 방어기제, 달리 말하면, 국가폭력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의 보증”을 집단적 차원에서 확립해나갈 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정치적 주체’를 다시 상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 4·3사건만 하더라도 그것은 국가에 의해 자행된 국가폭력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필요한 것은 국가의 권위에 복종하는 양심이 아니라 “인간적인 선익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실천하는 인간주의적 양심”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양심에 기반한 정치적 행동만이 정치가 야기할지도 모르는 불행, 즉 국가폭력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한마디로 이를 “죄의 정치”라 부른다.

두 번째 글은 김종곤의 「분단국가주의와 그에 맞선 저항적 주체 형성」이다. 이 글은 조선족 작가인 류연산의 소설 〈인생숲〉을 바탕으로 분단국가주의를 넘어서는 주체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작가 류연산이 단테 알레기에리의 『신곡』에서 묘사되는 ‘숲’의 이미지를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비시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플롯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신곡』의 주인공 단테와 류연산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른 주체이다. 주인공 단테는 연옥과 지옥을 여행하면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 이성적이고 관조적이지만 류연산의 소설 속 주인공은 이를 거부하고 고통에 참여하는 주체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주체는 이성적 언어가 아닌 오로지 흐느낌과 떨림과 같은 ‘증상’으로만 표현될 뿐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주체가 분단국가가 지닌 숭고함을 추락시키고 새로운 담론을 생성하는 분열적 주체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끔찍한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니 조국해방전쟁·호국·순국과 같은 국가의 언어로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죽은 자가 말하는 증언의 영역으로 휘말려 들어가면서 오로지 저항의 말을 생산할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러한 주체가 바로 상징적 질서의 균열을 만들고 그로부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한다고 본다. 또 한편으로 그 주체는 새로운 담론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예언적 주체가 된다. 새로운 담론 주체는 분단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기억의 틀을 폐기한다는 점에서 현재에서 과거의 역사를 다르게 읽고 말하는 자이다. 그것은 곧 과거를 통해 형성되는 현재를 소급적으로 예언하는 주체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필자는 분단의 적대성을 생산하는 분단국가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바로 그러한 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끝으로 고통과 폭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 공동체’의 형성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앞의 글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제2부의 마지막 글은 한순미의 「주변부의 역사 기억과 망각을 위한 제의: 임철우의 소설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서사화하는 방식과 그 심층적 의미」이다. 이 글은 임철우의 소설 〈붉은 산, 흰 새〉·〈그 섬에 가고 싶다〉·〈백년여관〉을 중심으로 작가가 주변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서사화하는 방식과 그 심층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임철우 소설에서 희생된 죽음은 색채·소리·냄새 등과 같은 감각적 이미지의 언어로 변형되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에 충격을 가한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단지 희생자에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서 살아있는 사람에게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서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산 자들은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중음(中陰)의 유령들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영역에 불안하게 거주하며, 그들은 늘 재앙의 위기에 처해 있다. 망각된 기억은 이들의 몸의 징후로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그들은 역사적 고통을 몸 그 자체로 증언하는 ‘말하는 몸’인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임철우의 소설은 종국적으로 “역사적 살해와 폭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묵시적인 어조로 경고”하는 것이자 지배권력 담론이 소외시킨 변두리의 기억을 복원하는 ‘대항기억’의 서사화이다. 그것은 일종의 제의적 글쓰기이지만 임철우는 구원과 화해를 끊임없이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부적 존재들의 아픔을 반복해서 다룸으로써 역사적 트라우마를 공동체 전체의 기억으로 신화화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임철우의 서사화 방식이 지니는 하나의 역설을 발견한다. 임철우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진정으로 망각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필자는 공동체가 낭만적인 화해와 용서에 대항해 공동체가 억압된 고통의 역사를 기억할 때만이 과거를 과거로 남겨둘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메시지를 임철우의 작품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처럼 제2부의 필자들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낭만적인 ‘화해와 용서’라는 용광로 속에 녹여버리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이들은 산 자와 죽은 자, 상처 입은 자와 주변의 이웃들 간의 경계를 넘어 고통을 매개로 한 상처의 공동체를 요구하며, 또 한편으로는 그 고통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치유의 공동체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제3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글은 박재인의 「서사적 상상력과 통일교육」이다. 필자는 오늘날 미래세대의 통일교육이 강조되고 있으며 사회적 인프라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우리가 ‘통일교육의 전환기’에 서 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기존의 통일교육은 그러한 전환기에 어울리지 않게 주입식 교육형태를 지니거나 분단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존의 통일교육이 통일을 자기 삶의 문제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사유하도록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서사적 상상력을 통한 통일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것은 “통일 과제를 ‘나’와 ‘삶’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그리고 분단과 통일에 유관한 여러 가치를 새롭게 조합하여 통일 한반도를 설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상상력을 함양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한다. 하지만 서사적 상상력을 통한 통일교육은 단지 통일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바꾸어내는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단의 역사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상상하면서, 매킨타이어가 말하는 ‘서사적 자아(narrative self)’ 혹은 리쾨르의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을 확립해나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분단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경험한 고통에 공감하게 하며, 또 타인과의 소통·상생 등의 가치를 자기화하는 과정이 되는 통일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 제안하는 통일교육은 그 자체로 분단의 신체를 통합의 신체로 바꾸어가는 실천 방안으로 보인다.

