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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인간

코로나19가 지나간 의료 현장에서의 기록
이낙원 지음
글항아리

2020년 06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5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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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0.67MB)
ISBN 9788967357825
쪽수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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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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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사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써내려간 병원의 기록이자
호흡기 질환자들의 불안과 다툰 나날
감염병이 일상이 된 시대에
바이러스와 인간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이낙원은 지난 몇 달간 병원 일선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선 병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은 1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병원 건물 밖에는 일찌감치 임시진료소인 천막이 설치되었고, 병원 입구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발열 체크를 했으며, 중국 여행력이 있거나 접촉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1월 27일부터는 임시진료소에서의 진료를 시작했고, 국내 진단 회사들의 노력으로 검사 키트가 개발되고 대규모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2월 7일부터 선별진료소에서의 검체 채취를 시작했다.
그는 그 시점부터 현장의 변화와 느낌을 글로 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회 내로 침투했을 때 의료진의 대응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동시에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에 대해 알기 쉽게 쓰고 싶었다. 그 결과가 『바이러스와 인간』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에는 1월 29일부터 3월 27일까지 쓴 총 40편의 일기가 실려 있다. 1부에서는 현장감 있는 일기를 모았고, 생물학적 지식이나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은 2부에 담았다.
특히 의사가 직접 현장과 맞닥뜨리며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 고된 업무에 따른 인간적인 갈등,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펼친 학구적 노력,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머리말

1부 코로나19 일기 I: 의료 현장에서
1월 29일-오염 지역 | 2월 1일-바이러스의 구원자 나의 손 | 2월 5일-텐트 치는 연습 | 2월 10일-바이러스와 불안 | 2월 13일-레벨 D 슈트 | 2월 15일-타인의 시선을 몸 깊이 받아 삼켰다 | 2월 17일-눈 내리는 날, 유전자가 내리는 봄 생각 | 2월 18일-이 어둔 하늘 아래서 | 2월 19일-우수雨水의 우수憂愁 | 2월 20일-선별진료소 | 2월 21일-할 만두 한 당직 | 2월 22일-신을 옹졸하게 만드는 자들 | 2월 23일-바이러스의 손가락질 | 2월 24일-삶의 템포 | 2월 25일-이중 은폐 감염 | 2월 26일-비루스와 바이러스 | 2월 27일-바이러스와 세균 | 2월 28일-목소리의 음 자리 | 3월 2일-불쌍한 눈알들 | 3월 4일-뇌는 최악의 상황을 자기 증상으로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 3월 5일-주변이 온통 바이러스 얘기뿐이다 | 3월 7일-절박한 질문에 답답한 대답 | 3월 8일-핵심 단서는 감춰져 있다 | 3월 9일-국내 확진자 수가 7000명이 넘다 | 3월 10일-사이토카인 스톰 | 3월 11일-시신과 코로나19 | 3월 13일-장기 유행을 예감함 | 3월 18일-민주주의로 위기를 극복한 나라 | 3월 20일-코로나 블루

2부 코로나19 일기 II: 바이러스와 인간
2월 3일-미생물계의 외모지상주의 | 2월 6일-주둥이가 변했어요 | 2월 8일-앗! ‘부리’들의 공격이다: 항원과 항원수용체에 대하여 | 2월 21일-눈먼 자들의 도시 | 2월 27일-어떤 구조적 문제에 대하여 | 3월 1일-감염병은 왜 발생하는가 | 3월 6일-바이러스-인간-달 | 3월 8일-영화냐 현실이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읽다가 | 3월 16일-질병에 대하여 | 3월 25일-어떤 구조적 문제에 대하여 II | 3월 27일-마스크에 대한 단상

