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탈전
2014년 10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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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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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르네는 눈을 들어 어두워져 가는 황혼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연푸른색 하늘이 깊숙이 드넓게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공범인 도시를 생각했다.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숲의 뜨거운 오후들을, 잔뜩 찌푸린 날이나 너무나 뜨거웠던 날, 새로 지은 고급 주택에서 보낸 나날들을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숙이고 어린 시절의 그 평화로운 수평선을, 그녀가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던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도시 그 한구석을 보았을 때 마지막 쓴맛이 입 안에 밀려왔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어둠이 내려오는 그 방에서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
-<7장> 중에서
에밀 졸라(1840~1902)가 발자크의 인간 희극 총서에 자극을 받아서 《루공-마카르 총서》를 기획해 20권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 두 번째 소설이다. 소설로 프랑스 제2제정 시대의 사회사를 쓰려 한 졸라의 ‘야심 찬’ 작품으로, 《루공-마카르 총서》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군으로 분류되며, 주제와 모티프들이 서로 얽혀 있는 졸라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완벽한 건축물의 좋은 예에 해당한다.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두 번째 소설인 《쟁탈전》은 파리를 세계의 중심지로, 현대적 도시로 바꾸려는 오스만의 야심 찬 파리 개발 시기(1853∼1870)를 배경으로, 이 시기의 투기 열풍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동시에, 제2제정하의 파리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 배금주의와 육체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발자크의 《인간희극》시대보다 급격한 경제 발전과 위기로 인해 풍속이 빠르게 부패하고 강력한 실체로서 민중들이 등장하게 되는 시대인 만큼, 졸라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충동과 욕망을 훨씬 더 격렬하고 광적으로 드러낸다. 졸라는 당시의 사회를 ‘한 무리의 사냥개’ 같다고 비유했으며, 발자크가 그려 낸 ‘참을성 있는 동물’이 제2제정과 함께 그악스러운 군단으로 형성되어 나타난다고 보았다. 졸라는 제정을 반대하는 공화파 신문들에, 금융계의 곡예와 투기 열풍을 야기한 대규모 파리 개발 계획과 이로 인해 태어난 벼락부자들의 사치스러운 행각들, 제정의 비윤리성과 수치스러운 행태들에 대해 비판적인 글들을 기고하는데, 여기에서 다루어진 퇴폐적 풍조들이 곧 소설의 주제가 된다.
《쟁탈전》의 초안에는 ‘야심과 욕망의 혼란’, ‘식욕과 야심의 대향연’, ‘투기의 광태’, ‘조숙한 젊은이들의 어리석고 방탕한 생활’, ‘극도의 사치’, ‘지나치게 조숙한 머리와 육체로 타락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 소설은 졸라의 첫 번째 소설 《루공가의 운명》이 끝나기 전에 구상되었지만, 프러시아와의 전쟁, 파리코뮌으로 발표가 늦어진다. 소설은 1871년 9월 29일부터 《라 클로슈》지에 연재됐으며, 1872년 제정이 무너진 후 책으로 나온다. 신문 연재소설의 특성상 에피소드와 중요 장면에 따라 이야기가 나뉘는 경향을 보이며, 독자들의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한 서스펜스 효과(1장과 5장)도 강조된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연결성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 장면은 반복되어 나타나면서 독자들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앙젤의 죽음이나 근친상간의 발견과 같은 장면에서는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이런 특성들이 발달한 것은 신문 연재소설로서 감각적 충격을 원하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읽기 쉬우면서도 인상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졸라는 이 작품에 극도의 정확성과 놀랄 만한 입체감을 주려고 했으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1871년 파리코뮌이 들어선 상황의 여파 때문인지 예상과 달리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 작품은 4년 후 《목로주점》이 성공하자 다시 비평가들의 눈을 끌게 되면서 찬사를 받았다. 지금도 《루공-마카르 총서》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군으로 분류되며, 주제와 모티프들이 서로 얽혀 있는 졸라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완벽한 건축물의 좋은 예로서 ‘현실 세계의 전형적인 현상들을 환상적으로 투사시킨 소설-시’(앙리 미테랑의 표현으로 클로드 뒤세가 《쟁탈전》서문에서 인용)로 평가된다. 사실적인 묘사에서도 신화적 차원이 돋보인다. 여주인공 르네의 모습은 에코 요정과 페드르로, 파리는 지옥의 불이나 용광로 또는 악인으로 묘사되면서 저주받은 도시라는 신화와 연결된다. 황금과 육체 이외에도 불, 물, 식물의 성장을 상징하는 구조 등은 인간에 내재된 심층적 욕망들과 연결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와 역사를 풍자하는 이 작품에서 환상이라는 뜻밖의 세계를 만나게 한다. 나아가 내면 심층에 자리 잡은 정신 현상에 대한 집요한 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성애가 옮긴 에밀 졸라(Emile Zola)의 ≪쟁탈전(La Curee)≫
지나치게 조숙한 인간
≪쟁탈전≫의 초안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야심과 욕망의 혼란, 식욕과 야심의 대향연, 투기의 광태, 조숙한 젊은이들의 어리석고 방탕한 생활, 극도의 사치, 지나치게 조숙한 머리와 육체 때문에 타락하는 사람들.” 그가 “극도의 정확성과 놀랄 만한 입체감”을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인가? 조성애는 이 과학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을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해석해 한국 독자에게 처음 소개한다.
밖에는 달빛으로 훤했고 매섭게 추운 날씨였다. 막심은 귀와 손이 얼어붙은 채 도착했다. 온실이 너무 더워서 그는 모피 위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 콕콕 쏘는 추위에서 갑자기 후텁지근한 열기 속으로 곧장 들어왔기 때문에 심하게 얻어맞은 것처
작가정보
저자 에밀 졸라(Emile Zola)는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졸라는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 남부의 산과 들판을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 나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1865년 7월 26일 기사)이라는 글에서는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1866)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1869∼1870),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1870)을 기점으로 《루공-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회》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1893)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마카르 총서》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1894)와 《로마》(1896)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1898)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나는 고발한다>(1898년 1월 13일 《로로르》에 실림)를 정점으로 드레퓌스의 무죄를 옹호한다. 3000프랑의 벌금과 더불어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영국으로 1년간 망명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1899), 《노동》(1901), 《진실》(1903)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1902년 9월 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이 사고는 우연한 사고인지 정적에 의한 살해인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역자 조성애는 연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에서 에밀 졸라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 강사, 연세대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 대중문화(영화) 연구, 축제 문화 연구 등이다. 저서로는 《목로주점》, 《자연주의 미학과 시학》, 《사회 비평과 이데올로기 분석》, 《축제 문화의 제 현상》(공저), 《축제와 문화적 본질》(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로마에서 중국까지》, 《사실주의 문학의 이해: 비평, 역사, 시학에 대해》, 《상투어-언어, 담론, 사회》, 《유토피아》, 《소설 분석-현대적 방법론과 기법》, 《중세 미술》, 《잘못된 길-1990년대 이후의 급진적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등이 있고, 프랑스 문화예술학회, 한국불어불문학회의 학회지 등에 졸라, 영화, 축제를 다룬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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