두 번째 글은 김귀옥의 「말과 역사, 그리고 치유: 트라우마 치유의 가능성과 구술사 방법을 성찰하며」이다. 이 글은 크게 두 가지 물음을 중심으로 구술사와 연구를 통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치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첫째는 구술사는 해방적이냐는 물음이다. 비록 구술사 방법론은 연구자 중심주의를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구술 과정을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지식과 기억·경험이 표출된다. 그것은 문자기록을 배제당한 사람들의 기억을 말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구술자에게 역사적 타자로부터 주체의 지위를 부여한다. 즉, 구술자가 지닌 억압적 기억을 해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술사 방법은 ‘해방적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억은 항상 사실일 수 없다. 특히 분단국가에서의 자기검열기제는 기억을 왜곡·삭제하면서 불확실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을 “고통에 찬 기억들, 수많은 ‘말줄임표’와 ‘몸짓’, 추측으로만 표현되는 알 수 없는 기억 저편의 기억, 망각과 합리화, 거짓말 등으로 얼룩진 기억”으로 읽어낸다. 필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담겨 있는 “트라우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구술사가 개인이나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우선 개인적인 차원에서 연구자가 구술자를 존중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서 신뢰를 형성한다면 치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치유는 층위를 달리하여 고민할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사회적 치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연구자가 기울여야 하는 4가지 노력으로, ①사회적 의제화와 공감대 형성 모색 ②과거청산을 위한 주제화 ③과거청산의 정당성과 필요, 정책적 대안 제시 ④사회적 화해와 관용심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를 덧붙이고 있다.

제3부의 마지막 글은 전영의의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문학생산론-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중심으로」이다. 이 글은 문학생산을 통한 역사적 트라우마의 치유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텍스트가 문학생산물로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루카치가 말하는 ‘객체의 총체성’을 지녀야 한다. 즉, 문학은 그 자체로 자립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 상호간의 관계를” 담고 있을 때만이 예술적 자율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텍스트에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내외적 사건과 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트라우마가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문학의 생산주체인 작가가 문학생산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바람직한 삶과 인간이 추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 물음에 충실하면서 그러한 트라우마를 들추어내고 그것과 마주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문학의 소비주체로서 독자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인물들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우리의 실제적 삶을 반성하는 가운데 현대사회의 문제를 과거로부터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임을 깨닫거나 사회가 가진 상처를 반추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여기에서 문학생산이 지닌 인문치유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필자는 〈태백산맥〉이 지닌 인문치유적 성격과 가치를 논의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 소설은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역사소설이자 사회소설이라는 가치를 지니면서 민중성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작품 통해 한국사회의 중층적 모순구조, 전쟁과 분단의 트라우마, 1980년 오월 민주화를 외치던 민중적 주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인물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한 이들의 고백에 후련함을, 그리고 함성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분단으로 인한 남남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문학을 생산한다는 것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이 제기하는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다소 도발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 던진 물음에는 답변이라는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답변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러저러한 방법이 현실적인 무게감을 가지는 것이 답변 성공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얼마만큼 시원하게 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한편으로는 두렵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게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와 통합 논의를 정서적 공감과 연대의 차원으로 옮겨 몇몇 실천방안을 고민하고 실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책을 우리 사회에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해줄 것을, 그리고 함께 ‘연대’하여 그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끝으로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데까지 조언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선 기획의도에 동의하시고 선뜻 소중한 글을 보내주신 필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한국문화사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16년 12월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정서문예팀장 김종군


[발간사]

‘통일인문학’은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 뿌리를 내린 인문학, 통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의 통일담론은 체제 문제나 정치·경제적 통합에 중점을 두거나 그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변화나 국내정세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습니다.

하지만 통일은 정파적 대립이나 정국의 변화를 벗어나 있어야 합니다. 통일은 특정 정치적 집단들이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바로 그들이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사람의 통일’이라는 통일인문학의 모토는 바로 이와 같은 정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와 관련된 문제이자 그들이 해결해 가야 하는 문제로서, 남북이라는 서로 다른 체제에 살면서 서로 다른 가치와 정서,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과 치유를 통해서 새로운 삶의 체계와 양식들을 만들어가는 문제입니다.