3부 사이토카인 사회
맺는 말
대화하는 몸 | 단 한 가지의 생물학 | 생각하는 사람 | 미래

생각해보니 중국에 직접 왕래하지는 않더라도 중국에 다녀온 사람과 접촉하는 것까지 치면 나는 일반인에 비해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건너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검사도 못 한 채 약만 받아갔던 중년 여성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이 모든 이와 접촉하는 사람이고, 바이러스에도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호흡기내과 의사가 아닌가. 물론 바이러스를 오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아픈 것과 오염된 것은 분명히 많이 다른데 말이다) 상황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_21쪽

예민한 피부를 가진 나는 마스크를 쓰면 코와 뺨이 가렵다. 근질거리니 자꾸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는데, 그렇게 얼굴에 손이 가면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난 진료할 때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다. 내 진료실에 들어갔다가 나가는 바이러스성 환자가 하루에도 수십 명인데 난 어떻게 바이러스에 안 옮을 수 있었을까? 그 첫 번째는 모든 이에게 베풀어주시는 ‘중력’이라는 공평한 힘 때문이다. 중력은 크기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작용한다. 몸살감기에 걸린 사람을 이부자리로 끌어당기는 그 중력이 바이러스에도 작용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인간도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코와 입에서 튀어나온 바이러스는 상승의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추락하고 만다. 책상, 문손잡이, 핸드백, 쓰레기통 속 코를 푼 휴지 속으로 바이러스는 갇혀버리고 만다. 새로운 숙주를 찾아 침투하며 번성하고 싶은 원초적 본성을 지닌 바이러스에게 중력은 그야말로 쥐약이다. 숙주 없이 세상에 내팽개쳐진 바이러스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_23쪽

이런 때일수록 더 고차원적으로 지내보자고 몇 마디 적어본다. 피부! 바이러스는 절대로 피부를 뚫을 수 없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가. 여러 층의 세포로 구성되고 맨 바깥층의 피부 세포는 죽은 채로 몸을 뒤덮고 있다가 스스로 탈락하여 자연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돌아갈 때 함께 떨어져나가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하루에도 수천억 개에 이른다. 눈빛! 눈빛으로는 절대 미생물이 침입하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눈빛으로 누군가를 쏘아보면 싸늘한 감정만 되돌아올 뿐 절대 바이러스가 소멸하지 않는다. 그러니 눈빛으로는 사랑스러운 감정만 전하자. 그리고 중력! 바이러스와 인간 모두 똑같이 중력장 안에 살아가는 미물들이다. 바이러스에 중력을 거스를 날개는 없다._31쪽

퇴근하는데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선별진료소 당직을 맡은 날 체력이 쭈욱 빠지는 것은 육체적 노동보다는 달아오른 감정들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도 의사도 마찬가지다. 목소리 톤이 반음 올라갔던 지난 주에 비해 이번 주는 확실히 한 음이 통째로 올라간 느낌이다. 오후 들어서면서 인천 지역에 확진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한몫했을 것이다. 총 5명의 확진자가 있다고 한다. 환자 다섯 명에 목소리가 한 음이 올라갔다면…… 이렇게 계속 올라갈 수만은 없을 텐데 말이다. 언젠가 더 이상 우리 목소리가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올 것이다. 날로 증가하는 확진 환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할 때가 그 한 가지 경우이고, 또 하나가 있다면 목소리 톤을 올리는 것이 가져올 실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일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의 톤 역시 하나의 사회적 신호다. 누군가 톤을 높여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 반드시 그쪽을 바라봐야 하고 필요하면 움직여야 한다. 톤이 극단적으로 올라간 ‘비명’ 역시 마찬가지의 신호다._83쪽