통일인문학은 이와 같은 ‘사람의 통일’을 인문정신 위에 구축하고자 합니다. 통일인문학은 ‘사람의 통일’을 만들어가는 방법론으로 ‘소통·치유·통합의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소통의 패러다임’은 남북 사이의 차이의 소통과 공통성의 확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질성 대 이질성’이라는 판단 기준에 따라 상대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차이의 인정을 넘어서, 오히려 ‘소통’을 통해서 차이를 나누고 배우며 그 속에서 민족적 연대와 공통성을 만들어가는 긍정적 패러다임입니다.

둘째, ‘치유의 패러다임’은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낸 대립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패러다임입니다. 이것은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한민족의 분단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트라우마들을 분석하고,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상호 분단된 서사를 하나의 통합적 서사로 만들어가는 패러다임입니다.

셋째, ‘통합의 패러다임’은 분단체제가 만들어내는 분단된 국가의 사회적 신체들을 통일의 사회적 신체로, 분단의 아비투스를 연대와 우애의 아비투스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구조가 만들어 낸 내면화된 믿음체계인 분단 아비투스를 극복하고 사회문화적 통합을 만들어내는 패러다임입니다.

이러한 방법론으로부터 통일인문학은 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상이념’, 문학을 기반으로 한 ‘정서문예’, 역사와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생활문화’ 등 세 가지 축을 기준으로 사람의 통일에 바탕을 둔 사회문화적 통합을 실현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남북의 진정한 사회통합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체제 통합뿐만 아니라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성을 창출하는 작업, 다시 말해 ‘머리(사상이념)’, ‘가슴(정서문예), ’팔다리(생활문화)’의 통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위에 새로운 연구방법론과 연구 대상을 정립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생산된 소중한 성과들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통일인문학연구단은 1단계 3년 동안 인문학적인 통일담론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정립하기 위해 ‘통일인문학의 인식론적 틀과 가치론 정립’을 단계 목표로 삼고 이론적 탐색에 주력하였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중, 재러, 재일 코리언 및 탈북자와 한국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정서·문화적 차이를 규명하는 ‘민족공통성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성과를 산출하였습니다.

나아가 2단계 3년 동안에는 전 단계에 정립한 통일인문학 이론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 민족공통성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여 통일의 인문적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게다가 더 나아가 ‘통일인문학 세계포럼’ 등, ‘통일인문학의 적용과 확산’을 단계 목표로 삼아 교내외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통일인문학 개념을 확산하고자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6년간 쉼 없이 달려온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성과를 3단계 4년간에는 1차적으로 갈무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포스트-통일과 인문적 통일비전의 사회적 실천’을 단계 목표로 설정하고, 통일을 대비하여 통일 이후의 ‘사람의 통합’, ‘사회의 통합’, ‘문화의 통합’을 위한 인문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통일인문학연구단은 ‘민족적 연대’, ‘생명·평화’, ‘민주주의와 인권’, ‘통일국가의 이념’ 등과 같은 통일 비전을 연구하는 한편, 이러한 비전을 사회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그 실천에 나서고자 합니다.

그동안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통일인문학이란 아젠다의 사회적 구현과 실천을 위해 출간기획에 주력해 왔습니다. 특히 통일인문학 아젠다에 대한 단계별·연차별 연구성과가 집약되어 있는 것이 바로 『통일인문학 총서』 시리즈입니다. 현재 『통일인문학 총서』 시리즈는 모두 네 개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출간 중입니다.

본 연구단의 학술연구 성과를 주제별로 묶은 『통일인문학 연구총서』, 분단과 통일 관련 구술조사 내용을 정리한 『통일인문학 구술총서』, 북한 연구 관련 자료와 콘텐츠들을 정리하고 해제·주해한 『통일인문학 아카이브총서』, 남북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을 현대어로 풀어낸 『통일인문학 번역총서』 등이 그것입니다.

오랜 시간 많은 연구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들어 낸 연구서들이 많은 독자들께 읽혀지길 소망합니다. 바로 그것이 통일인문학의 사회적 확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인문학의 정립과 발전을 사명으로 알고 열의를 다하는 연구단의 교수와 연구교수, 연구원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울러 본 총서에 기꺼이 참여해주신 통일 관련 국내외 석학·전문가·학자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통일인문학의 취지를 백분 이해하시고 흔쾌히 출판을 맡아주신 출판사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람의 통일, 인문정신을 통한 통일을 지향하며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장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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