저자가 근무하는 인천 지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증이 확산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기에는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사투를 벌였던 긴장감보다는 코로나의 일상적인 의료 현장이 담겨 있다. 코로나19의 보편적 일상을 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549곳이 운영되고 있는 선별진료소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운영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3부는 일종의 과학 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미생물의 침입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비교해보고 있다. 저자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로 유사한 점들을 보게 되었다”며 몸과 질병, 그리고 사회의 모습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살펴본다.
누군가 말했듯이, “우리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삶을 보는 시선과 깊이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저자의 경우 의심 환자들과 접촉하고 격리 및 음성/양성 반응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바이러스의 실체를 더 파고들게 되었고, 사태에 좀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게 되었으며, 증상자들의 삶을 마치 자기 삶처럼 느끼게 되었다. 의료진의 에세이가 대개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깊이를 갖는 이유다.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의학적 관점에서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써왔다. 이번 팬데믹 사태에서도 바이러스의 정체를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는 앵무새의 부리(항원)를 통해 항원과 항원수용체의 개념, 돌연변이의 발생과 그것을 막기 위한 면역계의 대응을 그림을 그리며 자세히 설명한다. 얼굴만 따지는 ‘외모 지상주의’가 어떻게 바이러스와 연관되는지 그의 글은 흥미롭게 묘사한다. 또한 외부 항원이 들어왔을 때 면역계와 림프구, 백혈구 등 몸속 세포들이 전쟁에 나선 병사들처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손에 땀을 쥐게 그려내기도 한다.
그 외에 호흡기 구조의 해부도를 통해 인간이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특징’을 알려주고,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부분 중 유일하게 바깥으로 열린 ‘호흡기계’와 ‘소화기계’의 이야기를 통해 역대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의 경로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바이러스는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코로나의 크기를 가늠하면서 달과 사람을 나노미터로 환산해서 비교하는데 달이 3,400,000,000,000,000나노미터라면 사람은 300,000,000나노미터이며 코로나는 100나노미터다. 사람의 크기는 달과 코로나 크기의 딱 중간쯤에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인간이 달에 도착하기 위해 투자한 지적·물적 노력을 생각해본다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도 중력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우리 몸에 침범하여 병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storm에 대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진행되어가는 과정과 나란히 놓고 다룬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생명’의 눈으로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의사’의 눈으로 그 구조를 해부하며, ‘사회학자’의 눈으로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종합해본 것이다.
독자들은 낮에는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병원 내의 간이침대에서 밤잠을 설치며 기록을 남긴 결과물인 이 책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은 물론 따뜻함과 위로를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다.

·2월 15일-타인의 시선을 몸 깊이 받아 삼켰다
발열 증세가 있는 중국 국적의 중년 여성을 진료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지난달 중국인들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는 것이다. 모임에 다녀온 뒤 13일째 증상을 나타내는 상태여서 선별진료소로 보내야 했다. 그녀가 실제로 코로나19 감염일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환자를 검사 장소로 보내고 다른 의료진으로 투입되어야 하며, 환자의 검체를 기관에 보내는 등의 일은 몹시 번거로웠다. 만약 양성이라고 보고된다면 그때는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와 가족들은 2주간 꼼짝 못하고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 나뿐만이 아니라 오늘 환자와 만난 의료진과 그 가족들은 또 몇 명인가.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식당에 들른다면 그 식당은 당분간 영업을 접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득해 나도 모르게 아주머니를 쏘아봤나보다. 옆에 있던 따님이 추궁하듯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게 거길 왜 가! 평생 안 다니던 데를 왜 하필 이 시국에 가냐고!”

·2월 17일-눈 내리는 날, 유전자가 내리는 봄 생각
바이러스 유전자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을 뿐이다. 다만 욕망에 행운이 깃들어 그들은 크게 번성할 수 있었는데, 바로 숙주가 기침하고 콧물이 나는 것이었다. 숙주로서는 이물질을 배출하려는 생리 기제일 뿐이지만, 기침과 콧물은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로 전파되는 유용한 방법萱되었다. 스스로 움직일 줄 모르는 바이러스는 언제나 이동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런 행운이 주어졌을 때 바이러스는 인간 세계에서 뉴스가 될 수 있었다.
… 병을 일으키는 질환 몇 가지를 나열하다보면 세상이 유전자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전자의 활동 범위는 ‘병원 미생물’ 그 이상이다. … 우리 생명은 그들의 노고 위에 얹혀 있다.

·2월 18일-이 어둔 하늘 아래서
이 어두운 엑스레이를 내가 왜 보고 있어야 하나. 뭐, 이런 심정이랄까. 스마트폰을 열면 포털 뉴스의 상위권은 바이러스 이야기고, TV를 틀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시절. 생각해보니 나는 상시로 이런 위험에 노출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기자들이 되도록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나 ‘비상’ ‘재앙’ ‘우왕좌왕’ 등 거슬리는 단어가 너무 많다. 내가 이런 격앙된 단어를 특별히 더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만일 이런 보도들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나처럼 바이러스 환자를 보는 사람은 어떻게 사냐, 이런 항변이 올라오는 것이다. 이 ‘어둔 하늘’ 아래서 말이다.

·2월 21일-할 만두 한 당직
등도 배기고, 목도 아프고, 도저히 잠이 안 와서 일어나 앉았다. 물 한 잔 마시고 나니 지금 이 순간을 짧게라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다시없을 시간일 수도 있다. 늦은 밤 11시 7분이 지나는 시간에 진료실에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일이 또 있을까. (…) 밤 11시 반이 지나고 있다. 아직 여기서 세 시간을 더 머물러야 한다. 당직도 아닌 시간에 병원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응급실 응급의학과 과장님들 및 의료진이 모두 격리된 까닭이다. 저녁에 119 구조대가 환자 한 분을 데리고 왔다. 환자는 심장이 정지되어 응급실의 모든 인력이 동원되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소생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환자의 흉부 CT 촬영에서는 폐렴이 발견되었고, 소견상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되었으며, 역학관계상 코로나19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촉자 전원은 격리되었다.

·2월 27일-바이러스와 세균
치료 현장에서 보면 바이러스와 세균은 활동 방식이 많이 다르다. 적어도 세균성 폐렴은 전염성 질환이 아니어서 유행하지 않는다. 치료할 공간으로 격리실이나 음압병실이 필요하지 않다. 침대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손 위생만 잘 준수하면 된다. 게다가 세균은 항생제라는 적절한 치료제가 있다. 항생제抗生劑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을 없애는 물질이다. 이것을 팔이나 다리에 연결한 정맥주사를 통해서 투입하면, 항생제는 피를 타고 몸을 한 바퀴 돈다. 그러다 세균이 있는 부위를 지나가면서 세균을 공격한다. 여기서 핵심! 세균도 살아 있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똑같이 살아 있는 것인데 항생제는 우리 몸이 아닌 세균만을 공격한다. 몸의 세포들에게는 없지만, 세균들에게만 있는 무엇을 공격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세포벽이다. 그리고 인간과 세균의 경우 세포소 기관 중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이라는 것도 조금 다르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유전 물질 복제 과정의 다른 점을 공략하는 항생제도 있다. 하여간 세균은 여러 면에서 인간의 세포와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경우 이처럼 구별 짓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포벽도 없고, 세포소 기관도 없다.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도 숙주세포의 것들을 빌려 쓴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없는 이것을 ‘생명’이라고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할 정도다. 그런데다 너무 작다. 크기가 세균의 10분의 1,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항바이러스제를 만들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낙원

의사가 되어 호흡기 환자를 돌보며 살아가는 길을 천직이라 생각한다. 현재 인천 나은병원의 호흡기내과 의사이며 중환자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병이 났다’는 말은 곧 몸에 ‘미생물이 들어왔다’는 의미여서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환자 및 미생물들과 함께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몸만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드러나는 감정, 몸과 몸이 맺는 관계들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몸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생물학적인 몸의 경이로운 신비를 다룬 『몸 묵상』,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할머니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 의미를 고찰한 성장 에세이 『별, 할머니, 미생물, 그리고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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